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상식사전 - 마트,와인바에서 와인 고르기부터 친구,연인,비즈니스 모임에 필요한 와인 상식 총망라!
이기태 지음 / 길벗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입술과 함께 마음을 적시는 와인의 매력

내게 첫 와인은 지독하게 떫은맛과 강한 산도로 손을 젓게 만들었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고혹적인 빛을 발하는 그 술을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와인에 품었던 모든 환상이 깨져버렸다. 왜 이런 맛이 나는지, 어떻게 이런 술을 그토록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지 너무도 의아스러웠다. 그 후로도 몇 번 와인을 접했지만 역시나 두 잔 이상을 즐길 수 없는 것들이었고, 와인은 가까이 하기 힘든 술로 굳어져 갔다.

그러다 우연히 타닌 성분이 적은 레드 와인과 몇몇 화이트 와인을 접하고 나서야 나에게 맞는 와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느 술과는 다르게 와인은 종류에 따라 그 맛과 풍미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게다가 와인의 가격대는 단돈 몇 만원에서 수백만원 이상 가는 것까지 놀랄 만큼 범위가 넓었다. 하나의 술이지만 선택의 폭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와인, 그럼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하는 걸까?

<와인 상식 사전>은 일단 와인에 관한 기초상식을 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나라별 와인의 특색은 무엇이며, 대표적인 와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빈티지와 레이블의 내용파악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대부분의 와인 이름에 포함되는 포도 품종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무려 18종류나 있었는데, 약간 아쉬운 점은 품종별 포도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와인에 관한 기초상식을 익히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기초지식을 쌓았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와인 선택에 들어간다. 우선 책에는 와인 입문자인 경우에 체크할 필요가 있는 10개 항목이 제시돼 있다. 가격, 타입, 맛, 국가, 품종 등의 결정과 와인의 상태에 관한 부수적인 확인이 그 항목이었다. 또한 <와인 상식 사전>에는 와인바나 레스토랑에서의 와인 메뉴판 보는 법과 와인을 즐기는 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와인 매너’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와인은 기후나 품종 못지않게 땅을 비롯한 재배환경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데루아’라는 단어는 바로 그런 모든 환경을 일컫는 말이다. 토양과 기후 환경은 물론 포도밭의 지형과 경사도까지 와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와인의 90%가 떼루아에서 결정된다고 책은 전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경기도 이천이 맛좋은 쌀로 유명하고, 법성포가 좋은 굴비로 유명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와인의 풍미를 더해주는 갖가지 요리들과 세계의 와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이탈리아 와인인 산테로 모스카토 스푸만테였다. 가격은 3만원으로 그리 비싸지 않았고, 외관은 보통 와인보다 개성 있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닌이 없고, 스위트한 맛이라는 점이 취향에 맞았다. 또한 이보다 더 저렴하지만 달콤한 와인인 미국의 골드 바인도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나에게 맞는 와인은 따로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리고 문득 하얀거탑이란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극중 장준혁으로 분한 김명민 씨가 후배들을 위해 와인을 고르며 ’이번엔 드라이한 걸로 먹어볼까.’라고 말하는 게 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와인이란 술을 즐기는 데에 이처럼 많은 상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이국의 낯선 술이 보다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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