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셰에라자드 2 : 장미와 단검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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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수첩에서 받아본 책이다.
새벽의 셰에라자드 1권을 읽고
흥분의 도가니에 쌓여서 2권만 애타게 기다렸다.
매일 서점에 들어가서 검색해보고,
문학수첩 인스타를 살펴보며
출간소식만 기다렸다.

* 그러다 갑작스레 이사가 결정이 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던 와중에
1권의 우수 서평자 자격으로 2권까지
받아볼 수 있었다.
셰에라자드에 대한 내 애정이
나만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눈에도
보이는 일이라서 참 기뻤다.

* 셰에라자드 1권의 표지는
긴머리의 여성이었다.
그런데 2권은 단발의 곱슬머리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K-드라마처럼 감질나게 끊던 뒷 부분을
다시 읽고 바로 이어서 펼쳐보았다.

* 멍청한 타리크와 아버지로 인해
할리드와 헤어지게 된 샤지.
그녀는 가족을 만났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일상이 짜증스럽기만 했다.
샤지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쓰러졌던
아버지와 이상한 책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했고
하나뿐인 남편 할리드의 저주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 한편 할리드 역시 샤지를 잊지 못했다.
그녀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떠나보냈지만
결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또렷히 생각이 나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이런 할리드의 사정도 모른 채
샤지는 바쁘게 움직일 결심을 한다.
전쟁은 가까워져 오고 있고,
그 전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무사가 전해준 낡은 양탄자는
하늘을 나는 마법의 양탄자였다.
용기가 없었던 샤지는 그것을 알고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하지만 움직여야 했다.
아버지와 할리드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 내가 새벽의 셰에라자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할리드와
샤지의 꽁냥꽁냥 애정행각이었다.
할리드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샤지와
그런 샤지가 귀여워 죽어가는 할리드의 모습.
그런데 기다리던 장면은 나오지 않고
온통 암울한 이야기 뿐이라 처음에는 좀 속상했다.
그래도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할리드와 샤지 모두다 서로를 향한
굳건한 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는데
적어도 할리드와 샤지에게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고
오로지 서로를 향한 마음만 있는 두 사람.
그리고 멍청한 타리크.

*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타리크는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나에게 이제는 똑똑한 타리크가 되었다.
진작 좀 이렇게 할 것이지.

*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용기 있는 여성들이었다.
먼저 샤지가 그랬고, 그녀의 동생 이르사가 그랬으며
데스피나와 그녀의 동생 야스민도 그랬다.
적어도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낸 여성들이었다.

* 그리고 이미 자신감과 용기로
무장을 한 남자들.
그들은 타협과 용서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할리드!! 너무 멋있어.........😍
이르사한테 남자형제가 있었으면
어떤 기분이냐고 했을 때,
내가 오빠가 생긴 것처럼 너무 기뻤다.
크~~ 할리드 같은 오빠라면 전 언제든 환영이요!!

*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기로
선택하고 가족이 된 그들.
그 가족이 핏줄로 이어진 가족보다
더 소중하기도 하다는 문장이 너무 최고였다.
나한테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 오랜만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
샤지와 할리드는 늘 떠올리면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될 것 같다.
근데, 작가님........
하룬으로 이야기 하나 더 써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대로 못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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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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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로망스에서 서평단 신청을 통해
받아본 책이다.
처음 서평단 모집 피드가 올라왔을 때
나는 잠시 멈칫했다.
생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질문이었다.

* 심사숙고한 끝에 내가 내린 대답은
'가장 편안한 곳'이었다.
치였던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의 공간.
적막한 새벽녘에 옆에 잠든 고양이와
손에 쥔 책 한 권의 시간을 나는 가장 사랑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질문도,
이 대답도 잊혀졌었는데 책을 펼친 순간
번뜩! 하고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아, 이래서 이 질문이었구나' 하는.

*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는
단잠을 한 통의 전화에 단잠을 깨게 된다.
그는 나중에 이 날을 '전화 한 통이
그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날'
이라고 얘기한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부동산.

* 건축가이나 자신의 집이 없었던 뤼미에르가
가장 번화한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느긋한 파리의 모습과 달리 굉장히
서두르는 기색인 알랑.
뤼미에르는 알랑과 함께 그 집을 보게 됐다.

* 오래도록 비워 놓은 집이라
집은 전체적으로 낡았다.
하지만 뤼미에르를 통해 상상한 그 집은
매우 신비로웠다.
왼쪽 난간에 비해 오른쪽 난간이 더 낮은 계단,
와인빛의 대리석과 오래된 나무의 정문까지.

