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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대한 모든 것 - 혁신은 어떻게 탄생하고, 작동하고, 성공하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4월
평점 :
혁신에 대한 모든 것 | 매트 리들리 | 역사 속 위대한 혁신의 비밀
낡은 것을 새롭게 바꾸는 혁신
'혁신'이라는 뜻의 'innovation'에서 'nov'라는 말은 'new(새로운)'을 의미한다. [革新]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가죽 혁[革]'자에 '새 신[新]'자로 이루어져 있고, 한자에도 '새로운'이라는 말이 담겨있다. 결국, 혁신이란 마치 마술처럼 없던 것을 있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에 이미 존재하던 낡은 것을 새롭게 바꾼다는 말이다.
'혁신'을 이미지화한다면 가장 먼저 반짝 빛나는 전구가 떠오른다. 이는 마치 꺼져있던 전구에 번쩍 불이 들어오듯, 머릿속에서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짠 떠오른다는 걸 표현한다.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의 명언처럼 1퍼센트의 영감이 곧 혁신을 이루어낸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정말 에디슨은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하루아침에 번쩍 전구를 발명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그 이전에 영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에서 20명이 넘는 사람이 백열전구와 유사한 발명품을 개발하고 특허도 냈다. 또한, 에디슨은 탄소 필라멘트를 만들 재료를 찾기 위해 6,000가지가 넘는 식물 재료를 이용하여 무수히 실험했다. 흔히 전구는 에디슨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에디슨 혼자서 이룬 일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단 한 번에 이룬 성공도 아니었다. 에디슨 이야기를 살펴보면,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혁신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낀다. 그렇다면 과연 혁신이란 무엇일까?
인류의 발전을 이룬 혁신의 본질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 매트 리들리(Matt Ridley)가 쓴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은 단순히 역사 속 혁신적인 발명품이 무엇인지만을 나열한 책이 아니다. 우리 일상 속 물건들이 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혁신은 어떻게 탄생하고 작동하며, 혁신이 가진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한 책이다.
【혁신에 대한 모든 것】 저자는 역사 속 혁신의 첫 걸음은 인류가 열(heat)을 일(work)로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모든 혁신의 뿌리인 에너지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산업혁명을 이루어내고, 그 과정에서 공중보건, 교통, 식량, 생활, 통신과 컴퓨터 분야에서 가파른 발전과 성장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중 무엇 하나 독단적으로 탄생한 것이 없으며,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긴 역사 속에서 극히 일부만을 기억한다. 전구를 만든 에디슨, 전화를 만든 벨, 내연기관차를 만든 벤츠,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 등 특정 인물만 기억한다. 물론 그들의 위대함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혁신이 꼭 그들만의 업적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의 핵심이다.
역사 속 위대한 혁신의 비밀
【혁신에 대한 모든 것】에서 밝힌 혁신의 비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일관적이고 덜 계획적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탄생한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점진적으로 발전했다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고 한 개인이 계속 발전해낸 것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다수의 협력과 공유를 통해 이루어낸 결과다.
그런 와중에 겪는 무수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또한, 혁신에 도달하기 전에는 관심은 고사하고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되는 게 허다하며, 때로는 더 이상의 발전을 막기 위한 탄압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이루어낸 혁신의 명예가 한 개인에게 돌아가고, 그 사람이 영웅화되는 것도 혁신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라이트형제가 동력비행에 성공했을 때, 포드가 자동차 대중화를 이루었을 때, 먹지 않던 감자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 여행가방에 처음 바퀴를 달았을 때, 컴퓨터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때, 모두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은 역사 속 혁신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혁신을 이끄는 주성분은 투자하고 실패해도 되는 자유라고 이야기한다.
♬ 【혁신에 대한 모든 것】에 바치는 음악 선물 | 존박 - 이상한 사람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OST)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을 읽으니 문득 배우 오정세 영상이 떠올랐다. 배우 오정세는 202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TV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는데, 그때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이야기했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100편이 넘는 작품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임했는데, 매번 다른 결과를 낳았다.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오는 걸 보며 때로는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내 잘못은 아니니 자책하지 말자. 여러분 탓도 아니니, 그저 지금처럼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서 꾸준히 그 일을 해나가자. 그러면 언젠가는 위로와 보상이 찾아올 것이며, 그동안 피지 못한 동백이 활짝 피는 날이 올 것이다.
【혁신에 대한 모든 것】에서 말하는 역사 속 혁신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나머지 고마운 마음조차 잊고 있던 혁신들은 이름조차 모를 무수한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노력과 판단이 훗날 혁신으로 발전할 거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혁신은 이렇게 어쩌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펼쳐진다. 다만, 배우 오정세의 말처럼 멈추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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