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뛰어올라 자기의 작은 침실로 가서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고는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 그 밑에 라켓을 평평하게 찔러 넣었다. 그러고 나서재빨리 머리를 매만지고는 시치미를 떼고 계단을 내려와서 식당으로 갔다.

"이건 아무래도 의자에 가만히 머물러 있어서만은 안 될 경우 같아. 질서와방법이 없이는 안 되는 것인데, 학생이 얘기해 준 것에는 질서도 없고 방법도없어. 그것은 끌어당겨야 할 실이 여러 가닥이나 있기 때문이지. 게다가 그 실이 전부 한곳에 뭉쳐 있어. 메도뱅크 학교에 말이야.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서로 다른 사람들, 서로 다른 이해를 대표하고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 전부가 메도뱅크 학교에 모여 있어. 따라서 나도 메도뱅크 학교로 가야겠어. 그리고 이건 학생 일인데 어머니는 어디에 계시지?"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지요. 사람은 자신이 감추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합니다. 그 대신에 다른 것에 대해서는 그냥 마구 떠들어대지요, 

잡담에는 다른 용도도 있습니다. 죄 없는 사람이라도 알고는 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의 중대함을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아"

이 학교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나도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세상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사람에 따라 각각 느끼는 바가 다르니까 예측하기어려운 거지. 하지만 결국엔 가장 강하게 느낀 사람이 다른 사람 모두를 자신이 느낀 바대로 동조시킬 거라고 생각해 따라서 메도뱅크 학교가 이것으로끝을 낼 건가."

"당신은 투사로군. 난 투사를 좋아해. 나도 순순히 굴복하지는 않을 거고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지금부터 시작될 싸움을 즐기려 한다고도 말할 수 있지. 모든 것이 너무 쉽고 만사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면 사람은 글쎄, 금방무료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 둘을 합친 것 같은 느낌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지. 난 지금은 무료해 하지도 만족해하지도 않으면서, 가지고 있는 만큼의 힘을 다하고 가지고 있는 만큼의 돈을 투자해서 싸우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리치 선생에게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메도뱅크 학교가 존속하게될 경우, 나의 공동경영자로서 참여해 주면 어떨까 해서."

마치 텅 빈 극장에서 되도록 손님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표 파는 곳에서 교묘하게 사이를 두고 손님을 앉힌 것 같아요." 하고 그녀는 차분하게 덧붙여 말했다.

그녀는 2층 자기 방으로 가서 모지를 썼다. 그녀는 보자를 쓰지 않고 나다니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불만스럽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의 눈을 끌 만한 인물은 아니야 하지만 그것이 유리할 경우도 있지!

그녀는 핸드백을 들고 방을 나와 복도를 따라 걸었다.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여자가 눈에 띄었다. 새로운 날품팔이 식모였다. 물론 경찰 스파이가 틀림없겠지. 저들은 얼마나 단순한가 - 이쪽이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그래, 앞으로는 이것이 만만찮은 수입원이 될 것이다. 그녀는 양심의 가책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일이나 목격한 일을 경찰에알릴 의무가 있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그 스프링거는 몹시 싫은 여자였고 예의도 모르고, 본데없는 여자였다. 상관도 없는 일까지 꼬치꼬치 캐내려 했으니까. 그거야말로 자업자득이란 걸 거다.

"어느 분에게인가 샤이스타의 무릎을 주의 깊게 본적이 없느냐고 물은 적이있었습니다. 무릎이란 데는 실로 나이를 잘 나타내 주는 곳이지요. 스물서너살 정도의 여자 무릎은 결코 열네댓 살 여자아이 무릎과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어느 분도 그 아이의 무릎을 주의 깊게 본 분이 없었습니다.

"업존 부인 맨 처음 이 학교에 따님을 데리고 오셔서 벌스트로드 교장선생님과 거실에 들어갔을 때 말입니다. 창으로 정면 현관 앞길이 보이는 창으로박을 보시다가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은 놀라움으로 소리를 지르셨지요?"

"물론이지요. 들어왔을 때에 바로 그 사람을 알이뤘어요. 저 사람이에요." 그녀는 둘째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켈시 경감도 아담도 재빨랐으나 두 사람다 그렇게 민첩하지는 않았다.

