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렇게 말할는지도 모르죠 ‘저런 가엾어라! 가엾게도, 어쩌다가 이런 비극이 벌어졌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도무지 상상도 안 가. 그녀는 진심에서 우러난 마음은 없어도, 동정은 할 수있을 겁니다. 촬영소 파티 같은 데서도 이따금 사람이 죽곤 하잖습니까. 또는
그녀는 일이 자기 생각대로 재미있게 진전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그 일을가지고 아시겠습니까, 그 사건에서의 자기를 극적으로 표현할는지도 모르지요.
그녀는 그렇게 한 장면 연출하기로 마음먹었을지도 몰라요. 그게 아니면, 어떤아주 색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죠."

"나도 결정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내 임무는 과연 무엇인가 하고요. 내게는 두 가지 임무가 있습니다.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의무가 있지요.
자기 환자가 한 이야기는 비밀을 지켜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면도있을 수 있죠. 환자에게 위험이 따르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럴 땐 그 위험을 막아 주어야 할 의무가 또 생기게 되는 거죠."

"그녀는 이 일이 일어난 이후로, 신경이 쇠약해져 있습니다. 그녀가 나를 찾았죠 나는 진정제를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곁에 앉아서 그녀 손을 잡고는 모는 것이 잘 마무리될 테니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깊은 잠에빠지기 직전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날 노린 것이었어요, 박사님."

"그렇습니다. 한 12~13년 전에 그랬다지요. 버뮤다에서였다는군요. 마리나가앰뷸런스 협회를 돕기 위한 어떤 성대한 가든파티를 열었을 때였나 본데, 베드콕 부인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자기가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도불구하고 일어나서 가까스로 그 행사에 참석했었노라는 말을 밑도 끝도 없이늘어놓고는, 내 아내에게서 사인까지 받았었다고 하더군요."
또다시 얄궂은 미소가 퍼지면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래가는 경우는 드물죠 그런 점에서, 마리나가 특별히 불행하다고 할 만한 건 없습니다만, 그런 문제는 그녀의 성격상으로 볼 때 아주심각한 결과를 나타내게 되지요.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은 되는 일이 없다는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녀는 사람과, 행복과, 애정과, 안정 같은 문제를놓고도 언제나 절망적인 면으로만 보려 듭니다. 그녀는 아기를 갖기를 이만저만 바라는 게 아닙니다. 어떤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너무 과도하게 갈망하다보면 그 반대로 실패하는 수가 있다는군요. 

마리나는 양자 셋을 들였습니다.
한동안 그녀는 행복과 안정을 어느 정도 누렸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잖습니까. 11년 전 그녀가 아기를 가졌을 때, 그녀의 기쁨이 어떠했을지 가히 상상이가시겠죠? 그녀의 기쁨과 즐거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지요. 그녀는 건강 상태도 양호해서, 의사는 만사가 잘될 거라고 말해 주었지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는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사내아이였는데, 뇌에 결함이있는 정신박약아로 태어났지요 그 결과는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마리나는 완전히 좌절하여 몇 년 동안을 요양소에 틀어박혀 심하게 앓았지요. 차도가 느리긴 했습니다만, 그녀는 결국 회복되었습니다. 

"대개 연극이나 영화배우들은 지적인 부분에서 아주 이상할 정도로 잘못된점이 있어요. 때때로 저는, 예술적으로 천재성이 번득이면 번득일수록,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그들의 상식은 형편없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느껴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군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지속적인 흥분상태에 놓이게 되면, 그 반대의 극단으로 치닫고자 하는 욕망이 드세지게 되죠" 엘라 질린스키가 딱딱하게 말했다.

"그녀에게 중용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어요. 흥분이 절정에 달했다가, 의기소침했다가, 언제나 모든 걸 황당하게 과장하고, 변덕을 부리고, 또그녀가 펄펄 뛸까 봐 입도 벙긋 못해본 말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아요."

"아니, 그건 아니고 절대로 그건 아니에요! 주어진 환경이라든가, 돈이 개입된다든가, 가까이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누구라도 그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요. 그게 아니에요. 그건 아주 자연스러워요. 난 이런 얘기가 쓰인방법을 말하는 거예요. 난 좀 시대에 뒤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쓰게끔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아."

