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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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책은 책 제목도 특이하지만 여러 매체에서 쓴 찬사가 도저히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그 찬사들은 대체로 '배꼽빠지게, 미치게, 엄청나게 웃긴다는 내용.

하지만 이 책이 이렇게 그저 웃기기만 한 유머소설이었다면 절대 책장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해서 까지 보게 된 것은 '세계사의 주요 순간마다 <우연히>자리하게 된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를 배꼽 잡게 엮어 낸' 이라는 작가 소개 글에 나온 문구 때문이었다.

 이 익살 맞은 인물이 어떻게 역사의 주요 장면마다 엮이게 되는지, 요즘 세계사 공부를 재밌게 하고 있던 차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알란 칼손이라는 노인이 100세 생일날 양로원 창문을 넘어 도망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 계획 끝에 도망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즉흥적인 판단으로 도망친 이 노인은 이런 행동에서 알 수 있듯이 뭐든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판단, 100년이라는 세월을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엄청난' 노인이다.

 

챕터 별로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현재는 양로원을 탈출한 후에 벌어지는 일이고 과거는 출생한 1905년 부터 노인이 겪게 되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험을 보여주는데, 이 과거 역사 속 노인의 활약이 이 작품의 엑기스이다.

스페인 내전을 비롯해 중국, 미국, 이란, 소련, 프랑스...심지어 북한에까지 출몰하여 스탈린의 죽음으로 우는 11살 먹은 김정일을 무릎에 앉혀놓고 달래는 장면까지 작가의 위트와 유머, 상상력, 능구렁이 같은 블랙유머에 혼자서 낄낄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도 못 말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알란 칼손은 푸짐한 음식과 술만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며 정치적, 종교적 이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치와 종교가 주는 가치나 이념의 틀로부터 벗어나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사는 알란 칼손을 통해 나는 진정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한 인간이 벌이는 헤프닝에 진심으로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앞으로 무조건 주목하게 될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스웨덴 작가와의 만남!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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