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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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그리고밤은되살아난다 #하라료 #비채

* 작년에 비채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만났던 작품들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들이 있다.
해리 홀레와 탐정 사와자키.
이 인물들을 사랑하게 된 탓에 결국 정주행을 결심했고,
해리 홀레 시리즈는 어느새 3권까지 읽었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다음 책을 언제 펼칠지 고민하던 중,
비채에서 원하는 책 두 권을 골라 선물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내가 죽인 소녀』와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를 선택했고,
그렇게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꺼내 들었다.
『안녕, 긴 잠이여』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사와자키였다.

* 가을도 저물어가던 어느 날 오전 10시쯤,
사무실로 들어서는 사와자키 앞에
카키색 코트를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르포라이터 사에키라는 인물과
급히 만나야 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곧이어 걸려온 전화에서는
유명한 미술 평론가 사라시나 슈조가
사에키 나오키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하루 사이 같은 이름으로 들어온 두 건의 문의.
사와자키는 이 사건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 사라시나의 집에서 알게 된 사실은 간단하지 않았다.
사에키는 행방불명 상태였고,
그날 밤 아내 나오코와 이혼을 앞두고 있었으며
위자료로 거액을 받을 예정이었다.
게다가 그날의 달력에는
사와자키의 이름과 탐정사무소 번호가 적혀 있었다.
남편을 완전히 미워하지는 못한 나오코는
사와자키에게 사에키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 조사를 이어가던 사와자키는
사에키의 집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경찰의 시신을 발견하고,
사건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다시 등장하는 인물이 가이후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그는
본명도, 과거도, 기억도 없는 ‘무(無)의 남자’였다.
모종의 사고로 모든 기억을 잃은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 가이후를 돌봐주던 여성의 증언에 따르면
그와 사에키는 ‘협력자’ 관계였다.
사라진 르포라이터와 기억을 잃은 남자의 접점을 좇던 사와자키는
이 사건이 당시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던
도쿄 도지사 저격 사건과 맞닿아 있음을 알아낸다.

*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사건의 진실보다도 그 진실을 둘러싼
사람들의 기억과 선택에 있었다.
기억을 잃은 가이후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지만,
그 공백 자체가 하나의 진실처럼 느껴진다.
기억이 없다는 것은 과연 무죄일까,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책임일까.
작품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은 채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 사와자키라는 탐정의 매력 역시 여기에 있다.
그는 모든 것을 꿰뚫는 천재도,
차갑게 정의를 집행하는 인물도 아니다.
다만 눈앞의 사람과 사건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을 뿐이다.
느릿하지만 집요한 그의 추적은
이야기를 가장 인간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읽는 내내 ‘이게 정말 80년대 작품이라고?’
싶을 정도로 지금의 사회와도 맞닿아 있는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플롯은 촘촘하게 짜여 있고,
탐정 사와자키라는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등장인물들 각자의 개성과
곳곳에 스며든 유머, 그 케미스트리는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권력, 진실, 언론, 그리고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선택.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질문들이
이 작품을 여전히 현재형으로 만든다.

*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사와자키의 뒷모습이 오래 남았다.
사와자키는 늘 그렇듯 아무 말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독자는 알고 있다.
이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이야기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위로처럼 느껴진다.

#사와자키시리즈 #탐정 #탐정사무소
#협력자 #저격 #행방불명 #납치 #기억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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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을 팝니다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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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내남편을팝니다 #고요한 #나무옆의자

* 고요한 작가님의 책 제목을
볼 때마다 든 생각이 있다.
어쩜 이렇게 아줌마들 마음을 정확히 짚어낼까.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도 그랬고,
이번 신작 『내 남편을 팝니다』는 제목만으로도
결혼 생활을 해본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생각을 그대로 꺼내놓는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는 장바구니에만
담아둔 채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신작은 망설임 없이 결제했다.
마침 한국 소설이 읽고 싶던 타이밍이기도 했다.

* 책을 들고 거실로 나가자 제목을 본 남편이 흠칫 놀란다.
“왜 쫄아?” 하고 물으니 떨리는 목소리로
“나… 팔려가?”라고 묻는다.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얼마에 팔렸는지 읽어보고 생각해 볼게.”
라고 말하고 책을 펼쳤다.
근데… 너 왜 갑자기 설거지하러 가?