"저의 대부헨리 클리더링 경 말씀이, 아주머니께선 전에 이곳에서 클럽을 조직했다고 하시더군요. 그것을 화요일밤 클럽‘이라 하셨다면서요?( 《화요일 클럽의 살인 참조) 클럽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저녁을 내고, 한 사람씩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는 실화이면서 그 이야기의 끝은 항상 수수께끼로남겨졌다고요? 그리고, 그 수수께끼의 해답은 오로지 이야기하는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죠. 그런데 매번, 제 할아버님 말씀이, 아주머니께서 꼭꼭 맞추셨다더군요. 그래서, 제게도 뭔가 이 미스터리에 관한 해답을 찾아 주실 수 있을것 같아 오늘 아침에 이렇게 부랴부랴 찾아온 겁니다."
"오, 지나친 말이야. 그렇게 말하기엔 좀 하찮은 것이지." 마플 양이 책망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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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로리 선생님에게 미술도 배우고 있어요. 이 선생님은 1주일에 두 번나오시는데, 런던의 여러 화랑에 데리고 가기도 해요. 프랑스어는 블랑슈선생님에게 배우고 있어요. 이 선생님은 교실의 질서를 잘 잡지 못하세요. 제니퍼가 그러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대요. 별로 화를 내지는 않지만, 참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너희들에게는 질리겠다." 하고 말씀하세요

스프링거 선생님은 싫어요. 체조와 운동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인데 적갈색 머리에다, 더워지면 몸에서 냄새가 나요. 채드윅(채)이라고하는 선생님도 있어요 이 학교 창립 당시부터 있었던 선생님이에요.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좀 까다롭기는 해도 좋은 선생님이세요. 그리고역사와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는 밴시타트 선생님도 있고요. 이 선생님은기력이 빠진 제2의 벌스트로드라고들 해요.

새로 온 체육교사 스프링거 양은 실패한 것 같아. 학생들도 싫어하고,
학생들에게 너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뭐라고 해도 여기는 보통의 학교와는 다른데 말이야. 사실 체조 성적 같은 것으로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지도 않거든! 그녀는 또 캐묻기를 좋아해서 쓸데없이 개인적인질문을 너무 많이 해. 

"그런다고는 해도 당신의 착상이 항상, 그 가치대로 받아들여지리라생각할 수 없지 않겠어요?"
"그거야 인간은 은혜를 저버릴 때가 있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하지요"

"문제는 사람들이 너무 비겁하다는 거예요 사실에 직면하려 하지 않아요.
자기 코앞에 닥진 일도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요. 전 그렇지는 않아요. 곧바로 요점으로 들어가지요. 전 여러 번 지저분한 스캔들을 폭로한 적이있어요 아주 적나라하게 밝혀냈지요. 전 냄새를 아주 잘 맡아요. 일단 추적을시작하면 놓치지 않지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는요"

"제 의견은 숨김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만이 교사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비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서 털어놓으세요. 그렇고말고요!
여러분으로서는 아마 놀라실 거예요. 제가 밝혀낸 사람들의 비밀을 이것저것얘기하면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꿈에라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당신은 그런 경험을 즐기고 있나 보죠?" 블랑슈 선생이 말했다.

그녀는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면서 다시 또 호걸스레 웃었다.
"이 학교에 비밀을 가지신 분이 없기를 바라요."
그녀가 유쾌하게 말했다.
재미있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스프링거 선생은 그런 것을 눈치챌 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샤이스타를 돌려보내고 그녀는 흥분해 있는 존슨 선생에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저 아이는 이제 완전히 성숙했어요. 보기에 스물을 넘겼다고 해도 중을 정도예요. 사물에 대해 느끼는 것도 그 정도 수준이고, 예를 들어 줄리이업존 같은 또래 정도로 느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예요. 지적으로는 줄리아기샤이 스타보다는 훨씬 앞서 있다고는 해도, 육체적으로 그 아이는 아직 어린아놀이복을 입혀도 좋을 정도이니까."

