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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영국소설 #초크맨 #cj튜더 #다산책방
* 집에서 마곡까지 왕복 약 5시간.
나가면서 무슨 책을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초크맨』을 집어 들었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틈틈이 읽다 보니
길바닥에서 또 이렇게 한 권을 끝냈다.
* 에디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네 명의 친구가 있다.
뚱뚱이 개브, 메탈 미키, 호포, 니키.
모두 별명이 있지만 니키에게만 별명이 없다.
아무리 아닌 척 애를 써도 여자애이기 때문이다.
1986년, 열두 살의 그들은 매주 토요일에 만나
서로의 집에 번갈아 놀러 가거나,
놀이터에 가거나, 가끔은 숲에서 놀았다.
* 하지만 그 일이 있던 그날에는 축제가 있었다.
그 축제에서 에디는 새로 올 예정이던
선생님 핼로런과 함께 심하게 다친 댄싱걸을 치료해
마을의 영웅이 된다.
그 이후 에디는 핼로런에게
알 수 없는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사이엔 일련의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 핼로런은 에디에게
예전에 친구들과 했던 작은 규칙을 알려주고,
에디는 그 놀이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대로 옮긴다.
* 그 놀이는 그들만의 규칙, 그들만의 비밀 언어였다.
초크로 그린 그림.
길 위에 남긴 단순한 그림들은
서로를 부르는 신호가 되고,
비밀 장소로 안내하는 암호가 된다.
*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은 초크 그림을 따라간 끝에서
끔찍한 사건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아이들의 여름은 끝났고
각자의 삶은 서서히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 30년 후, 성인이 된 에디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편지가 도착한다.
봉투 안에는 단 하나의 그림—
초크로 그린 사람 형상이 있었다.
그 그림을 시작으로
과거에 묻어두었던 사건과 기억들이
하나씩 현재로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 아이였기에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외면해 왔던 선택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된다.
* 『초크맨』은
어린 시절의 장난이 어떻게 비극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따라간다.
* 1986년, 열두 살의 에디와
2016년, 마흔두 살의 에디를 번갈아 보여주는 서술은
그날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고,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보게 한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초크 그림은
어느 순간부터 신호가 되고, 암호가 되고,
결국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들이
뒤로 갈수록 의미를 바꿔 돌아올 때,
이 소설은 조용히 독자의 발목을 잡는다.
*C.J. 튜더는 공포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틈,
아이들 사이의 미묘한 권력 관계,
어른들의 무심함 같은 것들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쌓아 올린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더 현실적이다.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한 이유다.
* 요양원 할매가 그렇게 힌트를 주는데도
끝까지 못 알아먹는 에디를 보며
답답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각해 봤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라면, 그 할매 말을 온전히 다 믿을 수 있었을까.
* 『초크맨』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우리가 쉽게 외면해 온
과거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 장난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을
끝내 멈추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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