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고통은 그 나름대로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이 없는 인류는 두려움이나 동정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이 없으면 겸손함도 없을 것이고, 모든 사람은 다 괴물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고통과 두려움에 대한 인식은 우리들 내부에서 동정심이 일도록 한다.

그러한 동정심 속에 자비와 구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p.371>

 

벨로시티(VELOCITY)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돌보며 바텐더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빌리'가 연유를 알 수 없는 쪽지를 발견하면서 정체불명의 악과 대항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나서지 말고, 조용히 하고, 단순화하고,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즐겨라' 라는 신념을 깨고 인생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면서 자신이 진정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깨닫게 되는 이야기인지라 뒷맛이 개운하다.

저녁 식사로 비스스와즈 수프 깡통을 따 치즈 샌드위치와 함께 맛있게 먹은 바바라. 그녀는 그 후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서 재빨리 항독 치료를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그 후 한번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 그 수프를 만든 회사는 즉각 상점 진열대에서 전량을 회수했는데 삼천 개 이상이 제품 중에서 단 여섯개만 변질 된 것이 밝혀졌다. 빌리에게서 약혼반지를 받고서 불과 한 달 만에 혼수상태에 빠져 삼년 십개월동안 누워만 있는 바바라. 왜 하필 그녀가 -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그의 운명은 아내 바바라가 수프 깡통을 든 시점에 이미 결정된게 아니었을까 -

 

일을 끝내고 자신의 차로 다가서던 빌리는 운전수 쪽 와이퍼에 종이 한 장 끼워진 걸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엔 이 쪽지를 경찰에 가져가지 않으면 내퍼 군 어딘가에 있는 학교의 사랑스러운 금발머리 여선생을 살해하고 경찰에 가져간다면 여선생 대신 자선 활동을 하는 할망구를 살해할 거라며 결정할 수 있도록 여섯 시간을 준다는 다소 황당한 글이 적혀 있다. 어릴때부터 도움을 줬던 가족 같은 이웃, 형사인 '래니'를 찾아가 얘기해보지만 누군가의 장난이라며 콧방귀만 뀔 뿐이다. 그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을 다독거려 보지만 다음날 와이퍼 밑에 끼워진 쪽지를 발견하곤(경찰에 달려가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누구하나 서운하게 여기지 않을 미혼 남자를 살해하고, 경찰에 신고한다면 아이 둘이 있는 젊은 엄마를 살해하겠다는 그들)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되는데 . . .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여섯 시간을 주겠다. 선택은 네 몫이다. 다섯 시간을 주겠다. 선택은 네 몫이다. 이런 쪽지를 받고서 첨부터 진심이라 믿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

평범한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사건에 빠진 것 치곤 넘 멋지게 해결한 것 같아 '영화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뗄 수가 없는 ~

평범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 말못할 상처를 갖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선택으로 누군가가 죽을 수 있다는 것. 선택하지 않아도 마찬가지인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남자. 내가 생각해도 왜 나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듯 싶은데도 자신이 아닌 바바라때문에 살아남으려 애쓰는 그. 그를 볼때마다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로 인해 남편과 자식들이 고생할 걸 생각해  같이 죽자고 통곡 하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어찌나 맘 아프던지 ~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추악함. 일명 평범한 남자 3부작으로 통하는 작품중 하나인 <벨로시티>

현실 상황에서 너무나 힘든 경험을 해 픽션에서 인간이 처한 상황을 더는 탐구하고 싶지 않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나는 현실 상황이 너무 무료해서 픽션을 통해 인간이 처한 상황을 탐구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ㅋ

딘 쿤츠의 작품은 스릴러로서의 재미도 있지만 언제나 선한 사람이 승리하는, 사람들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따뜻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끝나기에 언제나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스산한 겨울밤, 따뜻한 아랫목에서 찐 고구마나 노오란 귤 까먹으면서 읽기엔 딱인 책이 아닐까 싶다 !! 갠적으로 남편보다는 더 재밌더라~

 

 

몇몇 괴물은 잔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측은하다.

그들은 숨어서 기다리지 않아서, 그들이 사는 굴은 진정한 의미의 굴이 아니다.