"모두 똑같은 여자아이들뿐인 학교라면 정말 따분하기 그지없을 테니까."
따분함. 그녀는 성서에 관한 논문을 채점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아까부터 그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따분함이라…….
그녀의 학교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따분함이라는 것이었다. 

"시시한 일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 그녀가 말했다.
"학부형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개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아. 입을 벌리고기다리고 있는 하나하나의 입에 상투적인 문구를 집어넣으니까."


"따분함..."
또다시 그 치명적인 단어에 맞닥뜨리자 깜짝 놀라면서 벌스트로드 교장은중얼거렸다.

전혀 새로운 시도없이는 혁명적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메도뱅크를 지금과 같은 학교로 육성시킨 것은 그런 방식이 아니었어. 난 모험을 무릅썼지. 많은 사람을아연실색케 하기도 했었어. 마구 으스대기도 했고, 남을 감언이설로 속이기도했으며, 다른 학교의 양식에 따르는 것을 거부하기도 했지. 지금도 이 학교가그 방침에 따라주기를 난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가 이 학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기를 누군가 정력적인 개성의 소유자가 ....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나 보지?" 벌스트로드 교장이 물었다.
"가르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지?"
아일린 리치는 갑자기 딱 멈춰 섰다.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골똘히생각하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흥미 있는 질문이네요. 그러나 전 아직 진지하게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것 같지 않아요. 사람은 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할까? 그것은 자신을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해 주길 바라서가 아닐까요? 아니, 아니에요, 그런 해석은 너무 가혹해요. 그것보다 낚시질과 같지 않을까요? 무엇을 낚게 될지, 무엇을 바다에서 건져 올리게 될지 이쪽에서는 알 수 없거든요. 그건 반응의 질 문제라고 생각해요. 반응이 왔을 때에는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어요 자주 있는 일은아니지만, 물론"

"생각은 누구나 다 있다고 봐요. 아마 그 생각도 대부분은 공상적인 것이기때문에 완전히 실패로 끝나버리겠죠 물론 하나의 모험이겠지만요. 하지만 인간은 그런 생각을 시도해 볼 수밖에 없어요. 저도 경험에 의해 배우거든요. 두려운 것은 타인의 경험에 의해서만은 해나갈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실제로 그것만으로는 안 되지. 인생은 자신이 실수를 저질러 보는 수밖에 없으니까."
"인생에서는 그것도 괜찮은 거에요. 인간은 일어서서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어요"

두 소녀는 각각의 이름이 쓰여 있는 작은 테이프를 떼어서 서로 바꾼 라켓에 다시 붙였다.
"그래 좋아, 바꾸자."
"다시는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 줄리아는 경고하듯 말했다.
"내 낡아빠진 스펀지가 맘에 안 든다든가 하면 안 돼."

여전히 아담은 약간 의심이 남아 있었다. 쓸데없는 설명을 한다고 생각했다.마치 실내경기장에 있었던 것을 변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일까? 그녀는 이 학교 안이라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갖고 있으니, 보조정원사에게 변명할 필요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그 때문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또다시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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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아내는 거기 그렇게 서 있었는데 누군가가그녀의 팔꿈치를 건드리는 통에 잔이 쏟아지게 된 거죠 그 바람에 아내는 옷을 적시게 되었고, 그레그 양의 옷에까지 튀었던 것 같아요. 그레그 양은 그렇게 상당할 수가 없었죠.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는,
얼룩도 지지 않을 거라며 자기 손수건을 아내에게 주면서 옷이나 닦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들고 있던 잔을 아내에게 건네주면서 말했습니다. ‘이걸 마시세요. 아직 입도 대지 않은 거니까요."
"그녀가 자기 잔을 건넸다는 말이로군요. 그렇습니까? 그것이 확실합니까?"
아더 베드콕이 생각하느라고 잠시 말을 끊었다.
"그렇습니다. 틀림없어요." 그가 말했다.

