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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ㅣ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표면만 보면 안 돼. 사물에는 반드시 이면이 있는 거야.
특히 거창하고 성가신 관습이 대대로 내려오는 이런 구가는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이 붕괴해서 . . ." <p.137>
수백년 전부터 계속해 이치가미 가의 후계자, 히가미 일족의 장이 되는 사내에게만 지벌을 내리는 아오쿠비 님이라는 공포의 존재.
그 속에서 이치미가에 태어난 조주로와 히메코라는 외모와 성격이 모두 전혀 딴판인 남녀 이란성 쌍둥이는 태어날때부터 이런저런 액막이 주술부터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대를 이을 아들이 없거나, 아들이 건강히 성장하지 못할 경우 그 권력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극적인 권력교체가 벌어진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위태로운 상황은 언제고 끝도 없이 반복된다. 히가미 일족에서 이치가미가 갖는 위치는 물론 대대로 저자에게 물려주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는 것이 삼삼야 참배라는 의례인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세살과 열세 살, 그리고 성인이 된 뒤로는 스물세 사살과 서른세 살이 되는 해 중추에 히메카미 당에 참배하고 탈 없이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히가미 가 특유의 의식으로 그 중에서도 소년기에서 청년기로의 이행이라 여겨지는게 심삽야 참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중요한 날 딸 히메코가 사고로 우물에 빠져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십삼야 참배가 이뤄지는 건물과 유키타카의 감시, 게다가 주위를 둘러싼 자갈은 물론 산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사중밀실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지고 시간은 곧장 이십야 참배를 무사히 보낸 사흘 뒤 열리는 이치가미 가의 혼사 모임으로 건너간다.
이치가미 가의 대를 이을 후계자의 신부를 결정하는 자리로 후타가미 가의 다케코, 미카미가의 하나코 그리고 조주로의 추천으로 고리 가의 마리코까지 세명의 여성이 조주로와 맞선을 보게되는 그 곳에서 무서운 피의 참극이 벌어지는데 . . .
붉은 기모노, 몽롱한 시선의 여인의 눈빛이 주는 기묘한 느낌이 날 사로잡는다.
미쓰다 신조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은 히메카미 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머리 잘린 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고 있다.
히가미가는 마을의 대지주로 히가미라는 성을 쓰는 집안이 마을 안에 세 곳이 있는데 소위 본가에 해당하는 집안을 이치가미라 부른다. 그 이치가미가를 둘러싸고, 전쟁 중과 전후에 벌어진 기괴한 사건들로 이야기는 정신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크나큰 줄거리는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심한 남아선호사상이 강조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심하진 않지만 어머니께서도 할머니로부터 아들 낳으란 지독한 시집살이를 당한 입장이라 이해못할 것도 없지만 딸인 나로서는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정도의 안타까움의 탄식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던 것 같다.
사고방식의 차이로 선뜻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먼나라, 이웃나라란 말도 있을 만큼 일본은 우리나라와 많이 비슷한 모습이라 크나큰 차이가 없어 다행 이었던 듯 ~ 안그랬으면 무슨 이런 소설이 다 있나 내팽겨졌을지 모를일이다 ;;
한 마을, 특정 가문에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은 물론 복잡한 인물관계나 정교한 트릭, 일본 전통 노래나 시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스타일이나 죽을사람은 다 죽고서야(?)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익숙하더라. 그래서 이 작가만의 즐거움을 찾지 못해 내심 실망하던차 마지막에서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주는 충격이라니 ~~
살아남기위해 서로에게 상처 줄 수 밖에 없었던 삶.
오래도록 가슴속에 새겨놓았을 상처 그리고 말 못할 비밀들 속에서 성장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 모두 안타깝기만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