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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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래전부터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던 이 '시누헤'라는 소설이 지금에야 비로소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는 얘길 들었다. 이집트를 무대로 한 장편역사극이라는 토대위에 전세계적인 공감을 불어일으킬만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길래 수많은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사뭇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한 사람의 일생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움의 과정에서의 일들, 젊은 시절의 운명적인 만남과 방황, 기나긴 여정과 해후, 일생일대의 위기와 쓸쓸한 황혼으로 점철되는 시누헤의 삶에 비춰 작게는 시누헤의 주변인물에서 크게는 이집트와 그 주변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소설 속 이야기들은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종교간의 갈등이나 왕권 다툼,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 현대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이 묘사되어 있어 전혀 낯선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화자인 시누헤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모르는 것은 물어 알고자 했던 지식에 굶주려 있던 인물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사의 길을 걷던 중 후에 파라오가 되는 두 사람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여자에 홀려 잠시 방황을 하지만 의사이자 지식탐험가로서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많은 것을 배우면서 그리고 한 여자를 만나 사랑과 이별을 하면서 또한 숱한 위기를 넘기면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지만 그의 나라는 어지럽기만 하다. 새로운 신과 기존의 신과의 대립, 전쟁에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상황 등 수많은 시련들이 그를 시험하고, 위기 속으로 내몰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지만 그럴수록 그의 마음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마음만 커져갈 뿐이다.

엄연히 노예제도가 있고 자기가 믿는 신에 따라 사회정의가 달라지는 그 시대에서 어쩌면 그의 생각은 한낮의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실천했던 그의 모습을 보면 단순히 그를 이상주의자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행동이 그저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한편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개성있는 몇몇 인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똑똑한 '방자'같은 카프타나 전형적인 팜므파탈의 네페르네페르네페르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소설에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람세스'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접해보는 이집트 역사소설 '시누헤'. 역사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더불어 올바른 세계관을 갖게 하는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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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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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저자 슈카와 미나토와는 <꽃밥>, <새빨간 사랑>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다.
향토적 정취와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가 돋보였던 <꽃밥>과 그로테스크하고 몽환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룬 <새빨간 사랑> 모두 비슷한 작품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의 독특함과 괴이함으로 아주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출간되는 작품에 대한 기대도 높았고, 게다가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나의 궁금증은 극해 달해 있었다.

처음에 나오는 '올빼미 사내'는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도시의 '전설'로 남고자 했던 한 사내를 다룬 작품이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스파이더 맨처럼 동물과 인간의 돌연변이에 의해서 생겨난 '괴생명체'를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괴담'이니 '전설'이니 하는 것들은 일종의 후일담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난 후에 살이 더해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점차로 확산돼 생기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빼미 사내'의 경우는 다르다. 사건 이전에 이미 그는 존재했었고, '괴담'이 생기고 난 후에 그에 맞춰 살인을 저질렀다. 도시의 '전설'이 되고자 했던 사내라니...<천사와 악마>에서 인류의 '구원자'가 되려했던 궁무처장이 떠올랐다.

두번째는 '어제의 공원'이란 작품으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나오는 타입 립과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되는 엔도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운명을 거스르면 거스를수록 현실은 더욱 더 비참해 진다는 것...정해진 운명을 바꾸려는 인간의 헛된 노력이 더 큰 피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교훈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엔도와 그의 아들 쇼이치가 나누는 대화는 묘한 여운을 준다.

세번째의 '아이스맨'은 이 글이 <새빨간 사랑>을 쓴 작가가 맞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즈키는 할아버지 댁에서 요양하던 중에 구경갔던 마쓰리에서 논코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소녀의 손에 이끌려 말로만 듣던 '갓파'를 보게 된다. 친구가 없던 가즈키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논코와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느껴지는 '갓파'라는 물건...그로테스크함의 절정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네번째의 '사자연'은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기미히코'라는 화가지망생을 향한 두 여인의 무섭도록 집요한 욕망을 다룬 굉장한 반전이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죽은 자에 대한 왜곡된 형태의 사랑이 불러온 충격적인 이야기에 오싹함을 느꼈고, 점차 베일이 벗겨져 마침내 진면목을 드러내는 한 여인의 광기어린 사랑에 몸서리치게 되었다. 원혼과의 사랑이라니...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애절한 이야기를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마지막의 '월석'은 간만에 등장한 오사카라는 도시가 반가워지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후지타는 죄책감이 많은 사람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부하직원 모토무라의 퇴직을 막지 못했으며, 어머니의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던 지하철안에서 한 아파트에 나타난 어머니와 모토무라의 환영을 보게 되고, 몸소 그 곳을 방문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아내를 퇴원시키고 뒤늦게나마 어머니를 찾아 뵙는 일일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죄를 짓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개의 작품 뒤에 있는 이시다 이라의 해설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이 소설집은 충분히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들이다. 먼저 소개되었던 두 작품(꽃밥, 새빨간 사랑)의 원류가 되는 이 책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들이 보여주는 이름 모를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그 빛이 세피아빛이라면 너무 작위적인가? 아무튼 슈카와 미나토와의 이번 만남은 아주 즐거웠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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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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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 젊음의 유쾌한 일탈기

이 작품 이전에 접해본 히데오의 소설은 이라부와 마유미 콤비가 나오는 '공중그네'와 '면장선거' 그리고 밑바닥 인생들을 리얼하게 묘사한 '라라피포'가 전부였다.