"아내는 몸을 약간 돌리고 그것을 마셨습니다. 좀 급하게 마셨다고나 할까요. 그런 뒤 우리는 그림과 커튼을 감상하며 복도를 따라 좀 걸었습니다. 커튼천이 아주 좋아 보였는데,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죠. 그때 나는친구인 마을 의원 앨콕을 만났는데, 그 순간만이 오로지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아내가 좀 이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것이 보이기에 아내한테 가서 말했죠. ‘왜 그래" 아내는 기분이 좀 야릇하다.고 하더군요."
야릇하다니, 무슨 뜻이었을까요?"

 내 경험으로 보아 말인데, 나서기 좋아하는 여자치고 살해된 사람은 드물어.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 자네도 생각해 보면 알겠지만, 그건불상사라고 

"난 그녀를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녀가 사려 깊은 여자는 아니라는 말이지. 친절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려가 깊다고는 볼 수 없다오그녀는 남편을 무척 좋아했을 거고, 남편이 아플 때면 그를 간호하고 또 남편식사에 온갖 신경을 쓰는 참한 가정주부이긴 했겠지만, 글쎄, 난 과연 그녀가한 번이라도 그랬을까 싶어 이를테면, 그녀가 자기 남편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하고 말이에요. 남자들에게는 부인의 그런 점이 오히려 삶을 외롭게 만들거든."

사람을 좀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의 여자라는 걸 알게 됐죠. 매사에 적극적이고 말이 좀 많은 데다, 감정 표현이 좀 지나친 데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느 누가 그걸 이유로 죽이려 했겠어요. 하지만, 어떻든 그녀는 그런종류의 여자였죠 옛날로 따지자면, 만일 그런 사람이 대문에 모습을 비추는걸 보면 얼른 하녀에게로 가서 이렇게 시키곤 했답니다(당시에는 무슨 관례처럼 우리는 그렇게 하곤 했죠), 하녀에게, ‘집에 없다고 그래. 아니면,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없다고 해‘ 라고 시키죠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서도 말이에요"

"요즈음 사람들은 별로 테니슨의 시를 읽지않죠." 밴트리부인이 말했다.
"몇몇 후렴구가 생각이 납니다." 더못 크래독이 말했다.
"그녀는 카멜롯을 항해 시선을 모았다‘ 였지요?
거미줄이 넓게 쳐졌도다.
거울은 반쪽으로 깨졌도다.
"나에게 저주가 내렸어."
하고 레이디 살럿이 울부짓었도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 눈길은 마치 베드콕 부인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는 듯한 시선이었어요. 내 말은, 그녀가 베드콕 부인이 뭐라고 떠드는지에 대해 눈도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그녀는 그러니까, 내가 레이디 샬럿의 눈길이라 말하는 그러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던 거예요. 뭔가 안 좋은것을 봤다는 듯이 말이에요. 뭔가 질린 듯한, 자기가 본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듯, 더 이상 쳐다볼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나는 그저 대관절 뭣 때문에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가가 의아할 따름이었지. 따로 더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나중에 가서야 그와 같은 일들이 기억난 거죠. 하지만, 물론 ." 밴트리 부인이 정직하게 덧붙였다.
"내 상상력의 소산일 수도 있어요. 실은 그녀가 갑자기 골머리가 쑤셨다거나, 안전핀에 찔렸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배가 아팠을지도 모르죠 