가구는 별로 없으면서 비뚤어진 미적 감각을 나타내는 대상물이 널려 있고, 손질이 잘 되지 않은 은신처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환상 속에 잠긴 채 최대한 평화롭게 괴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한 정도로 드물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아무리 방해를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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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호텔
김희진 지음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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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자신 있어. 정말이야."

 

고양이 호텔에는 188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열한개의 방이 있는 대저택에서 사는 고요다씨가 나온다.

열한개의 방, 학교 운동장만한 모래로 온통 뒤덮여 있는 마당과 프로방스풍의 돌출 창과 요철 모양으로 마무리된 옥상 난간, 원뿔 모양의 지붕이 얹어진 탑까지~

그녀는 동화속에 나올법한 현대판 공주라도 된단 말인가.

 

<인스토리>에서 난공불락의 고요다란 젊은 여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강인한. 그녀를 인터뷰해야만 하는 속사정이 무엇인가하고 보니 작년 여름, 한 유수의 출판사가 내건 문학상 현상 공모에서 그녀의 작품이 당선됐다는 것이 아닌가. 국내 문단에 장편 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터라 상금이 무려 1억원.

당선작이 나오지 않을시 다음회로 이월되고 이월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 상금을 상회할 경우 인세를 지급하고, 영상물 제작과 같은 2차 저작권까지 당선자에게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때문에 응모자 수는 넘치지만 두 해 동안 당선작은 나오지 않아 상금이 3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상금이 많아질수록 기대작에 거는 기대치 역시 높아져 당선작이 나오기는 힘들거라는 예측과 다르게 그녀의 소설이 당선된다. <뒤꿈치>라는 꽤 도발적인 제목의 소설로. 그러니 그 작품과 주인공에 대한 관심이 넘쳐날 수 밖에 없는데 책 날개에 실린 이름과 출생 정보뿐인 약력외엔 감감무소식. 거기에 수상 소감을 겸한 작가의 말 끄트머리에 이 소설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이 될 것이며, 다시는 소설 따윈 쓰지 않을 것이다!라는 선언 조의 문장에 앞으로 기대 되는 작가의 절필 선언은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만 간다. 그런 그녀를 인터뷰하기 위해 기자 생활 8년차 배테랑인 그가 찾아온 것도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코피를 쏟으며 기절한 척 저택에 발을 내미는 데 성공한 그는 고요다씨 인터뷰에 성공할 수 있을까 ??

 

11개의 방이 있는 대저택에서 188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여자. 뒤꿈치란 작품으로 3억원 현상 공모에 당선되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

12인용 식탁 위 특별 주문한 3단 고구마 케이크. 호텔 주방만큼 넓은 부엌에서 생일에 자축하는 여자. 게다가 축하객은 고양이들 뿐.

(12년 만에 처음 받는 생일선물. 태극기)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매니큐어를 바르는 그녀.

고집스레 자기만의 소설을 쓴 작가였던 엄마 '심호경', 그리고 소중한 부모님의 죽음.

고요다가 사는 도시 인근에서 발생한 10년 넘게 이어저 오고 있는 25명의 연쇄 실종사건.

지하 와인창고 선반 가득 채운 빈 와인병과 각기 다른 남자 이름이 적힌 스티커. 빨간 목걸이를 한 스물두마리의 고양이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그녀. 무엇이든 같이 해 주는 여자라고 적힌 명함.

고양이 꿈을 불러오는 집.

 

이 소설은 굉장히 독특하다. 그 독특한 분위기는 시종일관 이 책을 이어가는 하나의 배경이 되고 어찌보면 유일한 즐거움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른들이 읽는 동화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미스터리하고 내 스스로가 독자가 되어 '고요다' 그녀의 삶이 궁금해 그녀가 털어놓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니 잡지의 인터뷰 코너, 기자의 뒷얘기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드니 말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르겠다. 사실을 말해도 믿지 못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 강인한.

바보 바보를 외쳐보지만 그가 바로 나이기도 한 것 같으니 이를 어째 ~

그로인해 자기만의 성에 갇혀 있던 그녀가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되더라.