☆‘맥베스는 살인이라는 개념을 좋아했고, 그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은 했으나실행시키는 데에는 강압적인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일단 실행에 들어가면 그는 사람 죽이는 걸 즐겼고,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이나 불안은 느끼지 않았다.
맥베스 부인은 그저 탐욕스런 야심가에 불과했다. 자신이 원하고 있는 것을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을 저지르고 나면 결국 자신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당신은 젊어, 리치 선생, 당신은 이상에 가득 차 있어 가르친다는 것, 그윤리적인 면에서 의의를 찾고 있는 거지. 당신이 그리고 있는 이상은 정말 옳아. 분명 문제는 학생의 질이겠지만, 당신도 알고 있듯이 어떤 일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솜씨 좋은 장사꾼이 돼야만 해.

이상도 마찬가지야. 시장에 내놓아야만 하니까. 어쨌든 메도뱅크 학교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도 앞으로는 꽤 약삭빠르게 굴어야겠어 난 몇몇 사람들과 졸업생들에게 손을 써서 부탁하기도 하고 들볶기도 해서 딸들을 이 학교에 보내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것이 잘되면 다른 학생들도 와줄 거야. 우선 내 방법을 지켜봐. 그다음엔 당신 방법으로 하고, 메도뱅크 학교는 계속될 것이고, 훌륭한 학교가 될 거야."

☆이 소설에서는 크리스티 여사가 즐겨 사용한 로만 미스터리 기법은 볼 수없으나, 그 대신 작품 전체에 은은한 선율이 흐르듯 묘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다. 그것은 살인사건이라는 살벌한 주제를 표현하면서도 각 인물의 개성들을부각시켜 마치 일일 연속극을 보듯이 가벼운 터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 어제 칵테일파티에서 잠깐 그 얘기를 했더니 학생 큰어머니가 아니, 대모라든가 난 지독하게 기억력이 나빠요. 이름도 물어보았었는데그것도 잊어버렸지 뭐야. 어쨌든 그분에게서 가능하면 이곳에 들러 학생에게새 라켓을 전해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어요. 학생이 전부터 조르던 거라고 하더군."
제니퍼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마치 진짜 기적 같았다.

"낡은 것은 어쨌니?"
"응, 그 여자가 가지고 갔어."
"누가?"
"이걸 가져다 준 여자. 그 여자가 칵테일파티에서 자이나 큰어머니를 만났을 때, 오늘 여기에 올 거라고 얘기했더니 이것을 내개 전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자이나 큰어머니가 낡은 것도 줄을 바꿔 끼우신다고 가지고 오라고 했다면서.

"그것은 알아. 하지만 그것은 실은 내 라켓이었잖아. 얘, 우린 바꿨잖니. 줄을 바꿔 끼울 필요가 있는 것은 내 라켓이었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네 라켓은 이미 줄을 간 거야, 외국에 가시기 전에 어머니가 갈아주었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다.
"그래. 그랬었지제니퍼는 약간 놀란 모습이었다.

"난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머니를 만나게 하지 않아요." 앤이 말했다.
"그것이 자기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봉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으로부터 호기심이나 연민의 눈길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말이에요."

☆"당신은 어떤 일에 몰두한 적이 거의 없었잖아, 안?"
"그래요. 없었던 것 같아요." 앤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대답했다.
"선천적인 방관자인 것 같아요. 뭐라고 할까, 라디오의 해설자같아."
"너무 초연해 있군." 데니스가 우울하게 말했다.
"어떤 일이나 어떤 사람에게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말이야."

"아니, 난 위험한 범죄자를 추적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그저 다시 말해 약간의 이론적인 추리를 해보려고 하는 거예요. 왜,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하는것들을요. 단지 하나 좀 흥미 있는 정보를 얻었어요."