벽 중앙에는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잘 알려진 그림의 아주 훌륭한 복사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푸른 옷을 걸친 성모 마리아가 위로 이기 예수를 안아 들었고, 아기와 이머니가 모두 웃고 있었다. 양쪽으로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무리지어 서 있었는데, 그들의 눈길은 아기예수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정말 성스러워 뵈는 성모 마리아 그림 중 하나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 그림 양편에는 폭이 좁은 유리창이 두 개 있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출하기 위해서 결사적으로 일에 매달리죠. 그 때문에 그녀의 신경줄이 하나하나 끊어져 나가게 되니까, 그녀는 실제로 신체적으로 봐서는 강인한편이 못 됩니다. 그녀는 자주 절망과 환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체질입니다.
그녀로서도 어쩔 수가 없어요. 그렇게 타고났으니까. 그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굉장한 고통을 당해 왔습니다. 대부분 그 고통의 원인이 자기 자신 탓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녀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자기 삶에서 모든 것이 꿈만 같던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 더 이상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으며 다시는 불행하지 않을 그 시간, 그 장소, 그 순간에 마침내 자기가 와 있다고 믿는 겁니다. 또 하나 문제점은, 자기가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져 삶이 황폐해지고, 사랑과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진 않았을까 하고 고민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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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이라면 정말 안성맞춤인 인물이다. 알리는 여자와 보석과는 어떻다고했었지? 밥은 혼자 빙긋이 웃었다.
마음씨 좋은 조안? 그녀라면 보석에 머리가 어떻게 될 리는 없다. 신중하게행동하는 그녀는 믿어도 좋다. 그렇다. 조안이라면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잠깐..….. 정말 조안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정직함은 믿어도 좋다.그런데 사고분별력은? 밥은 유감스럽게도 머리를 흔들었다.

조안은 떠들어댈 것이고, 떠들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더욱 좋지 않은것은 이런 식으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비출 것이다. "나는 굉장히 중요한 것을 가지고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아무에게도 한마디도 해서는안 돼요. 뭐랄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조안은 사람들의 그런 말에 항상 화를 내곤 했으나, 비밀을 지킬 수 있었던적은 없는 여자다. 

한번은 의심스러운 듯 획 하더니 얼굴을 들어 열어놓은 창으로 눈을 돌렸다. 잘못 생각했다. 이 방 바깥쪽에는 발코니가 전혀 달려 있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이쪽의 신경과민 탓일까?

바로 그때 자세를 편안히 하는 순간 또 다른 것이 눈에 비쳤다. 손에 쥐고있던 거울의 각도 탓으로 거울에는 옆방의 옷장에 달린 거울이 반사되었고,
그 거울에는 기묘한 짓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그것이 너무나 기묘하고 뜻밖의 행동이었기에 그녀는 까딱도 하지 않고 서서 지켜보았다. 테이블을 향해 앉아 있는 남자 쪽에서는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 쪽에서만 이중의 반사를 통해 그 남자가 보일 뿐이었다.

"밥도 분명 공연한 소란을 피우고 있을 거야. 거리를 다녀 봐도 내게는 폭동이 일어날 조짐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던데 말이야. 이 문은 잠겨 있지않아, 이곳 사람들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는지."
"분명히 밥 외삼촌이 그랬을 거예요." 제니퍼가 말했다.
"만났으면 좋았을 걸…., 어머, 편지기 놓여 있네."
그녀는 봉해져 있는 것을 찢었다.
"적어도 밥은 공연한 소란은 피우지 않아." 그녀는 의기양양한 듯이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네. 그것이 일이니까. 비행기는 산과 충돌했어. 기상상황 탓이었는지도 모르지. 폭파에 의해서라고 믿는 그럴 듯한 이유들도 있다네. 시한폭탄 말일세. 

로닌이라는 청년이 방에 들어왔을 때에도 파이커웨이 대령은 여전히 잠이막 들려는 듯이 보였다. 청년은 키가 크고 피부가 검으며 근육이 억세 보이는남자로 쾌활하고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태도를 지녔다.
파이커웨이 대령은 1~2분 동안 빤히 청년을 쳐다보더니 씩 웃었다.
"어때, 여학교에 잠입할 생각은 없나?" 그가 물었다.

"필요할 걸세 영국에서는 어느 정원이고 손이 모자라니까. 내가 멋진 추천장을 써주지. 그걸 보면 분명 저쪽에서 자네에게 달려들 테니까. 우물쭈물할시간이 없네. 여름학기가 29일부터 시작되니까 말이야."
"전 정원일을 하면서 감시나 하면 되는 겁니까?"

