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지 오웰 지음, 김욱동 옮김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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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적으로 고전소설을 얼마만에 읽어보는지 모르겠다. 중학교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은 ~

어릴때부터 책과 친했던 나지만 중학교때 어떠한 단계도 없이 무턱대고 읽은 고전은 나에게 너무 어려워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됐던 기억이 난다. 

(폼난다는 이유로 두꺼운 책만 끼고 다녔던 ~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유치했던 그때 그 시절.)

내가 고전을 읽어볼까 ? 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문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펴낸 이지성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서다. 

비고전이 도라지라면 고전은 산삼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그 표현이 어찌나 재밌던지 ~

소위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을 가진 비고전은 길어야 10년이지만 고전의 수명은 적게는 수백년, 많게는 수쳔년이라는 말, 인문 고전을 외면하고 베스트셀러만은 읽는 독서 습관에 변화가 필요하고,

인문고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는 그 기사를 보고서 안그래도 일본소설이나 장르소설에 편협된 나의 독서습관이 생각나면서 부끄러워 지더라는 ~

(책읽는 사람을 무지 좋아하는데 그것이 만화책이든 잡지든 그림책이든 사진집이든 장르를 불문하고서 책이란 것을 가까이하는 사람에겐 일단 호감이 가더라~

내 취향의 책이든 아니든, 만화책이든 자기계발서든 편한대로 읽고픈것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편인데 그 어떤 것을 읽어도 분명 남는 것은 있다 생각한다 ㅎ)

 



이런때에 만나게 된 책이 비채의 동물농장이다.

고전을 읽어봐야지 맘 먹은 시기에 만나서 그런지 내용도 쏙쏙 잘 들어오더라.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이 농장에서 몰아냅시다. 그러면 굶주림과 과로의 근본적인 원인이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오. <p.15>

 

장원농장.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며 동물들을 모두 불러모아놓고서 인간이 추방된 뒤에 펼쳐질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며 반란을 일으키자 말한다.

그로부터 사흘 후 조용히 숨을 거둔 그. 메이저 영감이 죽은 후 3개월 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모두들 메이저 영감이 예언한 반란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의미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돼지들 가운데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받은 스노볼과 나폴레온은 메이저 영감의 교훈을 하나의 완전한 사상체계로 다듬어 그것에 동물주의란 이름을 붙이고 교육을 받으며 반란을 꾀하고 결국 존스씨를 내쫓고 장원농장을 차지하게 된다. 장원농장을 동물농장이라 바꿔 부르고 칠계명을 만들어 모두가 원하는 평화로운 농장을 만들어가기위해 노력하지만 풍차 건설로 스노볼과 네폴레온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스노볼이 동물농장에서 쫓겨나게 되고 나폴레온이 동물농장의 권력을 쥐게 된다. 나폴레온의 권력 앞에 그들의 칠계명은 무의미해지고 존스씨가 운영하던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지게 되지만 모두들 동물농장이야말로 동물이 경영하며 소유하고 운영하는 유일한 농장이라며 자신들이 동물농장의 일원이라는 명예와 특권의식을 한 순간도 잃지 않는다. 굶주리더라도 포악한 인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고 힘들여 일을 해도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동물들. 하지만 권력을 손에 쥔 나폴레온의 만행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 . . . 

 

말 그대로 보여지는 우화로서도 재밌고, 정치적 우화답게 동물들에 빗대어 소비에트 정부를 비판한 것도 재밌다.

단순히 책을 읽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가치와 현대적 의의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재미와 함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이것만큼 훌륭한 책읽기는 없을 듯 !!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고나 할까 ~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과거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듯 ~

한권 읽었을 뿐이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씩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해야겠다. 고전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친구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 >.<

 
 

 1945년 출간 이래 단 한번도 절판된 적이 없을 정도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은조지 오웰의 작품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인정받은 작품으로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문학작품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검색하면 수십가지의 표지, 수십여곳의 출판사의 동물농장을 만나게 되는데 비채의 동물농장이 조금은 특별한 이유는

영미문학 번역의 대가로 불리는 김욱동 교수가 순수한 우리 토박이말을 사용해 번역,
기존 번역판의 오역을 수정하고 더 자세한 주석과 상세한 해설을 덧붙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 큰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209페이지를 보면 오웰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 1936>라는 글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 말고 작가는 흔히 네 가지 동기에서 작품을 쓴다고 말한다.

