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 웰스 : 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
제프리 삭스 지음, 이무열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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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공동체가 공존할 수 있는 대안 모색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인구, 그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할 식량, 그 식량을 위해 파괴되는 산림, 산림의 파괴로 변화된 기후,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다시 조합되고, 교차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더욱 몸살 나게 하고 있다. 더 붐비고 계속 뜨거워지는 지구, 지구는 지금 한계점에 이르렀으며 이것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사막화의 확산, 거대 폭풍의 잦은 출몰, 지역에 따라 양상을 달리하는 이상 기후 증후는 지구가 보내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메시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곧잘 현실의 위험을 망각하곤 한다. 안타깝게도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강타하는 곳은 투발루나 인도네시아 같은 비공업국이다. 이들 나라는 지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일도 한 적이 없지만 지구가 보내는 강한 경고를 최전방에서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은 교토 의정서에 의거해 탄소 감축을 골자로 한 약간의 책임을 떠안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는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으니 갈 길이 정말 멀다. 선진국들이 지금보다 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공업국이라든지 한참 공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나라들이 환경을 무시한 채 산업발전에만 열을 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의 지구 온도는 계속해서 상승일로에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관성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당장에 온도 낮추는 조치가 단행된다 할지라도 온도의 상승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노력도 없다면 관성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붐비는 지구를 위해 저자가 생각한 첫 번째 방안은 이상적인 수준에서 지구의 전체인구를 안정화시키는 일이다. 가난한 나라의 높은 출산율은 정치 불안을 초래할 뿐더러 자원 남획과 산림훼손을 야기해 지역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전한다. 아프리카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는데 유난히 청년층 비율이 높은 이 지역은 갖은 분쟁과 내란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소년은 병사가 되고, 그들은 착취와 범죄를 일삼기 때문에 지역 경제는 만신창이가 된다. 한편 분쟁 지역을 피해 숲이나 비옥한 땅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그 수가 워낙 많아서 숲과 땅의 황폐화를 초래한다. 우선 빈곤을 덫을 걷어낸 뒤 교육과 일자리를 통해 가정 외적인 일에 주안점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피임법의 보급보다는 사회적 욕구를 되살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개발이다. 여기서 지속가능하다는 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저비용으로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 지구적인 자원쟁탈전과 치솟는 유가만 생각해도 이 문제는 충분히 염두 해둘만하다. 한국 정부도 녹색 성장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그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자연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유럽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기존의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주거 환경 자체가 아파트다 보니 독자적인 에너지 수급에 대한 노력이 미진한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 활용 가능한 기술의 보급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세 번째는 전 지구적인 협력이다. 어쩌면 이것은 위의 두 가지 방안을 포괄하는 사항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환경악화, 인구증가, 극단적 빈곤이라는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아마존 지역과 아프리카의 열대림의 파괴를 그나마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들의 지원금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기아문제 역시 여러 나라의 지원과 관심 속에 부족하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시급한 문제 중의 하나로 부상한 물 부족 사태 역시 전 지구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물길은 상류를 점하고 있는 나라가 다 소비하고 나면 그 아래에 있는 나라는 대안이 없다. 점점 더 마르고 있는 지구 곳곳의 강과 호수의 상태로 볼 때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전 지구적인 협력은 국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지구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다. 특히 거대 다국적 기업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기업을 협력의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이 앞장서서 의사를 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국적 곡물 기업을 비롯한 커피, 바나나 생산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과연 정직한 기업으로 거듭날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한 기업의 사례는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HIV의약품을 만드는 한 제약회사는 독립NGO들을 지원해 저소득 국가들의 가난한 HIV 감염자들을 구제했다. 이 지원으로 그들은 약간의 경제적인 손해를 보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건 물론 양심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나는 '하나뿐인 지구'라는 다큐 프로그램은 자주 본다. 화면 속 거대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지구의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한 무한 책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단순히 지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지구 속 자연에 살고 있는 한 생명체로서 나를 살게 한 공간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막중한 의무감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쓰레기와 갖은 오물을 양산하면서도 그동안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았다. 전자제품을 마음껏 사용하며 탄소를 양껏 뿜어대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TV로 보는 지구와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같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TV 속 지구의 모습은 이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책임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라도 지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절약 같은 작은 실천부터 힘써 생활화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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