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아내는 거기 그렇게 서 있었는데 누군가가그녀의 팔꿈치를 건드리는 통에 잔이 쏟아지게 된 거죠 그 바람에 아내는 옷을 적시게 되었고, 그레그 양의 옷에까지 튀었던 것 같아요. 그레그 양은 그렇게 상당할 수가 없었죠.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는,
얼룩도 지지 않을 거라며 자기 손수건을 아내에게 주면서 옷이나 닦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들고 있던 잔을 아내에게 건네주면서 말했습니다. ‘이걸 마시세요. 아직 입도 대지 않은 거니까요."
"그녀가 자기 잔을 건넸다는 말이로군요. 그렇습니까? 그것이 확실합니까?"
아더 베드콕이 생각하느라고 잠시 말을 끊었다.
"그렇습니다. 틀림없어요." 그가 말했다.

"아내는 몸을 약간 돌리고 그것을 마셨습니다. 좀 급하게 마셨다고나 할까요. 그런 뒤 우리는 그림과 커튼을 감상하며 복도를 따라 좀 걸었습니다. 커튼천이 아주 좋아 보였는데,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죠. 그때 나는친구인 마을 의원 앨콕을 만났는데, 그 순간만이 오로지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아내가 좀 이상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것이 보이기에 아내한테 가서 말했죠. ‘왜 그래" 아내는 기분이 좀 야릇하다.고 하더군요."
야릇하다니, 무슨 뜻이었을까요?"

 내 경험으로 보아 말인데, 나서기 좋아하는 여자치고 살해된 사람은 드물어.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 자네도 생각해 보면 알겠지만, 그건불상사라고 

"난 그녀를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녀가 사려 깊은 여자는 아니라는 말이지. 친절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려가 깊다고는 볼 수 없다오그녀는 남편을 무척 좋아했을 거고, 남편이 아플 때면 그를 간호하고 또 남편식사에 온갖 신경을 쓰는 참한 가정주부이긴 했겠지만, 글쎄, 난 과연 그녀가한 번이라도 그랬을까 싶어 이를테면, 그녀가 자기 남편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하고 말이에요. 남자들에게는 부인의 그런 점이 오히려 삶을 외롭게 만들거든."

사람을 좀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의 여자라는 걸 알게 됐죠. 매사에 적극적이고 말이 좀 많은 데다, 감정 표현이 좀 지나친 데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느 누가 그걸 이유로 죽이려 했겠어요. 하지만, 어떻든 그녀는 그런종류의 여자였죠 옛날로 따지자면, 만일 그런 사람이 대문에 모습을 비추는걸 보면 얼른 하녀에게로 가서 이렇게 시키곤 했답니다(당시에는 무슨 관례처럼 우리는 그렇게 하곤 했죠), 하녀에게, ‘집에 없다고 그래. 아니면,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없다고 해‘ 라고 시키죠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서도 말이에요"

"요즈음 사람들은 별로 테니슨의 시를 읽지않죠." 밴트리부인이 말했다.
"몇몇 후렴구가 생각이 납니다." 더못 크래독이 말했다.
"그녀는 카멜롯을 항해 시선을 모았다‘ 였지요?
거미줄이 넓게 쳐졌도다.
거울은 반쪽으로 깨졌도다.
"나에게 저주가 내렸어."
하고 레이디 살럿이 울부짓었도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 눈길은 마치 베드콕 부인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는 듯한 시선이었어요. 내 말은, 그녀가 베드콕 부인이 뭐라고 떠드는지에 대해 눈도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그녀는 그러니까, 내가 레이디 샬럿의 눈길이라 말하는 그러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던 거예요. 뭔가 안 좋은것을 봤다는 듯이 말이에요. 뭔가 질린 듯한, 자기가 본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듯, 더 이상 쳐다볼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나는 그저 대관절 뭣 때문에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가가 의아할 따름이었지. 따로 더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나중에 가서야 그와 같은 일들이 기억난 거죠. 하지만, 물론 ." 밴트리 부인이 정직하게 덧붙였다.
"내 상상력의 소산일 수도 있어요. 실은 그녀가 갑자기 골머리가 쑤셨다거나, 안전핀에 찔렸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배가 아팠을지도 모르죠 

벽 중앙에는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잘 알려진 그림의 아주 훌륭한 복사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푸른 옷을 걸친 성모 마리아가 위로 이기 예수를 안아 들었고, 아기와 이머니가 모두 웃고 있었다. 양쪽으로는 사람들이 조그맣게 무리지어 서 있었는데, 그들의 눈길은 아기예수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정말 성스러워 뵈는 성모 마리아 그림 중 하나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 그림 양편에는 폭이 좁은 유리창이 두 개 있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출하기 위해서 결사적으로 일에 매달리죠. 그 때문에 그녀의 신경줄이 하나하나 끊어져 나가게 되니까, 그녀는 실제로 신체적으로 봐서는 강인한편이 못 됩니다. 그녀는 자주 절망과 환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체질입니다.
그녀로서도 어쩔 수가 없어요. 그렇게 타고났으니까. 그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굉장한 고통을 당해 왔습니다. 대부분 그 고통의 원인이 자기 자신 탓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그녀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자기 삶에서 모든 것이 꿈만 같던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나, 더 이상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으며 다시는 불행하지 않을 그 시간, 그 장소, 그 순간에 마침내 자기가 와 있다고 믿는 겁니다. 또 하나 문제점은, 자기가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져 삶이 황폐해지고, 사랑과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진 않았을까 하고 고민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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