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밤의 여신 닉스에게는 쌍둥이 아들인 잠의 신 히프노스(최면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됨)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타나토노트> 같은 단어의 유래가 됨)가 있다. 잠에서 깰 수 있고 없음이 이 두 형제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이다.
히프노스한테는 모르페우스(형태학 morpholog‘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됨)라는 이들이 있는데, 그는 친숙하고편안한 형태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꿔 가며 나타나 사람들이 잠들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신이다.
닉스에게는 망각의 개념이 의인화된 손녀 레테가 있다. 여신 레테는 종종 저승에 있는 동일한 이름의 강과혼동되기도 한다. 레테강에서 영혼은 과거의 자신을 깨끗이 잊고 차분하게 환생을 준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것은 기억이다. 집중력을 잃으면 안 돼. 과거는 잊고 현재를 살자. 이건 생존의 문제야. 기억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 현재도 앞으로도
무지에 맞서는 전투, 상대는 난적이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안 돼.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만 한다면 모든 게 잘될 거야. 다 제자리를찾을 거야. 잘못을 잊는 순간 절반은 용서받은 거야.
학생들이 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걸 감지했을 거야정신 똑바로 차리자, 목동이 사건에 휘말렸다는 걸 양 떼가 눈치캐게 해선 안 돼. 그러는 순간 내 권위는 무너지는 거야.
「이것이 여러분의 과거입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숱한우연을 거치며 살아남아 지금, 여기, 이 교실, 내 앞에 와있게 됐는지 아나요? 일단 빅뱅이라는 원초적 폭발이 일
어나야 했고, 그것이 무한 공간 속으로 흩어져 우주의 모습을 갖췄죠. 그렇게 우리 행성인 지구가 만들어졌고, 지구를 보호하는 대기층이 생겼고, 지구를 뒤덮는 대양이만들어졌고, 그 대양에서 생명이 출현하게 됐어요. 」
르네는 자신이눈뜨는 순간>이라고 명명한, 속눈썹이 치들리며 눈꺼풀이 벌어지는 이 순간을 아주 좋아한다. 눈꺼풀에 가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지각의 순간, 이 단어는 매사냥에 쓸 독수리를 길들이기 위해 눈꺼풀을 꿰매 붙여 놨다가 다시 풀어 주는 행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는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 간다.
「있잖아, 우리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전생들이 현재의 삶을 오염시킬 수 있어서 그런 거야. 내 경우에도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병사로 살았던 삶이 다시 떠오르고 나서, 내가…… 신경이극도로 예민해졌잖아.」
「탈무드에도 나와. 잠깐, 내가 찾아 줄게, 아, 여기 있네, 신생아가 엄마의 몸에서 나오기 전에 천사가 찾아와윗입술에 손가락을 대고는 잊거라 하고 말한대. 그래야 아기가 지난 삶의 기억에 짓눌리지 않는다는 거야
이 천사의 동작이 아기 몸에 남기는 흔적이 바로 우리 윗입술과 코 사이에 옴폭 파인 천사의 도장), 즉 인중이래.
앞으로 교양 없고 무식한 다음 세대가 도래할 일만 남았어. 교과서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어 댈 줄만 알고, 뉴스와 부모의 말을 여과 없이 자기 생각으로삼고, 광고와 인터넷에 휘둘리는 세대 말이야. 그들은 자기 생각도 없고 그걸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없어. 이미만들어진 생각에 그저 동조할 뿐이지. 패스트푸드를 먹는 격이야. 패스트푸드식 사고는 미리 씹어져 나온 음식처럼 맛은 없어도 삼키기는 아주 쉽잖아.」
어린 시절의 엘로디 테스케는 반에서 제일 예쁜 그리가 되고 싶었다. 부모님을 졸라 인형처럼 옷을 입어도성에 차지 않았다.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아름답고 의벽한 몸을 가지고 싶었다. 늘씬하고 긴 다리에 호리호리한 몸으로 포즈를 취하는 잡지 표지 모델의 몸을 그려소녀는 먹은 음식을 게워 내고 수시로 완하제를 복종했다.
