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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평점 :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다를 참 좋아한다.
힘들게 오르는 산보다는 차로도 가까이
갈 수 있는 바다가 더 좋다.
탁 트인 곳에서 좋아하는 커피 한 잔과
베이커리, 혹은 조개구이도 좋다.
* 내가 생각하는 바다는 고요하지만
난폭한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표지는 내가 생각하는
바다가 전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았지만 달의 앞면에 위치한
바다 가운데 하나를 '고요의 바다'라고
부른 다는 것을 알았다.
* 그래, 이 책은 SF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응? 뭔가 좀 묘하다. 내가 생각했던 글이랑
전혀 다른데?
*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책을
처음 1장과 2장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뭐지? 책을 잘못 선택했나?
라는 당혹감도 잠시,
3장을 지나 4장으로 넘어가고,
중반부를 지나게 되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이야기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캐릭터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500년의 시간에
감탄과 경악을 내뱉었다.
처음의 시작은 1912년,
에드윈 세인트존 세인트앤드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 스스로 추방당했다고 생각하며,
집에서 쫓겨나게 된 에드윈.
그는 형의 친구를 따라서 간 곳에서
환각인 듯, 혹은 현실인 듯한 일을 겪게 된다.
거대한 건물과 바이올린 음악,
그리고 현재 에드윈이 서있는 숲의 공간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 이제 뭔가 좀 시작될 것 같은데
탁 하니 끊어지는 1장.
그리고 바로 미렐라와 빈센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친구인 빈센트를 찾는 미렐라.
빈센트의 오빠인 폴의 이야기를 듣는다.
낯선 남자와 함께.
그런데 응? 이 남자, 어릴 적 미렐라가
한 번 봤던 적이 있는 남자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렐라는 어른이 되었고
그 남자는 하나도 늙지 않았다는 것.
* 온갖 궁금증을 남긴 채 3장이 시작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슬슬 이때부터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하는 것 같다.
2203년의 작가 올리브.
그녀의 북토크와 책의 내용으로 인해
아~ 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다.
* 나에게 이 책은 처음엔 혼돈이었고,
두 번째는 깨달음이었으며,
세 번째는 고요와 감탄이었다.
이 이야기들을 이렇게 마무리 지을 줄이야.
* 어느 시대, 어느 사람이든 맞이하게 될
예고의 종말.
그것은 한 집단의 죽음일 수도 있고,
개인의 죽음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살아갔고
결국 2401년의 문명을 만들어 냈다.
*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었다.
한 장씩 따로 떼고 보면 각기 다른
단편들로도 보이고,
책을 통으로 보면 장편 소설로 보인다.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배치였다.
* 여기에 문장은 또 어찌나 좋은지.
SF라는 장르보다는 순문학,
혹은 에세이나 산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음악 같은 단어로 시를 쓴 느낌도 있었다.
책을 덮고 나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 왜 이 책이 전 세계 언어로 출간 됐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혼돈 속의 질서, 군중 속의 고요.
이 책이 딱 그러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책.
* 혼돈을 살아낸 그들처럼
처음의 혼돈을 이겨내고,
고요함의 끝을 맛본 나를 칭찬하고 싶어졌다.
책 속의 인물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같이 생각하고 추리하게 된다.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을 만난 나는 참 행운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