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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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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나 판타지가 읽고 싶었다.
가지고 있는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은 대부분 2권 이상 이어지는 시리즈라,
SF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온다 리쿠’라는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을 꺼내 들었다.
SF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말도 들었고,
‘뱀파이어’라는 키워드도 어딘가에서 스쳤다.
나의 갈증을 채워주길 바라며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펼쳤다.
* 푹푹 찌는 여름날, 혼자 이와쿠라 마을을 찾은 다카다 나치.
이곳은 어머니의 고향으로, 나치는 두 달간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캠프는 우주로 향하는 배 ‘허주’의 승선원을 선발하는 과정이었다.
* 친척인 히사오 이모의 집에 머물며
후카시 오빠의 보살핌을 받던 나치는 캠프에 들어가자마자 당황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부모를 일찍 여의고 삼촌과 숙모 손에서 자라
이와쿠라와는 멀리 떨어져 살아왔던 나치에게
캠프와 ‘변질’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치는, 누구보다 뛰어났던 허주 승선원 나쓰의 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 그래서였을까.
나치는 캠프 아이들 중 누구보다 빠르게 ‘변질’을 겪는다.
불쾌감과 함께 피를 토하고, 멈출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린다.
그 과정이 자랑이나 선택이 아니라
몸이 먼저 감당해야 하는 형벌처럼 느껴졌다는 점이
더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 이 변질은 ‘피먹임’이라는 의식을 통해 완성된다.
마을 사람과 연결되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나치는 이를 끝까지 거부한다.
타인의 피를 탐하는 순간,
자신이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부할수록 욕망은 더 집요해진다.
* 그런 와중에 히사오 이모로부터 듣게 되는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비밀.
그리고 허주 승선원 도와에게서 전해 듣는 허주의 수수께끼까지.
갈증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찬 나치에게
진실은 연달아 몰아치듯 덮쳐온다.
* 내가 기대했던 짙은 로맨스도,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도 없었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기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피를 갈망하면서도 끝까지 거부하는 나치를 보며
그 신념을 지켜주길 바라다가도,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아무도 모르게 내 피라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람들이 말하던 SF적 요소가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
‘아…’ 하는 한숨과 감탄 사이 어딘가의 감정이 흘러나왔다.
허주라는 배와 변질의 결과를 이렇게 엮어낼 줄이야.
이 이야기는 먼 과거일 수도, 먼 미래일 수도,
혹은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쉽게 외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 아주 열광할 만큼 짜릿한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읽었고,
신념을 지키는 한 인물의 고통을 끝까지 지켜보게 했다.
온다 리쿠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믿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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