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순간 가장 행복한 아이들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 제자리로!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솔직히 '육상'이란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올림픽 같은 큰 규모의 대회 때면 왜 우리나라는 육상이나 수영같은 기초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할까 늘 불만을 가지면서도 좀처럼 육상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아...육상이란게 이런거구나'하는 걸 느끼면서 그토록 짧은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하는 그들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게다가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고작 고등학생...
그렇게 한가지 일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릴 수 있다니...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비추어보건데 결코 한가지 일에만 집중해서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운동만해도 농구나 야구, 축구 어느 하나만 집중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이것저것 즐길 대로 즐기면서 재미없어지면 다른 걸 찾고 그랬었는데...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요녀석들은 오로지 자신의 종목만이 있을 뿐이다..
단거리의 렌과 신지, 중거리의 네기시, 원반의 미조이, 장거리의 다니구치 등등...종목만 다를 뿐 이 녀석들에게 육상은 고등학교 3년의 모든 것이자 자신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재능과 실력을 떠나 좀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이 가슴 깊이 남았다.

또한 함께 땀흘려 훈련하고, 시합에 나가서는 있는 힘껏 응원하고, 순위에 들지 못한 친구에겐 위로를, 순위권에 든 친구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승패는 없지만 자신이 가진 실력에 따라 순위가 매겨져 버리는 육상이란 스포츠.
하지만 현재의 부족한 모습에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가는 이들처럼 정해 논 목표를 향해 묵묵히 노력하는 내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

 

쉽게 따라해 보는 스케치

스케치 쉽게 하기 - 인체 드로잉 -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배운다! ㅣ 스케치 쉽게 하기 1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0월

두 달 전인가? 스케치에 관심있어 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인터넷으로 관련 책을 검색하던 중 진선출판사에서 나온 스케치(쉽게하기) 시리즈를 알게 되었고, 친구는 인물편을 나는 기초편을 사게 되었다.
평소 소묘나 정밀묘사 같은 것에 관심있던 나였기에 넘치는 호기심을 가지고 몽당4B연핑을 이용해 한장하장 넘겨가며 따라해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친구는 드로잉 연습장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보통 연습장에 스케치를 시작했지만 나는 왠지 제대로 배우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정성스레 따라 그려가며 드로잉 연습장을 채워갔다.

그리고 새롭게 펼쳐 든 '인체 드로잉편'
솔직히 전신을 그리는 작업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고 느끼는터라 '기초드로잉'을 할 때만큼의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그래서 결국 손이나 발처럼 신체 일부분을 그리는 연습만 했다.

재밌는 일도 계속하면 질리기 마련...
다시한번 전신 드로잉 연습을 시작했다.
먼저 구도틀을 잡고, 차근차근 하나씩 그려나갔다.

책에 있는 그림에 비해 약간 균형이 안맞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다싶을 만큼의 그림이 그려졌다.
역시 하면 되는구나...라는 뻔한 생각...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공부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이를테면 감각적인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다. 대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집중한 대상을 하얀 종이 위에 세밀하게 스케치하는 일련의 과정은 기분좋은 도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아무것도 없던 종이 위에 완성된 그림이 자리하는 그 순간...
나도 어느 예술가 부럽지 않다...

르네상스의 혼이 깃들어 있는 곳

우피치 미술관 ㅣ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8
엘레나 지난네스키 지음, 임동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인 우피치 미술관.

최고의 르네상스 컬렉션을 자랑 하는 그 곳.

보티첼리, 카라바조, 티치아노 등 거장들의 명작들이 자리하는 곳.

그 어떤 미술관 보다도 '최고'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우피치 미술관은 그 역사와 명성에 맞게 다양하고 훌륭한 회화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피렌체에 위치한 만큼 르네상스 회화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르네상스 이전의 '성화'나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 그리고 렘브란트 같은 이국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엔 '우피치 미술관'이라는 곳이 있는 지도 몰랐다.

미술관 기행 시리즈의 열권의 책 중에 제목을 보고 유일하게 낯설음을 느꼈던 것도 그 이유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같은 작품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작품임에도 이 작품들이 우피치 미술관이라는 곳에 소장되어 있는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참 책이라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책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명화 가운데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보티첼리의 <봄>이라는 작품이다. (이 책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을 보티첼리의 작품에 할애했는데 르네상스 회화에 있어서 그의 위치를 잘 나타내 주는 것 같았다.)