* 해리는 명함에 적힌 알파벳을 주소창에 입력하고
남편을 파는 '비밀 클럽’에 가입한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들은 “니 남편도 팔아버려”라는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해리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문틈으로 건네진 명함 한 장이 부부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 가입비 50만 원을 내고 비밀 클럽에 입장한 해리.
남편 마틴은 처음엔 자신을 판다는 말을
농담으로 여겼지만, 휴대폰 화면을 보는 순간 소리를 빼액 지른다.
“저 여자들 미친 거 아니야?”
하지만 어차피 이혼할 사이,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개털 되느니
마틴이라도 팔아 본전을 찾자는 해리의 말과,
그 돈의 절반을 나누겠다는 제안에 결국 마틴도 동의하게 된다.

* 클럽에 들어가자마자 도로시라는 인물이 접근하지만,
이건 해리가 생각한 ‘판매’와는 달랐다.
미친 사람에게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며
화를 누른 해리는 이번엔 제대로 제목을 달아 글을 올린다.
〈내 남편을 팝니다〉.
마틴의 정보를 적자마자 “사고 싶다”는 댓글이 달린다.
상도덕을 무시하던 해리는 경고를 받은 끝에,
비밀 클럽을 만든 유 회장을 회유해 마틴을 파는 경매를 열게 된다.
이제 남은 건 마틴의 몸값을 올리는 일뿐이다.

*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은 연령도, 직업도 제각각이다.
장소를 제공한 카미유, 압구정, 루비통과 선글라스,
그리고 죽지도 않고 돌아온 도로시도 한참 뒤에 또 나타난다.
각자가 마틴을 사려는 이유도 모두 다르다.
겉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들이지만,
한 꺼풀 더 들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면
“아,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 마틴은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였다가,
순식간에 여러 여자들이 거액을 주고도
사지 못해 안달하는 남자가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 결혼 생활을 강물에 띄운 종이배에 비유한
장면도 인상 깊었고, 각자가 가진 사연들 역시
고개만 돌리면 마주칠 법한 이야기라 무척 현실적이다.
거기에 압구정 할매의 입담으로 유머까지 챙겼다.

* 나는 부부란 ‘가장 가까운 타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유일하게 혈연이 아닌,
오롯이 선택으로 맺어진 관계.
그래서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방식이든.
그렇기에 마지막에 해리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 천하의 나쁜 X…” 하고 욕이 튀어나왔다.
지켜야 할 건 지켜야지!
너 그러다 벌 받는다!!

* 욕하면서 책을 덮자,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쪼르르 달려와 또 묻는다.
그래서 자기는 팔려가냐고.
“로또 1등 금액이면 팔아볼까 했는데,
그 절반도 안 돼. 안 팔래.”
그랬더니 갑자기 엄청 신이 나서,
다음엔 마곡 갈 때 퇴근하고 데리러 오겠단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오는데만 두 시간이라고 싫다며.

* 괜히 궁금해져서 나도 물어봤다.
“오빠는 누가 나 팔라 그러면 팔 거야?”
그랬더니 생각도 안 하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 너 팔려면 돈 주고 팔아야 돼.”

* 잠깐만…
당근마켓 앱, 내가 어디에 넣어놨더라……?

#비밀클럽 #경매 #속사정#가장가까운타인
#한국소설추천 #당근 #부부 #현실 #토크
#블랙코미디 #설거지 #유발 #도서 #현실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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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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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소설 #초크맨 #cj튜더 #다산책방

* 집에서 마곡까지 왕복 약 5시간.
나가면서 무슨 책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초크맨』을 집어 들었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틈틈이 읽다 보니
길바닥에서 또 이렇게 한 권을 끝냈다.

* 에디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네 명의 친구가 있다.
뚱뚱이 개브, 메탈 미키, 호포, 니키.
모두 별명이 있지만 니키에게만 별명이 없다.
아무리 아닌 척 애를 써도 여자애이기 때문이다.
1986년, 열두 살의 그들은 매주 토요일에 만나
서로의 집에 번갈아 놀러 가거나,
놀이터에 가거나, 가끔은 숲에서 놀았다.

* 하지만 그 일이 있던 그날에는 축제가 있었다.
그 축제에서 에디는 새로 올 예정이던
선생님 핼로런과 함께 심하게 다친 댄싱걸을 치료해
마을의 영웅이 된다.
그 이후 에디는 핼로런에게
알 수 없는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사이엔 일련의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 핼로런은 에디에게
예전에 친구들과 했던 작은 규칙을 알려주고,
에디는 그 놀이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대로 옮긴다.