계단을 내려왔을 때에 벽의 후미진 구석에 구식의 샌드백이 양동이와 함께쌓여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띄었다. 어쩌면 전쟁 중에 시작된 습관일는지는 몰라도, 그는 밴시타트 선생을 쳐서 넘어뜨린 범인은 반드시 곤봉을 가진 전문가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에 휩싸였다. 이 건물에 있는사람이라면 두 번이나 종소리를 내는 위힘을 무릅쓰고 싶진 않았을 테고, 어끼면 지난번에 흉기로 사용한 증거품인 권총은 이미 처분해 버린 뒤였을 테니까, 이 언뜻 보기엔 아무런 위험성이 없게 보여도 치명적인 흉기가 되는 저것을 이용을기도 모른다. 게다가 그 뒤에 원래의 장소에 잘 정돈되게 갖다놓는 마기도 가능했을 것이다!

"아뇨, 살인범. 그런 거 아니에요? 범죄현장에 돌아와 보는 거 말이에요. 그렇게 해야만 하니까. 일종의 강박관념이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사가 진행되다 보면 언제나 의심나는 문제들이 속속 생겨나게 마련이지요." 더못이 말했다.
"진전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요,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건이 차츰차츰 윤곽이 잡혀간다 그래요, 사진의 현상처럼, 그렇지 않습니까?"
"진짜로 사진술과 아주 흡사합니다. 비유를 아주 잘했어요."

"더욱 기발하게 표현한 것도 있습니다." 더못이 말했다.
"고인이 된 시인 테니슨이 쓴 시를 빌어서요. ‘거울은 반쪽으로 깨어졌도다.
"나에게 저주가 내렸어." 하고 레이디 샬럿이 울부짖었도다."

그녀는 자기 앞에 있는 여자에게 손을 잡힌 채 서 있었고 그 여자는 카메라를향해 등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나 그레그는 그 여자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눈길은 카메라 쪽을 응시하지도 않고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더못 크래독의 흥미를 끄는 것은 그 얼굴이 어떤 표정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려움도 없었고 고통도 없었다. 사진 속의 마리나 그레그는 뭔가‘를, 자기 눈에 보인 뭔가를 그냥 응시하고 있었는데, 마음속에서 솟구치는감정이 너무도 엄청나서 신체적인 어떠한 얼굴 표정 따위로는 나타내기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더못 크래독은 이런 표정을 한 남자의 얼굴을 딱 한 번 본적이 있는데, 바로 다음 순간 그는 총에 맞아 죽었었다...…..

☆"우연히 누군가의 영혼을 들여다본 거나 마찬가지인 경우인데, 돈으로 계산하기가 약간은 난감하다고 느껴지지 않겠어요?"

"그녀가 그 특이한 한 편의 연극에 싫증이 났을 때까지요. 아뇨, 정확히 말하면 그게 아네요..... 자기가 아이를 갖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나서 부터였어요"

옷과 자동차, 훌륭한 저택과, 우리를 돌봐 주는 사람들과, 좋은 학교와 교을 맛있는 음식들이 있었죠. 모든 것이 풍성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바로 우리들의 ‘엄마‘ 였어요. 인용 부호가 붙은 ‘엄마‘는 자기 역할을 하면서, 자장가를불러 주고 우리랑 사진도 찍었어요! 아, 얼마나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었어요"

"당신은 그녀를 깊이 원망하고 있군요."
"당연한 감정 아니겠어요? 그녀는 제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로 나쁜 짓을 저질렀는데요. 사랑을 흠뻑 받으며, 제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인 것처럼 믿게 해놓고는, 그것이 몽땅 거짓이었음을 보여 줬잖아요."

"저를 위로한답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전 하나도 개의치 않아요.
아니, 말도 안 돼 솔직히 말하겠어요. 실은 몹시 마음이 쓰여요. 그랬어요. 마리나라는 여자! 그녀는 마술을 부리고 있어요. 사람들을 붙들어 매는 멋지고도불길한 마술을 말이에요. 그녀를 미워하는 마음은 크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남아 있잖아요."

"아뇨. 그녀가 칵테일을 떨어뜨렸을 때 말이에요. 옷을 몽땅 버렸어요. 아주예쁜 드레스였는데, 짙은 보랏빛의 나일론 호박단으로 만든 거였어요. 그 행사때 입으려고 새로 장만한 것 같았는데. 그런데, 좀 우스워요."
"뭐가 우습다는 거야."
"그때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자꾸 생각해 보니까어쩐지 우습다는 느낌이 들어요."

