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대중 3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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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일어선 그

<만화 김대중 3>은 12.12 사태로 막을 연다. 독재의 아성이 무너지기 무섭게 들어선 군벌 세력 앞에 김대중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은 절망했다. 깊은 안개정국 속에서 혹시 모를 정치 탄압에 숨죽이며 대다수 정치인이 몸조심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그는 군부를 향해 연신 매서운 일침을 가한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그 역시 손발이 묶이게 되고, 그를 따르는 많은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기에 이른다.

그 사이 광주에서는 대규모 민중항쟁이 벌어지고, 그의 석방과 계엄령 해제를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의 외침이었지만 전두환의 군부 세력은 이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즉각 광주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총칼로 민중을 제압하려 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의 동의마저 얻은 이 사태에 힘없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저 몸 하나로만 맞서다 붉은 꽃잎처럼 거리에 스러지는 것뿐이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광주항쟁 그렇지만 군부의 칼날은 광주 시민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인 김대중, 그는 군부 최대의 적으로 숙청 대상 1호였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군부세력은 ’내란음모죄’라는 억지 죄명을 내세워 그를 법정에 세운다. 결국 그는 사형 언도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둔 긴 투옥 생활에 들어간다. 또 한 번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찾아왔지만 그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고위층과 그의 정치 행보를 잘 아는 세계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구명에 나섰던 것이다. 전 세계 여론은 신군부 세력을 압박하고, 결국 레이건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감형된다. 고비는 넘겼지만 형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독서와 글쓰기뿐이었다. 신군부 세력은 박정희 정권의 정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대한민국 정치를 마음대로 휘젓는 가운데 김대중에게는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손발이 묶였음에도 그가 한국에 있는 게 불안했는지 신군부는 치료를 핑계 삼아 김대중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낸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각서를 미끼로 그를 한껏 깎아 내린 채로 말이다. 눈물을 머금고 미국으로 간 그는 일단 치료를 받고, 반정부투쟁에 나선다. 그가 죽을 뻔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처럼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나선다.

힘껏 노력해도 타지인 미국에서의 정치 운동은 간접적이고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험난한 모험이고 제2의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전격적인 귀국을 감행한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 순탄치 않았다. 우선 귀국을 저지하려는 신군부의 압력에 대항해야 했고, 필리핀의 정치인 아키노가 사살 당한 사건이 말해주듯 조국의 땅에 닿자마자 생기게 될 모종의 위협도 생각해야 했다.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돌아온 김대중.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수많은 민중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앞으로 그가 헤쳐 나가야 할 일은 더욱 더 험했다. 군사 정부의 명맥을 잇게 된 노태우의 당선과 대의와 명분마저 저버린 김영삼의 정치행보는 이 땅위에 참 된 민주주의를 꽃 피우려는 그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숱한 장해와 맞서 싸워야 했던 그의 정치 이야기가 4권에서는 또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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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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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핀란드의 디자인 세계

근래에 들어 공공 디자인을 비롯한 디자인 전반에 관한 인식이 전과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다. 국가 이미지, 도시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디자인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전국의 도시마다 난립하고 있는 간판을 정비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자극적인 색이 사용되고, 제각각 크기가 다른 간판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도시의 오염원이었다. 주변과의 조화나 공공 디자인적인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이런 도시의 간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래의 기능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어느 누구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최근에 부는 디자인 열풍이 이 오래된 관행을 말끔히 씻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도시 디자인이라는 영역에서 생각해볼만한 것들이 거의 전무하다. 과거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재와 유적은 박제된 채로 고립돼 있으며,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식 건물의 대부분은 어떤 미학을 논할 가치조차 없는 콘크리트 덩어리일 뿐이다. 과거와는 철저히 단절되어 있고, 현실에선 단조로움의 극치로만 일관하는 우리의 도시 디자인,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성과 신속함만을 내세우면 추진되었던 도시정책은 도시민의 삶에서 자연을 유리시켰고, 시민들의 마음속에 메마른 감성만을 남겼다. 찾아야만 갈 수 있는 공원, 도시의 장식물이 된 가로수 등등 자연은 피부로 느낄 수 없을 만큼 도시민들에게서 멀어져갔다. 자연이라는 여유 공간 혹은 쉼터가 마련돼 있지 않은 도시는 각박한 사회를 만들었으며, 이런 도시에 찌든 사람들에게 상상력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낡은 것은 모조리 부수고, 새것은 빨리 지어야 한다는 생각과 자연에 눈을 돌릴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쩌면 지금의 도시 디자인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한 것이다. 디자인은 원래 모두가 원하는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라 경제성과 신속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맞는 건 자연이 살아 있고, 개성이 넘치는 공간보다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한 단조롭고 차가운 공간이 더 어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공간은 삶을 윤택하게는 할 수 있어도 삶의 질을 향상시켜주지는 못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휘황찬란한 간판의 물결에 현혹돼 이런저런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지만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철저히 닫혀 있는 그 공간에서 만족스런 안식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무 그늘과 튀지 않는 모양의 벤치, 가까이에 잔잔하게 흐르는 물이 있고, 무엇보다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이 거리에 널린 카페보다 훨씬 많은 위안과 평온을 제공해 준다.

