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적당한 욕망은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든다. 그러나 욕망이 넘치면 눈과 귀가 멀게 된다. 반짝이는 건 모두 금이라고 믿는 환각에 사로잡힌다.

욕망이 자가 증식 단계에 이르면 우리가 욕망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욕망이 우리를 조종하게 된다.

혹자는 인류 문명의 결정적인 발전은 그런 넘치는 욕망의 산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욕망이 항상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p.277>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연희의 자살 소식. 

고등학교 시절 친구이자 국민적 사랑을 받은 스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성기를 이어가다 5년전 돌연 결혼 발표를 하며 은퇴선언을 하게 된 그녀.

남편은 고등학교 친구인 박대웅.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합격한 뒤 로펌에 들어가 2년정도 생활을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달 미국 여행을 하고 와선 연애 기획사의 이사로 들어가 일하다 회사를 나와 독립해 ESP엔터테인먼트를 설립. 국내 2위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면서 둘 다 첫사랑이라는 드라마틱한 러브 스토리가 부각되면서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고,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줄만 알았던 그녀가 돌연 자살이라니 ~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병원에 도착해서야 실감하게 되고 빈소에서 매일 봐도 아쉬울 만큼 붙어다녔던 시절, 압구정 소년들과 세화여고 삼총사라 불리웠던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그렇게 그는 현실과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하듯 토해낸다.

짝사랑 했던 그녀. 고소공포증이 심했던 그녀가 그런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우리가 함께했던 오래전 그 시절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면서 누군가는 연희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는 그. 그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 자신이 발견하게 된 진실속에서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 ?

 

카시오페아 공주를 통해 첨 알게 된 이재익. 그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압구정 소년들'이 나왔다. 책 제목은 소설속 고등학교 친구들이 모여 만든 밴드의 이름.

유명 배우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미스터리하게 진행되면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는데 작가의 반자전적 소설이라 그런지 굉장히 실감나더라.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무대를 생생히 기억하는 나로서 그런 에피소드가 신날 수 밖에~)

이 소설은 실존하는 특정 인물, 단체, 사건들과 연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라는 글귀가 떡하니 적혀 있지만 읽다보면 분명히 '증권가 찌라시'라 불리우는 것과 함께 무성하게 떠도는 루머속 누군가가 떠오르는 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억울한 사람도 많겠지만 대부분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하며 지켜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

허구라고는 하지만 라디오 피디로 꽤 오랫동안 생활을 했던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니 어느정도는 사실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이런 글을 쓴 그가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걱정스러운데~ 워낙 사건사고가 많았던 한해인지라 요즘 이정도의 얘기는 연예계가 다 그렇지 뭐 하는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겠지?

러브스토리자 미스터리 소설, 성장소설이기도 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뒤섞여 정신없는 와중에도 한줄기 바람이 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에 해박한 그가 토해내는 록 이야기다. 생각을 정리할때도 술을 한잔 할때도 책을 읽을때도 잠을 청할때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의 음악 이야기는 그 음악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데도 신나기만 하더라. 책을 읽으며 거기에 맞게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CD가 수록된 책들이 많은데 그런식으로 씨디까지 포함되 있었다면 정말 대박이었을 듯 ~

 

 

"참 어렵지?"

"뭐가요?"

"남자하고 여자가 사랑한다는 거, 이 세상에 모래알만큼 널린 게 사랑타령인데, 막상 내 문제가 되면 참 어려워. 그치?" <p.1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옥상 미사일
야마시타 타카미츠 지음, 김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옥상부의 활동 내용이 뭐야?"

"옥상의 평화를 지킨다." 

"세계 평화가 아니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건 인간뿐이지만,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건 분명 인간이 아닐 겁니다." <P.34>

 

꽃보다 남자에 F4가 있고 성균관 스캔들에 잘금4인방이 있다면 옥상 미사일에는 ?

