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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 - 트라우마를 넘어 내적 자기소외를 극복하는 통합적 심리치료
재니너 피셔 지음, 조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3월
평점 :

아물지 않는 상처, 트라우마
사고는 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벌어진다. 이미 벌어진 사고는 되돌릴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살아야 한다. 하지만 강렬한 외상은 집요하게 산 자를 괴롭힌다. 외상 당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 놓이거나 가해자와 비슷한 이를 만나면, 당시 상황이 떠오르면서 고통스러워한다. 우리는 그걸 트라우마라고 말한다. 요즘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뜻의 'PTSD'라는 말도 자주 쓴다.
종이에 손이 베이면 언젠가는 아문다.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편화된 마음은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나아가 실재하지 않는 위협에도 괴로워하며 조각난 마음이 점점 더 진전하는 게 문제다. 우리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트라우마로 깨진 마음을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로 조각난 마음
세계적인 트라우마 치료전문가 재니퍼 피셔가 쓴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트라우마로 마음이 조각난 생존자들과 그들의 치료자들을 위한 치유 안내서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내담자를 상담하고 치료해 주는 치료자들에게 조금 더 집중되어 있다. 내담자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트라우마에 빠진 이들이 가장 힘든 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잊은 척하며 남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려고 애쓴다.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자기를 부정하게 되며, 자기 위선이라고 느끼기 시작한다. 그 결과, 수치심을 비롯한 만성 우울, 두려움, 자기 회의, 자기혐오, 자책, 심하게는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이전에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
'거기'보다 '여기'에 머물기
만약,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받던 이가 애인을 경찰에 신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찰서 출석하여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또 한 번의 괴로움을 느낀다. 지난 기억이 계속 떠올리기 때문이다. 기존 트라우마 치유법도 유사했다. 내담자의 상태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당시 상황을 끄집어내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럴수록 암묵 기억과 재트라우마에 증상만 더 심해질 뿐이다.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에서는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었던 외상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미친 영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굳이 과거 일을 다시 경험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치료자는 내담자를 '거기'보다 '여기'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은 그때와는 분명 다른 상황이며, 안전하다는 걸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에서 권하는 트라우마 치료법이다.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
트라우마까지는 아닐지라도 고민을 털어놓거나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보다 일단 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를 잘못 해석하여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는 자세로 당사자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계속 이야기하도록 한다면, 완벽한 해결법은 아니다. 당사자는 마치 대나무숲에 외친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머릿속에서 코끼리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쉽게 말하지만,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그럴수록 그 말에 또 한 번 생각날 뿐이다. 우리는 조각난 마음의 원인을 제거하면 모든 문제가 해소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트라우마로 조각난 마음은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조각난 마음을 안아줘야 한다고 『조각난 마음을 치유합니다』는 말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