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푸른빛 1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미쓰코 씨가 괴로운 건 잘 알아요. 우리도 무척이나 괴롭답니다. 그 사람 외에는 이번 일에 연관된 그 누구도 나쁘지 않아요. 그래서 더 괴로워요.

세상을 살다 보면 나쁜 사람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때가 가끔 있어요. 우리도 예외는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그런 일이 이 세상에서는 벌어지고 있어요. 젊었을 때 한번이라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난 미쓰코 씨보다 몇 살 더 위니까 요즘 들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미쓰코 씨나 나나 그런 것은 배우지 못했어요. 교과서에도 그런 말은 없어요. 부모님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렇죠? 하지만 세상은 교과서와는 정말 다른 곳이에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상처 입히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용서해 주세요. 그 남자를 제외하고 모두를 용서해주세요. 미쓰코씨 남편도, 그리고 미쓰코씨 자신도."

 

천상의 푸른빛은 실화를 바탕으로 연쇄 살인범과 그가 사랑하는 한 여인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과 사랑을 심도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온통 거짓으로 이뤄진 삶. 무책임하고 노동과는 거리가 먼 후지오. 이혼후 변변한 직장도 없이 부모님 옥탑방에 얹혀살며 여자를 쫓아 유희를 즐기던 후지오는 헤븐리 블루(천상의 푸른빛) 라는 이름을 가진 나팔꽃을 계기로 유키코와 이야기를 하다 그동안 만나왔던 여자에게서 느끼지 못한 안락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시내 도로를 배회하던 후지오는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는 세일러복의 소녀와 즐거운 만남(?)을 갖게 되는데 다음번 만남때 그 소녀는 친구들에게 정보를 입수해 그에게 돈을 원하고 고소 운운하며 그를 압박한다. 돈몇푼 쥐어주면 끝날일, 무식한 소녀로만 생각했는데 자동차 번호판까지 외운 것을 보고 겁을 먹은 그는 소녀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고 시체까지 유기한다. 이후 여자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그녀들은 거짓말쟁이였고, 몸가짐이 헤펐고, 둔감했고, 탐욕스러웠고, 이기적이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반인간이었다.)로 후지오의 충동은 멈추지 않고 모두 여섯 명의 여자와 소녀, 어린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방송을 통해 후지오가 경찰에 체포된 뒤 일련의 사정을 알게 된 유키코는, 주변 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그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마지막까지 그를 도와준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이해할 수 없는건 이런 유키코의 행동이었다.

끝까지 거만한 포즈를 잃지 않고, 얕은 생각에 담기고, 허세를 부리는 그. 그 어떤점이 맘에 들어 노후를 위해 열심히 모아둔 돈까지 찾아 도와준걸까.

그가 천상의 푸른빛에 이끌려 집에 들렀고, 그 후 세상에서 소외받은 울적한 마음을 위로받으려고 그녀를 찾았듯 그녀 또한 그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것일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소설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네 현실 속에서도 죄를 지었지만 그 죄를 지을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도 너무나 많은데 그럴때의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건지 묻지 않을수 없다 . . 죄를 지을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면 책에 대한 몰입이 쉬웠을텐데 . . 그런면에서 이 책 천상의 푸른빛은 내 생각과는 좀 달랐다. 소개글을 간단히 읽고서 '공지영님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랑 비슷하네~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겠네~ 하며 즐거워했던 내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사람을 죽이고 여러가장을 파탄낸 사람치고 죄에 대한 '진심어린 후회나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그를 사랑한 여주인공의 마음도 이해못하겠다는~두 주인공 모두 갠적으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 속하는지라 이 책의 서평을 쓰는것이 마냥 어렵게 느껴지더라.

갠적으로 난 후지오의 게으름을 꾸짖는 매형 사부로, 후지오를 돕는 언니 유키코에게 화내며 연락을 끊은 동생 '도모코'의 입장과 비슷하다 생각하면 될 듯~

 

모든게 이해안되지만 그래도 딱하나. 자살을 결심한날 우노씨를 만나면서 결과적으로 목숨을 부지한 그 분 H. 결과적으로 우노씨로 인해 행복해진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거짓말 이라도 괜찮아요. 난 거짓말로 구원받았으니까요.

가장 괴로울 때 거짓말에 속아 용기를 얻고 그 용기가 힘이 되어 다시 일어나게 될 때도 있어요'

 

 

우노씨의 진심은 누구도 모릅니다.

세상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기 일쑤입니다.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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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리블루 2009-02-1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읽었었는데 <우행시>와 비슷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행시가 남녀 간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천상의 푸른빛은 뭐랄까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통찰 안에서 생각하는 인간과 인간 간의 사랑이랄까, 뭐 그런 것에 초점을 둔 게 아닐까 싶네요. 순정/순수소설을 넘어서는 뭔가 한 차원 높은 경지에서 바라봐야 좋을 소설 같아요. 그래도 전 재밌게 읽었고, 마지막 부분에선 좀 찡했었네요 ㅎㅎ 뭔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