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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평점 :

#한국소설 #호스트 #유재영 #반타 #협찬도서
* 믿고 읽는 반타에서 어느새
또 새 작품이 나왔다.
아직 온다 리쿠 시리즈도,
해리 오거트도 못 읽었는데
이렇게 열일 해주시면 완전 땡큐!!
힐 하우스 유령과 프랑켄슈타인의
만남이라는 얘기에 나는 또 눈이
돌아갔고, 서평단 신청에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어딘가
균열이 있어 보이는 가족을 만났다.
수현과 규호, 그리고 쌍둥이 딸 실비와 실리.
얼마 전 규호는 큰아버지에게서
집 한 채와 2억 원이라는 거금을 물려받았다.
왕래도 거의 없었고 자식도 있는
큰아버지가 왜 조카에게 이런 유산을 남겼는지
의문이 들던 그때, 그가 남긴 편지.
“그 집을 지켜라.”
딱 여섯 글자에서부터 묘하게
불길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유 없는 호의에는 뭔가 구린 게 있단 말이지.
* 실비의 병원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이사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가족은 청림으로 이주해 평화롭지만
어디가 아슬아슬한 나날을 보낸다.
실비는 발병과 회복을 반복했고,
규호는 묻어둔 과거의 그림자에 계속 흔들렸다.
수현 역시 오래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호수가 있고, 마당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집.
언뜻 완벽한 쉼터처럼 보이지만,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 수현은 집 안에서 가족외에
다른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다.
꿈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는 손길,
이사 온 뒤 점점 이상해지는 규호의 기운.
그러던 어느 날, 실비와 실리가
응접실 책상 아래에서 아주 오래된 편지를 발견한다.
* 쇼와 16년.
집이 지어졌던 시기, 일본어로 적힌 편지.
아이들에게서 편지를 건네받은 수현은
그날부터 수현은 온 신경을 그 편지의
번역에 쏟아부었고, 결국 편지의
수신인 나오의 다른 기록들까지 찾아낸다.
같은 발신인에게서 온 몇 통의 편지와,
나오가 직접 남긴 노트.
그 노트는 어느새 수현의
또 다른 ‘현실’이 되었다.
* 처음엔 그저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며 펼쳤던 이야기.
그런데 페이지가 깊어질수록
전혀 다른 감정이 나를 붙잡았다.
서늘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심장에 겨눈 칼처럼,
두 세계의 경계에서 숨을 들이켰다 내쉬는 기묘한 힘.
심장은 조였다가 풀어졌다가,
마치 내 안의 시간이 이상하게 접히는 것만 같았다.
* 특히 80년의 시간을 거슬러 나오의
기록과 수현의 현재가 맞물리는 순간.
그 장면들은 시간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는’ 기분을 줬다.
회랑처럼 좁아진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의
손끝이 잠시 스치는 것 같은 감각.
80년 전의 숨결이 책을 읽는 내 바로 옆에서,
아주 가늘게, 그러나 분명히 떨리고 있는 듯했다.
* 그리고 ‘호스트’라는 제목의
진짜 의미가 드러나는 그 순간은
말 그대로 가슴 한복판을 정확히 찌르고 지나갔다.
이 집의 주인은 과연 살아있는 자일까,
죽은 자일까?
이 집은 환영(幻影)의 집일까,
환영(歡迎)의 집일까?
설렘과 공포, 그리고 비극과 구원이
같은 문을 통해 드나드는 장면 같았다.
* 1945년의 나오와 2025년의 수현,
그리고 그 사이에 1995년 규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서술된다.
흘러가버린 시간과 함께 흩어진 이야기를
하나로 꿰매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그 시간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다른 사람이 아닌 '모녀'라는 매개체로
독자인 나를 향해 다가왔을 때,
지나간 공포는 모두 물러가고 따뜻한
온기만이 남아있었다.
그 순간의 전율이란!
마치 폐허 속에서 갑자기 따뜻한 손이
내 손을 잡아 끌어 올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 반타 책은 자기 전에 읽지 않는다는
나만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잠시 잊고 책을 펼쳐버렸다.
덕분에 또 해뜨는 걸 지쳐보게 됐고
남들보다 늦은 하루를 시작하게 됐지만
단 한 톨의 후회도 없었다.
오히려 오래도록 누군가의 다정한
꿈을 꾸고 깨어난 기분이었다.
*12월의 첫날부터 이런 감정을 맛보다니.
공포로 시작해 온기로 끝나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읽고 나면 마음속에 아주 오래도록
잔잔한 파문이 남는다.
올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뜻밖의 선물 같은 책이었다.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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