엘로디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라는 심리학자의 거짓 기억 이론〉을 접하게 됐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감정적 충격을 통해 환자들의주의 전환을 유도할 목적으로 어린 시절 거짓 근친상간이나 거짓 신체 접촉의 기억을 불러오게 만드는 정신과 연구를 시작했다.
거짓 기억 엘리자스 로프터스는 어떤 거짓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우리가 스스로의 기억을 속일 수도 있음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조수를 시켜 적당한 실험 대상을 찾기 시각했다.
그는 들은 체만 체 이야기를 이어 간다. 「그동안 가족이라는 개념이 불편했던 이유를 이제 알것 같아요. 내가 서른두 살에 독신으로 사는 이유를, 어떤 여자가 내 인생에 들어올 것 같으면 도망부터 치게 되는 이유를요. 그런데 백작 부인이 죽으면서 외친 〈마르수트>가 무슨 뜻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예요.」
「어렵지 않은 수수께끼 같으니까 내가 한번 풀어 보죠. 열 손가락을 달력이라고 생각하고 쫙 펼쳐 봐요. 마르스Mars는 열두 달 중 3월이니까, 왼쪽 엄지부터 하나, 둘, 세 번째, 즉 왼손 중지에 해당해요. 우트 Aol는 8월이니까, 왼손 엄지부터 차례로 꼽아 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손가락, 역시 오른손 중지예요. 마르스-우트, 붙여서 마르
수트〉, 당신의 레옹틴은 유산이 묻힌 장소를 알려 주는대신 가족들에게 가운뎃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어 보인거예요.」
이에 쾌같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개달았어요 경으에 다라서 그것은 그통의 증단을 의미하기도 한다는걸으 고통이 강할스록 그것이 것을 대의 쾌감은 크기 마련이니까요. 오래 불편함이 지속되고 난 뒤에 찾아오는쾌감은 아무리 소박할지라도 희열의 순간을 선사하죠.」
「행복한 삶이라는 개념은 주관적이에요. 결국 당신탓도 있는 거예요. 당신의 요구 사항이 분명치 않으니까가꾸 이렇게 되는 거라고요.」
「목소리도 들리고, 이렇게 얘기도 할 수 있네. 우리 둘다 정신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통이 가능한 거지. 그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우리가 시공간을 초월해 영혼대 영혼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네.」
「물론이네. 선행 명상을 통해 내 후생들에 다녀올 수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자네 정신으로 들어가 자네시대를 보지 않고 내 시대로 자네를 소환했네. 여기서 함께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말이야. 그러는 자넨, 자넨 어떤 기술을 통해 나를 만나러 왔지?」
「퇴행 최면이라고, 자신의 전생으로 되돌아가는 기술이죠. 번호가 붙은 문들이 늘어서 있는 복도를 머릿속에시각화하는 방식이에요. 각각의 문이 하나의 생에 해당하죠.」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깨닫지 못해 아무것도 하지 않네, 큰 문제지, 우리 문화에서는 원하면이루어진다〉고 믿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확신하지, 물론 소원을 이루고 나서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소원이 쉽게 이루어지다. 보니 욕심을 과하게 부리기도 하지만 말이야.」
「나는 천문학자일세. 재밌게도 우리 둘은 상호 보완적인 존재일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자네 전공이고,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내 전공이니까 말이야. 난 좋네. 내가 미래에 언젠가…… 자네가 된다는 사실이좋아.」
무의식의 복도는 무엇이든 상대화하고 정화하는 위력을 지녔어. 모든 것을 큰 그림 속에 다시 배치하고 말아. 나는 살인자야>라는 문장마저도 거기서는 심각성이 사라져. 그래, 난 살인자가 맞아. 하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야.
나는 111번의 다른 생들이기도 하니까. 이제 깨닫게 됐어.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니야. 나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야. 앞으로 이 화두를 붙잡고 나아갈거야.
「이번에도 역시 한 단계 발전했어요. 이폴리트의 전생에서는 그가 보는 것을 나도 보는 데 그쳤어요. 레옹틴의전생에서는 그녀의 눈을 통해 보고 그녀의 생각을 들을수 있었죠. 제노의 전생에서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바깥에서 그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게브와는 보고 얘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어요. 그가 내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우리는 일대일로 마주 보면서 대화를 나눴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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