* 그 놀이는 그들만의 규칙, 그들만의 비밀 언어였다.
초크로 그린 그림.
길 위에 남긴 단순한 그림들은
서로를 부르는 신호가 되고,
비밀 장소로 안내하는 암호가 된다.

*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은 초크 그림을 따라간 끝에서
끔찍한 사건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아이들의 여름은 끝났고
각자의 삶은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 30년 후, 성인이 된 에디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지가 도착한다.
봉투 안에는 단 하나의 그림—
초크로 그린 사람 형상이 있었다.
그 그림을 시작으로
과거에 묻어두었던 사건과 기억들이
하나씩 현재로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 아이였기에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외면해 왔던 선택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된다.

* 『초크맨』은
어린 시절의 장난이 어떻게 비극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따라간다.

* 1986년, 열두 살의 에디와
2016년, 마흔두 살의 에디를 번갈아 보여주는 서술은
그날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보게 한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초크 그림은
어느 순간부터 신호가 되고, 암호가 되고,
결국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들이
뒤로 갈수록 의미를 바꿔 돌아올 때,
이 소설은 조용히 독자의 발목을 잡는다.

*C.J. 튜더는 공포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틈,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권력 관계,
어른들의 무심함 같은 것들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쌓아 올린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더 현실적이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한 이유다.

* 요양원 할매가 그렇게 힌트를 주는데도
끝까지 못 알아먹는 에디를 보며
답답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각해 봤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라면, 그 할매 말을 온전히 다 믿을 수 있었을까.

* 『초크맨』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우리가 쉽게 외면해 온
과거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 장난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을
끝내 멈추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꿉친구 #비밀언어 #분필 #댄싱걸

#추리소설 #암호 #돌아온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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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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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책의등뼈가마지막에남는다 #샤센도유키 #김은모 #블루홀6 #협찬도서

* 올해 처음으로 받은 서평책은 블루홀6의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였다.
애정하는 작가 샤센도 유키의 신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표지가 말 그대로 미친 퀄리티였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여성의 몸,
‘포로가 될 테니 읽지 않는 게 낫다’는
노골적인 경고가 적힌 띠지까지.
총 7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제목처럼 책등이 뼈처럼 드러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샤센도 유키가 이번에는 어떤 이계를 보여줄까.
펼치기도 전부터 이미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다.

*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샤센도 유키가 만들어 놓은
이계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 여행자가 만나게 된 한 권의 책.
그런데 그 책은 맹인이었다.
양쪽 눈은 달군 쇠막대로 지져 뭉개졌고,
참혹한 화상 흉터 위에는 반짝이 가루가 덧칠되어
마치 얼굴을 가로지르는 강처럼 보였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아, 이 작가는 역시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 상복처럼 새까만 드레스에는
색색의 끈들이 달려 있었는데,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가름끈’이라 불렸다.
그렇다. 이곳은 폐가 있는 책이 존재하는 나라였다.
이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한 권의 책이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뿐이지만,
여행자가 만난 그 책은
무려 열 가지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사람들은 편의상 그것을 ‘열’이라 불렀다.

* 이 작은 나라에서는 종이책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이야기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종이 대신 선택된 것은 인간이었다.
인간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요청이 있을 때 그것을 들려주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극히 드물게 ‘오식’이 발견될 때,
즉 책들이 전하는 이야기 사이에
차이가 생기면 ‘중판’이 진행된다.

* 새장 안에 갇힌 두 권의 책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옳은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옳다고 인정된 쪽은 살아남고,
틀렸다고 지목된 쪽은 파본 처리된다.
이 장면을 지켜보는 순간,
독자는 왜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 종이책이 금지된 나라에서
종이 대신 인간이 선택되었다는 설정도 충격이었지만,
책이 ‘책’으로서 지니는
긍지와 자존심은 그 이상으로 인상 깊었다.
그 안에서 ‘열’은
아무도 가지지 않은 열 가지 이야기를 품은 존재였고,
이번에는 ‘백행 공주’,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 공주 이야기로
중판에 들어가게 된다.

