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고통은 그 나름대로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이 없는 인류는 두려움이나 동정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이 없으면 겸손함도 없을 것이고, 모든 사람은 다 괴물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고통과 두려움에 대한 인식은 우리들 내부에서 동정심이 일도록 한다.

그러한 동정심 속에 자비와 구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p.371>

 

벨로시티(VELOCITY)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돌보며 바텐더 일을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 '빌리'가 연유를 알 수 없는 쪽지를 발견하면서 정체불명의 악과 대항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나서지 말고, 조용히 하고, 단순화하고,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을 즐겨라' 라는 신념을 깨고 인생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면서 자신이 진정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깨닫게 되는 이야기인지라 뒷맛이 개운하다.

저녁 식사로 비스스와즈 수프 깡통을 따 치즈 샌드위치와 함께 맛있게 먹은 바바라. 그녀는 그 후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만다.

병원에서 재빨리 항독 치료를 받아 목숨은 건졌지만 그 후 한번도 깨어나지 못한 상태. 그 수프를 만든 회사는 즉각 상점 진열대에서 전량을 회수했는데 삼천 개 이상이 제품 중에서 단 여섯개만 변질 된 것이 밝혀졌다. 빌리에게서 약혼반지를 받고서 불과 한 달 만에 혼수상태에 빠져 삼년 십개월동안 누워만 있는 바바라. 왜 하필 그녀가 -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그의 운명은 아내 바바라가 수프 깡통을 든 시점에 이미 결정된게 아니었을까 -

 

일을 끝내고 자신의 차로 다가서던 빌리는 운전수 쪽 와이퍼에 종이 한 장 끼워진 걸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엔 이 쪽지를 경찰에 가져가지 않으면 내퍼 군 어딘가에 있는 학교의 사랑스러운 금발머리 여선생을 살해하고 경찰에 가져간다면 여선생 대신 자선 활동을 하는 할망구를 살해할 거라며 결정할 수 있도록 여섯 시간을 준다는 다소 황당한 글이 적혀 있다. 어릴때부터 도움을 줬던 가족 같은 이웃, 형사인 '래니'를 찾아가 얘기해보지만 누군가의 장난이라며 콧방귀만 뀔 뿐이다. 그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을 다독거려 보지만 다음날 와이퍼 밑에 끼워진 쪽지를 발견하곤(경찰에 달려가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누구하나 서운하게 여기지 않을 미혼 남자를 살해하고, 경찰에 신고한다면 아이 둘이 있는 젊은 엄마를 살해하겠다는 그들)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되는데 . . .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여섯 시간을 주겠다. 선택은 네 몫이다. 다섯 시간을 주겠다. 선택은 네 몫이다. 이런 쪽지를 받고서 첨부터 진심이라 믿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

평범한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사건에 빠진 것 치곤 넘 멋지게 해결한 것 같아 '영화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뗄 수가 없는 ~

평범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름 말못할 상처를 갖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선택으로 누군가가 죽을 수 있다는 것. 선택하지 않아도 마찬가지인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남자. 내가 생각해도 왜 나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듯 싶은데도 자신이 아닌 바바라때문에 살아남으려 애쓰는 그. 그를 볼때마다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로 인해 남편과 자식들이 고생할 걸 생각해  같이 죽자고 통곡 하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어찌나 맘 아프던지 ~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추악함. 일명 평범한 남자 3부작으로 통하는 작품중 하나인 <벨로시티>

현실 상황에서 너무나 힘든 경험을 해 픽션에서 인간이 처한 상황을 더는 탐구하고 싶지 않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나는 현실 상황이 너무 무료해서 픽션을 통해 인간이 처한 상황을 탐구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ㅋ

딘 쿤츠의 작품은 스릴러로서의 재미도 있지만 언제나 선한 사람이 승리하는, 사람들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따뜻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끝나기에 언제나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스산한 겨울밤, 따뜻한 아랫목에서 찐 고구마나 노오란 귤 까먹으면서 읽기엔 딱인 책이 아닐까 싶다 !! 갠적으로 남편보다는 더 재밌더라~

 

 

몇몇 괴물은 잔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측은하다.

그들은 숨어서 기다리지 않아서, 그들이 사는 굴은 진정한 의미의 굴이 아니다.

가구는 별로 없으면서 비뚤어진 미적 감각을 나타내는 대상물이 널려 있고, 손질이 잘 되지 않은 은신처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환상 속에 잠긴 채 최대한 평화롭게 괴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한 정도로 드물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아무리 방해를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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