체리는 안달이 나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우습다는 형용사를 글자그대로 받아들였다. 유머스럽다는 뜻은 아닐 테니까.
"제발, 뭐가 우습다는 거야?" 그녀가 재촉했다.
"틀림없이 고의로 그랬던 것 같아요."

1초 뒤에 경고가 느껴졌으나 때는 너무 늦었다…… 친숙하지 않은 씁쓸한아몬드 향이 느껴졌다...… 그러고는 얼마 안 있어 흡입기를 누르던 손가락의균형 감각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 살인자에게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오 여태까지 죽 그래왔잖소"

"내가? 어떻게 보였는데?"
"잘 설명할 수가 없어요. 뭐랄까 말할 수 없이 슬픈 광경을 본 광대의 웃음이라고나 할까, 그것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보지 못한……."
- P230

☆어떤 사건, 몹시 슬펐던 일, 아니면 그 사건의 진정한 중요성과는 아주 어울리지 않는 격정 같은 것이 기억나지 않아요? 그 이후에 경험한 어떠한 슬픔이나 불타오르는 적개심이라도 결코 그때의 감정에는 도저히 미칠 수 없는 것말이에요. 훌륭한 작가 리처드 휴즈가 쓴 책 중 뛰어난 작품이 있지. 제목은잊어버렸는데, 허리케인을 체험한 어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우, 그래, 맞아 자메이카에서 있었던 허리케인이었어. 아이들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인상은 자기 고양이가 미친 듯이 집을 뛰쳐나가는 광경이었어요. 그들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것 한 가지 뿐이었지. 그들이 경험한 그 모든 공포와 흥분과 두려움이 그 한 가지 사건으로 집약되어 버린 거예요."

"접시에 잠이 든 푸딩이 담겨 있고,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제 모습이에요. 얼마나 뚫어지게 보았는지, 한쪽에서 잼이 흘러나오는 모습까지 지금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라요. 전 울지도 않았고, 아무 말도 안 했지요.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뻣뻣해져서 푸딩만 쳐다보며 그냥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가게나 레스토랑이나 다른 사람 집에서 잼이 든 푸딩 조각을 봤다 하면, 그때의 공포와 비참함과 절망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제게 엄습해 옵니다. 가끔은 왜 그런지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순간도 있어요. 아주 정신나간 사람처럼 여겨지실 테지요?"

그녀 얼굴에 나타난 이 표정에 대해서 내가 묘사한 적이 있었지. 얼어붙은표정이야. 그래, 아주 적절한 표현이야. 운명의 파멸을 예고하는 눈길이야. 운명에 대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일종의 마비 증세라고나 할까. 그렇게생각지 않아요? 그것이 진짜로 두려움일까? 물론 두려움에 부딪진다면 다들그런 반응을 보일거야. 그렇게 되면 마비증세가 올 수도 있지. 그렇지만, 난그게 두려움이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난 오히려 ‘충격‘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베드콕 부인이 무슨 병에 걸렸다고 말했는지 기억나세요?"
"글쎄요. 어디보자 그래. 홍역이었어요진짜 홍역은 아니고, 풍진이었대요병세가 훨씬 가벼운 것이지요. 어떤 사람은 그 병에 걸려도 아픈 걸 전혀못 느끼기도 한답니다. 지금 기억나는 건데, 제 사촌 캐롤라인이………."

"밴트리 부인이, 저 그림을 쳐다보는 당신 부인의 얼굴이 ‘얼어붙은 듯하다고 말했지요." 그녀는 성모 마리아의 붉고 푸른색의 풍성한 옷을 쳐다보았고,
성모 마리아가 머리를 약간 뒤로 젖히고 두 팔을 들어 안은 아기 예수를 향해미소 짓는 모습을 뚫어지게 보았다.
"지아코모 벨리니의 ‘미소 짓는 마돈나‘로군요." 그녀가 말했다.
"종교화이긴 해도 동시에 아기를 안은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안 그래요. 러드 씨?"

