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 구병모라는 작가의 <단 하나의 문장>이라는 소설집이 출간되어 자꾸 눈에 띄니 이름을 저절로 기억하게 되었다. 당연 남자라고 생각했고 그것도 한 50~60대의 나이가 있는 분일거라 생각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아주 젊진 않지만 50대는 아닌 여자였던것. 서점에서 <파과>를 발견, 몇 장 읽어보니 작가의 이름 보다 더 파격적인 주인공의 등장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특유의 만연체 문장이 처음엔 어색했으나 킬러이자 여자 거기다 65세 노인이기 까지한 주인공의 심리와 갈등을 쫓아 가다 보면 그 불편했던 문장들도 하나의 스타일로 다가와 스토리에 녹아든다.
40여 년간을 냉혹한 킬러로 살아오면서 주변은 둘러 보지 않은체 앞만 보며 달려온 조각. 그런 그녀에게 약자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늙어가는 자신과 매일 마주치는 조각. 활짝 핀 꽃처럼, 완전히 익어 먹음직스런 과일처럼 그런 빛나는 시기를 한번 쯤은 갖고 싶었던 것 아닐까. 죽기 전에 진정한 ‘삶‘이란 것을 살아보고 싶었던 것 아닐까. 맥박이 뛰니까 살았던 과거의 삶에서 나의 심장이 뛰는 걸 느끼며 사는 삶. ‘현재 멈춤형‘의 삶에서 ‘현재 진행형‘의 삶을 사는 그런 삶. 이런 삶에 대한 의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살아있다면 오는것이고 그 나름대로 분명 빛날것임을 조각을 보며 믿는다.

˝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농익은 과일이나 밤하늘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부서져 사라지기 때문에 유달리 빛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