즉 1) 순전한 이기심 - 똑똑해 보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은 뒤에도 기억되고, 어린 시절에 자신을 무시한 어른들에게 보복하고 싶은 욕망

2) 심미적 열정 -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이나 말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것

3) 역사적 충동  -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한 사실을 발견하여 뒷날 후세가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하려는 욕망

4) 정치적 목적 - 이 세계를 어떤 방향으로 밀고 나가고,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유형의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 이 바로 그것이다.

동물농장을 집필한 것은 어디까지나 네번째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자신이 스페인 내란에 참여하여 스탈린과 소비에트 전체주의 체제를 몸소 겪고

분명히 정치적 목적을 염두해두고 쓴 작품이라 더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무려 9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 해설을 실어 작가 조지 오웰의 파란만장한 삶을 비롯하여 그의 문학관과 정치관 등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는데

이 부분 또한 <동물농장> 못지 않게 큰 재미를 준다.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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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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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리 희안한 사건도 알고 보면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였지요. <p.62>

일본 추리문학의 대부 에도가와 란포와 미스터리 애호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소설로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하는 현실 세계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 <백골귀>가 서로 교차하는 형식을 띠고 있는데 당대 내노라하는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와 탐정소설에 무척 관심이 많은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같은 캐릭터로 등장해 사건을 풀어가는 기발한 설정의 장편소설이다.


실제로 발생하는 범죄사건에 무관심을 보이는 나. 현실의 애처러운 고뇌만 엿보일 뿐 창작욕은 전혀 복돋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사람인데 작년 묘한 계기로 실제로 일어난 작은 사건에 연루되는가 싶더니 깊숙이 말려드는 처지에 놓였다며 괴이한 죽음, 추리경쟁의 묘미, 심야의 대모험, 범인의 지혜, 특이한 동기, 절망적인 결말 등 하나하나가 무척 흥미진진했던 사건을 기억해두려고 펜을 들었다 말한다. 일년전 이맘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창작에 대한 절망으로 기슈지방의 시라하마의 삼단벽을 찾아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던 란포는 한 청년의 저지로 자살 의욕을 잃고 만다. 산에서 내려와 하마카제소라는 시골 여관에 투숙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종업원으로부터 월애병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과도 만나지만 곧 그가 월애병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음날 생명의 은인이 하기와라의 시 내용을 모방한 방법으로 삼단벽 소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지만 타인의 자살 시도를 막았던 사람이 자살할 리가 없다고 판단한 란포는 절친인 하기와라와 탐정이 되어 청년의 죽음을 파헤치게 된다.

 

"우리는 너무 고루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네. 그래서 표면적인 것만 보고 당연한 듯이 결론을 내린 거야.

그러니 진실을 볼 수 없는게 당연하지. 모든 고정관념을 떨어내고 갓난아기 같은 순수한 눈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네.

이 사건도 전후좌우에서 다양한 각도로 바라봐야만 비로소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본질만 파악하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네. 모든 의혹이 절로 풀리게 돼 있지.

왜냐하면 속임수는 사건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고 월애병이나 지붕 밑의 산책은 그걸 숨기기 위한 연출에 불과한 거니까." <p.219>

 

극중극, 액자형 소설은 언제나 재밌는데 액자형 소설의 최고봉은 역시나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가 아닐까. 서술트릭의 완결판이지 싶은 ㅎㅎ

도착의 론도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어떤 액자형 소설을 읽어도 무난하게 읽히지 않을까 ~

살인 위원회를 읽고 난 다음에 곧장 시체를 사는 남자를 읽었더니 다소 평범한 듯 싶은 내용에 아쉬워지려는 찰나 소설속 백골귀와 현실의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줘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역시나 책이든 사건이든 고정관념을 떨쳐내고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눈으로 즐기는 것이 최고인 듯 ~

 

어떤 이야기는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또 어떤 이야기는 말하는 방식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작품은 서론이나 미사여구 없이도 만족을 주는가 하면 어떤 것은 수사법으로 치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얼굴과 손의 모습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바꿈으로써 내용도 없고 별볼일 없는 작품이 재치 있고 흥미있는 글로 변모하는 것이다.

- 세르반테스 -


 

2010년에 부지런히 출간된 우타노 쇼고의 소설들.