아주 즐겨 낭송하던 테니슨 경의 시 ‘레이디 오브 샬럿‘을 인용했어요."
그녀는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

"거울은 반쪽으로 깨어졌도다.
‘나에게 저주가 내렸어."
하고 레이디 살럿이 울부짖었도다.

"그녀는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이었어요." 마플 양이 말했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부여받았지요. 그녀는 무한한 사랑과 증오의 힘을동시에 지니고 있었지만, 안정감은 없었어요. 선천적으로 안정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죠. 그녀는 과거를 스쳐 지나가게 할 수 없었고, 미래도 오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로지 어떨 것이라고 자기가 상상하는 것에만 집착했죠. 그녀는 위대한 여배우이고 아름다웠지만, 아주 불행한 여자였어요.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에서 그녀는 얼마나 근사했어요! 난 결코 그녀의 모습을 잊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그 시의 마지막 구절을 나직이 읊조렸다.

"그가 말했도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모습이로다.
신이시여, 당신의 자비로 은총을 베푸소서,
레이디 샬럿에게."

또한, 이 작품에서 특이한 것은, 사건의 발생과 해결을 통해 전반적으로 앨프레드 테니슨 1809-1892, 영국의 계관 시인)의 시 ‘레이디 샬럿‘이 인용되었다는점이다. 즉, 에피그램(epigram, 경귀적 표현)으로서 소설 전개를 더욱 흥미 있게했다.

레이디 샬럿은 마술의 거울을 통해서만 사물을 보다가, 원탁의 기사 랜슬롯을 직접 보게 됨으로써 거울은 깨지고 그녀는 죽게 된다. 레이디 샬럿은 마리나의 상징적 존재로 표현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프링거 선생은 여기서 불빛이 보여 조가 살피러 있었다. 그 부지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녀에게 들킨 사람이 종을 쓰는 것은-그 검은 아무래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만일 여기에 아무런 부드는 사람이 숨어 있었다고 하면 도망치던가. 적어도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당연하지요. 권증을 갖고 한밤중에 이런 곳에 몰래 숨어들을 사람이 되있겠어요? 그건 어처구니없는 얘기예요. 어차구니없어요 여기에는 홍쳐갈 단한 물건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특히 사람을 죽어가면서까지 가져갈 만한 물건은요"

다시 말해서 그 여자는 죽이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기예요. 그 여자는 사람들을 성가시게 했지으 심한 말도 몇 번 주고었으나 그런 것은 별로 의미도 없는 것이었어. 그는 티 같은 것은 없었즈계의 뜻을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자기 자신이 원인이 되어 수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전 그 여자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그 여자는 그저 체육교사였어요. 어머! 이건 누구에게고 할 것 없이 지독한 말투가 됐군요! 그저 이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다 하다니! 하지만 그 여자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는 그런식이었어요. 일을 훌륭히 하는 것이 그 여자의 자랑이었죠. 그 여자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는 않았거든요.

☆"뭐랄까요. 이곳 사람이 아닌 인물이 우리들 속으로 끼어들어 와 있는 느낌이어요"
그녀는 경감의 얼굴을 쳐다보며 싱긋 웃는 듯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 뭐 그런 느낌이에요. 우리들이, 즉 이곳 사람들 모두가 비둘기이고 그 무리들 속에 고양이가 끼어들어와 있는 듯한, 그렇지만 우리들 눈에는 그 고양이가 보이질 않아요."

요약해서 말한다면 이래요. 이 학교에는 누구인가 여하튼 성질이 다른 사람이 있다. 이 학교에는 그 사람이 있어서 그것이 누구인지는 나도 잘모르지만 나에게 불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도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있을때가 아니고 이쪽이 그 사람에게 보이고 있을 때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느낌에 사로히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내가 보이고 있을 때이니까. 저, 제가 더애기하면 점점 더 앞뒤가 맞지 않는 것만 떠들어댈 거예요. 그리고 어차피 이건 느낌에 불과한 거예요. 경감님이 원하는 내용은 아니지요. 증거가 될 만한것이 아니니까요."