핀란드의 디자인 역시도 그런 자연과 가까운 삶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늘 함께하는 자연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고, 작은 기능을 보태 디자인을 완성하는 그들은 모습은 디자인의 출발점이 어디여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낡고 오래된 것들을 부수고, 새것을 만들기보다 최대한 그대로 남겨둔 채 필요에 맞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부수고 만들면 쉬울 것을 그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기존의 것의 생명을 이어나간다.

자연을 그대로 두고 보기를 즐기며, 재활용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핀란드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그렇게 아름다운 도시,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갔다. 작은 소품은 물론 거대한 주거공간까지 그들의 디자인에는 자연이 묻어나있었다. 낡고, 망가지고, 버려진 것들이 디자인으로 새로운 이름을 얻고, 그것들이 다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새롭게 커나가는 우리의 디자인도 먼저 자연을 생각하고, 옛것의 소중함을 아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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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 웰스 : 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
제프리 삭스 지음, 이무열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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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공동체가 공존할 수 있는 대안 모색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인구, 그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할 식량, 그 식량을 위해 파괴되는 산림, 산림의 파괴로 변화된 기후,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다시 조합되고, 교차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더욱 몸살 나게 하고 있다. 더 붐비고 계속 뜨거워지는 지구, 지구는 지금 한계점에 이르렀으며 이것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사막화의 확산, 거대 폭풍의 잦은 출몰, 지역에 따라 양상을 달리하는 이상 기후 증후는 지구가 보내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메시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곧잘 현실의 위험을 망각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강타하는 곳은 투발루나 인도네시아 같은 비공업국이다. 이들 나라는 지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일도 한 적이 없지만 지구가 보내는 강한 경고를 최전방에서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은 교토 의정서에 의거해 탄소 감축을 골자로 한 약간의 책임을 떠안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는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으니 갈 길이 정말 멀다. 선진국들이 지금보다 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공업국이라든지 한참 공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나라들이 환경을 무시한 채 산업발전에만 열을 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의 지구 온도는 계속해서 상승일로에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관성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당장에 온도 낮추는 조치가 단행된다 할지라도 온도의 상승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노력도 없다면 관성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붐비는 지구를 위해 저자가 생각한 첫 번째 방안은 이상적인 수준에서 지구의 전체인구를 안정화시키는 일이다. 가난한 나라의 높은 출산율은 정치 불안을 초래할 뿐더러 자원 남획과 산림훼손을 야기해 지역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전한다. 아프리카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는데 유난히 청년층 비율이 높은 이 지역은 갖은 분쟁과 내란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소년은 병사가 되고, 그들은 착취와 범죄를 일삼기 때문에 지역 경제는 만신창이가 된다. 한편 분쟁 지역을 피해 숲이나 비옥한 땅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그 수가 워낙 많아서 숲과 땅의 황폐화를 초래한다. 우선 빈곤을 덫을 걷어낸 뒤 교육과 일자리를 통해 가정 외적인 일에 주안점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피임법의 보급보다는 사회적 욕구를 되살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개발이다. 여기서 지속가능하다는 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저비용으로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 지구적인 자원쟁탈전과 치솟는 유가만 생각해도 이 문제는 충분히 염두 해둘만하다. 한국 정부도 녹색 성장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그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자연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기존의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주거 환경 자체가 아파트다 보니 독자적인 에너지 수급에 대한 노력이 미진한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활용 가능한 기술의 보급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세 번째는 전 지구적인 협력이다. 어쩌면 이것은 위의 두 가지 방안을 포괄하는 사항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환경악화, 인구증가, 극단적 빈곤이라는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아마존 지역과 아프리카의 열대림의 파괴를 그나마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들의 지원금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기아문제 역시 여러 나라의 지원과 관심 속에 부족하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로 부상한 물 부족 사태 역시 전 지구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물길은 상류를 점하고 있는 나라가 다 소비하고 나면 그 아래에 있는 나라는 대안이 없다. 점점 더 마르고 있는 지구 곳곳의 강과 호수의 상태로 볼 때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전 지구적인 협력은 국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지구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다. 특히 거대 다국적 기업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기업을 협력의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이 앞장서서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국적 곡물 기업을 비롯한 커피, 바나나 생산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과연 정직한 기업으로 거듭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한 기업의 사례는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HIV의약품을 만드는 한 제약회사는 독립NGO들을 지원해 저소득 국가들의 가난한 HIV 감염자들을 구제했다. 이 지원으로 그들은 약간의 경제적인 손해를 보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건 물론 양심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나는 '하나뿐인 지구'라는 다큐 프로그램은 자주 본다. 화면 속 거대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지구의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한 무한 책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단순히 지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지구 속 자연에 살고 있는 한 생명체로서 나를 살게 한 공간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막중한 의무감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쓰레기와 갖은 오물을 양산하면서도 그동안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았다. 전자제품을 마음껏 사용하며 탄소를 양껏 뿜어대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TV로 보는 지구와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같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TV 속 지구의 모습은 이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책임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라도 지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절약 같은 작은 실천부터 힘써 생활화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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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상식사전 - 마트,와인바에서 와인 고르기부터 친구,연인,비즈니스 모임에 필요한 와인 상식 총망라!
이기태 지음 / 길벗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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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과 함께 마음을 적시는 와인의 매력

