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 바쳐 충성하겠다는 둥 떠벌이고 다녔다. 그러나, 어멈이 집안이나 정원을 거니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 여자의 눈빛를 보고, 난 그 눈빛 속에서 조금만큼의 애정도 찾아볼 수 없었어. 있었다면 그릇된 부러움, 시샘 ? — 그러니까, 너희들에 대한 애정이니 충성이니 하고 내세우는 말에도 도대체 믿음이 안가."

그렇지만, 그 치근거리며 아첨하는 그 태도 뒤에는 뭔가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해. 좀 엉뚱하고 기이한 속셈...… 그렇다면,
그 여자의 살해 동기는 너도 나도, 호리도 예측할 수 없는 거지."

"우리의 내부에서 솟아나는 부패 같은 것이지요. 이 점에 대해서는 레니센브 아가씨에게도 언젠가 얘기한 적 있었지요."
레니센브가 말했다.

노프레트가 여기에 올 때부터 일은 시작되었어요 —— 나는 그때 처음으로 집안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면을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요. 그런 발견에서 나는 무척 무서운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

"지식이 불완전할 때 무서움도 느끼는 법입니다. 레니센브다 알고 나면 무서움도 사라지지요."

"이 세상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적어도 그것만은 배웠지.

"사람이 내심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그걸 찾아낼 수 있는 단하나의 단서는 그 사람의 행동거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어떤 사람이 괴상하니 색다른 행동을 해서 평상시와 다르다고한다면 "
레니센브가 끼여들며 물었다. "그 사람을 의심해 보란 말인가요?"

호리가 대답했다.
"그래요, 바로 그 점입니다 ——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게 말이죠.
마음이 비뚤어지고 그릇된 목적을 가진 남자는 그런 자기에 대해 스스로 깨닫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감추고자 애씁니다.
때문에 보통때와 다른 행동은 될수록 삼가기 마련이지요...…."

"인생은 웃음거리로 가득찼어 - 최후의 웃음이 바로 죽음이지

에 사는 생각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나타나 있지 않아. 그저 표면적인감정 밖에는. 그러나, 내 짐작이 틀린 게 아니라면 어딘가에 사건의 열쇠는 숨어 있을 거야."
이윽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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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일인칭단수!
여덟편을 짧은 시간에 읽어내고 드는 생각은 이건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루키의 수필같다는 느낌?!
이 소설에 대한 기본 정보없이 읽었는데, 읽는 내내 그 동안 읽어 온 그의 많은 소설들이 언듯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의 모습이 많이 담겼기때문일거란 생각이 든다.
같이 일했던, 잘 알지못하던 여성과의 하룻밤, 그녀가 지은 단카에 대한 기억을 얘기하는 돌베개에.
18세가 된 내게, 어린시절 같이 연탄곡을 연주했던 여학생으로부터의 뜬금없는 연주회 초대,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노인이 던진 기묘한 질문을 그린 크림.
내가 만난 여자 중 가장 못생긴 여자 F*, 그녀와 듣던 슈만의 사육제carnaval.
이 외에도 5편의 단편이 하나의 경험을 담고있고, 어떤 글은 지나치게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그 또한 하루키가 쓸 법한, 하루키니까 쓸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다음 작품은 장편소설로 만날 수 있길!

열아홉 살 무렵의 나는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거의 알지 못했고, 당연히 타인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제대로알지 못했다. 그래도 기쁨이나 슬픔이 뭔지는 대충 알고 있다고

내 딴은 생각했었다. 다만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있는 수많은 현상을, 그것들의 위치관계를 아직 잘 분간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종종 나를 몹시 불안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 그녀가 말했다. 벽에 적힌 글자를 낭독하듯이 담담한 목소리로,

중심이 여러 개, 아니, 때로는 무수히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않는 원." 노인이 이맛살을 한층 더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런원을, 자네는 떠올릴 수 있겠나?"
아직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지만 예의상 한번 생각해보았다. 중심이 여러 개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 그런 것을 그려보기란 불가능했다.

노인이 말했다. "알겠나, 자네는 혼자 힘으로 상상해야 돼. 정신 차리고 지혜를 쥐어짜서 떠올려보라고, 중심이 여러 개 있고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 그렇게 진지하게 피나는 노력을 하고서야 비로소 조금씩 그게 어떤 것인지 보이거든."

