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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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흑인이에요, 백인이예요?"

"넌 인간이야" <p.106>

 

전통파 유대집안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할 수 없다'와 '해선 안된다'등의 수많은 금기 속에서 자란 것으로도 모자라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는 물로 노동력 착취까지 ~ 완고하고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두번의 결혼으로 열두명의 자녀를 낳았고 그 자녀들 모두를 훌륭하게 키워 내는 과정을 이야기 하는데 지식 없는 돈은 가치가 없고, 종교로 뒷받침된 교육이야말로 미국에서 가난을 벗어나는 길로 여긴 엄마의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절대적 사생활 보호와 뛰어난 학업 성적을 고집하며, 인종을 막론하고 외부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엄마.

아버지의 수완좋은 장사로 배를 굶주리진 않았지만 백인들에겐 유대인이라 놀림받고, 흑인을 상대한다는 이유로 유대인 사이에서도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해 사랑과 온기에 굶주린 삶을 사는 것으로도 부족해 흑인 남성과 결혼해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는 더 큰 편견과 차별속에 지내게 되지만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맛선 그 용기가 너무나도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누군가 그랬다. 하느님이 모든 사람들을 돌보아 주기 힘들기 때문에 천사를 보냈다고 . . 그분이 엄마라고 . .

이 책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컬러 오브 나이트는 그런 위대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열두명의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냈고 또 대부분을 대학원까지 보내 의사, 교수, 화학자, 교사들로 키운 엄마란 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사람이란 말이 절로 나올텐데 정통파 유대교 랍비의 딸로 태어나 인정차별이 심했던 1940년대에 흑인과 결혼한 백인 여성에 열두명의 흑인 자녀라니~

그 독특한 환경만큼 구구절절 사연에 눈물과 웃음과 안타까움의 한숨이 교차하면서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더라.

 

바위처럼 단단하게 자기 방식만 고집하며 무엇 하나 바뀌질 않는 아버지 '피셸 실스키' 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 은근 우리아버지와 닮은 구석이 많아 읽는 내내 화가 났던 것 같다.

어머니가 시집와 할머니 시집살이가 엄청 심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들을 못낳은걸로 고된 시집살이를 당한터라 아들과 딸을 구별해 애정을 쏟은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결혼해 아이를 낳으니 친손자와 외손자를 구별해가며 각기 다른 정을 주시는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당했던 거완 또다른 아픔에 너무도 큰 상처를 받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인연을 끊고만 싶었는데 . .

세상에는 이렇게 더 큰 편견과 차별속에서도 당당한 삶을 살아온 내가 있다고 외치는 책이 있으니 숙연해질 수 밖에. .

그러니 나도 아버지의 그런 자잘한 차별따위에 상처받지 않을거라고, 이들 가족처럼 시간이 흘러 분명 모든것을 웃으며 이야기 할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더 큰 사랑으로 모든걸 감싸안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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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도그 바이 - Long Dog Bye
가스미 류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새앙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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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주인공은 책표지에 나와있는 '애로우'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잡종견으로 온몸이 적갈색인데 코부터 머리, 등 한가운데 까지 하얀 무늬가 한 가득 들어있는데 그것이 화살표를 닮아서 애로우라는 이름이 붙었다.

 

레노가 떠난 지 벌써 1년. 마을의 영웅 같았던 레노는 어릴적 경찰서와 소방서에서 표창을 받은 빛나는 경력이 있다. 이웃집에 속옷 도둑이 들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에 방화범도 침입한 것. 절묘한 타이밍에 짖어댄 탓에 소동을 눈치 챈 주민의 신고로 둘 다 체포됐다. 그 후 성견이 되어선 언덕길을 구르는 유모차를 구하기도 하고, 큰 비가 와서 마을에 흐르는 강이 불어났을때 레노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발이 미끄러져 강에 빠졌을때도 용감하게 급류에 뛰어들어 셔츠자락을 물어 주인을 구해내기도 한 눈부신 활약에 레노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고 레노가 죽었을때 그의 업적을 기려 프라다 공원에 동상이 세워지게 된 것.

