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 살인
서맨사 다우닝 지음, 신선해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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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티처 #서맨사다우닝 #신선해 #황금시간

* 이 책은 순전히 제목과 부제가
나를 자극해서 집어 든 작품이다.
‘티처 : 벨몬트 아카데미의 연쇄살인’
이라는 제목만 보면 선생님과
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벨몬트 아카데미에서는
정확히 무엇이 벌어진 걸까?
누가, 왜, 그런 끔찍한 선택을 한 걸까?

* 테디는 명문 고등학교인 벨몬트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하지만 오늘도 그는 성적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에게 시달리고 있다.
금융업자이자 부자인 아버지는
아들의 중간과제 성적을 올려달라고 압박하고,
뒤이어 변호사인 어머니까지 찾아와 같은 요구를 한다.

*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원하는 대로
들어주고 싶지도 않은 테디는 표면적으로만
그들의 제안을 긍정하며 상황을 넘긴다.
이 지점부터 독자는 ‘이 사람, 뭔가 꼬여 있다’는
기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느낌은 곧 그의 은밀한
‘실험’을 통해 현실이 된다.

* 테디는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실험을 했다.
마치 그들 위에 군림하듯, 혹은
골탕을 먹이며 망신을 주는 것을 즐겼다.
그는 자신이 그들을 돕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의 실험은 결국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

* 같은 영문학 교사 소니아의 오만함을
꺾어주겠다며 벌인 실험이 엉뚱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며, 결국 한 학부모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 여기서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테디의 제자 코트니가 체포된다.
경찰은 평소 어머니 잉그리드의 억압을
견디지 못한 그녀가 모친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진실을 알고 있는 테디는 코트니를 구하고자
또 다른 사건을 벌이지만, 모든 일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갈 리 없다.

* 평소 미워했던 또 다른 제자 잭이
공범으로 지목되고, 무엇보다 테디에게
오래된 원한을 품고 있던 옛 제자
팰런이 ‘선생’으로 다시 학교에 나타난다.
테디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을 걸어온 걸까?
그리고 그는 정말 ‘자신의 제자들’을 구할 수 있을까?
물론, 본인도 잡히지 않은 채로.

*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테디의 행동에 경악했다.
선생도 사람이니 더 예쁘거나 미운 학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제자의
앞길을 망치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것,
그것을 ‘그들을 위함’이라고 믿는 것은
결코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 나는 늘 학교를 ‘작은 사회’라고 생각해왔다.
여기서 우리는 규칙을 배우고,
갈등을 겪고, 협업을 배운다.
그러나 이런 공간에서 테디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사회로 나가기 위한 경험이 아니라,
한 인간의 왜곡된 우월감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버린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 책을 덮고 나니 자연스레 교권, 학교 폭력,
대학의 입시 정책 등 현실 문제로 생각이 번졌다.
최근엔 학교 폭력으로 처벌받은 학생들을
대학들이 불합격 처리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지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약 테디처럼 일부러 혹은
교묘하게 학생의 기록을 조작하는 선생이 있다면?
물론 현실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섬뜩했다.

* 선생이라는 말은 가르침을 주는 사람,
학문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을 이른다.
그러나 테디는 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스트레스를 ‘도와주는 척’
풀어내며 주변 사람들을 망가뜨린,
뒤틀린 꼰대일 뿐이었다.
적어도 내 학창 시절엔 이런 선생님이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 다행으로 느껴졌다.
테디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우리가 살아온
‘학교’라는 현실적 공간을 깊이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벨몬트아카데미의연쇄살인
#벨몬트 #아카데미 #연쇄살인
#독초 #실험 #선생 #학생 #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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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전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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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꿈전달 #우사미마코토 #이연승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지난 책태기를 극복하려면
블루홀6 작품을 읽으면 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나는
이 책을 일부러 오래 묵혀두었다.
책태기 극복용이 아니라,
순수한 기쁨으로 우사미 마코토의
신작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사미 마코토가 보여주는 괴담’이라는
꿈 전달, 과연 나에게는 어떤 꿈을 전해줄까.

* 이 책은 총 11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는 색, 냄새, 온도까지
다른 괴담들이 넘실거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흔한 일상,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무서운,
그 자리에서 괴담이 발아한다는 것이다.
책 표지의 물고기 때문인지 나는
자연스레 ‘물’이라는 매개체를 따라가게 되었다.

* ‘꿈 전달’의 바다, ‘수족’의 수족관,
‘에어 플랜트’의 수분을 대신하는 생물,
침하교, 바다뱀장어...
거의 모든 이야기가 물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인간의 몸이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 5%만 부족해도 혼수상태에 빠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그 사실을 철저히 ‘감각’으로 체득하게 만든다.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가장 무섭고,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잔인할 수 있는 것—물.