"이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는 것치고 간단히 얻을 수 있는게 하나라도 있는가." 그러고는 행을 바꾸듯 간결하게 헛기침을한 번 했다.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크림?"

"프랑스어로 ‘크렘 드 라 크렘‘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나?"
모른다고 나는 말했다. 프랑스어 같은 것은 전혀 모른다.
"크림 중의 크림, 최고로 좋은 것이라는 뜻이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에센스 그게 ‘크렘 드 라 크렘‘이야. 알겠나? 나머지는 죄다 하찮고 시시할 뿐이지."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하는 거야. 중심이 여러 개 있고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자네 머리는 말일세, 어려운 걸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모르는 걸 어떻게든 알아내라고 있는 거라고, 비슬비슬 늘어져 있으면 못써, 지금이 중요한 시기거든. 머리와 마음이 다져지고 빚어져가는 시기니까."

당신은 이 이야기가 믿어지는가?
믿는 게 좋다. 어쨌거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까.

항의하는 편지 몇 통이 편집부 앞으로 날아왔다. 세상 사람들에게 유머감각이 결여된 건지, 아니면 내 유머감각이 워낙에 비뚤어진 건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작은 부위 한 군데가 마비된 듯한 감각이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정말로 뉴욕일까?
틀림없이 뉴욕의 다운타운이었다. 나는 그곳의 작은 중고 레코드가게에 있다. 환상의 세계로 잘못 들어선 게 아니다. 극사실주의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 버드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완만한 것이기도 해. 자네 머릿속에 떠오르는아름다운 프레이즈와 마찬가지야.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시에, 한없이 잡아 늘일 수도 있지. 동쪽 해안에서 서쪽 해안만큼 길게 -혹은 영원에 다다를 만큼 길게, 시간이란 관념은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어.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하루하루 살면서 죽어 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실제로 맞는 진짜 죽음은 철저하게 무거워. 그전까지 존재했던 것이 갑자기 통째로 사라져버리지. 완전히 무통가 되어버려. 그리고 내 경우, 그 존재는 나 자신이었어."

그렇다, 버드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내 꿈에 찾아온 것이다. 한참 옛날에, 내가 그에게 보사노바 음악을 연주할 기회를 제공한 것에 감사하기 위해서. 그리고 마침 갖고 있던 악기로 코르코바도>를 연주해주었다.

당신은 이 이야기가 믿어지는가?
믿는 게 좋다. 어쨌거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까.

한때 소녀였던 이들이 나이를 먹어버린 것이 서글프게 다가오는 까닭은 아마도 내가 소년 시절 품었던 꿈 같은 것이 이제 효력을 잃었음을 새삼 인정해야 해서일 것이다. 꿈이 죽는다는 것

꿈이 죽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실제 생명이 소멸하는 것보다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때로 매우 공정하지 못한 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떤 때는 그 감각을 얻었고, 어떤 때는 좀처럼 얻기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종이 만족스럽게 울린 적은 없다). 또 어떤 때는 손에 쥐고도 어느 갈림길에서 허무하게 놓쳐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건 그 재현의 감각은 내게 항상 이른바 ‘동경의 수준기水準器‘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그런 감각을 쉽사리 얻지 못할 때는 과거에 느꼈던 그 기억을 내 안에 조용히 소환했다. 그렇게 기억이란 때때로 내게 가장 귀중한 감정적 자산 중 하나가 되었고, 살아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큼직한 외투 주머니에 가만히 잠재워둔 따뜻한 새끼고양이처럼.

하지만 정말로 그곳에 있었던 것은 음악을 포함하면서도 음악을 넘어선, 더욱 커다란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정경은 순식간에 내 마음속 인화지에 선명히 아로새겨졌다. 아로새겨진 것은 한 시대 한 장소 한 순간의, 오직 그곳에만있는 정신의 풍경이었다.

팝송이 가장 깊숙이, 착실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스미는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로 그런지도 모른다. 혹은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팝송은 그래봐야 그저 팝송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결국, 그저 요란하게 꾸민 소모품일 뿐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이 뒤를 이어 써갈 힘이 없다. 이런 기분 속에서살아 있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누구 내가 잠든사이 가만히 목을 졸라 죽여줄 사람은 없는가?