옥상을 사랑하고 옥상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슨일이든 할 수 있는 쿠니시게 요시토, 사와키 준노스케, 히라하라 게이타, 츠지오 아카네 / 4인방이 있다.

우리는 옥상부예요!! 하고서 손 흔들 네명의 학생이 눈에 선하다는 ~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사람이 납치 감금되고 닷새째, 미술디자인과에 다니는 츠지오 아카네는 과제를 하기 위해 옥상을 찾았다 학교에서 가장 거만한 남자 '쿠니시게 요시토'를 만나게 되고 (츠지오란 이름을 듣고서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다는 말에 모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그 츠지오와는 다른 츠지오라며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자꾸만 비교되고, 비굴해지는 생활에 살짝 불만을 토로할때쯤 그로부터 아직 평가되지 않는 츠지오라는 얘길 듣는데 난 이때부터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감지했다구~ >.<)

그곳에서 옥상의 펜스를 넘어 위험한 행동을 하면서도 자살할 생각은 없다, 그저 단순한 어필일 뿐이라 얘기하는, 살인마라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난 1학년 히라하라 게이타는 물론 육상부의 미야세 하루미를 짝사랑하며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는, 그녀에게 사랑고백 할때까지 다른 쓸데없는 말로 입을 더럽히지 않게 나름의 묵언수행(메모장을 이용해 의사 표현을 함)중인 사와키 준노스케와 함께 하게 된다.

모두들 세계가 끝날 거라는 이야기 뿐인데 이 옥상에서는 한가하게 동물이나 연애 이야기가 진행된다. 쓸데없는 흥분이나 잡음과 거리가 멀어 조용해 좋다는 히라하라의 말에 옥상을 향한 애정을 맘껏 드러내며 '옥상부'라 명하는 쿠니시게.

그러면서 그들은 히라하라가 '살인마'라 불리우게 된 사연을 듣게 되고 벌을 내린다는 신이 있다는 도시괴담 이야기 속 '벌신님'을 만나러 벌신님이 나오는 터널을 찾고, 육상부 미야세 하루미의 스토커를 찾는일등 하나 둘 사건을 해결하지만 킬러도 찾아야지 권총 주인도 찾아야지, 츠지오의 동생을 다치게 한 범인을 찾는 일 까지 ~ 옥상의 평화를 위해 해결해야하는 일은 늘어날 뿐이다. 그들은 옥상의 평화를 찾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

 

무심한 듯 다정한 말을 건네는 '쿠니시게', 한 사람을 향한 지고지순한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 '사와키', 마음속 큰 상처를 갖고 있으면서도 싫어하는데에 있어서도 진지하고 싶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줄 아는 '히라하라'등 4명의 주인공 외에도 음악 활동을 하며 조금은 불향해지는 아들에 대해서도 '세상에 존재하는 위대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라며 지지하기도 하는등 독특한 교육관을 갖고 계시는 츠지오의 부모님은 물론, 테러리스트들도 모든 것을 잊고 푹 빠져 들을 만큼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츠지오의 남동생 '히로유키', 소신있는(?) 방송을 위해 힘쓰는 '콘도'씨, 어설프게 신 흉내를 내며 본인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드는 벌신님 '시미즈 토시오', 실책이 많은 킬러까지 ~ 너무나도 재밌는 캐릭터가 많은 '옥상 미사일'

 

스포일러가 될까 제대로 얘기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데 옥상 미사일을 읽는 내내 아사다 지로의 저녁놀 천사중 단편 '특별한 하루'와 함께 읽어도 참 좋겠구나 싶더라. "오늘을 특별한 하루로 만들지 않겠다"고 맹세한 회사원 마사야의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하루가 이 책 옥상 미사일과 많이 닮은 듯 싶어서 ~

주인공 각자의 개성이 살아 숨쉬며 청춘 소설과 일상 미스터리 소설을 적절히 배합해 톡톡튀는 즐거움을 선사한 '옥상미사일'

제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 어떤 내용일지가 궁금하다면 냉큼 읽어보시길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오리의 집
야베 타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넌 아직 어려서 그래. 가족같지, 그 사람들이?

