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타슈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0
알레산드라 프레골렌트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창밖의 자작나무'라는 문화기행서가 있다. 그 책을 읽고 난 6개월 가까이 빠득빠득 돈을 모아가며 러시아 여행경비를 마련했던 적이 있다...물론 아쉽게도 여행계획은 물거품이 됐지만 그 책은 나로 하여금 왠지 어둡고 사람들 마저 쌀쌀맞을 것 같은 동구권의 러시아라는 나라를 톨스토이와 푸쉬킨이 살아 숨쉬었던 문화와 예술의 나라로 각인시켜 주었다.

러시아 예술의 '삼스키'를 아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음악의 차이코프스키, 문학의 도스토예프스키, 영화의 타르고프스키를 합쳐서 부르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차창밖의 자작나무'는 이런 러시아의 예술가들과 그 자취를 다루고 있는데 그 책을 통해서 내가 알지 못했던 러시아 예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에르미타슈 미술관을 읽기 전에 내심 러시아 예술에 관해 많은 기대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미술분야에서의 러시아 예술을 접할 수는 없었다. 이 책에 따르면 지금의 에르미타슈 미술관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예카테리나 여제의 전 유럽을 향한 관심과 수집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자국의 예술가를 키우기 위한 노력하지는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여제의 엄청난 수집력 그리고 그녀 이후 꾸준한 대규모의 미술품 구입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어놓았다고 하니 역시 나라는 잘살고 봐야하나보다...

그 웅장하다던 미술관의 모습이 없는 미술관책을 아쉬운 마음으로 덮으며 다시한번 러시아에 가고픈 생각에 잠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그녀와 헤어진지 5년...나는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한다.
어느날 새벽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고, 나는 고민 끝에 전화를 받고 만다.
평범한 안부를 주고 받았지만 어쩐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녀, 아키라와 헤어진 건 어머니의 반대도 그녀의 거짓말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운명처럼 내 스스로 힘없이 물러서게 되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사업은 나날이 번창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으로 삶은 그렇게 즐겁지 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 때문인 것 같다. 그녀를 통해서 처음 사랑을 느꼈고, 그래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그녀의 유일한 쉴 자리가 되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상하기만 했던 그 새벽통화가 신경쓰여 그녀를 찾았다. 역시나 그녀는 병에 걸려 있었고 비관적인 성격답게 심하게 낙담하고 있었다. 그녀를 안심시키고 이따금 병원에 방문해서 그녀를 돌보았다. 지난 5년의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받을 것처럼...

이렇게 소설은 마라히라와 아키라의 재회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헤어진 옛연인에게서 뜻밖의 전화를 받게 되는 마사히라. 그런데 그의 휴대폰에는 아직도 그녀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그녀와 헤어진지는 5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그녀와는 지난 몇년간 계속해서 마주쳤다. 물론 서로 알은 채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설은 서로를 잊지 못하는 두 사람이 어떤 일을 계기로 하여 서로의 존재를 재확인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소설의 나오는 표현에 빗대어보면 그들은 진실로 이별의 고통을 느꼈기에 비로소 이별의 고통에서 해방되었고, 결국 진실한 사랑에 이를 수 있었다.


한 쌍의 연인이 꼭 한번의 사랑, 한번의 이별만 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진실한 사랑에 이르는 길이라면 수없이 많은 사랑과 이별을 반복해도 좋다는 게 이 글을 읽고난 내 느낌이다. 이별의 고통이 더 큰 사랑의 기쁨을 찾아 온다면 충분히 감수 할 만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소설을 읽다보면 문득 사실과 허구의 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때가 있다.
짧막하게 남아 있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무한히 확장시킨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게 생각될 때 말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신윤복이란 인물의 파격적인 설정으로 인해 과연 이 이야기가 온전히 상상의 소산인지 잊혀진 역사인지 자꾸만 밀려오는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솔직히 여인에 대한 묘사라든지 섬세하고 고운 화풍으로 볼 때 그러한 설정이 아주 잘못됐다고만은 생각치 않지만 조선이라는 시대상황으로 볼 때 작가의 허구가 한 발 앞서 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역사적 기록으로 볼 때 김홍도와 신윤복은 분명 동시대 사람이다. 하지만 그 둘의 관계에 대해선 역사는 침묵하고 있고, 작가는 기막힌 상상력을 발휘한다.
소설은 희대의 두 천재 김홍도와 신윤복의 대결구도로 이야기를 이끌면서 전작<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보여줬던 의문의 살인사건과 그 배후의 인물을 추적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같은 주제를 다르게 표현하는 두 화가의 그림들과 그림 속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 범인을 쫓는 내용은 한국형 팩션으로 일컫어지는 이 책을 보는 백미라 할 수 있었다.