꽃과 과실로 둘러싸인 정원(비너스의 정원이라고 하더군요..)에서 미의 여신 비너스와 꽃피우는 님프 클로리스 그리고 서풍의 신 제퓌로스와 그의 부인인 꽃의 여신 플로라가 한데 어울려 있는데 제퓌로스의 몸짓이 심상치 않다.

미술관 기행 시리즈를 읽고 나면 항상 느끼게 되는 명작에 대한 감동은 이 책에서도 여전했고, 언젠간 꼭 한번 가리라는 불확실한 다짐도 여전히 하게 되었다.

그래도 정말 꼭 한번 가게 되는 날이 오겠지...

시원시원하게 생긴 요리책!!

라디오보다 쉬운 요리책 - MBC 여성시대 요리선생님 우영희의
우영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7년 10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요리책...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한 지 언 5년.

저는 '잘 먹는 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배고픈 자취생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잘) 만들어 먹는' 일은 정말 쉽지 않죠. 

재료준비에서 요리에 이르기까지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들고...

그래서 늘 사먹는 일이 많지만 그래도 어느 때는 왠지 내 손으로 만들어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책이겠죠.

제가 가지고 있는 요리책은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란 책이 유일한데 아주 쉽고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따라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이 책 또한 그렇게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김치찌개나 부대찌개, 갈비찜 등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요리들을 다루고 있죠.

또한 저자가 아주 오랫동안 요리를 연구한 사람이 아니라 재미와 호기심으로 요리에 입문한 사람이라는 점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리과정의 장면이 좀더 큰 사진으로 나왔으면 하는 점입니다. 어떤 요리책이든지 완성된 요리사진은 크고 맛깔스럽게 부각시키는 반면 요리과정의 장면은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그려놓는 정도가 다인데 이 책은 그래도 작은 사진으로나마 삽입되어 있더군요.

과정사진이 크면 좀 조잡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레시피만 보고 요리를 따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이 책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해봐야겠습니다.

인간과 용이 만드는 환상의 세계

테메레르 1 - 왕의 용 ㅣ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처음 접해보는 판타지 소설...
작가의 이력을 보니 판타지 소설에 아주 파묻혀 살았던 듯...

책읽기 전 여성의 시각에서 묘사한 전장의 모습이 어떨까 사뭇 궁금했었다. 게다가 나폴레옹시대의 전투라니...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말랑말랑한 이야기로 묘사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말도 안되는..
 
어쨌든 온갖 잡생각이 난무한 가운데 드디어 첫 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주요등장인물과 용'들이 나오는 첫부분... 그 수많은 용들과 비행사들의 이름을 보면서 <테메레르>라는 이 소설의 스케일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정녕 이 용들이 다 나온단 말이지..."
"과연 반지의 제왕에게도 꿀리지 않겠는걸..." 요런 생각이 들었다..

로렌스대령과 테메레르의 극적인 만남과 마수걸이 전투에 참여하기까지의 여정은 정말 시간가는 줄도 모를 만큼 재미있었다.
몸과 지능이 빠르게 성장하는 테메레르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배려심있고 친절한 로렌스대령도 참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테메레르는 정말이지..아휴~
요녀석 같이 속깊고 다정하고 따스한 성격의 용한마리만 있다면...ㅋㅋ
게다가 책까지 좋아하니...완소!

하지만 자주 언급되는 용의 식사장면에서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며 소를 씹고있는 테메레르를 상상하니 오싹한 느낌도 들었다. 가까이 있다가는 따끈한 내장이 얼굴로 튈 것 같은 느낌이..

트라팔가 전투와 도버전투의 연이은 승리로 마무리되는 <테메레르 - 왕의 용>이 인물들의 소개와 만남의 과정에 치중했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전개과정이 엄청 기다려질 만큼 충분한 이야기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왠지 프랑스와 스페인을 넘어 중국과의 전투도 벌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테메레르가 보고 싶어하던 자신과 같은 종인 '셀레스티얼'을 적으로 마주하면서 말이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펼처지는 용들의 향연...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