<여왕님과 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시체를 사는 남자>까지 읽었는데 아직도 <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 <해피엔드에 안녕을> 요 두권의 책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

2011년에도 <밀실살인게임 2.0>, <세계의 끝, 혹은종말의 시작>이 출간 예정이던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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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위원회 모중석 스릴러 클럽 20
그렉 허위츠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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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킨델같은 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지 않을 때면 극심한 무려감에 시달립니다. 아시겠지만 저 역시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을 겪었거든요.

제 아들이 살해되고 살인범이 풀려났을 때 전 끔찍한 절망감에 빠졌지요.

그때부터 전 이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와 사례 조사를 수없이 했지요.

사람들에게 법의 허점에 관해 들려준 후 법의 효력과 정당성이 손상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답니다. 불행하게도 손쉬운 해결책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법이 제 역학을 못할 때 이 사회를 지탱해주는 뼈대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과 법원이 실현하려는 정의라는 것을 우리가 더이상 신뢰하지 못할 때 과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 <p.141>

 

 

모중석 스릴러클럽 020번째 작품, 그렉 허위츠의 살인 위원회.

연방 부집행관인 주인공 '팀 랙클리'는 딸아이의 일곱살 생일파티날, 집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개울에서 딸 지니가 강간당한 후 토막 살해된 채로 발견됐으며 현재 추가 조사를 위해 아이의 시체가 검시대에 놓여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슬픔, 엄청난 상실감은 책을 다 읽을때까지 쭈욱 ~

연방 부집한관인 팀과 보안관인 아내 드레이는 피해자의 부모라 공정성, 객관성이 떨어지고 편견을 지닐수 있다는 이유로 사건에 끼질 못하고 딸이 겪었을 잔인한 범행의 실체가 드러나기만을 기다린다. 주위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체포된 용의자 '킨델'. 

(딸을 그렇게 만든 범인을 잡는 과정이 힘겹게 그려질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곧장 잡혀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 -)

팀은 킨델을 자기 손으로 처단하려는 욕구를 가까스로 삭힌 채 공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법정으로 넘기는데 공정한 범의 심판을 받을거라 기대했지만 공판 도중 그가 청각장애인이란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또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청각장애인인 그가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 점을 들며 유유히 풀려난 것. 희망이었던 딸을 잃고, 삶의 닻줄 같은 직업도 잃고, 아내와의 사이마저 삐걱대는 팀.

그때 그에게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 . .

 

사법 시스템에 환멸을 느낀 팀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사회악을 처단하기 위한 '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사회 심리학자이면서 문화 비평가인 '윌리엄 라이너'교수, 그의 조수이자 제자인 '제나 애넌버그', 보스턴 경찰국 강력반, 은퇴한 경찰 '프랭클린 듀몬', 트로이트 기동부대 소속 쌍둥이형제 '로버트'와 폭발물처리 '미첼 매스터슨',FBI전직 도청요원 '에디 데이비스', 레인저 부대 출신의 '티모니 랙클리'와 함께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던 일곱가지 사건. 온갖 사악한 범죄에도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나, 야간수사권이없다는 이유로, 일사부재리원칙에 의해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래서 나역시 위원회가 그들을 처단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꼈는데 점점 방향을 잃고 변질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나조차 당혹스럽더라. 그것은 라이너와 제나의 죽음에서 극을 달했고 그러면서 드러나는 위원회의 본모습에 경악 !!!!!

그제서야 법 테두리 밖에서 사회악을 처단하는 이것 또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복수한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정의라는 것은 그게 뭐든 간에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그것을 나 또한 팀처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

모든것을 바르게 돌려놓기위해 고군분투하는 팀. 생각이 바른 사람이라 그런지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해결하려하는 속도도 빠르더라.

 

"아무튼 그건 좋아요. 그렇지만 아저씨 역시 연구를 좀 더하는 게 낫겠어요. 속죄라는 것 말이에요.

왜냐하면 아저씨가 나를 직접 본 뒤에 '이런, 이 녀석은 내가 확실히 생각하던 것만큼 나쁜 놈은 아니군. 나와 별로 다르지 않잖아.'하고 생각하셨다면

아저씨는 조금도 배운게 없는거나 마찬가지예요. 속죄라는 건 완성할 수 있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죠.