내게 첫 와인은 지독하게 떫은맛과 강한 산도로 손을 젓게 만들었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고혹적인 빛을 발하는 그 술을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와인에 품었던 모든 환상이 깨져버렸다. 왜 이런 맛이 나는지, 어떻게 이런 술을 그토록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지 너무도 의아스러웠다. 그 후로도 몇 번 와인을 접했지만 역시나 두 잔 이상을 즐길 수 없는 것들이었고, 와인은 가까이 하기 힘든 술로 굳어져 갔다.

그러다 우연히 타닌 성분이 적은 레드 와인과 몇몇 화이트 와인을 접하고 나서야 나에게 맞는 와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느 술과는 다르게 와인은 종류에 따라 그 맛과 풍미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게다가 와인의 가격대는 단돈 몇 만원에서 수백만원 이상 가는 것까지 놀랄 만큼 범위가 넓었다. 하나의 술이지만 선택의 폭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와인, 그럼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하는 걸까?

<와인 상식 사전>은 일단 와인에 관한 기초상식을 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나라별 와인의 특색은 무엇이며, 대표적인 와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빈티지와 레이블의 내용파악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대부분의 와인 이름에 포함되는 포도 품종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무려 18종류나 있었는데, 약간 아쉬운 점은 품종별 포도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와인에 관한 기초상식을 익히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기초지식을 쌓았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와인 선택에 들어간다. 우선 책에는 와인 입문자인 경우에 체크할 필요가 있는 10개 항목이 제시돼 있다. 가격, 타입, 맛, 국가, 품종 등의 결정과 와인의 상태에 관한 부수적인 확인이 그 항목이었다. 또한 <와인 상식 사전>에는 와인바나 레스토랑에서의 와인 메뉴판 보는 법과 와인을 즐기는 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와인 매너’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와인은 기후나 품종 못지않게 땅을 비롯한 재배환경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데루아’라는 단어는 바로 그런 모든 환경을 일컫는 말이다. 토양과 기후 환경은 물론 포도밭의 지형과 경사도까지 와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와인의 90%가 떼루아에서 결정된다고 책은 전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경기도 이천이 맛좋은 쌀로 유명하고, 법성포가 좋은 굴비로 유명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와인의 풍미를 더해주는 갖가지 요리들과 세계의 와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이탈리아 와인인 산테로 모스카토 스푸만테였다. 가격은 3만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았고, 외관은 보통 와인보다 개성 있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닌이 없고, 스위트한 맛이라는 점이 취향에 맞았다. 또한 이보다 더 저렴하지만 달콤한 와인인 미국의 골드 바인도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나에게 맞는 와인은 따로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리고 문득 하얀거탑이란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극중 장준혁으로 분한 김명민 씨가 후배들을 위해 와인을 고르며 ’이번엔 드라이한 걸로 먹어볼까.’라고 말하는 게 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와인이란 술을 즐기는 데에 이처럼 많은 상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이국의 낯선 술이 보다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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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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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다처럼 아름다운 곳, 크로아티아

