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눈 사이
방지언.방유정 지음 / 선비와맑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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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피를나눈사이 #방지언 #방유정 #선비와맑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언니의 동생


* 선비와 맑음 출판사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단어는

'부역자'였다.

부역자는 보수 없이 의무적으로 지워진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한자를 조금만 다르게 하면

반역에 가담하거나 편드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 속에서 부역자는,

어떤 뜻으로 쓰이고 있는 걸까.


* 사랑 없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부부가 된 남녀 사이에는 딸 둘이 있다.

부부의 큰딸 영진은 돌 무렵에

소아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이런 영진을 살리기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자로서 동생

화진이 태어났다.


* 존재부터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화진의 인생은 평생 동안

언니의 부품 한 조각으로 살아갔다.

화진이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꼈다면,

그건 누군가가 화진을 필요로 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필요'로 확인받는 아이.

그게 바로 이화진이었다.


* 언니 영진에게 화진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자신의 세포를 나눠주고, 영진의 생명 연장에

일조했으며 지금은 언니가 죽인 남자를

삽으로 판 땅에 묻고 있었다.

영진은 누가 봐도 혼을 쏙 뺏길만큼

아름다운 외모였고, 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추악한 본모습은 화진만 알고 있었다.


* 여섯 번째였다.

지금 땅에 묻고 있는 사람은 화진이 남몰래

눈길을 주며 지켜보던 사람이었다.

자신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걸

아무렇지 않게 망가뜨리고 숨통을 끊는

영진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그 예쁜 입술로 다음을 기약하는 영진을 보며

화진은 결심하게 되었다.

'다음'이 없으려면 언니도 없어야 한다고.


* 화진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조력자를 얻어 계획이 구체적으로

그려질수록 화진은 깨닫는 것이 있었다.

언니 영진을 죽이는 것은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같이 사라지는 것임을.


*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내 남동생을 생각하게 되었다.

네 살 터울로 같은 뱃속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1부터 10까지

나와 전혀 다른 아이.

나는 미숙아, 남동생은 우량아로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달랐다.


* 동생은 툭하면 아픈 누나 때문에 부모님의

손길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생일도 내가 딱 이틀 빨라서 늘 애매하게

지나가곤 했던 동생의 생일도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화진에게서

내 동생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만큼 영진에게서는 내 모습을 찾고 있었다.

책 속에서 영진은 화진에게 말한다.

자신은 언니니까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 나는 이 말이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알면서도 내가 힘드니까 외면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또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사이에서

'내' 동생의 포지션을 맡고 있는 네가

어쩔 껀데? 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내' 동생은 나만 건드릴 수 있었다.

나는 욕하고 화내고 때릴지언정,

남이 또 얘한테 그러면 그렇게 싫더라고.


* 그렇게 평생을 친해질 수 없었던 우리도

요즘은 꽤 가깝게 지낸다.

결혼하기 2주 전까지 남동생을 데리고 살았다.

입히고, 먹이면서도 쟤는 평생 내가 이해못할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이 결혼하고 조카가 태어났다.

동생과 꼭 닮은 얼굴에서 가끔 내 얼굴도 보이는

고녀석이 얼마나 예쁜지.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그땐 나도 어려서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조카에게

다 퍼붓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 현재의 나는 한때 부역자를 거느렸던 사람이다.

동생은 이 자리를 아주 공손하고 미안한 모습으로

내 남편에게 물려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동생의 부역자로 살고있다.

'누나, 와서 애기 좀 봐줘.' 라고 하면

양손 무겁게 챙겨들고 바로 달려간다.

익숙하지 않은 육아에 힘들고 짜증나더라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조카의 웃음 하나에

또 사르르 풀어지고 만다.


*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펑펑 울면서 봤다.

나는 내심 영진과 화진도 예전과 달라진

우리 남매처럼 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화진과 영진 모두 안쓰러웠다.

그래서 오랜만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펑펑 울어댔다.

그리고 왜인지 딱 그만큼 속이 시원했다.


* 화진이 뿜어내는 애증 속에서,

영진이 숨겨놓은 마음 속에서

'가족이니까' 하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이 문장으로 눈에 보였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가 누나인데.

그래도 역시,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게 낫지.


#신간도서 #협찬도서 #잘읽었습니다

#언니 #동생 #부역자 #사이코패스 #살인마

#결심 #조력자 #애증 #가족 #독서기록

#한국문학 #한국소설추천 #스릴러 #가족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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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너머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
가노 도모코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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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하늘너머반짝이는일곱개의별 #가노도모코 #내친구의서재 #협찬도서


* 나는 평소에도 하늘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맑은 날 몽글하게 피어 있는 구름도,

수줍게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도 좋아한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다.