미스터리의 시작은 우엉으로 사람 좋아보이는 주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 프라다 공원내 동상 앞에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개들을 만나 믿기지 않는 얘길 들으면서부터다. 시바이누인 레노의 실물 크기의 동상 '앉아'자세로 놓여있는 받침대 바로 앞에 우엉 네 뿌리가 심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어제까지는 없었는데 갑자기 솟아난 것도 아닐테고 무슨일일까 ?

레노의 1주기를 앞두고 레노에게 바치는 제사상이 아니겠냐는 말도 나오지만 평소 양배추는 좋아해도 우엉은 전혀 ~ 아니올시다였다 레노이기에 이상하기만 하다.

집 마당 바로 앞 밭에서 우엉을 훔쳐 심은 것 같다는 본타.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왠지 불안해져 패닉 상태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날뛰게 되는지라 그 모습이 뜨거운 핫플레이트 위에서 날뛰는 것 같다고 핫도그란 별명이 붙은 그가 우엉 도둑을 찾아 오명을 씻고 싶다며 이사 가기전에 도둑도 잡지 못하는 한심한 개라는 이미지를 벗고 싶다며 본타에게 범인을 찾아달란 부탁을 하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러 나선 애로우는 뾰족한 귀를 바짝 세우고 여러 개들의 이야기를 듣지만(일명 사정 청취)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 그때 박학다식하고 정보에 뛰어난 일명 교수라 불리우는 개 '허리슨'을 만나 레노의 유령에 관한 재미난 얘기를 듣게 되는데 . . .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개 세계의 특수 부대 같은 G8 멤버들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다 잠든 시간에 모여 사건을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는데 그들은 우엉, 레노의 유령, 공원 내 큰 느티나무에 걸린 가게용 발매트, 공원에서 잃어버린 물건 등등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세계 최초의 본격 개 추리소설로 애견인과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글귀에 혹해 냉큼 읽기 시작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털 알러지가 있어 키우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평소 동물이 나오는 영화나 다큐 등등을 잘 챙겨보는데 그 중에서도 매주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게 TV 동물농장이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사람 만큼이나 다재다능한 동물들을 만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접하지 못하는 이런저런 동물들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는데 이 책은 그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이라고 할까? 개가 주인공인 것도 신기한데, 말도 하고 이런저런 재능을 갖고 있는 동물들이(여기서는 다양한 종의 개) 프라다공원에서 생긴 기묘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가는지를 재미나게 엮은 책으로 특히나 굴 파기의 달인 뫼비우스, 이런저런 물건을 조달해 주는 에드워드 2세, 잡동사니를 개조해 편리한 물건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의 스누퍼, 자물쇠를 따는 듀크, 쿵푸 못지 않은 멍푸의 달인인 신티, 외모나 음성 등등 변장의 달인인 폴리 등등의 G8 멤버의 활약이 굉장히 재미었다는 ~

캣츠 앤 독스에 나오는 개들로 그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순박하고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동료들의 수만큼 길이 생긴다. 그리고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p.358>

내 소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내삶도 풍요로워 지겠지 ?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한데 이건 개가 사는 세상이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똑같은 듯~

 

개가 주인공이라 읽지도 않고 유치할 거라는 추측은 금물 !! 일본 대표 추리 작가중 한명답게 끝까지 탄탄한 이야기를 즐길수 있다.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짜임새있는 추리소설로 갖출 건 다 갖춘 그런 이야기란 말씀!!!

어릴때부터 개를 좋아했다는 가스미 류이치님은 50대 아저씨인 지금도 개와 대작을 하는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만큼 개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에 추리 작가로서 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신개념 소설을 쓴거겠지 싶어 털털하면서도 인자한 (마치 애로우의 주인 아저씨같은) 이분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는 ~

가수는 노래로, 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글로서 이렇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마음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진다.

시골이 아니라 출퇴근길 마주치게 되는 개들도 없지만 공원에서 개들을 만나게 된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시선으로 쳐다보게 될 것 같다.