내용에 맞춰 삽입된 이런 그림들은 소설에 대한 몰입과 더불어 아주 극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그 그림을 보러 꼭 가보겠다는 의지까지 심어준다...)

한편 전혀 다른 화법으로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두 사람과 마침내 그 정체가 밝혀진 살인자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은 이 소설 최고의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한 시대를 함께했던 두 천재와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에 흠뻑 빠졌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빗방울은 혼자서 떨어지지만 떨어져 모인 빗방울은 개울을 이루기도 하고 강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전에 많은 빗방울들이 증발해 흔적도없이 사라지기도 합니다...책의 제목만 보고 이런 뚱딴지같은 생각을 했던 저는 책을 끝까지 다 읽고서야 아주 바보같은 생각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한 개인의 인생이 담긴...숱한 상처를 입고 아물고를 반복하고 사랑으로 고통받아야 했으며 분노의 대상조차 용서하게 되었다는 것...글은 이처럼 쉽게 써지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결코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허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진실로 다가오는 작가의 모습이란 정말 표현할 길없이 막막하기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곧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진실함 앞에선 그 어떤 편견에도 방해받지 않으니까요...

분량은 적지만 오히려 소설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 중 무엇보다도 공감이 갔던 건 <감정은 우리를 속이던 시간들을 다시 걷어간다>라는 마지막 이야기였습니다. 며칠전에 모 국회의원이 지난 몇년간 자살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를 언급한 기사를 봤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욱 씁쓸한 건 저 또한 그들과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가 아주 간곡한 어조로 생에 대한 소중함을 역설하는 대목에선 그만 저도 모르게 울먹거리고 말았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기에 지금 살아있다는 글 속 마지막 글귀가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합니다.

처음에 했던 빗방울 얘기로 돌아가서 우리가 개울이 될지 강이 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스스로 증발해 버리는 일만은 결코 있어선 안되겠죠...

마지막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봅니다. 공지영씨는 제가 유일하게 직접 봤던 작가입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저희 학교로 강연차 방문하셨던 적이 있었지요. 그 때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해주신 말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습니다. "젊은 여러분들에게 아직 시간은 많아요. 고시공부 같은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거나 도서관에 있는 책장하나를 다 읽어버겠다는 계획을 한번 세워 보세요..."라고 말이죠...

그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서 저는 이렇게 책을 읽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지앵 - 한 디자이너가 그린 파리지앵의 일상과 속살
이화열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스물 아홉의 나이에 '파리'라는 낯선 도시로 떠나 그 곳에 정착해서 '파리지앵'의 삶을 살게된 한 디자이너의 일상을 차분하게 그린 풋풋한 정이 느껴지는 산문이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명소나 낭만적인 풍경은 여기엔 없다. 그 대신에 온전히 자신만(혹은 가족)의 삶을 꾸려나가는 파리지앵들의 소소한 일상과 삶에 대한 여유가 아주 짙게 묻어나 있다.

글쓴이의 친구들인 다양한 파리지앵들의 삶을 호기심반 동경심반으로 구경하듯 즐기면서도 유독 한가지가 머리에 남아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무겁게 만들었다...

바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중략)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열정을 갖게 하는 거야. 그건 강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 67p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만큼은 세계 어딜 내놔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들의 열정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교육개혁이란 외침아래 수없이 바뀌는 교육제도와 갈 때까지 가버린 사교육 풍토 속에서 꺼져가는 아이들의 열정을 살리는 일은 오로지 부모의 손에 달렸다...아이들 손에 얼마의 용돈을 쥐어주는 것보다 좋은 학원을 알아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의 마음 속에 꿈과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나게 할 수 있는 열정을 갖게 하는 일이다.

"내 인생이 성공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거야. 내 아이들은 자기 주관이 있고, 자유롭고, 또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난 그것만 가지고도 반쯤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이야."

버틀런드 러셀의 말처럼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행복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지금까지 쉬운 일을 해봤으니까 이제라도 어려운 일 좀 해보면 안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