안그래도 친척이란 얼굴을 보면 어떤 더러움도 오점도 보이지 않는 사이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그런, 원근감이랄까 친근감 같은 게 사그라지면, 어떻게 된 일인지 얼굴을 안 봐도 오점이나 상처 같은 걸 알 수 있게 돼.

막 생각해서 하는 얘기가 아냐. 나도 한참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분명, 너무 안 봐서 친척이라는 흐릿한 형태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

. . .

너도 미처 몰랐겠지만, 실은 뒤에서 몸의 반만 내밀고, 마찬가지로 반만 몸을 내민 상대와 이야기했던 것뿐일걸.

그런 사이에 끼어 있다고나 할까, 쿠션 역할이랄까, 필터라고할까, 그런 게 없어서 올해는 네가 그렇게 느낀 거 아닐까?

상대방의 전신이 보여서 과연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나.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방학이면 며칠간 고모네 집에 놀러가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올해도 여름방학이 왔고 우리가족은 고모네 집에 놀러가게 되었는데 올해는 예년과 다른 몇가지가 있다.

중 3인 누나가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어 집에 남게 된 것.

누나가 집에 있으니 어쩔수없이 엄마도 집에 남았다는 것.

최근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것.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첨 고모네 집에 가는 것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여름에 고모네 집을 찾았을 땐 고모의 외동딸인 사오리 누나가 집에 없었다는 것이다.

 

빗속을 신나게 달려 목적지인 고모네 집에 도착한 부자(父子)

차에서 내려 인터폰을 눌러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맘때 도착한다고 미리 말해뒀는데 무슨일일까.

외출했다 해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텐데 10분을 기다리고 20분을 기다리고 30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듭 벨을 눌러보는데 그제서야 누구세요?라는 고모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어서오라는 고모의 환한 얼굴과 마주하게 되는데 고모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검게 젖은 앞치마. 팔꿈치까지 새빨갛게 젖어있는 고모의 손. 다쳤냐는 아버지의 말에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말하는 고모.

생선을 이용해 진수성찬이라도 준비하나보다 싶지만 저녁메뉴는 컵 야키소바뿐. 생선을 이용한 요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집안 곳곳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와 어딘가 평소와 다른 가족들의 수상쩍은 분위기. 이 집에 무슨일이 생긴걸까 ??

 

 

<제13회 일본호러소설대상> 장편상 수상작인 이 책 '사오리의 집'

내용이 어떤가에 대해 얘기하기전에 일본호러소설대상을 받고 출간된 소설이 뭐가 있나 한번 살펴볼까나 ~

제2회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세나 히데아키의 '패러사아티이브'. 미토콘드리아 이브로 출간되었다가 다시 제3의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게임화도 되었다는데 이 책에 대해 오늘 첨 알았다. 이 기회에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

제4회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제3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장편부 가작에선정된 '13번째 인격'도 있다)

역대 수상작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제12회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

(국내에 출간 안된 작품이 많고 1,3,5,7,9,11,13,14등등 수상작이 없는 해가 넘 많아 적을게 없다)

 

검은집, 야시는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사오리의 집은 이야기 자체를 정의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

지난달에 읽은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도 리뷰쓰기 어려워 그냥 패스했는데 그에 만만치않는 책이 나온 것 같은 ;;

이백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인지라 순식간에 읽어버렸는데 읽으면서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런 느낌의 책이 또 있었는데 싶은 생각에 한참을 생각해보니 이토준지의 호러 애니 '소용돌이'를 읽었을때의 그 이상한 느낌과 비슷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계속 읽게 되는 그런, 하지만 이토준지 만화에 비교하니 이 책 내용은 양반이구나)