청명한 하늘과 투명한 바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건물들과 깨끗한 거리, 유럽의 동쪽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팔방미인의 나라였다. 아드리아 해와 인접해 있는 해안은 어딜 가나 최고의 경치를 자랑했고, 훼손되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고풍스런 옛 건물들이 자리한 이 나라의 여러 도시는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려는 크로아티아인들의 자긍심과 숭고함이 배인 아름다운 곳이었다. 도시의 옛 건물들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새것보다 더 값져 보였고, 요즘의 신식 건물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고매한 위상을 풍겼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 속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유산들을 좀 더 이기적으로, 원하는 만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어 보였지만 그들은 우리처럼 쉽게 개발의 삽을 들지 않는 것 같다. 구식 시장과 오래된 골목, 낡은 걸물들은 세월의 주름을 간직한 채 꿋꿋이 버티고 있었고, 아름다운 해안가 주변 그 어디도 새로운 건물들이나 고약한 상업시설이 난립해 있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건축물들 지키고, 아끼고, 소중히 하는 그들의 마음은 그렇게 다른 모든 것들까지도 아름답게 만들었던 것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근사하고 황홀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동화 속 요정들의 숲처럼 아기자기 하면서, 꿈속의 낙원처럼 영롱한 빛을 발하는 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다. 특히 코쟈크 호수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갑자기 어디선가 신화 속 님프들이 뛰어나와 헤엄칠 것만 같았다. 잔잔한 수면 위로 녹음이 짙게 드리운 숲이 담긴 사진 속 호수의 모습은 절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런 곳에서 산책을 한다면 아마 꿈꾸듯 걷는 기분이리라. 아무리 국립공원이라지만 이 정도까지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여행의 참맛은 여행지 본연의 아름다움을 내면 깊숙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뒤틀어진 계획과 예기치 못한 만남처럼 ’즐거운 돌발’도 여행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저자와 로코라는 청년과의 우연한 만남은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리고, 여행의 잔재미를 안겨준다.
"길 위의 인연이라도 인연을 맺었으면 친구지요.
친구는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기다린 거죠.
당신도 나와 당신을 시간을 나눴으니 이제 우리도 친구가 되 거예요."
금방이라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거리의 청년 철학자가 남긴 명쾌한 한마디였다.

눈부신 두브로브니크를 끝으로 크로아티아 여행은 아쉽게도 끝나고 만다. 어찌하랴? 이것이 여행인걸...하늘보다 푸른 바다와 빨간 지붕들은 이제 내 마음 속에 고이 담아두는 수밖에...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 그리고 축구와 크로캅만이 알고 있는 전부였던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블루>를 읽고 나서야 발칸반도에 위치한 이 동유럽 국가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보존된 과거의 유산과 천혜의 자연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반기는 이곳은 유럽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멋지고 아름다웠다. 언젠간 나도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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