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게 될 거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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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울게 될거야>의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작품은 국내에 여러 작품이 출간돼 있음에도 정작 만나본 작품은 <절대 울지 않아>와 나오키 수상집 <플라나리아> 뿐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어떤 면에서 이번 작품은 앞서 읽었던 두 작품과 비교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 나름의 추측컨대 그것은 주위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여주인공의 거침없는 성격(플라나리아)과 '운다'라는 행위가 말해주는 의미(절대 울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울게 될거야>의 주인공 쓰바키는 내레이터 모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는 23세의 젊은 아가씨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보통이란 이름의 일상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져 있고, 그녀의 화려한 남성 편력이 말해주듯 당장의 기쁨과 만족을 얻는다면 부도덕한 일조차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상대방에 대해 직설적이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태도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녀를 거의 '불능'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타인으로 하여금 소통의 문을 닫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선 <플라나리아>의 하루카를 연상시키는데, 하루카 역시 자신의 병력을 공공연하게 밝힘으로써 남자 친구는 물론 주변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만다.

방종과 타락으로 오염된 그녀의 삶은 그녀가 동경하던 할머니의 모습을 토대로 얻어진 것으로 이 또한 하루카가 플라나리아가 되길 꿈꾸며 현실과 유리된 채 퇴행을 거듭했던 것과 유사하다. 쓰바키는 할머니와의 동일시를 통해 암묵적으로 자신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을 정당화하면서 늙어서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꿈꾸었지만 병실에서 '평범한 노인들'과 다를 것 없이 그저 힘없이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그 꿈은 깨어져버린다.

아름다움을 최고의 무기로 생각했던 쓰바키가 병상의 할머니를 통해 그 아름다움이란 것이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덧없이 사라짐을 목격하고, 게다가 그 아름다움조차 사랑받지 못한 무의미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자 자신의 인생 중 처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다. 또한 여기엔 "눈물 뺄 날이 올 거야"라는 우오즈미의 가시돋힌 충고도 적잖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목도 그렇고, 여성의 심리를 잘 그린다는 작가의 글쓰기를 생각해 볼 때 우오즈미가 쓰바키를 향해 던졌던 '울게 될거야' 라는 외침은 분명 의미가 있다. 여기서 눈물을 흘리는 행위, 즉 운다는 건 <절대 울지 않아>의 주인공들처럼 마음의 치유나 고통의 해방을 담당하는 역할 외에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대한 자기반성의 역할도 있음을 짐작케 한다.

쓰바키는 분명 잘못된 길을 걸어왔지만 그녀의 심정을 변화시킬 만한 여러 일들을 겪었으니 분명 전 보다 달라진 삶을 살 거라는 생각이 든다. 봄에 만개하기 위해 다른 계절은 인내의 시간으로 보내는 동백꽃처럼 쓰바키도 진정한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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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 - 조말생 뇌물사건의 재구성
서정민 지음 / 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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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패'라는 키워드로 다시보는 세종시대

최근 세종에 관한 책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세종시대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정보 가운데서도 몇몇 책에서 짧게나마 다뤄졌던 세종시대의 부패나 비리에 관한 내용들을 호기심어린 마음에 유독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다른 시대도 아닌 세종시대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놀라움과 의구심 때문에 좀 더 구체적인 내막을 알고 싶었으나 그와 관계되는 책을 찾지 못했다.

그런 중에 만나게 된 것이 <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라는 책이다. 사실 제목만 듣고는 세종시대 있었던 모든 비리나 부패사건을 총망라한 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책을 보고나니 그 중 특정한 한 사건만 다룬 책이었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조말생 뇌물사건의 재구성-이다. 단행본 역사서 치고는 책이 유난히 얇고 작아 보여 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역시 특정사건만을 다루다 보니 그럴 수밖에...

