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만의 나무를 가지고 싶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이런 소망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난 동물보다 식물을 더 좋아한다. 왜냐면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은 언제 어디서 사고를 쳐 나를 귀찮게 할 수도 있지만 식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이쁜 모습으로 자라며 나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긴 애정이라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근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난 이보다는 좀 더 광대해진 생각과 이해로 식물을 바라보게 되었다.나무들도 서로 간에 소통을 하고, 어른 단풍나무는 어린 단풍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뿌리에서 있는 힘껏 물을 끓어와 그들에게 나눠준다는 사실, 나무도 자신의 유년 시절을 기억하고 그에 맞춰 자란다는 충격적인 그러나 엄연히 과학으로 증명이 된 사실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 호프 자런은 말한다.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가고 있다고...인류 문명 4억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이 아름답고 위대한 생명체를 인간은 식량, 의약품, 목재 단 이 세 가지로 분류해 손에 넣기만 하고 있다고!그 과정에서 식물 생태계를 황폐하게 하고 있다고.창밖을 봤을 때 보이는 나무들은 나와는 아주 다른 존재이지만 그것은 3억 년 전에 만들어진 위대한 생명체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그게 뭐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땅 속에서 움트기를 기다리는 수천 개의 씨앗들은 분명 살아있는 존재들이다. 다만 움트기 위한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절반 이상은 다 죽겠지만 우리 인간은 그 씨앗 하나가 움트는 행위에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따라서 그들이 최고로 비싼 몸값이 됐을 때 무자비하게 벨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또 말한다. 나무가 우리 인간에겐 감정이 없겠지만 그들 사이엔 감정이 있을거라고...난 이 말에 정말 동감하고 그렇게 믿고 싶다. 넓은 마당이나 땅이 있다면 나무 한 그루를 심어보라고 저자는 마지막에 권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건 결혼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내 인생의 동반자로서의 나무 말이다. 난 아파트에 살지만 집 앞 산책길에 줄지어 서있는 나무 중 하나를 나의 나무로 정해볼까 한다. 나무는 나에게 감정이 없겠지만 난 그 나무에게 내 마음을 주고 싶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