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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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의 다섯번 째 소설집으로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부끄럽게도 권여선이란 작가를 몰랐고 책 제목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친구가 읽고 싶다며 우연히 말한 것을 기억, 얼마 전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이다.

 

첫 작품 <봄밤>의 첫 문장.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처음에는 몰랐는데 7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이 문장이야 말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 아닌가 싶다. 삶의 끔찍함은 나 자신으로부터도 올 수 있지만 뜻하지 않은 우연으로도 올 수 있고 변변치 못한 인간들, 악의로 가득찬 인간들에 의해서도 올 수 있다. 언제 어디서 튀어 나와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 갈 수도 있는 삶이 들이미는 칼날이란 이해할 수 없고 때로는 그 잔인함에 슬프고 기가막히기까지 하다.

 

이런 다양한 삶이 건네는 '지독한 농담'을 7편의 이야기는 담고 있다.

모든 작품에는 항상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 중에는 알콜중독자도 있다. 고통당하는 인간에게 술이란 끔찍한 삶으로부터 일시적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일 것이다.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약이 될 수도 있으며 타인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기쁠 때도 술을 마시지만 슬프고 힘들 때 마시는 술은 주정뱅이의 술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이런 주정뱅이들에게 건네는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애정과 연민을 담은 인사...

 

<봄밤>, <이모>, <실내화 한 켤레> 이 세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다.

<봄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철저히 삶으로부터 배신당한 두 남녀의 슬픈 사랑과 비극을,(첫 작품부터 이렇게 몰아치다니...가슴 속에서 쿵!소리가 들렸다.) <이모>는 역시나 가족으로부터 착취,이용당하고 세상의 끝으로 도망쳐나온 이모(시어머니의 언니)의 이야기를 제 3자인 조카며느리의 시선으로 그린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실내화 한 켤레>는 그 어떤 스릴러 못지 않게 묘한 긴장감을 주는데 마지막에 그 소름이란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전부터 좋아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다시는 입에 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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