이야기는 맞바로 세종대에 벌어졌던 희대의 "권력형 비리사건"의 전말에 대해서 자세히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용을 요약해보면 조말생이라는 고위공직자가 사적으로 노비를 받아 부를 착복했으며 그 대가로 각종 이권을 허용해 주고, 인사상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부패의 전모가 알려지자 그의 죄를 추궁하는 상소가 빗발쳤고, 결국 그는 귀양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조말생은 죄에 대한 벌로 귀양길에 올랐지만 사헌부나 사간원 등의 관리들과 대신들은 죄가 크다며 사형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은 조말생을 아껴 그를 결단코 죽이려 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사형을 주장하는 신료들과 자신이 아끼는 신하를 보호하려는 세종의 긴 싸움은 계속되고 결국 세종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한편 세종은 조말생의 벌을 줄여주는 것도 모자라 그를 재선임하기에 이른다. 이 또한 다른 신하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지만 결국 세종의 뜻이 관철되고, 조말생은 복진된다. 게다가 세종의 뜻에 부응해 완벽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세종과 대신들의 조말생의 형량에 관해 논쟁했던 일을 1차전, 조말생의 복귀문제와 관해 논쟁했던 일을 2차전이라고 하면, 3차전은 조말생 자신의 신원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세종이 자신을 신임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과거 못지않게 높아진 위신으로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려 자신의 죄가 없음을 밝히는 논쟁의 불씨를 키우려 하지만 세종은 이를 묵과하고 단지 그의 능력만 높이 사고, 그에게 있어 부당한 대우를 해소해 주는 선에서만 일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끝내 그는 자신의 죄를 백지상태로 만들진 못한다.

이처럼 <세종, 부패사건에 휘말리다>는 세종시대에 아주 긴 시간동안 벌어졌던 한 비리 사건을 추적하면서 그 사건이 어떤 식으로 처리가 되며, 그 과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짚어 보고 있다. 마땅히 사형에 처해질 죄임에도 죄인의 능력을 우선시해 확고한 감형을 택했던 세종의 조치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행동이었지만 꼭 필요한 인재라는 확신만으로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확고한 신념은 실용주의가 어떤 것인지, 어떤 일에 함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어떻게 정해져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부족함을 느꼈던 것은 각주가 없다는 점이다. 책의 내용 중 형법에 관한 용어이나 각종 한자어 등 각주를 달아 설명을 요하는 내용이 많음에도 각주가 전혀 달려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개의 단어들은 글 속에서 설명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글을 어렵게 느끼게 할 뿐이다.

부패는 정직하지 못함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그리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에겐 믿음을 가질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세종은 ''필요한 인재''라는 생각으로 정직하지 못한 조말생의 능력을 믿었고, 그것은 뚜렷한 성과로 이어졌다.

세종의 굽히지 않은 소신과 믿음.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정한 리더십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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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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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이야기는 국사시간에 들었던 것 보다 드라마를 통해서 본 내용이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고려말에서 세종초까지의 내용을 다룬 "용의 눈물"이나 단종에서 연산군까지를 다룬 "왕과 비" 그리고 "불멸의 이순신" 등은 빼놓지 않고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역사를 다룬 책들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읽히지 않는다.
박영규씨의 '조선왕조실록'같은 책은 한 시대의 역사를 한권에 집약해서 쓴 책인데 한번에 다 읽기도 어렵거니와 제대로 머리에 남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잘 읽혔던 책은 이덕일씨의 '사도세자의 고백' 처럼 역사의 일부분을 화제로 삼아 이야기한 책이었다.

이 '조선왕비실록'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즉 딱딱한 역사를 독자의 기호에 맞게 사건 중심으로 풀이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은 시간의 순서대로 7명의 왕비를 다루고 있는데, 모두 바람 잘 날 없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부귀도 권력도 있었지만 아픔과 상처 또한 있었다. 어렵게 얻은 왕비라는 자리는 더 큰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 자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등장하는 태조 이성계의 부인 신덕왕후 강씨는 태조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고 배다른 아들인 방원(태종)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세우려는 욕심에 모든 걸 잃고 쓸쓸한 삶을 살게 된다.

두번째의 태종의 비 원경왕후 민씨 또한 다르지 않다.
세종의 어머니였으나 가문이 멸문지화당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세번째의 세조의 비 정희왕후 윤씨는 비교적 현명한 처세로 오랫동안 왕실의 어른이었으나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남편에 대한 원혼들의 저주 때문인지 자식들을 먼저 보내는 고통을 받아야 했다.

