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대중 3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일어선 그

<만화 김대중 3>은 12.12 사태로 막을 연다. 독재의 아성이 무너지기 무섭게 들어선 군벌 세력 앞에 김대중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은 절망했다. 깊은 안개정국 속에서 혹시 모를 정치 탄압에 숨죽이며 대다수 정치인이 몸조심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그는 군부를 향해 연신 매서운 일침을 가한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그 역시 손발이 묶이게 되고, 그를 따르는 많은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기에 이른다.

그 사이 광주에서는 대규모 민중항쟁이 벌어지고, 그의 석방과 계엄령 해제를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의 외침이었지만 전두환의 군부 세력은 이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즉각 광주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총칼로 민중을 제압하려 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의 동의마저 얻은 이 사태에 힘없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저 몸 하나로만 맞서다 붉은 꽃잎처럼 거리에 스러지는 것뿐이었다.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광주항쟁 그렇지만 군부의 칼날은 광주 시민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인 김대중, 그는 군부 최대의 적으로 숙청 대상 1호였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군부세력은 ’내란음모죄’라는 억지 죄명을 내세워 그를 법정에 세운다. 결국 그는 사형 언도를 받고, 죽음을 앞에 둔 긴 투옥 생활에 들어간다. 또 한 번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찾아왔지만 그에겐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의 고위층과 그의 정치 행보를 잘 아는 세계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구명에 나섰던 것이다. 전 세계 여론은 신군부 세력을 압박하고, 결국 레이건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감형된다. 고비는 넘겼지만 형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독서와 글쓰기뿐이었다. 신군부 세력은 박정희 정권의 정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대한민국 정치를 마음대로 휘젓는 가운데 김대중에게는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손발이 묶였음에도 그가 한국에 있는 게 불안했는지 신군부는 치료를 핑계 삼아 김대중을 미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낸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각서를 미끼로 그를 한껏 깎아 내린 채로 말이다. 눈물을 머금고 미국으로 간 그는 일단 치료를 받고, 반정부투쟁에 나선다. 그가 죽을 뻔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처럼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나선다.

힘껏 노력해도 타지인 미국에서의 정치 운동은 간접적이고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험난한 모험이고 제2의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전격적인 귀국을 감행한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역시 순탄치 않았다. 우선 귀국을 저지하려는 신군부의 압력에 대항해야 했고, 필리핀의 정치인 아키노가 사살 당한 사건이 말해주듯 조국의 땅에 닿자마자 생기게 될 모종의 위협도 생각해야 했다.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돌아온 김대중.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수많은 민중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앞으로 그가 헤쳐 나가야 할 일은 더욱 더 험했다. 군사 정부의 명맥을 잇게 된 노태우의 당선과 대의와 명분마저 저버린 김영삼의 정치행보는 이 땅위에 참 된 민주주의를 꽃 피우려는 그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숱한 장해와 맞서 싸워야 했던 그의 정치 이야기가 4권에서는 또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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