초반 그녀에게 인터뷰를 시도할 거라며 외로운 사람에게 물음은 다른 방식의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연인과 헤어지고 타인에게서 받은 수많은 질문 덕분에 견뎌냈다며 사람들이 얘기를 들어줄 때마다 그들에 의해 조금씩 깎여나간 외로움의 조각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그의 말이 조금은 사실인 것 같다.

 

 

엄마 방에서 나는 책 냄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 책들이 뿜어내는 냄새는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먼지 냄새와는 다른 냄새, 그것은 눅눅한 듯 눅눅하지 않은 이상야릇한 냄새였다. 좋은 냄새가 아님에도 그 냄새가 싫지 않다는 게 나는 더 이상했다.

그게 바로 책에서 나는 냄새라는 걸 알았을 땐 뭔지 모를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책 냄새를 알게 된 날, 나는 엄마 방을 내 방으로 정해 버렸다.

그러고는 예전에도 몇 번 들락거린 방인데 그때는 왜 이런 냄새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 내가 내린 해답은 후각도 성장을 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몰랐던 냄새에 매료되는 건, 사람이 자라면서 오감도 같이 자라기 때문이다.

입맛이 변하는 것도, 좋아하는 색이 달라지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그게 바로, 인간이 세상에 진력내지 않고 계속 살아가게 되는 이유였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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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가와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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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대학 생활에서 싸워야 할 가장 중요한 대상은 뭘까?"

"흐음, 역시 헛된 수면욕이 아닐까?

매일 여덟 시간의 수면으로 버틸 수만 있다면 잠으로 헛되이 보내는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른 활동에 활용할 수 있겠어?

그거 말고도 게임기의 마력에도 파괴적인 요소가 있지."

"난 허무라고 생각해. 우리가 이 긴 학창시절에서 앞으로 끊임없이 싸워야 할 것은 틀림없이 허무야.

아니, 그건 대학뿐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힐 거야." <P.101>

 

대학생이 된 지 한달밖에 되지 않은 아베, 다카무라 그리고 훗날 행동을 함께하는 회원 모두 아오이마쓰리에 엑스트라로 참가했다 마쓰리가 끝난 다음 교토대 청룡회라는 폭력단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이름의 동아리 회원에게서 신입생 환영회 광고지를 받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아베는 삼수를 한 끝에 대학에 들어갔으니 부모님의 도움은 되도록 받지 않겠다고 마음먹지만 혼자 사는데 필요한 것을 마련하고 교재를 사고 나자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첫달부터 부모님께 돈을 요구하는 추태는 피하고싶어 어떻게든 4월 한달을 버텨내기로 결심하고 대학 캠퍼스 여기저기에서 나눠준 동아리 모집 광고지를 들고 환영회가 열리는 날짜순으로 분류해 밤이면 밤마다 환영회에 참석해 한끼를 해결하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 . . .

그런 그가 교토대 청룡회 신입생 환영회에 가기로 마음먹은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모르고.

적당히 대화에 끼고 간단하게 한끼를 해결 할 요량으로 일주일 후, 아오이마쓰리에서 받은 광고지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선술집 '베로베로바'로 향한 그는 그곳에서 사와라 교코에게 반해 동아리에 가입해 청룡해 500대 회원이 되고 만다. 한눈에 반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코'에 반했다는 그의말, 그 후로도 쭈욱 그녀의 코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이 넘 재밌어서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웃음이 터지고 마는데 그 후로도 나의 웃음보는 끝도없이 터지게 된다.

다이몬지 산 하이킹, 아라시 산 바비큐, 히에이잔 산 드라이브, 비와 호 캠프등 여러 활동을 하며 즐기는 레저 동호회인 줄 알았는데 기온마쓰리 요이야마에서 '호루모'가 뭔지를 확실히 알게 되는 그들. 요이야마 협정이 해제되기전까지는 신입생에게 호루모에 관한 정보 전달을 금한다는 조항때문에 뒤늦게 '호루모'에 대해 알게 된 그들은 황당하기만하고 결국 선배들에게 요괴의 존재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지만 그 전에 그들의 말 '귀어'를 익혀야 한다며 내년 2,3월이면 틀림없이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된다는 말만을 믿고 열심히 귀어 연습을 하며 호루모에 익숙해져가는데 . . .