네번째의 소혜왕후(인수대비) 한씨는 세조의 큰며느리로 성종의 생모이자 연산군의 할머니다.
세자인 남편이 이른 나이에 죽는 바람에 왕비의 자리에도 오르지 못했고, 정희왕후와 더불어 오랫동안 왕실의 어른이었으나 폐비윤씨사건으로 연산군에게 온갖 피박과 홀대를 받으며 불행한 말년을 보낸다.

다섯번째의 인목왕후(인목대비) 김씨는 전란중에 이미 50세가 넘은 선조와 혼인을 맺는다.
이는 불행의 씨앗으로 선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는 광해군에게 아들 영창대군을 잃게 되고 자신은 서궁에 폐위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인조반정으로 권위를 되찾고 하나 남은 딸과 사위에 의지하며 말년을 보낸다.

여섯번째의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는 가장 주의깊게 봤던 부분이다. 전에 읽었던 '사도세자의 고백'이나 '한중록'의 내용과 겹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권력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줄이고 궁중의 여인으로서의 홍씨를 다루고 있다. 홍씨가 남편을 버리고 아들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잘 묘사된 것 같다.

마지막 고종의 비 명성왕후 민씨는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여성이었으나 수구,척화 노선이었던 시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항상 대립하고 갈등을 빚게 된다. 게다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나라의 장래는 그야말로 풍전등화...러시아세력을 이용해 일본을 견제하려던 민씨의 노력은 일본에 위기감을 조성했고, 결국 일본의 임모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7명의 왕비는 저자의 표현대로 정치적,문화적으로 특출한 면모를 보여주었기에 선정되었다. 모든 왕비를 다루지 못했음을 저자 또한 아쉽게 여기고 있지만, 희빈 장씨를 상대로 권력싸움의 정점에 있던  인현왕후 민씨라든가 '여인천하'시대를 살았던 문정왕후 윤씨는 포함됐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런 아쉬움은 이 책의 속편이나 증보판이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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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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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바로 알기의 시작

사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을 읽기 전 이 책이 지금의 중국에 관한 나의 많은 의문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믿음이 있었다. 중국인과 중국에 관한 내용이라면, 게다가 저자가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라기에 으레 그렇게 짐작한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 빗나가 버렸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오랫동안 문화라는 이름으로 중국인의 의식 속에 누적돼온 '중국인'의 모습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국제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티베트 문제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는 사형수에 관한 문제 그리고 '상전벽해'를 실감케 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힘과 그 원동력 등등 중국에 관해 촉수처럼 뻗어있던 나의 관심사항은 이 책에서 전혀 답을 주지 않기에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문화'서에 대한 특유의 호기심만으로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500여 페이지가 넘도록 구구절절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그 답은 '중국인 바로알기' 라고 할 수 있겠다. 역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종종 모순된 행동처럼 보이는 중국인의 행동이나 어떤 일에 특별히 과민하게 반응하는 중국인의 태도 등 중국인의 행동과 태도 이면에 숨어있는 그들만의 문화현상에 대해서 이 책은 아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해 주면서 그 원인을 되짚고 있다. 물론 그 내용에는 중국문화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기에 상당부분 수긍이 가고, '아니, 이건 우리도 해당되는 말인데'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내용도 많았지만 어쩐지 고루한 느낌이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자는 고문과 고서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그런 문화의 요인들을 찾아가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중국인일 뿐이다. 저자가 9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 중국인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인의 많은 행동에 관해 나름대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는 하나 현실의 중국인의 행동 모두를 아우르지는 못한다. 중국은 우리와 같이 정부(관)주도로 급격한 성장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일부의 전통적 가치를 새로운 가치로 대신하게 되는데 개인주의나 편의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이 그것으로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저자는 서구의 개인주의를 중국의 가정주의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나는 이미 도시에 거주하는 많은 중국인들이 시류에 발맞춰 서구화된 개인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저자는 '결혼과 연애'라는 장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과 연애에 대한 풍속을 '다양하고 신선한 사고와 새로운 변화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는 말로 마무리하면서 수동적이고 '사랑'이란 개념이 없었던 전통적인 방식의 결혼과 연애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하고 있지만 단순히 결혼과 연애에 대한 일련의 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아쉬웠다. 현재 중국은 1가족 1자녀 갖기를 원칙으로 하면서 두 번째 자녀는 호적에 올리지 않는 강력한 산하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사랑과 행복이 만든 소중한 결실을 국가라는 이름으로 간섭하는 심각한 인권유린이 아닐 수 없다. 이 정책의 심각성은 첫 째가 아닌 아이들의 인권문제와 더불어 아이는 딱 한 명뿐이니 원하는 아이를 갖자는 부모들의 이기심에 의한 자행되는 공공연한 낙태문제나 애지중지하며 금지옥엽으로 키운 아이들의 성격문제 등 그 문제가 많지만 이 책에선 이런 이야기들은 찾아 볼 수 없다.