 

애로우. 다음에 더 재미난 사건으로 또 만나요 ~

웡 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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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를 부탁해
곤도 후미에 지음, 신유희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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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독살 사건 -

전문대 졸업 후 집에서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 '론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구리코는 미하루로부터 아직 한달반도 안된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겠느냔 권유를 받게 된다. 부모님과 상의후 키우기로 결정하지만 안타깝게도 얘기했던 그 날 병으로 죽게 되고, 만난 적도 없지만 집으로 올 예정이었던 강아지의 죽음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구리코는 공원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레스토랑 단골 고객 구니에다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분과의 얘기를 통해 적잖은 위로를 받게 된다

그 후 어머니의 발빠른 행동으로 시의 보건소에서 처분될 예정이었던 개를 한마리 데리고 와 '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사랑해 주는데 그 즈음 안과 공원 산책하다 벽돌에 맞아 머리가 깨져 죽는 개를 발견하기도 하고 실제 안이 약을 바른 음식을 먹고 병원에 실려가 입원하는 등의 사건이 끊이질 않아 구리코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삼년 재수중이지만 공부는 않고 매일 빈둥거리는 남동생 '마코토'가 새벽마다 집을 나가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구리코는 이 사실을 구니에다 노인에게 털어놓게 되고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데 . . .

고양이 폭행녀로 유명했던 사건이 떠오르면서 이 사건때 첨으로 길에서 동물 배설물을 치우지 않았을때 벌금이 30만원인데 고양이 폭행 사건의 가해자는 20만원의 벌금형에만 처해지는 등의 가벼운 처벌에 굉장히 놀란 기억이 난다. 고양이 목숨이 고작 그것밖에 안된다니 ;;; 동물 학대에 관련된 법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듯 ~

 

론도에서 생긴 일 -

패밀리 레스토랑 '론도'에 새로 들어온 남자 아르바이트생 '유미타'를 좋아하게 된 구리코.

동갑에 조리사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고, 최근 이 근처에 이사왔고 은점토 팔찌를 끼고 다니고 단것을 좋아한단것 등등 그에 대한 사소한 것도 놓치기 싫은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그러던 어느날 레스토랑 론도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카레에서 쓴 맛이 나질 않나,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먹고 토하는 아이까지 ~ 식중독이 아닐까, 음식에 이상이 생긴건 아닐까 급히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지만 음식에서는 아무런 원인도 찾아낼 수 없다고 손님의 기분탓이지 않을까 유야무야 되지만 자기가 만든 음식에서 연달아 이상한 일이 생기자 이 일로 충격을 받은 유미타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게 두렵다면서 조리사 전문학교도 다니기 싫어지고 일도 그만둘지도 모른다 말한다. 그 후 유미타에게 날아온 정신차리고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라며 날아온 협박장까지 날아오니 큰일이닷!!

론도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도 알아낼 겸 유미타가 기운내줬으면 하는 마음에 원인을 찾아 없애고 싶은 마음에 구니에다 노인을 찾아가는 구리코.

지난번 공원 사건처럼 구리코, 구니에다 콤비는 론도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으려나 ?

 

세상에는 수많은 규칙이 있고 그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작은 규칙 한두 개 어긴 것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런 기막힌 일을 꾸며 그들의 잘못을 따끔하게 일깨워주려 한 남자의 행동은 참 무섭기만 하다. 차라리 그 자리에서 말로써 직원들에게 훈계를 했다면 어땠을까 !!

 

구니에다의 비밀 -

패밀리 레스토랑 '론도'의 단골 손님인 구니에다 노인은 언제나 오후의 정해진 시간에 가게를 찾아와 커피를 주문하고 창밖을 바라본다. 그것도 정해진 자리에서만 !!

애견을 위기에서 구해준 적도 있고, 의기소침해 있을때 마음을 다독이는 말을 들려주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때도 그것을 해결할 열쇠를 제시해준 능력자.

만날때마다 인상이 바뀌고,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가 없어 아는 건 없지만 구니에다 노인과 얘기하는 게 좋은 구리코.

그러던 어느날 레스토랑 단골손님이자 가게 주차장 근처에 있는 집에 사는 초등학생 남자아이 '다카쿠라 하지메'가 행방 불명이 됐는데 어쩌면 유괴일지 모른다는 얘길 들은지 얼마 안되 애가 행방불명이 된 날 구니에다 씨가 그 애를 데리고 걸어가는 걸 본 사람이 나타나 망연자실해진 구리코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해 다니다 구니에다 씨의 비밀을 알고 놀라는데 . . .

