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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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맨부커상을 수상한 북아일랜드 작가 애나 번스의 작품.

‘어디에 가서 무슨 행동을 하든 정치적 진술이 될 수‘있는 ‘지나간 일을 지나간 일로 덮지 않던 시대‘. 폭약을 들고 걷는것보다 책 읽으며 걷는게 더 이상한 시대, 이런 혼란과 격변의 시기를 살아야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

은밀하게 가해지는 폭력앞에서 자신 조차 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말해봤자 이해는 커녕 더한 억측만 난무할게 뻔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한 소녀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의 일상이 독특한 화법으로 펼쳐진다.

지역에서 고립되고 스스로 몰락 직전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려고 애쓰는 주인공을 보며 이런 보이지 않는 폭력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며 살았고 또 살고 있을까...생각이 들었다.

북아일랜드 배경 작품은 처음 만났는데 그 자체로도 낯설고 신선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일인칭 화자인 주인공의 말이 끊임없는 생각과 함께 쉴 새 없이 나오는 점이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과거의 사건과 경험,생각 등을 엮어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러다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하는 등 주인공의 독특한 화법에 금새 빠져들게 되었다. 어떤 문장은 페이지를 넘겨도 안 끝날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이 이어지는데, 주인공의 그 미묘하면서도 복잡하고 답답한 감정을 긴 호흡으로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매우 큰 작품이었다.

사실 난 이 작품이 생소한 나라의 작품이라 조금 어렵지 않을까 부담이 갔었는데 지명이나 역사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아 북아일랜드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어도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읽다보면 ‘물 건너‘, ‘우리‘,‘저쪽‘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눈치로 알 수 있고 정 답답하면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으니까.

또한 이 소설은 웃기는 부분도 많다. 화자의 독특한 목소리로 그려지는 수많은 웃기는 상황들-특히 마지막 엄마의 비밀-은 이 작품을 더욱 독창적이게 만든다.
‘사악하게 웃기는 소설‘ 이라는 책 뒷표지에 쓰여 있는 데일리 텔레그래프 평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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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12-11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이 책 웃긴 부분도 꽤 많죠. 아주 즐거운 책 읽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