확실히 이 책은 당면 사회문제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문제의 엄중함과 처리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중국인'이라는 내용의 초점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글쓰기가 당연한 듯도 하다. 이처럼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면밀히 생각하기 보단 내 생각과 문제의식에 대한 해답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다뤄지길 바라고 있었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너무 앞서갔거나 내용과 동떨어진 쓸데없는 문제와 연관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많은 고서 속 일화 등이 풍부하게 예시되고 있는데 이것들이 이야기의 내용과 딱딱 맞아가며 잘 인용되고 있다. 삼국지나 옥루몽, 수호지 등 적재적소에 필요한 이야기를 끌어 쓰는 저자의 재치와 안목이 돋보였고, 우리가 자주 쓰는 한자어에 대한 어원이나 유래,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놀라우리만큼 많은 언급이 있어 교육적인 가치도 상당했다. 교육적인 내용과 지루함은 비례한다고 했던가? 읽으면 읽을수록 앎에 대한 즐거움 보다는 지루함이 컸고, 읽는 속도도 많이 더뎌졌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한담'으로 정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과 이 책을 통틀어 웃음과 재미가 있는 장은 이 부분이 유일하다는 것 때문이다.

중국인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즉 중국인을 지배하고 있는 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는 문화를 이해하는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학교 문화교양 교재로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어쨌든 나 자신이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알고, 배웠으니 유익함과 교육성 면에서는 두말 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는 나름의 평가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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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vol. 2 - 세상 모두를 사랑한 여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지문환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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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걸 실감한 1권이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서 중학교 여교사가 되기까지 혐오나 실패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카와지리 마츠코의 인생이 한순간 어긋나 점점 더 알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모두가 짜기라도 해서 그녀를 절망의 끝으로 내몰았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삶의 비운의 연속이었다.


여동생 쿠미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허겁지겁 도망쳐 점점 더 일그러지고 있는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2권은 밑바닥 저 끝까지 내몰리는 마츠코의 처절한 삶을 보여준다. 매춘과 마약의 타락한 생활에서 결국 동거남 살해라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감옥에 수감되는 마츠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그녀는 죽기를 각오하지만 뜻밖의 인연은 그녀에게 희망을 품게 한다. 감옥 안에서 마츠코는 경찰에 잡히기 전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준 시마즈씨 와의 장및빛 미래를 꿈꾸며 미용사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린다. 목표를 위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감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운명의 여신은 한 번 더 그녀를 비웃어 주고, 그녀가 그토록 꿈꾸었던 작고 소박한 희망마저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희망의 부질없음을 뼛속 깊이 깨달은 마츠코. 감옥에서 배운 미용 기술로 그저 하릴없이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살던 중 자신의 제자였던 류 요이치와 만나게 된다. 정말로 기묘한 이 만남. 그리고 마츠코는 또 다시 거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내맡기게 된다. 

마츠코의 과거에서 현실로 이어지는 내용과 그녀의 조카인 쇼가 고모인 마츠코의 삶을 추적하는 내용이 교차 서술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마츠코의 파란만장한 인생여정을 보여주는 한편. 어느 시점 이후 죽는 순간까지 그녀에게 부재해 있던 가족(혈육)이 그녀를 찾아 주고, 그녀의 삶을 이해해 준다는 내용을 아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저자의 후기나 역자의 후기 없이 소설의 종결과 함께 썰렁하게 마무리되는 점이 좀 아쉬웠지만 야마다 무네키라는 일본 작가를 알게 됐다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대신한다.


모든 꿈이 조각났음에도 세상 모두를 사랑한 여자 마츠코.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오래도록 내 마음 속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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