방에 들어온 남자는 로빈슨이라는 이름을 가졌거나, 또는 그런 이름을 가질수 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디미트리우스라든가 아이작스타인, 또는 페레나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특히 그 어느이름이 어울린다고도 할 수 없었지만, 명확하게 유대인이라고도 할 수 없었고,
그리스인이나 포르투갈인, 스페인인, 또는 남미인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사실 같지 않은 것은 그가 로빈슨이라는 이름의 영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젊은 롤린슨이 조종사였지요. 위험한 비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추락은 롤린슨의 과실 탓이 아닙니다. 그 비행기에는 파괴장치가 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크메드라고 하는 주임정비사의 짓이지요. 완벽하게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적어도 롤린슨은 그렇게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왼쪽 방에 있었던 사람은 세라 안젤리카 드 토레도라고 하는 스페인 여자인데, 그러니까 그 지역 카바레에 출연하고 있었던 무용수입니다. 아마 엄밀하게는 스페인인이라고는 할 수 없겠고,
또 어쩌면 그다지 훌륭한 무용수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손님들에게는 인기가있었지요. 반대쪽 방에는 교사 한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엄마는 늘 그런식으로 생각하시더라. 모든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부정직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도 엄마를 그렇게 생각해요." 제니퍼가 말했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니까 그렇지." 서트클리프 부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영국인은 틀려요." 제니퍼는 애국심을 발휘했다.
"그러니까 더욱 나쁘다는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제가 갖다드리죠." 오코너가 말했다.
그는 연결된 문을 통해 가다가 우뚝 멈춰 섰다.
여행가방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약간 놀란듯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며 그를 쳐다보았다.
"난 전기수리공입니다." 그 젊은 남자가 서둘러 말했다.

줄리아 업존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엄마.
전 이제 여기에 익숙해져 이 학교가 아주 좋아졌어요. 저와 역시 이번학기에 입학한 제니퍼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고있어요. 둘 다 테니스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그 아이는 아주 잘 쳐요. 강한 서브가 들어가도 척척 받아내요. 라켓을 페르시아만까지 가지고 갔었기 때문에 휘었을 거라고 해요. 그쪽은 몹시 덥다나 봐요. 

벌스트로드 교장 선생님은 착하기는 하지만 아주 무서운 분이세요. 즉,
무서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그렇지만 신입생이면 관대하게 대해 주세요. 뒤에서 우리 모두는 그녀를 벌(bull; 황소), 아니면 벌리(bully; 으스대는 사람)라고 불러요. 

☆우리들은 리치 선생님에게 영문학을 배우고 있는데,
이 선생님도 무척 무서워요. 흥분하면 머리가 축 늘어진답니다. 이상하게생기셨지만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얼굴이어서, 이 선생님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주시면 그 작품들이 아주 생소하고도 실감나게 느껴진답니다. 요전에도 이아고 (오셀로》에 나오는 간악하고 음흉한 인물)란 인물과 이아고가 느낀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어요. 질투란 것에 대해서도요. 그것이 어떤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좀먹어 들어가서 결국에는 광기로 변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어떻게 해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지를 말이에요.
우리들은 모두 오싹해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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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학교에는 대량생산적인 면은 전혀 없었고, 개성을 살리는 교육이라고는 해도 그율은 엄격했다. ‘통제를 수반하지 않는 규율, 이것이 벌스트로드 교장의 신조였다. 규율은 젊은이들 마음에 의지가 되고 안정감을 주기는 하나, 통제는 저항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 헨리에타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군요."
그녀는 호감어린 눈초리로 헨리에타를 쳐다보았다.
이 아이는 조금도 흠잡을 데 없는 총명한 이이야 좀더 나은 엄마를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샤이스타는 예의 바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 역시 유행의상을 입고 향수를 뿌리고 있었다. 나이는 열다섯 살이었으나 대개의 동양이나 지중해 주변의 여자아이들과 같이 나이보다도 어른스러워 보였다. 이제 다 성숙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공부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낄낄거리며 웃지도 않고 능숙한 영어로 또박또박 대답해서 벌스트로드 교장은 안심했다.

업존 부인은 호감이 가는 30대 후반쯤 되는 여성으로, 꺼칠꺼칠한 머리카락에 주근깨가 있고,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쓰고서 들어왔는데, 아무리보아도 평소엔 모자를 쓰지 않는 타입 같았다. 분명히 날이 날이니 만큼 오늘의 분위기에 맞춰 쓴 것이 틀림없었다.
줄리아는 주근깨가 있는 평범한 얼굴의 여자아이로, 총명해 보이는 이마에성격도 쾌활해 보였다.

