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다처럼 아름다운 곳, 크로아티아
청명한 하늘과 투명한 바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건물들과 깨끗한 거리, 유럽의 동쪽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 없는 팔방미인의 나라였다. 아드리아 해와 인접해 있는 해안은 어딜 가나 최고의 경치를 자랑했고, 훼손되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고풍스런 옛 건물들이 자리한 이 나라의 여러 도시는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려는 크로아티아인들의 자긍심과 숭고함이 배인 아름다운 곳이었다. 도시의 옛 건물들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채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새것보다 더 값져 보였고, 요즘의 신식 건물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고매한 위상을 풍겼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배려와 관심 속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유산들을 좀 더 이기적으로, 원하는 만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어 보였지만 그들은 우리처럼 쉽게 개발의 삽을 들지 않는 것 같다. 구식 시장과 오래된 골목, 낡은 걸물들은 세월의 주름을 간직한 채 꿋꿋이 버티고 있었고, 아름다운 해안가 주변 그 어디도 새로운 건물들이나 고약한 상업시설이 난립해 있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건축물들 지키고, 아끼고, 소중히 하는 그들의 마음은 그렇게 다른 모든 것들까지도 아름답게 만들었던 것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근사하고 황홀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동화 속 요정들의 숲처럼 아기자기 하면서, 꿈속의 낙원처럼 영롱한 빛을 발하는 이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작품이었다. 특히 코쟈크 호수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갑자기 어디선가 신화 속 님프들이 뛰어나와 헤엄칠 것만 같았다. 잔잔한 수면 위로 녹음이 짙게 드리운 숲이 담긴 사진 속 호수의 모습은 절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런 곳에서 산책을 한다면 아마 꿈꾸듯 걷는 기분이리라. 아무리 국립공원이라지만 이 정도까지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여행의 참맛은 여행지 본연의 아름다움을 내면 깊숙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뒤틀어진 계획과 예기치 못한 만남처럼 ’즐거운 돌발’도 여행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저자와 로코라는 청년과의 우연한 만남은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리고, 여행의 잔재미를 안겨준다.
"길 위의 인연이라도 인연을 맺었으면 친구지요.
친구는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기다린 거죠.
당신도 나와 당신을 시간을 나눴으니 이제 우리도 친구가 되 거예요."
금방이라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거리의 청년 철학자가 남긴 명쾌한 한마디였다.
눈부신 두브로브니크를 끝으로 크로아티아 여행은 아쉽게도 끝나고 만다. 어찌하랴? 이것이 여행인걸...하늘보다 푸른 바다와 빨간 지붕들은 이제 내 마음 속에 고이 담아두는 수밖에...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 그리고 축구와 크로캅만이 알고 있는 전부였던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블루>를 읽고 나서야 발칸반도에 위치한 이 동유럽 국가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보존된 과거의 유산과 천혜의 자연이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반기는 이곳은 유럽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멋지고 아름다웠다. 언젠간 나도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