청룡회 500대 회원 10명 (아베, 다카무라, 사와라 교코, 아시야, 마쓰나가, 기노, 쌍둥이 미요시형제, 사카가미, 구스노키 후미)

그들앞엔 어떤 판타스틱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걸까 ?

 

안개가 흐릿했던 어제,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와 사슴남자로 유명한 마키메 마나부의 가모가와 호루모를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만화같은 유치한 이야기라 무시할 수도 있지만 황당무계한 이야기속에 펼쳐지는 사람들(특히나 주인공 아베)의 성장 스토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호루모는 교토 대학 동아리들간에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는 수수께끼의 경기로 교토산업대학 현무파, 리쓰메이칸대학 백호대, 류코쿠대학 피닉스, 교토대학 청룡회의 4개 동아리에서 각기 10명의 회원이 출전해 1인당 요괴 100마리를 부려 치루는 경기로 특별한 의식과 귀어를 통해 2년마다 대물림되는 쉬 상상할 수 없는 환상적인 경기다.

오직 '호루모'의, '호루모'에 의한, '호루모'를 위한 소설이지만 호루모를 기본으로 한 판타스틱한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 희망을 주고 구원해주는 것도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판타지에 성장소설과 청춘소설을 적당히 버무려 시종일관 유쾌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아주~ 많은 이야기를 읽고 하하호호 웃고 즐기는 사이에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란다. 20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 오늘 내가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간이 흘러 오늘 역시 그렇다는 걸 잊지 말고 하루하루 값지고 치열하게 살아가야겠다.

 

잠깐의 검색으로 동명의 영화(가모가와 호루모 원제: 鴨川ホルモ)가 이미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몇의 스틸컷을 통해 책속 요괴들의 모습을 보게 됐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관 다르게 굉장히 귀여운 듯 ~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을 충실히 잘 보여주는 것 같으니 줄거리를 읽고도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모르겠다 싶은 분들은 한번 찾아보시길 ~

덧붙여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에도 500대 회원들이 겨루는 경기 내용이 담겨있으니 꼭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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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천사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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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상상이 태어나고 자라고 묻혀가는, 지독히 난잡하게 보이나 묘하게 청정한 기운이 가득한 이야기의 나무바다다. <p.278>

 

저녁놀천사

정월. 부쩍 기력이 떨어진 홀아비 아버지와 쉰살의 홀아비 아들. 재작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불현듯 찾아와 해가 바뀌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준코에 대해 얘기하며

그녀가 없는 지금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기에 젖어 한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로부터 작년 11월 30일에 발견된 신원불명자에 대해 물어보려 한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소지품에서 쇼와식당 성냥갑이 나왔다며 너무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성냥갑이 너덜너덜 썩다시피해서 알아내기까지 꽤 시간이 흘렀다며 꺼내놓는 얘기들이 언뜻 '준코'의 인상착의인 듯 싶어 부랴부랴 확인차 길을 떠난 '이치로'는 그곳에서 자신과 사정이 비슷한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 . .

살다 보면 틀림없이 좋은 일도 있을 거라고 했던 그녀인데, 그 누구에게든 등을 돌리지만 않았으면 행복해질 수 있었을텐데 준코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 . .

 

차표

할아버지와 단 둘이서만 사는 '히로시'는 이층 셋방에 사는 야치요 아줌마에게는 할아버지와 둘이서만 사는 속사정을 얘기할 정도로 가깝다.

사업을 말아먹고 빚까지 진데다 딴 여자하고 도망친 아버지. 여자 혼자 어린 자식을 키우는 건 힘든 일이라며 할아버지가 돌봐주기로 했지만 그 사이 엄마에게도 남자가 생겨 새로 가정을 꾸리게 됐다.

아비도 어미도 죽은 셈 치고 둘이 살기로 맘 정했다며 이래저래 불만이 있겠지만 어른이 된 담에 터뜨리라 말하는 할아버지.

