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평생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했던, 책을 사랑한 저자가 쓴 유일한 소설.

안타깝게도 저자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조카에게 마무리를 부탁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저자는 '출판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을 쓰는 것이 꿈이었는데, 출판 뿐만 아니라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큰 성공이라 하겠다.

 

프랑스와 영국사이의 채널제도에 위치한 건지 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포기하면서 독일군이 점령하게 된다. 영국 영토 중 유일하게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땅으로, 독일군의 감시 속에서 건지 섬 사람들은 가축도 몰수당하고 감자와 순무로 연명을 하며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주민이 독일 군 몰래 빼돌린 돼지로 파티를 열게 되고 너무나 오랜만에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마을 사람들은 통금 시간이 지나 몰래 집으로 가다가 그만 독일군에게 발각된다. 꼼짝없이  잡히게 된 상황에서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 문학모임이 있었고 '독일식 정원'에 관한 토론이 너무나 즐거워서 늦었다며 위기를 모면한다. 근데 마침 독일 사령관이 문학애호가라 이 모임에 언젠가 참여하겠다고 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 언제 사령관이 나타날지 모르기에 문학모임이 바로 만들지고 주민들은 책을 사들이고  각자 책을 하나씩 골라 읽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시작이다

 

영국 작가 줄리엣 애슈턴은 바로 이 건지 북클럽의 멤버인 도시 애덤스로부터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찰스 램의 열렬한 팬인 도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엘리아 수필 선집> 표지 안쪽에서 줄리엣의 주소를 발견했고, 그녀에게 찰스 램의 책을 구하고 싶다며 런던 서점의 주소를 부탁하고 이를 계기로 줄리엣과 건지 섬 사람들은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이 책은 전체가 편지글로 구성되어 있다. 건지 섬의 북클럽 회원들은 줄리엣에게 각자 자신들의 사연을 편지로 보내고 이렇게 오고가는 편지 속에서 그들이 전쟁 상황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우연히 만들어진 책모임이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해 주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 가운데 줄리엣은 건지 섬 사람들에게 점점 애정을 갖게 되고 급기야 그들을 만나러 건지 섬으로 가게 된다. 건지 섬 주민들이 겪은 전쟁의 참상, 그 가운데서도 따뜻하게 피어난 인간애, 무엇보다 그 중심에 엘리자베스라는 당당하고 용감한 여성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줄리엣은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한다.

책을 사랑하고 책의 힘을 믿었던 작가가 선사하는 책과 사람에 관한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좋은 책은 사람을 모이게 만들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만들며, 그 마음은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그것이 책의 힘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p.22 )

 

순수한 즐거움...아마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깊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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