* 그래서였을까.
물을 매개로 인간의 형태가 ‘바사삭’
무너져내리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냉기가 숨을 막았다.
마치 내 몸 안의 물이 순간적으로
증발해버리는 듯한, 기묘한 공포.
작가의 의도였는지 아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물’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빠져나올 수 없었다.

* 책 속 인물들이 물로 뛰어드는 데에는,
물을 건너는 데에는, 물을 사용하는 데에는
아주 작은 ‘균열’ 하나면 충분했다.
그 감정의 균열은 나도 살아가며 분명 느껴본 적 있다.
그 균열이 물과 괴담을 만나 터져나갈 때,
이야기는 공포가 되었다가,
기이한 반전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엔 감정의 폭발로 번졌다.
그 감정적 파동에 휩쓸릴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심장이 한 박자씩 빨리 뛰었다.

* ‘꿈’이 자면서 꾸는 꿈과
장래를 의미하는 꿈을 동시에 품고 있듯,
이 책 또한 현실과 비현실, 삶과 괴담의
경계선을 또렷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흐릿하게 스며들게 만든다.
어느 순간에는 내가 현실에 있는지,
괴담의 세계에 들어선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 경계를 흔들어버리는 능력을 보며,
우사미 마코토가 단순히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가
아니라 장르를 손쉽게 넘나드는
‘이야기꾼’의 영역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이 책은 놀라운 기쁨이었다.
괴담으로 끝나지 않고 끝에서 한 번 더 비튼다.
그 비틀림이 추리적 쾌감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인과응보적 메시지까지 훅 들어온다.
숨을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그 감정의 파도에 끝내 완전히 젖어버렸다.

* 이러니 우사미 마코토를 어떻게 끊을 수 있겠는가.
삶을 깊숙이 파고드는 괴담과 현실의 경계.
이번에도 결국, 완벽하게 취향저격당해버렸다.

* 출판사 도장깨기 5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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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종합 #선물세트 #균열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공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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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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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안녕긴잠이여 #하라료 #권일영 #비채 #협찬도서

* 비채 서포터즈 3기 자격으로 받은 책,
〈안녕 긴 잠이여〉.
개정판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작품이지만,
나는 이 시리즈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분위기, 탐정물,
그리고 넉넉한 페이지 분량까지!
모든 것이 나를 이 책으로 자연스레 이끌었다.
제목 속 ‘긴 잠’이 곧 ‘죽음’을
뜻하는 것 같았지만, 제목만으로는
내용이 전혀 가늠되지 않았다.

* 해리 홀레 시리즈에 홀렸던
기억이 스쳐 지나가 잠시 망설였지만,
그 걱정은 책을 펼치는 순간 사라졌다.
주인공 탐정 사와자키는 장장
400일 만에 도쿄로 돌아온다.
지친 몸을 이끌고 사무실 문을 열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한 노숙자.
지나가던 젊은 남성에게 부탁을 받아
사와자키의 귀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 그 젊은이의 이름은 우오즈미 아키라.
명함과 함께 남긴 돈, 그리고
“사와자키가 돌아오면 연락해달라”는 부탁.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아키라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사와자키의 첫 임무는 그래
‘의뢰인을 찾는 일’이 된다.

* 아키라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의 과거는 뜻밖이었다.
11년 전, 원래는 타자였지만 우연히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고시엔 8강까지
진출했던 촉망받는 선수.
그러나 승부 조작에 휘말리며
모든 것을 잃고 사라져버린 청년.
사와자키는 아키라의 행방뿐 아니라,
그가 맡기려던 의뢰의 정체까지 추적하게 된다.

* 아키라에게는 피가 섞이지 않은
누나 유키가 있었다. 승부 조작 사건에
충격을 받은 유키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집 베란다에서 몸을 던진다.
하지만 아키라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나가 자살했을 리 없다”며 깊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 그리고 드디어 아키라를 만났을 때
아키라는 마음을 바꿔 의뢰를 철회한다.
의뢰인이 거부하면 조사를 할 수 없으니
사와자키는 그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무실을 나선 아키라는 근처에서
습격을 당해 중태에 빠진다.
정신을 잃기 직전,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
사와자키에게 의뢰를 맡기고,
사와자키는 결국 11년 전 다시는
열릴 줄 몰랐던 11년 전 그 날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 조사가 깊어질수록 수수께끼의 인물에게
습격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사와자키 역시 목숨을 위협받는다.
유키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누가 사와자키를 방해하는 것일까?
그리고 오랜 세월 자취를 감춘
그의 파트너 와타나베의 존재는 어디로 향하는가?