*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이라고는 하지만
수리하는데 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 뤼미에르.
그러나 그는 이 집을 보자 궁금증과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집을 보자마자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호기심'이라고 대답한다.

* 뤼미에르의 대답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던 걸까?
조금 이상해 보이는 집주인은
자리를 옮기자고 한 후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한다.
그녀는 집주인 피터 왈처 씨의 대리인 이자벨.
이자벨은 뤼미에르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 후, 집을 사고 싶으면
스위스에 있는 피터 왈처를 만나야 한다고 얘기한다.

* 유난히 지쳤던 날, 뤼미에르는
충동적으로 이자벨에게 연락해
피터를 만나러 스위스로 가게 된다.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 이라는 별칭이
붙은 병원이었다.

* 그곳은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건물이었고
뤼미에르는 그 건물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낯선 곳에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이지만
뼈 속까지 건축가인 뤼미에르는

*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피터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건물을 돌아다닌다.
그는 왜 피터가 그를 여기로
오게 했는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병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건물의 이름이 '4월 15일의 비밀'
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 그저 하나의 수도원을 개조해 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뤼미에르의 눈으로 본 그 곳은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 했다.
차근차근 밝혀낸 비밀들은 내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고.
작가님이 건축가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소설이었고
중간에 그림을 삽입해 건축에 문외한인 나도
충분히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 뤼미에르를 따라 건축가가 남겨준
수수께끼를 풀다보니 어느새
눈물이 왈칵 터지는 구간을 만났다.
피터가 열쇠를 받는 장면에서는
왜 이리도 눈물이 나던지.

*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한 저택, 그리고 다른 시대의 주인이라는
단어처럼 이 집은 영원히 내 것일 수도 있고
또 영원히 내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 최근 나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삶의 터전을 낯선 곳으로 바꿔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익숙하도록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설레임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지금은 어떻게 그 공간에 나만의
손길을 머무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 건축가가 아니라 전업 작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스토리.
마지막에 들어서야 왜 책 제목이
'빛이 이끄는 곳으로'인지도 실감하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 보다 두 번째가 더 많이 보이는 소설.
조금 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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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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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표지부터 스토리까지 취향 저격이라 너무 기대돼요!!
빨리 내 손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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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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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끼 출판사에서 받아본 책이다.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셨을 때,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서 고민없이 받았다.
태양을 움켜쥔 듯한 표지도 끌렸고.

* 사실 나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라는
주문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불교를 모태신앙으로 하는 우리 집은
민속 신앙에도 믿음이 깊었다.
할머니의 부엌 찬장 한 구석에는
성주단지로 보이는 항아리가 늘 있었다.

* 어렸을 적부터 자주 아팠던 나는
열에 들떠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그 단지를 향해 두 손을 비비며
손녀의 건강을 비는 할머니의 모습을 자주 봤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이어 받아
엄마도 불경을 틀어놓고 내 머리맡에 앉아
밤을 세우며 이 주문을 외웠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딸 건강하게 비나이다.'

* 그래서 나에게 이 주문은
나를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 책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누군가의 마음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분 좋은 느낌의 표지를 쓰다듬으며
책을 열어보았을 때,
이 주문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 어렸을 적 화재로 인해 부모님과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고 고아가 된 최이준.
그는 보육원에서 자라며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늘 홀로였던 이준에게 도심은 외로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숲이 있는 깊숙한 산골 마을로
발령을 받았을 때, 내심 안도했다.
작은 마을은 적어도 그에게 가족의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 그렇게 한사람 마을로 향한 이준은
길을 헤매고 헤매이다 슈퍼 할머니에게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거기는 안가는 게 좋아.
가더라도 절대 내 이야기는 하지마.'
마을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는데 이 불길한 대답이란.

* 이준은 이런 말 따윈 깡그리 잊어버리고
결국 한사람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마을 주변에 울타리가 처져있고
늘 한사람이 초소를 지키는 마을.
그리고 마을과 이질적이게 세련된 건물인 교회,
신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마을 사람들.
나는 이 모든 것이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 어느덧 주말이 되었을 때,
새빨간 액체가 들어있는 비닐 봉지를 들고
마을 사람들은 교회로 향한다.
이방인인 이준은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다.
하지만 이장이자 교회 목사의 허락으로
처음 예배에 참석한 날,
이준은 영광의 방에 갔다온 노인의 허리가
꼿꼿이 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 이것이 기적이라 부르는 신의 은총인가,
아니면 사이비에 의한 악마의 농간인가.
나는 적어도 배울만큼 배운 젊은이이기 때문에
이준이 훨씬 더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신을 영접한 이준은 병적으로
영접에 집작하게 된다.
그리고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소원을
마음 속으로 품게 되는데
이 과정을 독자로서 납득이 가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 한사람 마을에 들어가서 갑자기 눈이
돌아간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부터
이준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내심 그를 응원하게 되고, 같이 불안해 하게 되었다.
제발 걸리지 마라, 조금 더 생각해서 행동해!
라고 했는데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확인 되는 순간 불안은 더 고조되었다.