어렸을 적, 꽤 공기가 맑은 시골에서 살았던

나는 사촌오빠가 손으로 더듬어 가며

알려준 별자리들을 아직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다.


* 여동생이라고는 평생에 걸쳐

나 하나밖에 없는 오빠들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오빠보다는 삼촌에 가깝지만.

그때 오빠가 알려준 별자리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북극성이었다.

북극성에 얽힌 신화도 재미있었고,

계절에 상관없이 늘 볼 수 있는 데다

모양도 특이해 찾기도 쉬웠다.

그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늘 북극성부터

찾는 내게 별빛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책이 찾아왔다.


* 『하늘 너머 반짝이는 일곱 개의 별』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총 일곱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각자의 사연은 또 얼마나 기구한지,

모두 어린 나이에 상실을 경험한다.

누구는 사고로 꿈을 잃어버렸고,

어떤 이는 가족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친구를 잃기도 했다.


* 그렇게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방황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은 때때로

날카로운 칼날 같은 말을 내뱉기도 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런 이들을 곁에서 도운 것은

역시나 사람이었다.

우주의 기운이 모두 모여 이들을 돕기로

작정한 것처럼, 각자의 상황에 꼭 필요한 사람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 우주에서 보자면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존재들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나라를 만들고, 지구를 만들고,

더 나아가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마치 우주의 도움을 받은 듯

그 아픔을 극복하고 한층 단단하게 성장해 간다.

그렇게 성장한 이들이 다시 누군가의

우주가 되기도 했다.


*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면서

멋진 별자리를 만들어 냈다.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꼭 들어맞게 이어진 별자리처럼.

그리고 그 모습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 나 역시 살면서 수많은 상실을 경험했다.

미친 애처럼 넋을 놓고 살았던 시간도 있었고,

도움의 손길을 썩은 동아줄처럼 여기기도 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쳐 발사된 로켓은

많은 것을 덜어 내고 우주로 향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유영한다.

지금의 나는 우주에 안착한 로켓과도 같은 상태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가끔 지구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이제는 눈앞의 다른 행성들을 탐구하는 것처럼.


* 이런 안착의 형태는 상실의 시간과

그것을 견디는 시간이 없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단단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이걸 이겨 내면 나는 또 얼마나 단단해질까?


*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이들,

사람 냄새가 그리운 이들,

단단함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청춘과 미스터리, 별빛이 가득한

이야기 속으로 초대장을 보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읽기 좋은 책이었다.


@mytomobook

#잘읽었습니다

#상실 #결핍 #상처 #우주 #성장

#치유 #별자리 #행성 #달나라

#성장소설 #힐링소설 #청소년소설

#일본문학 #독서기록 #일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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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의 괴이도감
현찬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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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강수의괴이도감 #현찬양 #위즈덤하우스


* 도감이라고 하면 동식물이나 암석,

광물 등을 그림과 설명으로 정리해 놓은

책을 말한다.

살면서 온갖 도감들은 다 봤다.

심지어 포켓몬 생태도감도 봤다.

그런데 괴이 도감이라니.

도감 속에 들어가는 괴이들은 어떤 존재들이며,

그들은 어떻게 관찰되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펴들었다.


* 능력도 없고 신기도 없고

육감도 없는데 운도 없는 맹인 점복사 두타비.

그는 금성으로 가는 길목에서 점을 쳤다.

뱉은 침이 튄 오른쪽 길로 들어서자

눈앞에 나타난 대문.

그러나 그 대문을 열고 만난 것은

백 년째 매일 죽고 있는 한 공자였다.


* 머리에 뿔 하나가 달린 공자는

까치를 구해주다가 구렁이를 죽이게 되었다.

분노한 죽은 구렁이의 반려가

그 공자를 잡아다가 매일 살을 찢고

뼈를 발랐으나 다음 날이면 다시 살아났다.

몇 번의 죽음과 같은 장면 속에서

이것을 알아낸 두타비는 반려 구렁이를

물리치고 공자를 구해주었다.


* 공자는 백 년 전 가야 사람이었고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그에게 강수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본인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세상 물정은

하나도 모르는 강수와 함께

두타비가 영춘국을 찾을 때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 영춘은 지하 동굴 안에 있는 나라로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거꾸로라고 한다.

