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3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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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에서 나온 너무나 탐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 3번 째 책, <클림트>.

100권 기획의 이 시리즈는 100인의 전문가가 다양한 분야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 12개국 154개의 도시를 찾아 떠나는 교양인문 기행서라고 한다. 현재 8권까지 나왔는데, 아르테의 야심찬 기획이니 만큼 나도 야심차게 한 번 이 시리즈를 다 모아볼까 고민 중이다.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클림트의 생애와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클림트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던 장소들을 찾아가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 근원을 생각하고 정신을 느껴보는 예술기행이라는 점이다.

 

1862년 태어나 1918년까지 살다 간 클림트는 '뼈속까지 빈 사람'이었다. 그런 클림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세기 말~20세 초의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제국)를 이해해야 하는데, 작가는 이런 역사적 배경과 클림트의 작품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클림트의 작품이 왜 그 당시 화가들의 작품과 그렇게 다르고 독창적인지, 왜 예술의 영감을 과거에서 찾았는지 이해하려면 당시 19세기 말 '미래보다는 과거를 갈망한 도시' 빈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다.

 

p.39

빈이 클림트의 도시인 것은 단순히 클림트가 빈에서 한평생을 살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클림트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는 빈의 자취가 드러난다. 빈의 세기말 분위기, 빈의 귀부인들, 빈의 과잉 장식 취미, 빈의 과거 지향적 가치관, 빈의 화려한 궁정들, 그런 모든 요소가 클림트의 그림에 스며들어서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클림트의 사인만큼이나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래서 클림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순으로 가득 찬 이 도시 빈과 오스트리아 제국을 먼저 이해해야만 한다.


이 책을 읽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나도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까마득한 1997년...유럽 배낭 여행을 갔었는데 그야말로 클림트는 커녕 유럽 역사도 거의 모르고 막무가내로 그저 호기심에 떠난 여행이었다. 오스트리아 빈에 갈 즈음에는 유럽의 수많은 성과 성당에 익숙해지다 못해 질리기 까지 한 상태라 인문교양 지식이라곤 전혀 없는 나에겐 슬슬 피로함이 몰려 들던 때였다. 빈은 모짜르트의 도시 짤스부르크로 가기 전 잠깐 들려보는 도시였고 별 기대 없이 갔었는데, 그 첫인상은 무식한 나에게도 참 기이하게 다가왔다. 그 어떤 도시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 거리에서 클래식 음악이 들리고 공원 한쪽에선 남녀가 왈츠에 맞춰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그야말로 현대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던 것이다. 이 느낌은 유럽 여행을 통틀어 너무나 강렬하여 나중에 한국에 돌아온 후 여행담을 얘길할 때 꼭 나오곤 했다.

오죽하면 구스타프 말러가 이렇게 말했을까 만약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온다면, 나는 빈으로 가겠다. 빈에서는 모든 것이 20년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라고.

시대에 역행해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빈의 보수성, 제국의 쇠퇴까지도 외면하게 했던 예술에 대한 향유와 그 보수성이 20세기 후반에도 남아있었던 것이다.

 

클림트가 평생 살았던 도시 빈, 중세 황금빛 예술의 탄생지인 이탈리아 라벤나, 여름 휴가 때마다 에밀리와 함께 보냈던 아터 호수에 이르기까지 비록 책이지만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 그 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클림트 평생의 연인이자 동반자였던 에밀리 플뢰게와의 관계, 클림트가 의지하고 사랑했던 가족들, 함께 활동했던 동료 화가들과의 일화, 그리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의 죽음을 통해 인간 클림트를 좀 더 깊이있게 입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1918년 클림트의 죽음 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몰락한다. 제국은 몰락했지만 자신의 작품이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길 바랬던 클림트, 그의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그 찬란한 황금빛을 여전히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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