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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평점 :

우리를 둘러싼 몸 이야기
오늘도 어김없이 헬스장에는 남녀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운동 중이다. TV 홈쇼핑 여자속옷 광고를 보면 체형보정 효과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키 작은 남자는 괜찮아도 머리 없는 남자는 안 된다는 여성 출연자의 발언이 방송에서 서슴없이 나온다. 인터넷 언론사는 ‘엉뽕 논란’, ‘노브라 논란’이라는 기사제목을 써가며 논란도 아닌 걸 논란거리로 만든다.
누군가는 자신의 멋진 몸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부끄러운 몸을 어떻게든 숨기려고 애쓰고, 누군가는 타고난 몸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고, 누군가는 남의 타고난 몸을 보며 언어폭력을 행한다. 우리를 둘러싼 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자랑이고, 누군가에는 상처로 기록된다.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한겨레21 이유진 기자가 쓴 『바디올로지(bodiology)』는 몸을 뜻하는 바디(body)와 학문을 뜻하는 올로지(-ology)가 결합된 조어다. 『바디올로지』는 여성의 몸에 관한 담론을 사회적·역사적·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무수한 남자 조각상이 만들어졌다. 반면, 여자 조각상은 현저히 적은데, 그 이유는 그리스인들이 여성의 신체를 신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사회적 지위 차이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여성의 몸은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통제와 대상화의 중심에 있었다. 과거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순결과 정숙이라는 이름으로 감시·탈취 당하고, 현대에는 미의 기준을 들먹이며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고 소비했다. 『바디올로지』에는 가슴, 엉덩이, 머리카락, 얼굴, 살집, 털, 피부 등 가부장제 사회에서 욕망과 성적상품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의 몸에 대한 가슴 아픈 기록이 담겨있다.
몸은 억압과 폭력이 새겨진 텍스트
이유진 기자는 『바디올로지』를 통해 몸은 단순한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역사적 억압과 폭력이 새겨진 텍스트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억압과 폭력에 맞서 싸운 것 역시 여자의 몸이었다. 트랙터 시위를 가로막은 경찰과 맞서기 위해 남태령 고개로 달려간 여성들,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밤새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응원봉을 흔들었던 키세스 시위대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
그녀들의 몸은 침묵하지 않았다. 사회 권력에 맞서 몸소 움직이고 저항하는 주체가 되었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주어진 규범과 맞서 싸우며 자신만의 언어로 존재를 드러냈다. 『바디올로지』에는 땀, 눈물, 목, 몸의 상실, 죽음 등을 통해 우리 역사에서 상처와 저항의 언어로 기록된 여성의 몸과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몸에 대한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
『바디올로지』 저자 이유진 기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두발은 과연 어떠해야 ‘정상’인가?” (73쪽_머리카락 : 한 올에는 자본이, 다른 한 올에는 권력이), “예쁘거나 못생긴 얼굴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할까?” (91쪽_얼굴 : 일상적인 자기 점검의 장), “언젠가 인간 몸털의 다양성도 아무렇지 않게 인정받는 시대가 올까.” (132쪽_털 : 밀어버릴 것인가, 남겨놓을 것인가)
이유진 기자의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강요해온 규범과 기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 몸의 편견과 압박에 대한 반감이며,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촉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몸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