* 책을 읽으며 나는 끊임없이 후회했다.
“왜 이제서야 이 작가와 이 시리즈를 알게 된 걸까?”
작가는 이미 세상을 떠나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사와자키는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어디에도 주눅 들지 않는 사와자키의 매력,
으르렁대지만 정이 넘치는
폭력 조직원들의 감초 같은 존재감.
이 모든 것이 빠져나올 수 없는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 가업과 남성성에 갇힌 여성의 현실,
동성애, 고시엔과 승부 조작,
꿈이 무너진 청년,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진실까지.
이야기는 무겁지만 결코 늘어지지 않고,
작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꽁꽁 숨겨두며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 책을 덮자마자 나는 자연스럽게
이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검색하고,
또다시 내 책탑을 계산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평소 재독을 하지 않는 나지만,
사와자키 시리즈라면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더는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지만
그래도 세상에 사와자키라는
캐릭터를 남겨준 것,
그 자체로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든다.

@drviche
#잘읽었습니다

#비채서포터즈 #비채서포터즈3기
#사와자키 #사와자키시리즈 #탐정
#탐정사와자키시리즈 #노숙자 #야구
#고시엔 #승부조작 #누나 #누나바라기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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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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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호스트 #유재영 #반타 #협찬도서

* 믿고 읽는 반타에서 어느새
또 새 작품이 나왔다.
아직 온다 리쿠 시리즈도,
해리 오거트도 못 읽었는데
이렇게 열일 해주시면 완전 땡큐!!
힐 하우스 유령과 프랑켄슈타인의
만남이라는 얘기에 나는 또 눈이
돌아갔고, 서평단 신청에
운 좋게 당첨이 되었다.

*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어딘가
균열이 있어 보이는 가족을 만났다.
수현과 규호, 그리고 쌍둥이 딸 실비와 실리.
얼마 전 규호는 큰아버지에게서
집 한 채와 2억 원이라는 거금을 물려받았다.
왕래도 거의 없었고 자식도 있는
큰아버지가 왜 조카에게 이런 유산을 남겼는지
의문이 들던 그때, 그가 남긴 편지.
“그 집을 지켜라.”
딱 여섯 글자에서부터 묘하게
불길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유 없는 호의에는 뭔가 구린 게 있단 말이지.

* 실비의 병원비 등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이사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가족은 청림으로 이주해 평화롭지만
어디가 아슬아슬한 나날을 보낸다.
실비는 발병과 회복을 반복했고,
규호는 묻어둔 과거의 그림자에 계속 흔들렸다.
수현 역시 오래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호수가 있고, 마당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집.
언뜻 완벽한 쉼터처럼 보이지만,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 수현은 집 안에서 가족외에
다른 존재를 느끼기 시작한다.
꿈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는 손길,
이사 온 뒤 점점 이상해지는 규호의 기운.
그러던 어느 날, 실비와 실리가
응접실 책상 아래에서 아주 오래된 편지를 발견한다.

* 쇼와 16년.
집이 지어졌던 시기, 일본어로 적힌 편지.
아이들에게서 편지를 건네받은 수현은
그날부터 수현은 온 신경을 그 편지의
번역에 쏟아부었고, 결국 편지의
수신인 나오의 다른 기록들까지 찾아낸다.
같은 발신인에게서 온 몇 통의 편지와,
나오가 직접 남긴 노트.
그 노트는 어느새 수현의
또 다른 ‘현실’이 되었다.

* 처음엔 그저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며 펼쳤던 이야기.
그런데 페이지가 깊어질수록
전혀 다른 감정이 나를 붙잡았다.
서늘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심장에 겨눈 칼처럼,
두 세계의 경계에서 숨을 들이켰다 내쉬는 기묘한 힘.
심장은 조였다가 풀어졌다가,
마치 내 안의 시간이 이상하게 접히는 것만 같았다.

* 특히 80년의 시간을 거슬러 나오의
기록과 수현의 현재가 맞물리는 순간.
그 장면들은 시간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하는’ 기분을 줬다.
회랑처럼 좁아진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의
손끝이 잠시 스치는 것 같은 감각.
80년 전의 숨결이 책을 읽는 내 바로 옆에서,
아주 가늘게, 그러나 분명히 떨리고 있는 듯했다.

