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리의 집
야베 타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넌 아직 어려서 그래. 가족같지, 그 사람들이?

안그래도 친척이란 얼굴을 보면 어떤 더러움도 오점도 보이지 않는 사이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그런, 원근감이랄까 친근감 같은 게 사그라지면, 어떻게 된 일인지 얼굴을 안 봐도 오점이나 상처 같은 걸 알 수 있게 돼.

막 생각해서 하는 얘기가 아냐. 나도 한참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분명, 너무 안 봐서 친척이라는 흐릿한 형태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

. . .

너도 미처 몰랐겠지만, 실은 뒤에서 몸의 반만 내밀고, 마찬가지로 반만 몸을 내민 상대와 이야기했던 것뿐일걸.

그런 사이에 끼어 있다고나 할까, 쿠션 역할이랄까, 필터라고할까, 그런 게 없어서 올해는 네가 그렇게 느낀 거 아닐까?

상대방의 전신이 보여서 과연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나.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방학이면 며칠간 고모네 집에 놀러가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올해도 여름방학이 왔고 우리가족은 고모네 집에 놀러가게 되었는데 올해는 예년과 다른 몇가지가 있다.

중 3인 누나가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어 집에 남게 된 것.

누나가 집에 있으니 어쩔수없이 엄마도 집에 남았다는 것.

최근 할머니가 돌아가셨단 것.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첨 고모네 집에 가는 것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여름에 고모네 집을 찾았을 땐 고모의 외동딸인 사오리 누나가 집에 없었다는 것이다.

 

빗속을 신나게 달려 목적지인 고모네 집에 도착한 부자(父子)

차에서 내려 인터폰을 눌러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맘때 도착한다고 미리 말해뒀는데 무슨일일까.

외출했다 해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텐데 10분을 기다리고 20분을 기다리고 30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듭 벨을 눌러보는데 그제서야 누구세요?라는 고모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어서오라는 고모의 환한 얼굴과 마주하게 되는데 고모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검게 젖은 앞치마. 팔꿈치까지 새빨갛게 젖어있는 고모의 손. 다쳤냐는 아버지의 말에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말하는 고모.

생선을 이용해 진수성찬이라도 준비하나보다 싶지만 저녁메뉴는 컵 야키소바뿐. 생선을 이용한 요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집안 곳곳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와 어딘가 평소와 다른 가족들의 수상쩍은 분위기. 이 집에 무슨일이 생긴걸까 ??

 

 

<제13회 일본호러소설대상> 장편상 수상작인 이 책 '사오리의 집'

내용이 어떤가에 대해 얘기하기전에 일본호러소설대상을 받고 출간된 소설이 뭐가 있나 한번 살펴볼까나 ~

제2회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세나 히데아키의 '패러사아티이브'. 미토콘드리아 이브로 출간되었다가 다시 제3의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게임화도 되었다는데 이 책에 대해 오늘 첨 알았다. 이 기회에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

제4회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제3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장편부 가작에선정된 '13번째 인격'도 있다)

역대 수상작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제12회일본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

(국내에 출간 안된 작품이 많고 1,3,5,7,9,11,13,14등등 수상작이 없는 해가 넘 많아 적을게 없다)

 

검은집, 야시는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 사오리의 집은 이야기 자체를 정의내리기가 어려운 것 같다.

지난달에 읽은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도 리뷰쓰기 어려워 그냥 패스했는데 그에 만만치않는 책이 나온 것 같은 ;;

이백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인지라 순식간에 읽어버렸는데 읽으면서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런 느낌의 책이 또 있었는데 싶은 생각에 한참을 생각해보니 이토준지의 호러 애니 '소용돌이'를 읽었을때의 그 이상한 느낌과 비슷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계속 읽게 되는 그런, 하지만 이토준지 만화에 비교하니 이 책 내용은 양반이구나)

책 속에 나온 인물치고 정상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는 데 (거기에 정상적인 사람이 나왔다면 그 사람이 더 이상하게 보였을 것 같아 겁날 정도)

그러면서도 어쩐지 고모와 고모부의 혼란스러운 상태에 대해 나와 누나의 대화 장면에서 누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귀에 쏙쏙 박힌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어떤 필터를 이용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 그것이 없어졌을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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