귀신과 도깨비들이 지상을 걷고,

도리어 사람들이 숨어 사는 곳 영춘.

그리고 그런 영춘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만난 괴이들.

가야에서 생물학자였던 강수는

생물 연구의 한 분야로 괴이를 연구하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괴이도감이었다.


* 두타비와 강수가 영춘을 찾아 떠난 길은

모험의 일종이었다.

낮에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두타비를 위해

강수는 자신의 팔꿈치를 내어주었고,

반대로 밤에 보이지 않는 강수를 위해

두타비는 눈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괴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태를 관찰하며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졌다.


* 때로는 남동생을 보살피는 누이처럼,

때로는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뛰는

아들을 보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또 때로는 가슴 설레는 정인을 보는 듯

강수를 돌보는 두타비.

아주 빼어난 외모였으나 학식을 뽐내는 것 외엔

별 보잘 것 없는, 그러나 마음만은

올곧은 학자 강수.


* 이들의 영춘을 향한 여행길에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로서

매우 행복한 행운이었다.

전래동화의 한 편을 떼어 와 새로 각색하며

그들의 모험을 만들었다.

그랬기에 더 친근했고, 새로 만나는

괴이들을 볼 때마다 얘는 누구인지

골몰하며 읽게 되었다.


* 남과 여, 밤과 낮, 사람과 괴이라는

극단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들여다본 환상의 세계.

내심 이들의 모험이 계속되길 바랐으나

이대로 끝맺음을 지어버린 작가를 원망하며

따로, 또 같이 다음을 살아갈 두타비와

강수의 다음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 뒷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럴 일이 생길랑가 몰라...


#만남 #영춘국 #괴이 #도감 #이무기 #인어

#독서기록 #판타지 #한국판타지 #한국문학

#환상소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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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지도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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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이상한지도 #우케쓰 #리드비


* 우케쓰 작가의 이상한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이상한 집』 1과 2를 거쳐 『이상한 그림』 이후에

『이상한 지도』로 돌아온 이번 작품은

역시나 많은 기대감을 줬다.

늘 도면과 그림들로 독자들에게

읽기 편한 친절함을 선사했던 이 시리즈는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 『이상한 지도』는 이상한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구리하라가 중심이었다.

늘 보자마자 진상에 도달하는 비상한

추리력에 혀를 내둘렀던 인물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가 건축회사에 취직하기

바로 직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 2015년 구리하라 후미노부는

구직 활동이 한창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전적은 전패.

늘 면접에서 떨어졌다.

솔직한 성격이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고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구리하라에게 동생 사야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가 할 말이 있으니 본가로 오라는 것이었다.


* 아버지는 본가를 찾은 구리하라에게

그동안 숨겼던 어머니의 친정집,

즉 구리하라의 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집을 처분하고 싶어 아들의 의견을

묻는 아버지가 나는 내심 자상하게 보였다.

외할머니의 집은 아버지의 의도대로 해도 좋지만

그 전에 한 번 찾아가보고 싶다는 구리하라의 말에

두 사람은 이다바시에 있는 어머니의 본가를 찾는다.


* 여기서 구리하라는 아버지가 느끼는 공포를 보고,

외할머니가 이곳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작업실에서 으스스해 보이는

지도 한 장을 찾아낸다.

그토록 그 집을 드나들던 아버지는

발견조차 못했는데,

구리하라는 한순간 훑어보고

숨겨져 있던 것을 발견한 것이다.


* 그 지도는 외할머니가 사망 당시

손에 쥐고 있었던 것으로,

구리하라의 어머니는 이 지도를 토대로

자신의 어머니가 왜 스스로 죽음의 길에 들어섰는지

밝히고자 했던 것 같다.

홀로 오래도록 조사했지만 끝내

진상에 도달하지 못하고 구리하라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 구리하라는 어머니가 남겨둔 흔적을 따라가다

어머니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자신이 이어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도 어머니처럼 알고 싶은 마음은

말릴 수가 없었으니까.


* 그렇게 오래된 지도에 표시된 실제 장소로 보이는

가소코 마을 터로 향하는 구리하라.

그 근처 마을 여관에서 머물면서

조사를 계속하던 구리하라는

모조산을 지나가는 철길에서의 수상한 사고와

여관 사장님의 실종이라는 사건과 마주한다.

그리고 이 사건들은 궁극적으로 구리하라가

풀고 싶어 했던 비밀들과도 얽혀 있었다.