"스프링거 선생님을 잘 아십니까?"
"실제로는 전혀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예의범절이 없는 여자라 전 되도록이면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체격도 울퉁불퉁하고 주근깨투성이에다목소리도 굵고 거칠었지요. 그녀는 마치 영국 여자를 풍자해서 그려놓은 것 같았어요"

"무섭게 공격적이었어요. 거기에는 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봐요. 그것은 열등감을 은폐시키기 위한 자기방어적 심리과정이었던 거지요."

"그녀는 ‘인간은 보는 것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했거든요. 여기에 오기 전에 근무한 학교에서 누군가의 ‘가면을 벗겼다‘고도 했어요. 그런데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편견을 가지고 있어 그녀가 밝혀낸 사실을 진심으로들으려고 하지 않았대요. 다른 몇 명의 여선생들도 그녀의 말에 의하면 자신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어요. 경감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어요?"

"아, 그래요. 그 남자의 태도가 좀 이상해서였어요. 반항적이었거든요. 게다가, 이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시설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을 비꼬았어요."

"선생님은 분명 그자들에게 당신네들의 비밀을 알아차렸다고 말했을 거예요. 그자들을 협박한 거지요. 그리고 상대는 선생님에게 입 다물고 있으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선생님은 믿으신 거예요. 그래서 그자들이 돈을 건네주겠다고 한 실내경기장에 나갔다가 살해당한 거예요."

사이스타는 금세 화난 얼굴이 되었다.
"당신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제 사촌 오빠는 라맛 국의 알리 유수프 황태자였어요. 그분은 혁명이 일어났을 때에 살해당했어요. 혁명으로부터 피하려고하다가 그만.

전 성인이 되면 그분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것만으로도제가 중요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어쩌면 공산주의자들이 학교로 올지도 몰라요. 그것도 납치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에요. 절 암살하려는 건지도 몰라요."
켈시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건 좀 너무 엉뚱하지 않나요?"

그는 일어서서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 같군."
그는 테이블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납치와 막대한 값어치의 보석! 다음에는 무엇이 등장할까?"

☆"그렇습니다. 그 학교에 우리의 엄중한 감시를 필요로 하는 인물이 있다는겁니다. 바로 비둘기 속의 고양이지요."
켈시는 그 말에 한방 얻어맞은 듯했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라고?"

"그곳 선생 중에 리치 선생이라고 하는 사람도 오늘 그와 같은 말을 했는데" 그는 1~2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번 학기에 새로 들어온 교직원이 세 사람 있소" 그가 말했다.
"비서 샤플랜드 양과 프랑스인 선생 블랑슈, 그리고 스프링거 선생이 그여자는 이미 죽었으니 그 가운데서 제외합시다. 비둘기 속에 고양이가 여있다고 한다면 나머지 두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일 공산이 큰 게요."

"선생님, 이 점을 확실히 해주십시오. 업존 부인은 현관 앞길이 보이는 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아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단 말이지요? 그정도의 일이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학교에는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고, 업존 부인이 학생의 학부형이라든가 친척 가운데 자신이 아는 사람을 보았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 부인은 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란 것 같다고 하는 확실한 인상을 선생님은 갖고 계십니다깜짝놀랄 정도의 그 인물이 메도뱅크 학교에서 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인물이었던 것 같았느냐 하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부터 그는 엘라 질린스키가 간교한 여자임을 파악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것이 바로 포커페이스로군, 저토록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녀는 그가 어떤 질문을 하든지 간에 즉각 즉각 대답했다. - P146

그녀에게서 뭔가를 뒤로 빼돌려 놓은 듯한 인상은 전혀 받을 수 없었지만, 또한 실제로 그녀는 뭘 생각하고 뭘 느끼는지, 심지어 이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있기나 한 건지 그로서는 아직도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총명함과 거함으로 무장한 그녀의 갑옷에는 어디 한군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자기가 한 말, 한 행동 이상은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다. 아니면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 한 가지 더못이 확신하는 것은그 확신에도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했지만 그녀가제이슨 러드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간파한 대로 비서들의 직업병이었다. 거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은 최소한 하나의 동기를 제시해 주며, 확신하건대(분명히확신하건대 그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일 수도 있고,
그것은 증오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단순한 죄의식일 수도 있다.