* 중판의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그 불길의 열기가
내게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도대체 몇 번이나 감탄했고,
몇 번이나 숨을 삼켰을까.
첫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나는 거의 환호에 가까운 감탄을 터뜨렸다.
독특한 세계관과 추리소설 같은 논리로
상대를 압도하는 전개는
정말 ‘자발적 포로’가 되기에 충분했다.
저 여기 있어요!!!!
잡아가세요!!! 정말로요!!!!!!!!!!

* 이외에도
「죽어도 주검을 찾아 줄 이 없노라」,
「도펠예거」,
「통비 혼인담」,
「금붕어 공주 이야기」,
「데우스 엑스 테라피」까지.
총 다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분명히 샤센도 유키만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도사린 잔혹함,
이중성과 이기심으로 뭉친 다수가
소수를 희생시키는 구조,
그리고 작가 특유의 SF적 상상력까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 첫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가
‘열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운데 놓인 다섯 편의 이야기는
열이 품고 있던 또 다른 열 가지 이야기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한 건,
내용을 그대로 상상하면 꽤나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데도
묘하게 아름다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 포로라 불러도 좋고, 노예라 불러도 좋다.
뭐가 됐든 나는 이미 완전히 홀려버렸으니까.
살면서 나보다 어린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홀려본 건 처음이다.
유키 동생,
언니는 앞으로도 기꺼이 네 포로가 될게♥

* 출판사 도장깨기 64/94

@blueholesix
#잘읽었습니다

#등뼈 #중판 #파본 #새장 #세계관 #최강
#비블리오 #마니아 #그로테스크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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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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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소설 #마가 #미쓰다신조 #현정수 #북로드

*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이다.
첫 번째 책에서 뱀신과 빙의를 소재로 한 흉가,
두 번째 책에서 기시감과 살인사건을 다룬 화가에 이어,
이번에는 삼촌과 함께 별장에서 지내게 된
초등학교 6학년 유마가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 유마는 순수문학 작가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재혼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머니가 선택한 상대는 세토 도모히데라는
고지식하고 엄격한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삼십 대 후반의 동생,
세토 도모노리가 있었다.
유마는 냉정한 새아빠보다 따뜻하고
다정한 삼촌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다.

* 하지만 어머니가 재혼 후
곧 임신을 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새아빠가 해외 발령을 받게 되자, 그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만 데리고 떠나고 싶어 했다.
결국 유마는 일본에 홀로 남겨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 유마를 맡길 곳이 필요해지자 삼촌이 나섰다.
여름방학 첫 날, 삼촌은 아침 일찍
유마를 데리러 왔다.
형이 해외에서 유마에게 맞는 학교를 찾는 동안
유마를 대신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 그렇게 유마는 삼촌이 소유한 고무로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에는 삼촌의 여자친구인 사토미 씨도 함께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삼촌은 사업상 도쿄로 오가야 했기에
유마와 사토미가 단둘이 지내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이 기묘한 동거의 첫날 밤부터 저택 안을
배회하는 정체 모를 형체가
유마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 삼촌의 말에 따르면, 저택 뒤편의 숲은
사사 숲이라 불리며 옛날부터 가미카쿠시
(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현상을
요괴나 귀신의 짓으로 여기는 전설)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한다.
사실 삼촌이 고무로 저택을 소유하게 된 이유도
이 숲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다.

* 유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두 번이나 이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숲과 형체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저택의 형체에 이끌린 유마는
사사 숲 깊숙이 있는 나무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서 유마는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는,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 이야기의 막바지로 갈수록
진짜 공포는 요괴나 이세계가 아닌
인간 그 자체임이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실제로 확인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했다.
'역시, 유독 똑똑하더라니'라는 깨달음이
잔혹한 미소와 함께 남았다.

* 이번 작품은 전작들보다 집 그 자체보다는
집 주변의 숲과 전설에 더 집중한다.
집 안에서도 괴이한 일이 벌어지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결국 숲이었다.
그 숲 속에서 유마가 왜 발을 들였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는
작품 후반부에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세이의 이야기는 그저 슬프다는 말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사사 숲과 가미카쿠시, 이세계와 나무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악의와 살의.
여기에 미스터리와 약간의 추리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고 흥미롭게 완성된다.
이 모든 장치들은 결국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무대였다.

* 미쓰다 신조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가 때로는
요괴보다 무섭고, 이세계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집 시리즈가 그동안 말하고자 했던
진짜 공포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집시리즈 #재혼가정 #삼촌 #기묘한 #동거

#저택 #금단 #소설책추천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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