그 얘길 듣고 아직 어린애한테 그런 얘기까지 했다며 화를 내는 야치요 아줌마지만 모르는 것보단 확실하게 아는 게 좋다는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히로시'.

그런 히로시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는 달콤 쌉싸레한 맛이 난다.

 

특별한 하루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지은 건물. 37년 몸담은 곳과의 이별.

전임 사장이 퇴임하면서 가장 젊은 임원이던 친구 '다카쓰키'가 사장으로 취임되면서 출세한번 못하고 그럭저럭 정년퇴직을 맞게 된 다카하시는 오늘을 특별한 날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퇴근후 역 앞 로터리 단골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곤 가족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

정년퇴직하는 중년 남자의 하루에 대해 얘기한 줄 알았는데 이런 반전이 있을줄이야 ;;;

 

호박(琥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 말고는 더 돈을 벌 생각이 없는 '호박'이란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아라이.

정년퇴직 직전에 휴가를 다 써야 해서 혼자 여행중인 형사 요네다 가쓰미는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항구 도시인 이곳을 찾았다 아무것도 없는 모습에 낭패.

그 찰나에 딸로부터 헤어진 아내가 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별거와 이혼. 헤어지고 1년도 안 된 사이에 딸이 남의 사람이 되고 그로부터 2년 뒤 전처가 재혼을 한단 사실에 새삼 혼자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요네다는 골목길을 헤매다 커피라도 한잔 마시려고 호박을 찾았다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 . .

 

언덕 위의 하얀 집

사철 피어나는 장미 울타리가 있어 항상 꽃바구니에 담긴 서양식 장난감 집처럼 보였던 언덕 위의 하얀 집.

그 특별한 공간 속 특별했던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했던 한 남자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친구 기요타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 읽고 나니 <근데 왜 나야?>라는 기요타의 물음과, <어른이란 게 그런 거야. 얼굴 표정과 속내가 다른 법이라고. 자네도 머지않아 다 이해할 거야>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내내 메아리쳐 살짝 괴로웠던 기억이 ~

 

나무바다의 사람

존경하던 작가의 자살 소식에 충격을 받고 군에 입대한 나는 스무살 무렵 신기한 체험을 했던 얘길 들려준다.

체험이라 단언할 만큼 확실한 기억도 아니고 오랜 세월 동안 내 맘음대로 상상이 더해져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데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는 일은 무엇일까?

 

 

 

인생의 저녁놀 풍경이 진하게 배어나는 아사다 지로 문학의 절정이라는 <저녁놀 천사>는 저녁놀천사, 차표, 특별한 하루, 호박, 언덕 위의 하얀 집, 나무바다의 사람등 여섯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비슷하달까 ~ 들쑥날쑥 하지 않고 고른 글솜씨로 만족감을 더한다.

제목이 주는 묘한 여윤이 강하게 남아서인지 이 책을 사람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혈기왕성한 청년보다는

세려된 매너와 지성, 너그러운 배려와 중후안 외모를 갖춘 중년 남성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글 속에 녹아든 소탈하고 담백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면모를 만끽해보시길 ~

욕심을 앞세우지않고 차분히 써내려간 이야기속에 인생의 빛과 어둠이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해야하나 ~

그래서 좋으면서도 단편단편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온전히 독자의 몫.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을 읽다보면 지금도 먼 훗날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건 지나간 시간들일 것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현실을 지탱하는 저울보다 기억을 지탱하는 저울이 말을 더 잘듣게 돼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기억이 많을수록 잘 살게 돼 있다는 말을 믿고 싶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사람들이지만 특별한 기억 하나만으로도 오늘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시간속 사람이고 싶은것 처럼
나 역시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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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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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허구가 섞이면 더욱 진한 향을 풍긴다'
진실은 거짓에 섞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진실다워 보인다.
또 진실은 농담에 섞어야 한다. 그래야 얘기가 더욱 탄탄해진다. <p.244>
 
