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섬을 아틀란티스라고 부른다.
피타고라스에 따르면 아틀란티스는 여타 문명들과 달리 공포와 폭력을 거치며 탄생하지 않았고, 야만의 유년기>를 경험한 적도 없다. 그렇다 보니 공포와 폭력을 사용할 이유도, 당연히 그것들을 확산시킬 이유도 알지 못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하지만 그런 패러독스가 어디내 인생뿐이겠어요. 베토벤은 귀가 어두웠고 니체는 광인이었고 모네는 말년에 앞을 보지 못했으며 마리아 칼라스는 목에 병을 앓았죠. 내 단골 정육점 주인은 채식주의자고 내 주치의는 늘 아픈걸요. 구두장이 신발이 제일엉망이라는 속담도 있잖아요..」

오팔 에체고옌의 아버지는 카바레에서 공연하는 마술사였다. 그는 눈속임 마술을 펼쳐 어린 딸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옷소매에서 꽃이나 카드, 머플러를 빼내고,
입 안에서 탁구공을 꺼내고, 실크 모자 속에 있던 토끼의귀를 잡아 들어 올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넋을 잃고 지켜보던 어린 소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이 아프도록박수를 치곤 했다.

☆나는 늘 사람들을 지나쳐 가기만 했을 뿐 그들을응시하지도,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았어.
당혹스러워. 나 아닌 다른 이의 삶, 그리고 그 삶의 깊이가.

「우리 모두는 공동체 전체가 조화롭게 살기를 바라고있네. 타인들의 행복을 바라지. 집단의 행복이 곧 우리자신의 성취라고 믿는다.. 우리보다 수천만 년 앞서 출현한 개미나 벌의 공동체처럼 말이야.」

이게 우리 세대가 처한 상황이야. 인공 지능의 위험과 인간본성의 어리석음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거지.

르면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지우고 강렬한 감정과개인의 기억은 그 존재의 소멸과 더불어 사라지는 반면 집단 기억은 불멸해 계속 전파된다.
하지만 개인의 기억처럼 집단의 기억 역시 시간이 흐결부된 순간들만 붙들어 남기게 된다.

거짓을 듣는 데 익숙해진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진실을 의심하게 마련이지.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하면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들 수도 있을 거야. 나는 저 아이들이 생각에 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게 스스로 생각해서 자기만의 의견을 갖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저들은 다른 양들처럼 똑바로 걷지 않으려는 골칫거리를 다루는 데 능숙한 자들이야.

「하늘이 무너질 일은 없다〉, 〈위험의 원천은 바로 두려움이다〉, 〈우리한테 일어나는 일은 모두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자네 눈에 차분하고 평온해 보이는 아틀란티스인들의 삶의 철학이라는 걸 잊지말게.」

「때로는 두려움도 필요하다는 걸 이제 알겠네, 늘 우리의 강점이었던 것이 이렇게 약점으로 변할 줄은 몰랐어.」「지금은 원시적인 공포 본능을 되살려야 할 때인지도몰라요..」

통념과 달라서 내가 혼란스러운 것도 있어. 저들은 나이가 많지만 몸을 아주 잘 보존했어. 그래서 연로한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저렇게 건강해 보이는 거야.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네.」「당신과 대화를 하다 보면 돈과 보상과 처벌이 전부인,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삶의 동력으로 삼는 우리 시대의 낡고즉자적인 사고방식에 내가 길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돼요.]

수메르인들은 최면을 말[言]을 통한 치유)라고 불렀다. 그들은 의식을 세 개의 단계로 나누었는데, 환자가이 단계를 밟아 내려가 긴장이 풀어지면 병을 치유할 수있다고 믿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걸음을 재촉하는 행인들의모습이 차창 밖으로 보인다. 잿빛 풍경 속 그들의 머리위로 우산이 검은 꽃처럼 활짝 펼쳐진다.

게브가 했던 말이 있는데, 뭐였더라? 그래, 우리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를 위한 것이다라고 했어. 정말 그런지 두고보자.

「재밌는 농담 하나 해드리죠.」
이렇게 운을 떼면 기대는 금물이지.

유머의 정석 : 1) 웃기다고 미리 말하지 말 것. 2) 말끝에 웃지말 것. 3) 웃긴 농담이었다고 스스로 말하지 말 것. 이 의사는 심리학의 기본도 모르는군.

「이 농담을 한 건, 진실은 신빙성이 없어 보일 때가 많아서 그걸 말하는 사람이 도리어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기도 한다는 걸 얘기해 주기 위해서예요.」내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이 사람은 엘로디의 담당 의사였어. 가공의 신체 접촉 기억을그녀에게 심어 거식증을 치료했던 바로 그 정신과 의사.

「당신이 품는 의심은 이해할 수 있어요, 톨레다노 씨,
환자들은 끝내 자신의 병을 사랑하게 되어 낫는 걸 두려워하게 되죠. 다쳐서 발을 절다가 정상적으로 걷고 싶어

쿠에 요법은 무능력자들의 특기지. 오팔은 입버릇처럼 안그래요?)를 붙이더니 이 사람은 내 말만 믿어요>라고 하네. 이런 표현을 통해 무의식적인 동조를 강요하는 거지. 카드 세트에끼워 놓은 세 장의 하트 퀸과 똑같은 원리로 결국 우리 정신에영향을 미치게 돼.

「바로 그거예요! 결합되는 감정에 따라 길과 나무의중요성이 달라지죠. 우리 병원의 이름이 마르셀 프루스트인 건 그가 이런 과학적 원리를, 기억은 곧 감정이라는것을 가장 잘 보여 줬기 때문이에요. 입에 들어간 마들렌이 일으키는 감정이 프루스트에게 이미지와 소리와 냄새와 맛을 떠올리게 하죠.」

☆〈현실을 견딜 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작은 광기 몇 개를 내면에 간직하는 수밖에 없다.)

혹시 내가 진짜로 미쳐 버린 건 아닐까? 그럴 가능성도 이제고려하지 않으면 안 돼. 나 자신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내 기행(奇行)에 지나치게 관대해져 버렸는지도 몰라.

이 모든 것이 내 상상력의 소산에 불과하다면, 아틀란티스와아틀란티스인들에 대한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들은 대체 어디서 생긴 것이란 말인가? 내가 어떻게 그들의 의식주와 삶의 방식, 평균 수명, 그들이 살았던 정확한 시대를 알 수 있단 말인가?
게브는 나와 전혀 다른 성품을 지닌 사람이다. 나와는 비교가불가능할 만큼 훌륭한 사람이다. 그의 깊은 지혜는 지나온 내과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통해서만다른 사람들을 알게 되는 존재이며, 그 반대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스트레스와 외상은 해마 세포를 파괴해 작은 구멍을낸다.
결국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해마가 손상돼 기억력이감퇴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나 알츠하이머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한테는 양쪽 뇌 가운데 각각 하나씩 두 개의 해마가 있다.
컴퓨터로 치면 하드 디스크라고 할 수 있는 해마는 장기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해마에 저장된 정보는 피질 뉴런을 통해 접근하는데,
이 접근에 문제가 생기면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 발생한다. 분명히 해마에 있는 정보를 뇌에서 불러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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