여전히 창을 통해 밖을 보고 있던 업존 부인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상도 해라!

그런 용기를 가졌을 리도 없고요. 대개는 따분한 일투성이랍니다. 책상놀음이그녀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안함을 느끼면서 아까부터 즐겁게 계속 떠벌이고 있는 업존 부인 쪽으로 돌아섰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물론 진짜 활극을 연기한 것은 아니지요. 낙하산을 타고내려온다든지, 사보타지를 벌인다든지, 아니면 밀사(密) 같은 거지요. 제가라서 말이죠."

☆벌스트로드 교장은 잠시 언짢은 얼굴이 되어 우뚝 섰다. 왜 그런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으나,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본능이라고나 할까? 중요할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그녀에게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그런 기분을 떨쳐버렸다. 

그 메도뱅크 학교가 지금부터 채 몇 주일 되기도 전에 큰 소동에 휩싸이게될 징조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중에 이 학교는 무질서와 혼란의 살인사건에휘말리게 되었고, 물론 이미 이때부터 벌써 모종(種)의 사건은 벌어지기 시작했었지만.....

라맛 국의 궁전에서 두 청년이 담배를 피워가면서 눈앞에 닥친 문제를 여논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검은 피부에 매끈한 계란형의 얼굴로, 크고 우울하보이는 눈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는 작은 나라이긴 하나 중동에서는 가장 부유한 나라 중의 하나인 라맛 국의 세습족장 알리 유수프 황태자였다. 또 현사람은 꺼칠꺼칠한 머리에 얼굴에는 주근깨가 있는 청년으로 알리 유수프 현태자의 개인용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고액의 급료를 받고 있는것 이외에는 무일푼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런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완전 대등관계였다

"내 할아버지는 냉혹한 사람이었고, 정말 폭군이었지. 몇백 명의 노예를 부렸고, 그들을 무자비하게 다루었지. 부족 간의 싸움에서는 일말의 용서도 없이격을 죽였고, 간혹한 방법으로 사형에 처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모두 아연실색했었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아직까지도 전설상의 인물이 되이 있네! 병원과 학교를 짓고 복지시설과 주택을 국민이 원하고 있는 모든것을 주었어. 그런데 국민은 그런 것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인가? 할아버기가 하던 것거럼 공포정치 쪽을 원하고 있다는 건가?"

"요즈음 어느 나라의 국민이건 원치 않는 듯이 보이는 것은 보통의 상식을풍부하게 지닌 인간입니다. 전 별로 좋지 않은 머리를 가진 인간입니다만(그것은 전하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그건 저도 현대 세계에 정말 필요한 인물일까그저 약간의 상식만을 지닌 것은 아닐까 가끔 생각하게 될 때가 있지요."

소에는 면면히 계속된 역대 선조들을 살아남게 한 이 종족 특유의 교활함과가져가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한 가지만 제외하면."
그는 히죽 웃다가 그 미소와 함께 갑자기 표정도 바뀌어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더 이상 서구화되어 현대적이고 양심적인 청년은 아니었다. 그 미권모술수가 배어 있었다.

보석이라면 사람이 달라지게 마련이지. 이런 것에는 항상 폭력의 역사가들어 있다네. 죽음, 유혈, 살인, 특히 여자들은 더하지. 여자들에게 있어 보석은 그 가지만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말일세, 아름다운 보석은 여자들을 미치게 하지, 모든 기 자기 것으로 하고 싶어 한다네. 목에 가슴에 그것들을 두르지 난 여자에게는 이것을 맡기고 싶지 않아. 하지만 자네에게는 맡기겠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두 알라신의 뜻에 맡기는 거지."
"전하, 말도 안 됩니다!"
"아니야, 그저 난 운명론자일 뿐일세."

어느 누구의 정직함도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알리 유수프는 애정 어린 눈길로 친구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난 그 점에 있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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