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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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에  대한 나의 편견과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그의 후원자이자 동생인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를 담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고흐의 삶과 인생관, 작품세계, 그가 그림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가운데서 사랑을 갈망하고 사람들 속에서 그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고흐.

죽기 한 달 전 어머니께 보낸 편지에서 '사랑했던 사람들도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p.298)보는 것처럼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어 자신의 삶은 계속 고독할 것이고, 그림만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고리'(p.298)라는 말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살아서 인정받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죽은 다음에 인정받으면 뭐하나...아니야, 그래도 지금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고 비싼 그림의 화가잖아...이런 안타까움과 위안이 책을 읽으면서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그의 내밀한 속마음을 담은 이 편지글들이 나에게 보여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가 단순히 천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한 진정한 예술가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화가로서 세상에 어떤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깊은 고뇌와 감정을 전달하고 싶어했고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했다.

 

또한 그는 책도 많이 읽었다. 특히 졸라, 플로베르, 모파상, 공쿠르 형제 등을 거론하며 이런 프랑스 자연주의자들의 '소설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p.152)이라고 글을 쓰는 여동생 윌에게 말한다.

모파상의 <좋은 친구>(벨 아미)는 걸작이며, <삐에르와 장>은 '참 아름다운 소설'(p.165) 이라며, 자신은 모파상의 소설을 통해서 '좋은 웃음의 필요성'(p.152)을 발견했다고 한다.

반면, '있는 그대로의 삶과 진실을 원한다면' 공쿠르의 작품이나 졸라의 <목로주점>,<삶의 환희>를 읽어보라고 한다. 작가들이 글을 쓰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던 관점과 자세를 배우고 그것을 자신의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예술을 향한 열정과 진지함이 나를 크게 감동시켰다.

 

다음은 내가 고흐를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하며 감동 깊게 읽은 문장들이다.

 

인물화나 풍경화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깊이 고뇌하고 있다고,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흔히들 말하는 내 그림의 거친 특성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 거친 특성 때문에 더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면 자만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p.64)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 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저런 유파에 속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이런 생각에 집중하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져서, 더 이상 혼란스러울 게 없다. 요즘은 작업이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니, 더욱더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겠다.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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