☆카스테레오 라디오에서는 역시 비틀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또렷이 기억한다. 〈헬로, 굿바이〉라는 곡이었다. ‘너는 굿바이라 말하고, 나는 헬로라 말하네. 앞서 말했듯이 그들의 음악은 그 시절의 우리를 마치 벽지처럼 구석구석 에워싸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기는 괴롭지만, 결국 그녀는 내 첫속에 있는 특별한 종을 울려주지는 못했다. 아무리 귀기울여도,

종소리는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만 내가도쿄에서 만났던 한 여자는 그 종을 확실히 울려주었다. 그것은논리나 이론을 따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 혹은 영혼의 훨씬 깊은 곳에서 멋대로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을 뿐, 개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종류의 일이다.

환멸이니, 마음의 어둠이니, 그런 걸 혼자 떠안는 타입으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거든. 확실히 말해, 속이 얕은 애라고 생각했어. 어릴 때부터 난 그애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그애도 나에대해 마찬가지였을 거야. 마음이 잘 안 맞는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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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벵갈리(다른 사람을 조종해 나쁜 짓을 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을 기건이), 스벵갈리, 스벵갈리 외에는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드 가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 조르주 뒤 모리에의 고전 소설 (트릴에서 스벵갈리가 트릴리 오파에게 나로 정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건 자랑스러운 일이죠. 아무리 고통이 심해도, 잔뜩 찡그린 얼굴 때문에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봐도, 포기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저것 좀 봐. 인상을 잔뜩찡그린 늙은 마녀가 통증이 없었던 예전의 삶을 붙잡으려고 손톱을세우고 쫓아가고 있어. 예전의 삶을 잡아채고 싶은가봐!" 라고 수군거려도 말이에요.

☆"그런 게 왜 놀라워?
패트릭이 물었다.
"모르겠어. 나는 우리 나이쯤 되면 다른 사람이 우리한테 그다지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

"사람들은 가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행복한것뿐이야. 모두 해피엔딩을 사랑하잖아."

왜인지 엘런은 이런 시끌벅적한 축하 인사가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엘런은 항상 주목받는 사람보다는 지켜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았다. 

☆과거에 머물지말고 미래를 꿈꾸지마라
오직 현재에 마음을 집중하라.

엘런 오럴이 욕실 거울에 붙여놓은 부처의 말씀

잭을 염려해서 전화를 건 내게 내가 받아야 마땅한 존중을해줬다면, 그저 나와 함께 앉아서 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해줬다면, 그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해줬다면, 나는 두 사람을 떠나보냈을 거야. 결국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나도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섰을 거야.

하지만 이제는 굳이 누군가를 사귀고 싶지 않아. 그러기에는 너무 늙었어. 그리고 중요한 건 이거야. 공평하지 않다는 것. 내가 다시 그런 노력을 기울일 이유는 없어.


두 사람의 신중하고 느긋한 태도는, 사실은 언제라도 상처받을 수 있고 
그런 상처를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연약한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미리치는 연막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 친구 모두 자기 들이 선택한 겉모습을 지나치게 힘들게 고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그렇게 믿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행동할 거야. 내가 옳아. 내가 옳아. 내가 확실히 옳다고!

나는 ‘미안해요‘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왠지 그 말은 모욕적이고부적절한 것 같았어. 그래서 대신 "당신을 만나다니, 패트릭은 정말 운이 좋아요" 라고 말했어. 그 말을 하고 나니까, 정말로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내 마음속, 아득히 먼 곳에 있는관대한 마음은 그 때문에 내가 행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

☆갑자기 병실 안에 혼자 남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겠지만, 나는 아니었어. 이상하게도 그 소리들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졌어. 병원은 내 마을이니까. 나처럼 아프고 슬프고 어딘가 부러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공상적 박애주의자들은 항상 냄비 하나 가득 캐서롤을 만들어서 가져다주거나 안 입는 옷을 챙겨다주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돕느라 너무 바빠서 자기 엄마가 차 한잔 하자고 해도 시간을낼 수 없는 사람들이야. 사악하게도 나는 그 사람들이 정말 싫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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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벡은 그 잘생긴 얼굴에 냉혹한 표정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뭔가, 뭔가를 해야지 ㅡ 그것만은 확실한 거야. 더구나, 그것도 즐기면서 할 거란 말이지!"

"아무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어요.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곧바로 임호테프의 귀에 들어갈 텐데요 - 그렇게 되면 즉시보복이 있게 마련이죠. 그들도 이성을 되찾으면 아마 그 점도염두에 둬야 한다는 걸 알게 되겠죠."
그녀는 웃고 있었다.