* 절대 무를 수 없는 소원과
어째서 그들이 이렇게 고립된 생활을 하는지
단 한번에 이해가 되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어리석은 인간에게
신은 어떤 행동을 보여주는지 잘 보여준 책이었다.
오랜만에 잘 차려진 맛깔나는 오컬트 소설이랄까~
용두사미의 결말이 아니라서 더 즐거웠다.

*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신앙에만
기대지 않고 서양의 종교인 '교회'를 가지고 와
절묘하게 섞어놨다는 점이다.
파묘와 곤지암을 잇는 계보가 아닌 신도윤표
장르를 개척한 기분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파묘와 검은 사제들 사이정도?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는 세련되어 보였고
이준에게 깊게 이입할 수 있었다.
적어도 한국에 이런 글을 쓰는 작가님과
책을 내주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 작가님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오컬트 작가님이 한 분 더 생기는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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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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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다를 참 좋아한다.
힘들게 오르는 산보다는 차로도 가까이
갈 수 있는 바다가 더 좋다.
탁 트인 곳에서 좋아하는 커피 한 잔과
베이커리, 혹은 조개구이도 좋다.

* 내가 생각하는 바다는 고요하지만
난폭한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표지는 내가 생각하는
바다가 전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았지만 달의 앞면에 위치한
바다 가운데 하나를 '고요의 바다'라고
부른 다는 것을 알았다.

* 그래, 이 책은 SF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응? 뭔가 좀 묘하다. 내가 생각했던 글이랑
전혀 다른데?

*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책을
처음 1장과 2장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뭐지? 책을 잘못 선택했나?
라는 당혹감도 잠시,
3장을 지나 4장으로 넘어가고,
중반부를 지나게 되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이야기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캐릭터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500년의 시간에
감탄과 경악을 내뱉었다.
처음의 시작은 1912년,
에드윈 세인트존 세인트앤드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 스스로 추방당했다고 생각하며,
집에서 쫓겨나게 된 에드윈.
그는 형의 친구를 따라서 간 곳에서
환각인 듯, 혹은 현실인 듯한 일을 겪게 된다.
거대한 건물과 바이올린 음악,
그리고 현재 에드윈이 서있는 숲의 공간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 이제 뭔가 좀 시작될 것 같은데
탁 하니 끊어지는 1장.
그리고 바로 미렐라와 빈센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인 빈센트를 찾는 미렐라.
빈센트의 오빠인 폴의 이야기를 듣는다.
낯선 남자와 함께.
그런데 응? 이 남자, 어릴 적 미렐라가
한 번 봤던 적이 있는 남자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렐라는 어른이 되었고
그 남자는 하나도 늙지 않았다는 것.

* 온갖 궁금증을 남긴 채 3장이 시작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슬슬 이때부터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하는 것 같다.
2203년의 작가 올리브.
그녀의 북토크와 책의 내용으로 인해
아~ 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다.

* 나에게 이 책은 처음엔 혼돈이었고,
두 번째는 깨달음이었으며,
세 번째는 고요와 감탄이었다.
이 이야기들을 이렇게 마무리 지을 줄이야.

* 어느 시대, 어느 사람이든 맞이하게 될
예고의 종말.
그것은 한 집단의 죽음일 수도 있고,
개인의 죽음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살아갔고
결국 2401년의 문명을 만들어 냈다.

*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한 장씩 따로 떼고 보면 각기 다른
단편들로도 보이고,
책을 통으로 보면 장편 소설로 보인다.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배치였다.

* 여기에 문장은 또 어찌나 좋은지.
SF라는 장르보다는 순문학,
혹은 에세이나 산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음악 같은 단어로 시를 쓴 느낌도 있었다.
책을 덮고 나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 왜 이 책이 전 세계 언어로 출간 됐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혼돈 속의 질서, 군중 속의 고요.
이 책이 딱 그러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책.

* 혼돈을 살아낸 그들처럼
처음의 혼돈을 이겨내고,
고요함의 끝을 맛본 나를 칭찬하고 싶어졌다.
책 속의 인물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같이 생각하고 추리하게 된다.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을 만난 나는 참 행운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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