잘생긴 이마에 단정한 턱, 마음먹으면 아주 관능적으로 보일 수도있을 모습에다 매정해 보이는 입매 야심에 가득한 입매였다. 눈은 그녀의눈을 쳐다보고는 약간의 놀라움을 느꼈다. 눈까풀이 불그레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가 울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녀는눈물이나 흘릴 타입의 여자가 아님을 그는 단언할 수 있지 않았던가. 


"감기가 아니에요. 건초열이죠. 사실은 일종의 알레르기일 거예요. 이맘때쯤이면 꼭 걸린답니다."
나지막하게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엘라 실린스기가 그리로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다음번에는 면치 못할 것이다.

 연기에 대해서 뭔가 아시면 이계기가 입 제대, 자기 이한을 산 알고 있을 때조차도 그런 일이이, 사진은 기기 이말을 너무 잘 알고 있을 때 그런 일이 흔히 일어나죠- 기계로 그림게 지는 기에요. 미소 짓고, 서당히 움직이고, 행동하고, 평의 시대, 을 주고 형지만, 본인 마음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주 갑작스럽게 모든 게 텅 비는 듯한 공포의 순간이 있는데 
자기가 어디 있는지, 극 중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음 대사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게 돼요! ‘드라잉 업!(대사를 잊어버리다) 우린 그걸 그렇게 얘기해요. 그런데,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거예요. 남편에게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리 강한 사람이 아녜요. 나는 그때 막대한 노력을 쏟고 있느라 지쳐있었고, 이번 영화에 노심초사 세심하게 수없이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도 성공리에 마치고 싶어 친절하고도 즐겁게 모든 사람들을 환영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말만 해대니, 그들에게 자동적으로 같은 대꾸를 자꾸만 되풀이하게 될 수밖에 없잖아요? 얼마나 만나보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들만 모두 하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극장 밖에서 한 번 보았다느니 비행기를 함께 탄 적이 있다느니 하죠. 정말 한심한 얘기들이지만,거기에 대해서 상냥하게 대해야 하며, 몇 마디 말도 나누어야 한답니다. 

그러니까, 제가 얘기했듯이 기계적으로 대하게 되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것은, 전에도 수차례 똑같은 말을 해왔기 때문이지요그러다가 갑자기, 피곤의 물결이 엄습해 오는 거예요. 머릿속이 텅 비는 거죠그때도 바로 그 상태였어요. 베드콕 부인이, 실제로 나는 전혀 듣지도 않는얘기를 길게 늘어놓더니, 내 반응을 기대하면서 나를 쳐다보는 거였어요. 그때나는 내가 그녀 말에 대꾸도 않고 멍하니 있었음을 알아차렸죠. 피곤해서 그런 거예요.

밴트리 부인은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눈길을 정원으로 돌렸다. 그녀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어디에고 잡초라곤 없었다.
"오델로 셰익스피어 각 (오델로의 주인공, 정숙한 부인을 의심 끝에 죽임)의 임무는 끝났지만, 밴트리 부인이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중얼거렸다
"꼬치꼬치 캐묻는 노파가 되려고 이러나. 그런데 그게 과연 알고 싶구먼."

"마리나를 죽이려고 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좌우지간 그녀의 무분별함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언제나 자기 건강을 가지고 시끌벅적한 소동을 벌어질 않나, 이것이 좋다, 저것이 맘에 든다 하면서 변덕을 부리다가 일단 손에 쥐기만 하면 불만에 차 시들해지는 거예요! 그런데도 어째서 사람들이 그렇게 그녀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안정감이라고요? 그러고 보니 그 말씀도 일리가 있군요. 마리나가 안정감을 얻으려고 몹시 애썼던 모양이죠? 안됐지만, 그녀로서는 전혀 느껴 본 적이없는 분위기이니까요. 그러니까, 그녀는 언제나 그 느낌을 맛보려고 연연해 있지요. 아마도 그 집이 그녀에게 잠시 동안은 만족스러울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