"멍텅구리들 —— 쓸데없이 짓궂은 장난질이나 모욕이 뭐 대순가! 그 모두 내가 의도하던 바인데도."

레니센브가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은 당신이 꾸민 것이었나요? 그것도 모르는 나는 당신을 동정하고 —— 그저 우리들이 당신에게 너무 친절하지 못하다고만 생각했으니! 이제 동정 따윈 않겠어요.…..

당신은 아주 나쁜 여자예요, 노프레트, 최후의 심판 날에 42가지의 죄를 부인한다 해도 당신이, 아무것도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하고 말할 순 없을 거예요. ‘전 욕심이 많지 않았어요." 라고도 못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심장을 진리의 깃털과 함께 저울에 올려놓는다면 심장이 훨씬 가볍다는 게 밝혀질거예요."

에사 할머니가 꿰뚫어 본 대로였다. 사티피와 카이트가 가신있게 추진했던 가해 행위는 바로 노프레트의 의도에 발을 맞춘꼴이 된 것이다. 아무도 노프레트의 그 고양이 같은 미소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레니센브는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지요? 멤피스에서라든가?"
카메니는 얼굴을 붉히더니 좀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잘은 모르지만……그녀에 대해 들은 적은 있지요. 자존심이강한 소녀, 야심에 차 있고 좀 딱딱한 성품……거기다 남을 용서할 줄 모른다는, 뭐 그런 얘기였습니다."

"당신은 이제까지 사람에 대해 아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죠, 레니센브? 만일 깊이 생각해 봤다면 깨달을 수 있었을텐데-"

☆"그건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남을 속이기 위한 거짓 문을 만드는 겁니다. 자기가 약하고 영향력이 없다고 의식되면 억지로 자기의 목소리를 높여 허세를 부린다.
거나, 자신의 조그만 권리라도 남용하게 되는 거죠 그런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다 보면 자신도 자기가 말한 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믿어 버리게 됩니다. 결국 자타가 공인하게 되는거지요.
그러나, 레니센브, 명심해 두세요. 그 가짜 문 뒤에는 바위뿐이라는 것을..… 언젠가 현실에 닥쳐서는 그 진리의 힘에 의해—— 결국 본래의 성품이 다시 표출되게 마련입니다.

"아시겠죠? 당신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필요라는 말! 그건 현실을 살아가는 데 불가결한 말이지요. 당신은 예전처럼 드러나는 면만 보는, 생각 없는 아이나 사물의 표피만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는, 그런 행복한 사람은 이미 아닙니다. 당신은 이 집안 여자들 중의 하나로 그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은 혼자의 힘으로 생각하기를 원하고, 다른 사람들에대해 고민하는 레니센브인 겁니다."

"저는 단지 이것으로 끝나기를 바란다는 말이지요. 이따금씩끝이라고 생각됐던 것이 불과 시작일 때도 있거든요. 그러면정말 안 될 텐데."

관 물에 얼굴을 비춰 보듯 훤하게 드러난 거야. 이 집안 사람들이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가차없이 노출시켜 버렸어

그들이 집 앞에 도착해서도 레니센브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난 아직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 보기가 싫어요. 그렇다고, 정말 미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당신도 알 거예요. 그러나, 지금 나는 마음이 뒤틀리고 짜증스러운 데다가 모두들그렇게 괴상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사티피가 몸을 움츠리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오솔길 뒤쪽을 응시하면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녀의 팔은 무언가 무서운 광경을 본 것처럼, 아니면 누가 때리려는 걸막을 때처럼 들어올려져 있었다. 그녀는 뭐라고 소리지르면서쓰러질 듯 비틀거렸고, 그러자 야모스가 그녀 앞을 가로막았고,
공포에 싸인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벼랑의 모서리에서 바위가있는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항상 두려움에 짓눌려 살아갈 바에야 죽는 게 차라리 낫겠어요 ㅡ 그러니 난 이 공포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는 거조

당신이 의미하는 게 무언지는 알아요. 내가 여기에있을 때 만물은 저기에 —"
그녀는 아래를 가리켰다. —— 있을 뿐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지요 - 싸움과 증오와 시기, 소란 모두가 말예요. 여기는 그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있는 곳이니까요."

임호테프가 무겁게 입을 뗐다.
"야모스는 가망이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소벡은 - 너도 알겠지?"
"예, 그래요. 우리의 울음소리를 들으셨겠죠?"
"그 애는 새벽에 죽었다. 소백, 튼튼하고 잘생긴 내 아들…..."

