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의 서 - 작가의 밀애, 책 속의 밀어
섀넌 매케나 슈미트.조니 렌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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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제목은 <Writers between the covers> 이다. 제목처럼 작가들의 은밀한 삶과 사랑을 들여다보는 그야말로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글 제목은 <미친사랑의 서>. 미친! 미친 사랑이다.

수많은 걸작을 쓴 작가들의 사랑이 얼마나 파격적이었기에 '미친'이라는 단어를 썼을까...평범한 사람들보다 좀 더 바람피고 살짝 문란한 정도였겠지... 싶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하지만, 이렇게 찌질하고 추잡하며 더럽고 너덜너덜 할 수가!

바람피는 건 그야말로 귀염둥이,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소설가들이 어찌 이리도 사람의 마음에, 그것도 가장 가까운 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 싶었다.

 

이 책에 나오는 101명의 문인들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단 한 명의 최악을 꼽으라 하면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다. 바로 "해도 해도 너무한 남자" 노먼 메일러!

처음 듣는 작가인데, 전쟁을 생생히 묘사한 작품들로 퓰리처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유명 작가였다. 툭하면 여자에게 주먹을 날리기 일수였고, 수많은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며 여자를 비하하는 저속한 막말을 서슴치 않은 사람이었다.

그의 폭력성이 극에 달하는 사건은 두번 째 부인의 배와 등을 칼로 찌른 것이었다. 이런 끔찍한 폭력 행위를 저지르고도 조현병 진단을 받고 보호 감찰 5년 이라는,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건 이런 쓰레기 같은 그에게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마나 잘 생겼기에 그런가 싶어 사진을 찾아 보니 그다지 잘 생기지도 않았고 내 눈엔 딱 쥐상이었다.

"내가 뭐에 홀려서 저런 늙고, 살찌고, 목청 크고,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난봉꾼에게 푹 빠졌을까?"

6번 째 부인 노리스 처치가 69세의 남편이 8년 동안 자신을 속이고 바람을 펴 왔다는 사실을 알고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여자도 이혼했는가 봤더니 서로의 병상을 지켜주며 33년을 해로했다니 이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이 무엇인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는 꼭 읽어 보고 싶다.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 예술가라는 직업의 덕을 톡톡히 보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사르트르와 보부와르의 유치한 연애 경쟁, 음담패설을 편지로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제임스 조이스와 부인 노라 바너클, "이제부터 온갖 음탕한 짓은 다 해보겠다"고 대놓고 선언한 바이런(이 사람은 정말 잘생기긴 했다), 문란한 성생활과 그 중 자신의 경험을 <보봐리 부인>에 재현한 플로베르, 자신의 아내를 정신병원에 넣은 T.S.엘리엇, 겉으로는 금욕적인 삶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아내를 계속 임신시키고 그런 아내에게 차갑게 대했던 톨스토이,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뻔한 스콧 피츠제랄드와 젤다, 성공작들이 나올 때마다 여자가 바뀌었다는 바람둥이 찌질남 헤밍웨이, 임신한 아내의 모습에 "아! 떠올리기도 싫다. 구역질 나서."라고 말한 탐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 철저한 이중 생활로 자신의 이미지만 중시, 위선적인 삶을 산 찰스 디킨스 등... <위대한 유산>같은 따뜻한 소설을 쓴 디킨스가 어떻게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그토록 비열하고 찌질할 수가 있는지...이 부분은 슬프기까지 했다.

 

이런 막장 러브스토리 속에서도 인생의 동반자로서 끈끈하고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준 커플도 있다. 20개월 간의 연애 기간 중 무려 574통의 편지를 주고 받은 시인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브라우닝 부부, 정신발작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었던 버지니아 울프를 위해 부부관계도 포기하고 늘 아내 곁을 지키며 남편 겸 보호자, 문학적 조언자 역할까지 한 레너드 울프의 헌신은 사랑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101명 문인들의 내밀한 사랑이야기.

좋아하는 작가에게 실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작품까지 읽기 싫어지는 부작용이 올 수는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인간의 본성은 원래 이런 것임을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작가들이기에 온갖 인간 군상들이 나오는 소설을 창작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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