국립공원의 산 정상에 있는 고풍스럽고 호화로운 호텔. 매년 늦가을 이곳에서는 재벌가 사와타리 그룹의 세 자매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린다.
그녀들의 차 모임에 초대되는 것을 명예로운 일로 여기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귀찮게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가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해마다 때가 되면 이곳을 찾는 까닭은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며 즐기기 위해서다. 자신이 선택된 인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테니. 
수십 명의 손님을 초대해놓고 세 자매가 자신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어떤 사건들에 관해 들려주는 기묘한 만찬.
세 자매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는 듣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녀들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이 게임에 나도 참가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어떤것이 거짓이고 사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그 이야기들만으로도 행복한데 알랭 로브그리예가 쓴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ㅣ불멸의연인>이 묘하게 섞이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신비스럽게 변한다. 이 소설이 없었다면 굉장히 심심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극의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제1변주에서 제5변주까지 이야기의 화자가 변화면서 그들이 각기 들려주는 이야기에 푸욱 빠져들 수 밖에 없는데 사쿠라코의 남동생 도키미쓰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배우 미즈호의 매니저인 다도코로 사키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사쿠라코의 남편 류스케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아마치 교수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사쿠라코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등 어느것하나 빼먹을 수 없는 이야기들 투성이다.
제6변주에서는 1년의 시간이 흘러 늘 과도한 의무감과 다소의 긴장감을 느끼면서 참석한 파티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도 잠시 미즈호의 초대로 여섯명이(사쿠라코, 다쓰요시, 도키미쓰, 아마치교수, 다도코로 사키, 류스케) 다시 그 저택에 모이게 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많은 말들이 함축적으로 담긴 가장 중요한 파트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 있었던 일과 지난해에 없었던 일. 자신들의 생활과 인생을 거짓말로 엮어온 여자들. 정말 죄 많은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작년에, 이곳에서,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요.
나는 작년에도, 올해도, 그 영화를 봤습니다. 아까 다쓰요시 씨가, 기억을 날조한 데자뷰를 다룬 이야기라고 말한 그 영화를.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현실 아닐까요.
우리 모두가 기억을 날조하고, 자신에게 생겼던 일, 과거에 있었을 일을 날마다 자기 안에서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있었을지도 모르는 밀회, 만났을지도 모르는 연인을 찾고 있습니다. 나는 지난해 이곳에 와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일어날 일, 혹은 나 자신이 저지를 뻔한 일을. 어쩌면 그 일들은 현실에서 이미 일어났는지도 모르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모두가 그걸 회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믿게 될 것만 같아요.
여러분은 현실을, 기억을, 그런 식으로 느껴본 적 없나요?" <p.372>
 

2010년 1월에 읽은 도미노 이후 간만에 만나게 된 여름의 마지막 장미.
너무도 온다 리쿠스러운 이야기가 가득 담긴 소설이라 그런지 재밌게 잘 읽었다. 앞으로도 쭈욱 나는 온다리쿠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을 듯 ~

거짓에 섞기도 하고 농담에 섞기도 하면서 들려주는 진실. 그 진실의 끝은 언제나 허무하기만 하다.
어둡고 은밀하기에 즐겁고 아름다워보였던 것들이 환한 불빛아래 빛을 잃어가면서 퇴색해가는 모습을 본 듯한 기분이랄까.
이 책 제목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19세기의 바이올리니스트 하인리히 빌헬름 에른스트가 작곡한 동명의 연주곡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이 곡은 하나의 테마가 다양하게 변주되는 음악으로, 이 소설도 하나의 스토리가 서로 다른 화자에 의해 제1변주에서 제6변주까지 이어진다.
나처럼 좀전에 죽었던 사람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살아움직이면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깜짝 놀랄일이 없기를 ㅎㅎ 
 
당신의 생각을 함부로 믿지 마라.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 세상에 편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제대로 하자고 들면 <p.53>
* 인생이란 흔히 그런 것이리라. 자신에게 없는 것을 손꼽으며 남을 부러워한다. <p.64>
* 뭔가를 바란다는 거, 참 신기한 일이지. 이미지에 불과한 것을 의지의 힘으로 실현하려고 하는 거잖아.
   이미지는 중요한 거야. 매일 염원하다보면 실현되기도 하니까 말이지 <p.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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