내 집에 그녀가 발을 들여놓던 날이야말로 진정 저주받은 날입니다!"
"실로 저주받은 날이지요."

"할머니의 인생도 그랬어요?"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나, 지금 나는 늙었어. 혼자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시력은 침침하고 걷기에도 불편해-- 그런데, 지금에 와서 나도 인생에는 안쪽과 바깥쪽 양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단다.

"헤네트, 혀는 때론 무기가 되는 법이야. 죽음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어.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고 여러 명을 죽일 수도있어. 제발 네 혓바닥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에사도 말했다.
"음, 그래. 동기는 정말 막연해. 가령 우리 가족 모두에 대한원한 때문이라고 가정을 해볼 수도 있지. 또는, 이 사건 배후에프타 신이 말씀하신 엉큼한 탐욕이 숨어 있을 수도 있어. 프타신이 말씀하시길, 탐욕이란 온갖 사악한 것의 근본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모든 것이 담긴 자루라고 하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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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오며가며 이 소설 이전의 리안 모리아티의 작품을 많이 보아봤지만, 크게 읽고싶단 생각이 들지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고픈 요즘, 다시 그녀의 소설이 눈에 띄였고 그 중 가장 끌리는 제목의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를 골랐다.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정말 두꺼운 소설! 살짝 겁먹긴했지만 한번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니, 마지막까지 온전히 집중해 읽을 수 있었다.
최면치료사인 엘런. 3번의 아픈 사랑을 지나 그녀에게 완벽한 패트릭을 만나 미래를 꿈꾼다.
완벽하게만 느껴지던 그에겐, 그를 스토킹하고 있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게되고, 그 스토커가 이미 엘런의 주변에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되지만 그녀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연민을 보인다.
긴 소설의 끝, 모두가 괜찮은 엔딩을 맞이하고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니, 결국 이 소설의 내용은 모성애에 관한 얘기인가 싶었다.
모두가 누군가의 어머니였고, 어머니가 되길 자청하고, 어머니가 되는 이야기! 그들 모두가 표현하는 모성의 방법은 다르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크다는 얘기?
작가의 생각에 완벽하게 공감하진 않지만, 중간중간 가슴 아리고 공감되는 애기가 많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등장인물 그 누구도 나쁜 사람으로 그리지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쁜 사람같지만 결국 이유가 있었고, 나쁜 사람이지만 왠지 연민이 느껴지게 만든 작가!
어느 작품에나 편들고싶은 주인공이 있고, 그, 혹은 그녀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나쁜 사람이 존재해왔던 내가 읽어 온 소설들과는 달라 굉장히 흥미롭고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그녀의 작품을 하나,둘 읽어 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인다.
이렇게 나의 애정작가가 한 명 더 생기는걸까?










10 세기에 파라켈수스는 "사람이 스스로 어떻게 되겠다고 상상하면,
그렇게 될 것이며, 지금 자신은 스스로 상상한 모습이다" 라고 했습니다. 마음에 힘이 있다는 생각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에요, 신사 숙녀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존과 헤어지고 난 뒤에야 엘런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마음을 다스리려고 애썼는지 알았다. 말을 할 때마다 엘런은 너무 진지해지지 않으려고 애썼고(난 사소한 조롱 정도는 충분히처리할 수 있어), 동시에 자기 존재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썼다(그래, 나로 충분해. 나는 나를 믿어. 내가 한 말을 믿어. 난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음,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지만).

줄리아의 말에 엘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엘런은 온 팔과 다리를쭉 뻗어 기지개를 켠 뒤, 벤치 위에 축 늘어지면서 말했다.

"우린 모두 누구나 조금씩은 미쳤어, 줄리아."

엘런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또다시 토할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졌다. 내가 이 사람하고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에 절실하게 매달려 있는 거면 어쩌지? 이 사람에 대한 모든 생각이 내 지나친 망상이면 어쩌지? 이 사람이 사실은 그저 피상적이고 이기적인 멍청이라면 어쩌지?

아버지가 있었다면 좋은 남자를 고르는 능력을 제대로 갖출 수있었을까? 그럴지도 몰라. 맞아. 거의 그럴 거야.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뭔데? 시간을 돌려서 너를 임신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니?
심리학 자료를 본 엄마는 그렇게 물었고 엘런은 "죄책감을 느꼈으면 좋겠어"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감정을 나타내는 사전에
‘죄책감‘ 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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