 

 

얼어붙은 섬 이후 두번째로 만나게 된 책 곤도 후미에의 토모를 부탁해

강아지 독살 사건, 론도에서 생긴 일, 구니에다의 비밀등 세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두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한 일상 미스터리다. 표지도 상큼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작 미스터리인지라 책이 도착함과 동시에 부지런히 읽기 시작했는데 스물한 살 '나나세 구리코'라는 젊은 여성의 시선으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 같은 일 속에 숨겨진 무수한 악과 그 앞에 놓인 인물들의 심리를 차분하게 잘 그려냈더라는 ~
물론 그 모든 것은 사건을 풀어가는데 있어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 구니에다 노인이 주는 캐릭의 힘이랄까 ~

그의 정체가 궁금해 시종일관 그의 누구일까? 라는 의문을 갖고 있으면서도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를 믿고 의지하게 되 어느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균형 이뤄진 이야기가 완성되는데 한몫 한 것 같다. 

전문대 졸업후 이렇다할 사건없이 미래를 불안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급급했던 구리코가 구니에다 씨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할때마다 그녀 자신이나 주변의 사람들도 조금씩 변화해 가는 과정이 참말로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무조건 힘내라, 잘 할것이다 라는 대책없는 희망섞인 말보다 어떤 모습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차분히 지켜봐주고 믿어주는 자세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 으쌰으쌰 힘내서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볼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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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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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만 보면 안 돼. 사물에는 반드시 이면이 있는 거야.

특히 거창하고 성가신 관습이 대대로 내려오는 이런 구가는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이 붕괴해서 . . ." <p.137>

 

 

수백년 전부터 계속해 이치가미 가의 후계자, 히가미 일족의 장이 되는 사내에게만 지벌을 내리는 아오쿠비 님이라는 공포의 존재. 

그 속에서 이치미가에 태어난 조주로와 히메코라는 외모와 성격이 모두 전혀 딴판인 남녀 이란성 쌍둥이는 태어날때부터 이런저런 액막이 주술부터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대를 이을 아들이 없거나, 아들이 건강히 성장하지 못할 경우 그 권력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극적인 권력교체가 벌어진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위태로운 상황은 언제고 끝도 없이 반복된다. 히가미 일족에서 이치가미가 갖는 위치는 물론 대대로 저자에게 물려주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 삼삼야 참배라는 의례인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세살과 열세 살, 그리고 성인이 된 뒤로는 스물세 사살과 서른세 살이 되는 해 중추에 히메카미 당에 참배하고 탈 없이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히가미 가 특유의 의식으로 그 중에서도 소년기에서 청년기로의 이행이라 여겨지는게 심삽야 참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중요한 날 딸 히메코가 사고로 우물에 빠져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십삼야 참배가 이뤄지는 건물과 유키타카의 감시, 게다가 주위를 둘러싼 자갈은 물론 산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사중밀실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지고 시간은 곧장 이십야 참배를 무사히 보낸 사흘 뒤 열리는 이치가미 가의 혼사 모임으로 건너간다.

이치가미 가의 대를 이을 후계자의 신부를 결정하는 자리로 후타가미 가의 다케코, 미카미가의 하나코 그리고 조주로의 추천으로 고리 가의 마리코까지 세명의 여성이 조주로와 맞선을 보게되는 그 곳에서 무서운 피의 참극이 벌어지는데 . . .

 

붉은 기모노, 몽롱한 시선의 여인의 눈빛이 주는 기묘한 느낌이 날 사로잡는다.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히메카미 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머리 잘린 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고 있다.

히가미가는 마을의 대지주로 히가미라는 성을 쓰는 집안이 마을 안에  세 곳이 있는데  소위 본가에 해당하는 집안을 이치가미라 부른다. 그 이치가미가를 둘러싸고, 전쟁 중과 전후에 벌어진 기괴한 사건들로 이야기는 정신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크나큰 줄거리는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심한 남아선호사상이 강조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심하진 않지만 어머니께서도 할머니로부터 아들 낳으란 지독한 시집살이를 당한 입장이라 이해못할 것도 없지만 딸인 나로서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정도의 안타까움의 탄식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던 것 같다.