책 속에 나온 인물치고 정상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데 (거기에 정상적인 사람이 나왔다면 그 사람이 더 이상하게 보였을 것 같아 겁날 정도)

그러면서도 어쩐지 고모와 고모부의 혼란스러운 상태에 대해 나와 누나의 대화 장면에서 누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귀에 쏙쏙 박힌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어떤 필터를 이용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 그것이 없어졌을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려나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고데마리 루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무엇 하나도,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한곳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이 혹성에 흐르는 시간의 강.
인생도 추억도 그리움도, 필시 사랑조차, 모든 것이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문자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늦거나 빠르거나 파도에 씻겨 사라져갈 운명에 있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아니 믿고 싶다.
사람의 마음에, 몸에, 수액처럼 흘러들어와 마침내 연륜처럼 새겨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서의 이야기의 힘을. <p.114>

 

암으로 쓰러져 병상에 눕더니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 되어버린 두 살위 언니가 결혼하지 않고 나은 아이 나나코.

그런 나나코와 함께 사는 가케하시는 어느날 혼다 가오리라는 편집자로부터 이가라시 유이의 소개로 전화드렸다면서 그가 쓴 동화에 삽화를 넣는 일을 부탁하게 된다.

소설가였던 '아라시' 그와 헤어지고 5년. 그가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믿으면 진실이 되는 이야기를.

그의 동화는 코구마 쇼보에서 발행되고 있는 일러스트와 시와 동화의 월간잡지 <이야기 바스켓>에 연재되고, 연재가 끝난 후 한 권의 책으로 간행된다고.

그녀가 아니면 절대로 안 하겠다는 얘기를 듣곤 과연 아라시 답다며 기쁘게 수락하는 그녀.

그리운 아라시의 목소리가, 사랑했던 사람의 영혼이 입자가 되어 날아왔다 믿는 그녀. 

아라시와의 오랜 인연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열세살에서 스물일곱살 그리고 서른두살로 옮겨간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밖에 그 마음을 표시할 길이 없는 가시투성이의 엉겅퀴 같았던 그들의 모습에 내 모습이 투영되는건 왜일까.

-지금 갈게. 바람의 말을 타고 그쪽으로 갈게.

 

- 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텅 빈 그릇이 되어줘. 그러면 넌 그 사람과 평생, 죽을 때까지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거야.
처음부터 내용물이 꽉 들어 찬 그릇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을 수 없겠지?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 들어 찬 상태라면 본인은 물론 상대도 괴로울 뿐이야.
네가 그림을 그릴 때도 처음부터 여러 가지 색이 칠해진 종이가 아니라 새하얀 종이를 고르지?
사랑도 마찬가지야. 하얀 부분이 있으니까 그림이 되는 거야. 그릇도 속이 비어 있으니까 쓸 수 있어. 알겠니? <p.245~2466>


 

소설, 드라마, 영화 등등 무슨 약방의 감초인 양 한두 장면은 꼬옥 등장하는 메뉴들인 엽기, 폭력, 욕설, 살인, 증오, 불륜, 섹스 . . .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적인 소재만 찾다 보니 이제는 이런것들이 빠진 이야기는 상상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오죽하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일명 '막장 드라마'라는 말이 생겼을까. 실제 자극적인 소재들로 뒤범벅될 수록 시청률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 고데마리 루이의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은 다르다. 어른들이 읽는 동화같은 순수한 이야기랄까 ~

주인공 아라시와 가케하시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게 된다.

이야기 속 또다른 이야기인 아라시가 쓰는 동화같은 이야기 <도둑고양이와 유목민>을 통해 그것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방식이 맘에 들더라.

순도 100%의 이야기를 통해 온갖 욕심으로 가득찼던 내 마음이 깨끗이 정화된 느낌이랄까 ~

갠적으론 러브레터로 우리나라에 일본 영화 붐을 일으킨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청춘물을 보는 그런 기분이라고 하면 다들 공감하실 듯 !!!

