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이라면 정말 안성맞춤인 인물이다. 알리는 여자와 보석과는 어떻다고했었지? 밥은 혼자 빙긋이 웃었다. 마음씨 좋은 조안? 그녀라면 보석에 머리가 어떻게 될 리는 없다. 신중하게행동하는 그녀는 믿어도 좋다. 그렇다. 조안이라면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잠깐..….. 정말 조안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정직함은 믿어도 좋다.그런데 사고분별력은? 밥은 유감스럽게도 머리를 흔들었다.
조안은 떠들어댈 것이고, 떠들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더욱 좋지 않은것은 이런 식으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비출 것이다. "나는 굉장히 중요한 것을 가지고 우리나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아무에게도 한마디도 해서는안 돼요. 뭐랄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조안은 사람들의 그런 말에 항상 화를 내곤 했으나, 비밀을 지킬 수 있었던적은 없는 여자다.
한번은 의심스러운 듯 획 하더니 얼굴을 들어 열어놓은 창으로 눈을 돌렸다. 잘못 생각했다. 이 방 바깥쪽에는 발코니가 전혀 달려 있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이쪽의 신경과민 탓일까?
바로 그때 자세를 편안히 하는 순간 또 다른 것이 눈에 비쳤다. 손에 쥐고있던 거울의 각도 탓으로 거울에는 옆방의 옷장에 달린 거울이 반사되었고, 그 거울에는 기묘한 짓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비쳤다. 그것이 너무나 기묘하고 뜻밖의 행동이었기에 그녀는 까딱도 하지 않고 서서 지켜보았다. 테이블을 향해 앉아 있는 남자 쪽에서는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녀 쪽에서만 이중의 반사를 통해 그 남자가 보일 뿐이었다.
"밥도 분명 공연한 소란을 피우고 있을 거야. 거리를 다녀 봐도 내게는 폭동이 일어날 조짐 같은 건 조금도 보이지 않던데 말이야. 이 문은 잠겨 있지않아, 이곳 사람들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는지." "분명히 밥 외삼촌이 그랬을 거예요." 제니퍼가 말했다. "만났으면 좋았을 걸…., 어머, 편지기 놓여 있네." 그녀는 봉해져 있는 것을 찢었다. "적어도 밥은 공연한 소란은 피우지 않아." 그녀는 의기양양한 듯이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네. 그것이 일이니까. 비행기는 산과 충돌했어. 기상상황 탓이었는지도 모르지. 폭파에 의해서라고 믿는 그럴 듯한 이유들도 있다네. 시한폭탄 말일세.
로닌이라는 청년이 방에 들어왔을 때에도 파이커웨이 대령은 여전히 잠이막 들려는 듯이 보였다. 청년은 키가 크고 피부가 검으며 근육이 억세 보이는남자로 쾌활하고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태도를 지녔다. 파이커웨이 대령은 1~2분 동안 빤히 청년을 쳐다보더니 씩 웃었다. "어때, 여학교에 잠입할 생각은 없나?" 그가 물었다.
"필요할 걸세 영국에서는 어느 정원이고 손이 모자라니까. 내가 멋진 추천장을 써주지. 그걸 보면 분명 저쪽에서 자네에게 달려들 테니까. 우물쭈물할시간이 없네. 여름학기가 29일부터 시작되니까 말이야." "전 정원일을 하면서 감시나 하면 되는 겁니까?"
방에 들어온 남자는 로빈슨이라는 이름을 가졌거나, 또는 그런 이름을 가질수 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디미트리우스라든가 아이작스타인, 또는 페레나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특히 그 어느이름이 어울린다고도 할 수 없었지만, 명확하게 유대인이라고도 할 수 없었고, 그리스인이나 포르투갈인, 스페인인, 또는 남미인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가장 사실 같지 않은 것은 그가 로빈슨이라는 이름의 영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젊은 롤린슨이 조종사였지요. 위험한 비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추락은 롤린슨의 과실 탓이 아닙니다. 그 비행기에는 파괴장치가 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크메드라고 하는 주임정비사의 짓이지요. 완벽하게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적어도 롤린슨은 그렇게 생각했겠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왼쪽 방에 있었던 사람은 세라 안젤리카 드 토레도라고 하는 스페인 여자인데, 그러니까 그 지역 카바레에 출연하고 있었던 무용수입니다. 아마 엄밀하게는 스페인인이라고는 할 수 없겠고, 또 어쩌면 그다지 훌륭한 무용수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손님들에게는 인기가있었지요. 반대쪽 방에는 교사 한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엄마는 늘 그런식으로 생각하시더라. 모든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부정직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도 엄마를 그렇게 생각해요." 제니퍼가 말했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니까 그렇지." 서트클리프 부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영국인은 틀려요." 제니퍼는 애국심을 발휘했다. "그러니까 더욱 나쁘다는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제가 갖다드리죠." 오코너가 말했다. 그는 연결된 문을 통해 가다가 우뚝 멈춰 섰다. 여행가방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있던 작업복 차림의 젊은 남자가 약간 놀란듯한 모습으로 몸을 일으키며 그를 쳐다보았다. "난 전기수리공입니다." 그 젊은 남자가 서둘러 말했다.
줄리아 업존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엄마. 전 이제 여기에 익숙해져 이 학교가 아주 좋아졌어요. 저와 역시 이번학기에 입학한 제니퍼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고있어요. 둘 다 테니스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그 아이는 아주 잘 쳐요. 강한 서브가 들어가도 척척 받아내요. 라켓을 페르시아만까지 가지고 갔었기 때문에 휘었을 거라고 해요. 그쪽은 몹시 덥다나 봐요.
벌스트로드 교장 선생님은 착하기는 하지만 아주 무서운 분이세요. 즉, 무서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그렇지만 신입생이면 관대하게 대해 주세요. 뒤에서 우리 모두는 그녀를 벌(bull; 황소), 아니면 벌리(bully; 으스대는 사람)라고 불러요.
☆우리들은 리치 선생님에게 영문학을 배우고 있는데, 이 선생님도 무척 무서워요. 흥분하면 머리가 축 늘어진답니다. 이상하게생기셨지만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얼굴이어서, 이 선생님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주시면 그 작품들이 아주 생소하고도 실감나게 느껴진답니다. 요전에도 이아고 (오셀로》에 나오는 간악하고 음흉한 인물)란 인물과 이아고가 느낀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어요. 질투란 것에 대해서도요. 그것이 어떤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좀먹어 들어가서 결국에는 광기로 변해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어떻게 해치게 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지를 말이에요. 우리들은 모두 오싹해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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