유쾌하지만 통찰력있는 이야기와 3류인생의 처절한 삶을 다룬 이야기
과연 이 소설은 그 둘 중 어디에 닿아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그 두가지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누군가로부터 간섭받는 걸 싫어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기를 꿈꾸는 주류와는 동떨어진 주인공들이 나오고(미타는 주류속에 있는 비주류이다), 그들의 엉뚱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 나이부터 들인 돈맛에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 짝짓기 사업을 하며 목돈을 쥐게 될 날만을 꿈꾸는 요코야마 겐지.
명문 게이오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 미타 그룹에 입사했지만, 행동이 굼뜨고 과집중증이 있어 직장에서 항상 약올림만 당하는 미타 소이치로.
전직 모델 출신으로 평범한 삶을 못견뎌 하고, 비열한 사기꾼인 이버지를 경멸해서 언젠가 복수하길 바라지만 동생만큼은 끔찍히 아끼는 구로가와 치에.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로 '적'이 아님을 알게 된 이들은 '10억엔 탈취'라는 공동의 목표아래 서로 협조하길 약속하고, 치밀하게 작전을 짠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계획은 번번히 어긋나게 되지만, 서로가 돕고 의지하는 가운데 이들의 우정은 모르는 사이에 커져만 간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뜻하지 않게 후루야를 도움으로써 그에게 의심받지 않을 계기를 마련했고, 또한 중국인에게 납치된 동생을 구출함으로써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스물 다섯...그 말만 들어도 피가 뜨거워 지는 나이...

겐지와 소이치로 그리고 치에...그들의 피가 뜨거워 진건 10억엔 때문이 아니라 처음으로 우정을 느끼게 해준 '친구'라는 존재 때문이 아닐까

지칠 줄 모르고 질주하는 스물 다섯 젊음의 뜨거운 열정과 우정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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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중국사 - 역사읽기, 이제는 지도다!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3
박한제 외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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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국사나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중국의 역사는 사실 피상적으로 다뤄졌던 게 사실이다. 한반도와 맞닿아 있으면서 어느시대에나 항상 우리가 머리를 조아려야 할만큼 강국이었던 중국이 달갑지 않다는 점과 한국전쟁 당시 우리의 적국이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최근에 행해지고 있는 동북공정이 중국이란 나라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우리나라의 역사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그들의 역사 자체를 관심밖으로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경제적 위상이 날로 높아져만 가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된 중국알기의 필요성에 의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우선 중국이란 나라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이기에 그 흐름을 잘 파악한다면 우리에게 분명 도움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주 생생한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다섯명의 필자가 중국의 역사를 고대, 중세, 근세전기, 근세 후기, 근현대를 나누어 다루고 있는데 각 시대별로 각기 다른 필자의 독창성을 갖는 가운데 전체의 흐름을 깨지않도록 통일성도 엄수하고 있다.

입체감있는 음영기복지도와 시대별 역사 현장을 시각화한 각종 도판 자료 등 교과서 지리부도나 역사부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자료가 우선 눈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이런 자료들은 두세번 곱씹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되도록 단순하면서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서술적인 측면에서는 약간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솔직히 역사서술은 길거나 짧거나 지루하긴 마찬가지지만 이 책은 총 220여쪽 가운데 상당부분을 시각자료에 할애하여 아주 핵심을 찌르는 간략한 서술을 하고 있는데 노력의 흔적이 있어서인지 지나치게 농축되어 소화하기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한 나라의 방대한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담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는 일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이라면 그림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역사책을 읽는 다는 부담을 어느정도 줄여서 편안한 책읽기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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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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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이덕무를 필두로 한 백탑파 지식인들의 삶에 관한 책이다.
신분의 굴레 때문에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책과 함께 홀로 독서에 힘쓰던 이덕무.
그는 비슷한 처지의 벗들과 더불어 세상의 변두리에서 유유자적하다가 어진 임금 정조의 수혜로 규장각에서 벼슬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하는 일 역시 책과 관련된 일이었으니 어려운 살림에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 없었던 그에게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임금은 많은 일을 남긴 채 세상을 뜨고 그의 꿈과 벗들의 꿈과 조선의 꿈은 다시한번 좌절하기에 이른다. 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움이 남는 정조시대. 세종시대와 마찬가지로 그 시대에도 유능한 인재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을 살리고 추진력을 실어 줄 임금도 있었다. 하지만 임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꿈은 깨지고 미래는 흐려졌다. 왕의 곁에서 오로지 독서에만 힘썼던 그들은 다시 백탑 아래로 발을 돌려야 했다. 

이 책은 사심없이 오로지 독서에만 힘쓴 이덕무와 그의 벗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벼슬에 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독서를 위한 독서를 했다.
엄청난 양의 독서를 통해 축적된 지식은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연암이나 담헌의 눈에 띄게 되었고 이는 곧 벼슬길로 이어졌다.
임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벼슬살이는 오래가지 못했고, 그들이 뜻한 바도 이루지 못했지만 책을 사랑한 이덕무의 그 마음만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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