사고방식의 차이로 선뜻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먼나라, 이웃나라란 말도 있을 만큼 일본은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한 모습이라 크나큰 차이가 없어 다행 이었던 듯 ~ 안그랬으면 무슨 이런 소설이 다 있나 내팽겨졌을지 모를일이다 ;;

 

한 마을, 특정 가문에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은 물론 복잡한 인물관계나 정교한 트릭, 일본 전통 노래나 시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스타일이나  죽을사람은 다 죽고서야(?)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익숙하더라. 그래서 이 작가만의 즐거움을 찾지 못해 내심 실망하던차 마지막에서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주는 충격이라니 ~~

 

살아남기위해 서로에게 상처 줄 수 밖에 없었던 삶.

오래도록 가슴속에 새겨놓았을 상처 그리고 말 못할 비밀들 속에서 성장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 모두 안타깝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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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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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큰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는 때도 있어.

거기에 제때 올라타지 못하고 떠밀려 물에 빠졌다고 자신을 비하할 건 없지.

파도가 밀려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p.79>

 

몇배 더 재미난 이야기로 다가온 하자키 시리즈 두번째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는 행운의 여신이 아닌 불운의 여신이라 할 수 있는 '아이자와 마코토'란 독특한 캐릭이 있어 더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다니던 작은 편집 프로덕션이 도산해 코지타임이라는 정보잡지로부터 편집일을 의뢰받아 착실히 매상을 올려가고 있던 어느날 갑자기 그 잡지의 편집장이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대형 출판사와의 인연이 끊겨 어이없이 실직하게 된 마코토는 기분전환을 할 요량으로 거금을 털어 로열 할리우드 호텔에 묵게 되지만 그날 밤 호텔에 불이 난다. 담배를 사러 내려왔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는 있었지만 불에 타 죽은 여자의 시체를 옮기는 것을 맨눈으로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 일로 쇼크와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에 걸려 뒷머리에 십원짜리 동전만 한 땜통이 생겨 지인의 소개로 카운슬러라는 사람을 만나는데 '당신의 등 뒤에 불에 타 문드러진 여자 모습이 보입니다'라고 말하더니 수상한 신흥종교를 권하는게 아닌가 !

그곳에서 도망치다 왼쪽 발목까진 삔 마코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향해 '나쁜놈아'를 외칠 뿐이다.

그런데 넘실넘실 파도에 움직임에 맞춰 커다란 하얀 물체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큰 파도에 밀려 마코토의 발밑에 던져진 것은 사람의 시체뿐.

그녀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마에다 가문의 편력과 헌책방 어제일리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훨씬 재밌어진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는 첫번째 이야기 '빌라 매그놀리아의 사체' 보다는 훨씬 단촐해진 주인공들로 인해 이름이 헷갈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 어찌나 좋던지.

특히나 마에다 가의 사람들에게 집중된 이야기들로 인해 집중도가 높았던  것 같다.

이곳에서 오로지 타지 사람에 속하는 마코토가 '나쁜놈아'를 외치기 위해 들렀다 우연찮게 로맨스 소설 전문 헌책방에서 일하게 되고 불행을 몰고 다니는 그녀답게  일하자마자 도둑이 들지 않나, 도둑으로 오해받아 쇠냄비로 얻어맞는 상황이 발생하질 않나, 헌책방에서 사체가 발견되지 않나, 관속에 갇히는 신세가 되질 않나~ 복잡한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건 로맨스 소설을 사랑하는 베니코 여사님은 물론 시종일관 사건의 중심에 있으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마코토' 때문. 최고의 웃음 포인트다 !!

잘 짜여진 이야기 한편이 주는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마음이 무거울때 가볍게 읽기 좋은 로맨스 소설. 실제 로맨스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기도 한데 베니코 여사님이 들려주는 무궁무진한 로맨스 소설의 세계에 금방 눈과 귀가 황홀해 지던데 우리네 삶도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속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

돈? 지위? 명예? 자기 이해관계만 걸렸다하면 체면이고 뭐다 다 팽개치고 달려들다 사회적 지위까지 모두 잃은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데 그 어느때보다 올바른 가치관과 책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듯 !!

 

헌책방에 도둑이 든 후 치아키가 용서를 바라며 마코토에게 식사대접을 하는데 그때 등장하는 것이 하자키반도 코앞에 있는 작은 섬으로 간조가 되면 모래톱이 생겨 섬으로 건너갈 수 있는 사토지마 섬. 들고양이들의 낙원이 된 지 오래라 사토지마를 '고양이 섬'이라는 뜻의 네코지마라고 불리우는데 그곳을 무대로한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3탄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도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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