* 말단이라고는 하지만 현직 경찰도

풀지 못하는 현장의 트릭을 순식간에 풀어내는

구리하라를 보면서 어쩌면 건축가보다는

경찰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실적 꽤나 올리는 에이스 형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괜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 나는 선천적으로 공간 감각이 떨어진다.

굉장히 멋들어진 말로 나의 단점을 밝히는 것 같지만

그냥 지도를 잘 못 본다는 얘기다.

심지어 내비게이션도 잘 못 본다.

길치는 아니지만 방향치인 것은 맞다.

한 번 간 길을 뒤돌아서 나오면

못 찾아 나온다.

그래서 늘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일부러 그 전에 한 번 찾아가 본다.

그래야 실수하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 이런 내가 보기에 딸랑 고지도 한 장을 들고

낯선 곳으로 들어가는 구리하라는

대단한 모험가처럼 보였다.

그 지도의 끝에 있는 것은

금은보화는 아니었지만,

구리하라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 전작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삽화가 들어가

친절함을 200% 늘린 책 덕분에

공간 감각이 떨어지는 나도

매우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다음 이상한 시리즈는 어떤 것이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외할머니 #고지도 #어머니 #흔적

#측량 #터널 #사고 #실종

#소설추천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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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증인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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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7인의증인 #니시무라교타로 #블루홀6


*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루홀6 신작!

그게 바로 니시무라 교타로 작품이라니!!!

표지를 감상할 틈도, 책 소개를 곱씹을 틈도 없이

무작정 책부터 펼쳤다.

그렇게 나는 충격적인 첫 문장과 마주했다.

'요즘 세상에 형사라고 강도를 당하지 말란 법은 없다.'


* 세상에나 만상에나!

형사를 습격하는 강도라니.

아무리 사복을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형사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그런데도 습격을 하다니, 눈 먼 강도거나

아니면 미친놈이거나.


* 의식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도쓰가와 경부의

눈앞에는 낯선 곳이 펼쳐졌다.

클로로포름 냄새와 함께 올라오는 메스꺼움,

눈에 들어온 콘크리트 도로 위에

점퍼 차림의 젊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영화 세트장을 떠올리게 하는 그곳에

몇 명의 사람이 더 합류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습격을 당한 후,

의식을 잃었고 여기서 정신을 차린 것.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은 모두 1년 전

어떤 사건의 증인들이었다는 것이다.

도쓰가와 경부만 빼고.


* 그렇게 7명의 증인과 도쓰가와 앞에

엽총을 든 남자가 나타났다.

노인이었지만 크고 듬직한 체격의 남자는

자신을 사사키라고 소개하며 1년 전

살인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에키 노부오의 아버지라고 밝혔다.

그는 노부오가 감옥에서 병사했으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아들의 말을 믿고

무죄를 밝혀주고자 그들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

도쓰가와는 그걸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역할이었다.


* 그렇게 사건 현장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에서 재판 당시의 증언들이 다시 반복되었다.

증언들을 토대로 현장검증을 반복하며

작은 의문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사키.

그런데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절대로 나갈 수 없는

외부 법정에서 새로운 살인이 발생한다.

증인들이 살해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 누가 그들을 살해한 것일까.

왜 그들을 살해한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는 한편,

사에키 노부오가 진범이 맞는지 골몰하며

단숨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가늠할 수 없었다.

외딴섬이라는 공간은 거대한 밀실이자

외부 법정이었고, 과거와 현재의

사건 현장이기도 했다.

이런 공간 속에서 7명의 증언을 듣는

도쓰가와는 철저한 관찰자이자 중개자였다.

마지막에는 아주 멋지게 본인의 직업을 살렸지만!


*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었다.

같은 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는 것을

나는 종종 겪은 적이 있다.

나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이 다를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기억이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 자타공인 집순이라 증인들처럼

우연히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증언할 상황은

극히 드물겠지만, 그래도 만약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나의 기억을 믿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노부오를 범인으로 만든 것은

그들의 증언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그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까.


* 오랫동안 자식을 내버려 둔 아버지의 속죄,

그리고 아들을 향한 믿음으로 만들어진

외딴섬의 사건 현장.

역시 블루홀6, 역시 니시무라 교타로!

라는 말과 함께 쌍엄지를 척척 치켜들게 하는

아주아주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 출판사 도장깨기 90/104


#습격 #증인 #증언 #살인사건

#사건현장 #현장검증 #도쓰가와경부

#도쓰가와경부시리즈 #본격미스터리

#독서기록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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