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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평점 :
인류의 여정 | 오데드 갤로어 | 호모사피엔스로부터 시작된 부와 불평등의 기원
브라운대학교 경제학 교수 오데드 갤로어의 【인류의 여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불평등의 기원을 파헤치는 책이다. 책의 1부 <인류의 여정>에서는 태초의 인류 호모사피엔스의 등장으로부터 시작해서 인류가 어떻게 진보하고 부를 창출해나갔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된 불평등한 사회를 다룬다. 책의 2부 <부와 불평등의 기원>에서는 다시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면서 오늘날 불평등이 생겨난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한다.
【인류의 여정】 전체에 걸쳐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Malthus)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인구론】이란 책을 통해 인류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남아도는 식량 덕분에 인구가 증가하나, 결국 개인에게 돌아갈 식량이 줄어들기에 인류 전체가 부유해지지는 못할 거라고 예견했다. '과연 그런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물음의 답을 알고 있다. 맬서스 주장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류가 진보해온 과정을 짧게 간추린다면 다음과 같다. 인류의 뇌가 발전하면서 수렵·채집이 가능해졌고, 호모사피엔스는 탈아프리카를 통해 새로운 지역에 삶의 터전을 잡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농업의 기술이 발전하였고, 덩달아 삶이 윤택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인구 덕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었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증가는 산업화라는 기술적 진보로 이어졌다.
태초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의 여정】을 살펴보면 분명 진보하고 발전하였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국가별로 봤을 때, 유럽을 기점으로 북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는 놀라운 속도로 도약한 반면,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아시아는 뒤늦게 성장했다. 여기서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국가 간 불평등 차이는 훨씬 더 크다. 【인류의 여정】은 다시 시간을 되돌려 이러한 불평등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을 파헤친다.
【인류의 여정】 저자는 불평등의 기원을 문화적, 지리적, 사회적 요인으로 꼽는다. 문화적 요인은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당장 남한과 북한을 비교해보자. 저자는 한 나라의 정치·경제 제도가 국가 발전과 번영에 심층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착취제도의 북한과 포용제도의 남한을 비교했을 때, 산업혁명은 포용제도로부터 시작되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가 공유하는 가치, 규범, 신념 등이 사회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농업사회였다. 농업은 결국 그 지역의 지리와 기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사가 잘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구분되고,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확장되면서 지주와 노예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결국 인종과 성의 불평등을 낳고 말았다.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인 신석기 시대로 내려간다면, 또 다른 불평등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다시 맨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태초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대탈출을 감행했던 때를 주목한다. 핵심은 아프리카로부터 멀수록 개체군의 다양성이 떨어질 것이며, 상대적으로 인적다양성이 높은 곳일수록 제도나 문화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을 거라는 말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오늘날 내가 겪는 불평등의 기원은 내 먼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응?)
불평등의 기원을 찾다보니 아프리카 이야기까지 나와 버렸다. 가도 너무 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조금은 든다. 그렇다고 오늘날 불평등한 사회를 부모 탓, 조상 탓, 호모사피엔스 탓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인류의 여정】에서는 다양성 정책과 문화·기술 확산을 통해 지역 격차를 좁히고 뿌리 깊은 요인을 완화하자는 짧은 바람으로 마무리 된다. 불평등 기원의 수수께끼는 풀었는데, 미래의 또 다른 문제가 남은 기분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