* 그리고 ‘호스트’라는 제목의
진짜 의미가 드러나는 그 순간은
말 그대로 가슴 한복판을 정확히 찌르고 지나갔다.
이 집의 주인은 과연 살아있는 자일까,
죽은 자일까?
이 집은 환영(幻影)의 집일까,
환영(歡迎)의 집일까?
설렘과 공포, 그리고 비극과 구원이
같은 문을 통해 드나드는 장면 같았다.

* 1945년의 나오와 2025년의 수현,
그리고 그 사이에 1995년 규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서술된다.
흘러가버린 시간과 함께 흩어진 이야기를
하나로 꿰매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그 시간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다른 사람이 아닌 '모녀'라는 매개체로
독자인 나를 향해 다가왔을 때,
지나간 공포는 모두 물러가고 따뜻한
온기만이 남아있었다.
그 순간의 전율이란!
마치 폐허 속에서 갑자기 따뜻한 손이
내 손을 잡아 끌어 올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 반타 책은 자기 전에 읽지 않는다는
나만의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잠시 잊고 책을 펼쳐버렸다.
덕분에 또 해뜨는 걸 지쳐보게 됐고
남들보다 늦은 하루를 시작하게 됐지만
단 한 톨의 후회도 없었다.
오히려 오래도록 누군가의 다정한
꿈을 꾸고 깨어난 기분이었다.

*12월의 첫날부터 이런 감정을 맛보다니.
공포로 시작해 온기로 끝나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읽고 나면 마음속에 아주 오래도록
잔잔한 파문이 남는다.
올해의 끝자락에서 만난,
뜻밖의 선물 같은 책이었다.

@ofanhouse.official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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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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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소설 #박쥐 #요네스뵈 #문희경 #비채

* 나름 책태기도 잘 극복했고,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궁금했던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시작을 꺼냈다.
한국엔 출간 순서가 뒤섞여 나왔지만,
이제 와서 뒤늦게 읽는 덕분에
원래 순서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박쥐’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노르웨이 여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해리가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3세 여성 잉게르 홀테르는
밝은 금발의 여성이었고,
강간과 살인을 당한 채 발견된다.

* 시드니 공항에 도착한 해리는
현지 경찰 앤드류 켄싱턴과 합류해
곧바로 수사에 돌입한다.
잉게르가 일했던 곳을 찾아가며
스웨덴인 비르기타와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앤드류와 우정을 쌓으며 그의 세계,
특히 애버리진 문화를 알아가기도 한다.

* 애버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가리키는 말로
앤드류도 그에 속했다.
해리는 앤드류와 그의 친구들을 만나며
노르웨이와는 전혀 다른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 문화, 전설, 사회적 구조를 듣는다.
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상처와 체념도 함께.

* 이렇게 반쯤은 관광하는 듯한
흐름 속에서도 수면 위로 용의자가 떠오른다.
해리는 직감으로 그를 추적하지만,
앤드류는 미묘하게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듯하다.
연쇄살인이나 그 어떤 패턴도,
공통점도 없는 사건.
청년 해리의 직감은 제대로 작동했을까?

* ‘박쥐’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점을 꼽으라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즉 애버리진이 겪어온 차별과 축적된 체념이었다.
조상들의 땅을 빼앗기고 백인들에 의해
억압받은 역사, 그리고 그 실제 피해자인
앤드류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깊게 박혔다.
애버리진의 전설과 역사 소개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들을 사건의 중요한 열쇠로
연결시켰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 다음은 잉게르 사건에서
비롯된 연쇄살인이다.
해리는 어느 순간 진범을 정확히 알아내는데,
앞부분을 다시 넘겨봐도 도대체 어디서
단서를 잡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다소 과정이 생략된 채 결말만
도드라져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애버리진의 전설이 힌트가 된 것은 분명한데
나는 도무지 그 뜻을 모르겠더라.

*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여겨본 것은
해리의 개인사였다.
‘블러드문’에서 본 해리와
‘박쥐’의 해리는 완전히 달랐다.
블러드문 속 해리는 지친 중년이었지만,
박쥐 속 해리는 아직 빛나는 청년이었다.
상처는 이미 있었지만,
아직 극복 가능해 보이던 시기.
그 간극이 미치도록 좋았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반짝이던 청년이 그렇게 피폐해졌을까?
궁금함이 폭발했다.

* 블러드문에서는 이미 완성된 매력적인
인물이라 홀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 작품은 오히려 기대에
못 미칠지도 모른다 여겼는데, 아니었다.
첫 작품의 해리를 만나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
이제는 확실하다. 어떤 작품을 먼저 읽었어도
나는 결국 이 남자를 사랑했을 것이다.
이 남자, 사람을 쫌 홀릴 줄 아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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