잔잔하지만 내 몸과 마음에 수액처럼 흘러들어와 사라지지 않을 진한 여운을 남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뭐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편 모중석 스릴러 클럽 6
딘 쿤츠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벨로시티를 재밌게 읽고 곧장 읽기 시작한 딘 쿤츠의 '남편'

시댁에 가면 어머니 편, 모임에선 친구 편, 야단칠 땐 애들 편, 늘 남의 편만 들어줘서 남편이라는 '남편'과 '아내'를 주제로 한 광고가 생각나는데~

소설속 주인공은 너무나도 모범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내심 부럽더라 ~

 

평범한 정원사인 밋치는 자신의 스물여덟번째 생일을 3주 앞둔 월요일 오전, 친구이자 동료인 이기와 함께 의뢰인의 화단에 봉선화를 심다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당신을 사랑한다는 아내의 말에 이어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리고 어떤 남자가 전화를 넘겨받고선 아내를 데리고 있다며 아내를 살리고 싶으면 이백만 달러를 가져오라는 말을 한다. 평범한 정원사일 뿐인 밋치는 자신에겐 그런 돈이 없다 사정해보지만 모두 다 알고 있다는 그들.

무조건 수요일 자정까지 앞으로 육십 시간, 돈을 준비해놓으라는 말만 한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내의 손가락을 하나씩 차례로 자르고, 혀도 자르고, 눈도 도려낼 거라는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아내를 사랑하냐는 물음에 그녀가 전부라 말하는 그. 그 말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아내가 전부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거라 말하는데 ~

그는 이 짧은 시간에 거액을 준비해 아내를 무사히 구출해낼 수 있을까 ?

 

부부는 많은 것을 원하지도, 변화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세상 한구석의 작은 집에 만족했고, 그곳을 가족과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했다.

 

아내 '홀리'가 그의 인생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완전하고 만족스럽게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그.

내가 아닌 우리라는 따뜻한 말의 의미를 진정 깨닫게 됐기에 그녀의 존재가 소중할 수 밖에 없고, 그런 그녀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평범한 정원사이고 은행에 만 천달라밖에 없는 그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난 걸까 ? 너무나도 평범한 가족의 일상에 난데없이 일어난 비극이라니 ~

실날같은 희망을 갖고 범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면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가는 그. 스릴러적인 요소 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많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위기 상황에 빠진 것 치곤 너무나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긴박감이나 반전이 좀 부족한 듯 ~

믿을 건 오직 '남편'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스릴러에 사랑이란 옷을 입힌 것 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갠적으로 큰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 부부의 이야기 보다는 '밋치'의 성장과정이 더 흥미롭더라.

두 분 모두 행동심리학 박사로 학문으로 큰 업적을 이뤘지만 아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채 모성애를 보여주지 못한 부모님. 확실하게 문명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들이 보여준 교육방식은 쇼킹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단순히 생물학적인 관계에선 사회적인 신분을 부여해선 안되다며 열세번째 생일이 되면 부모님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고 그들이 희망하는 이름으로 불러야 했다는것을 시작으로 샬럿의 거미줄을 읽다 들켰을 뿐인데 환상은 맹신에 이르는 문이라며 집중력을 키워주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며 어둡고 고요하고 텅 빈 학습실에 갇혀 지내기도 한다. 더 기가막힌건 수치심 게임이라고 식구들앞에서 한 주 동안 스물네 시간을 벌거벗은 채로 지내야 했던 일이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두 명의 식구가 붙는데 그 중 하나는 반드시 여동생 중 하나여야 했다고. 읽는 내내 어찌나 화가 나던지 사람이 제일 무섭고 잔인하다는 말이 실감나더라.

이런저런일을 나열하지 않아도 유년기내내 인질로 잡혀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그들의 말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슬프다.

왜 그가 목숨 바쳐 아내를 구하려고 하는지, 얼마나 간절히 평범한 가정을 갖길 원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