그리고 전 속죄라는 게 뭔지 몰라요. 단지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거라고요." <P.687>


사랑하는 딸을 잃은 슬픔, 범인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는 부모. 한번 상처받은 사람들이 법이라는 것에 의해 두번 상처입고 고통받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디테일한 그려져 맘이 아파 읽기 힘들었던 소설 <살인위원회>

예전같았으면 덤덤하게 읽어내려갔을지도 모르는데 ~ 책을 읽는 내내 사랑스런 조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었다는 ~

다 읽고나서 설경구 류승범 주연의 영화 <용서는 없다>가 생각나더라. 너무나도 유명한 그 대사.

죽는거보다 어려운게 뭔지 아세요. 용서하는 거예요. 용서하는데는 너무 오랜 고통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지니의 죽음에 팀이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상황. 팀과 드레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려나 ???

승자도 패자도 없는 듯한 이야기에 밑도 끝도 없는 슬픔이 밀려와 맘이 묵직해지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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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하루
안나 가발다 지음,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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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가발다 소설과의 두번째 만남.

아름다운 하루는 햇빛이 가득한 날, 시골로 떠나는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책속 주인공처럼 4남매는 아니지만 만만치않은 가족틈에서 자라서인지 더더욱 공감하기 쉬웠던 것 같다.

160여페이지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보다 훨씬 얇은데도 그 경쾌함만은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30대에 접어든 시몽, 롤라, 가랑스 삼남매는 격식을 차린 일가친척이 모두 모인 지루한 사촌의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막내 벵상이 있는 시골의 외딴 성을 찾아가 어린 시절에서 잠시 빌려온 한때를 보낸다.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해 공공장소에 갔다오면 늘 소독을 하는 올케 카린. 그런 이유로 지하철은 물론 기차도 탐탁치 않아하고 아이들에게도 공원 벤치에 앉거나 계단 손잡이를 잡으면 안된다 가르치는 그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인 그녀. 그래서인지 어딘가 호흡이 맞지 않고 외계인처럼 황당하게 느껴지는 올케 카린을 그 결혼식장에 남겨둔 채 남매들은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하는데 ~ (미안해요 카린. 내가 당신이었더라도 정말 기분 나빴을 거예요 ;;;)

겉치레 일색인 집안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골 결혼식과 집시 캠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네 사람은 강가로 소풍을 나가 추억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며 행복을 만끽한다.

언니 롤라의 이상한 모자(검은색 굵은 능직 비단으로 만든 넓은 리본을 두른 챙이 넓은 모자) 가랑스의 결혼식 의상이 아닌 가장무도회 같은 의상은 물론, 늘 진중했던 오빠 시몽이 아내를 따돌리고 점잖은 결혼식장을 빠져나오는 장면, 롤라와 가랑스가 자매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막내 벵상이 낡고 거대한 고성의 후계자 행세를 하는 장면등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부모님의 이혼, 언니 롤라의 이혼등 상처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형제자매의 그 끈끈한정이 너무나 부럽더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것, 그리고 우리 넷이 느끼고 있는 이것은 약간의 여분일 뿐.

잠깐 붙잡아 놓은 것, 잠시 동안의 여유, 한순간 허락받은 은혜. 다른 이들에게 훔쳐온 몇 시간 . . .

이렇게 일상에서 빠져나와 우리만의 벽을 쌓을 수 있는 에너지를 얼마 동안이나 낼 수 있을까 ? 삶은 우리에게 이런 순간들을 얼마나 더 허락해 줄까?

몇 번이나 더 운명에게 맞설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더 이런 시간들을 챙길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 서로를 잃을 것이며 우리를 이어주는 이 인연은 어떻게 끝날까 ?

몇 해가 더 지나면 우리도 늙어 있겠지. 그게  몇 년 후일까?

그리고 난 알고 있었다. 우리 넷 다 그런 예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린 다 똑같으니까.

멋쩍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린 그것을 알고 있었다. <p.135~136>

 

안나 가발다의 소설에는 깨알같은 리스트가 나오는데 . . .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에서 시아버지 '삐에르'의 연인이 그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리스트. 

(나 역시 그녀만큼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것들이 아닐수없다.) 

 

아름다운 하루에선 동생 벵상이 누나를 위해 아이팟에 담은 노래들이 깨알같은 리스트로 나오는데 요 부분만 읽어도 감동이라는 ~

(오빠 시몽, 언니 롤라, 동생 벵상, 무릎 위 멍멍이 허깨비,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이 모든 음악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가랑스)

우는 그녀를 보고서 오빠는 그렇게 슬프냐 묻는데 그녀는 너무나 행복해서 그런다 말한다.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대뜸 강펀치를 날리는 안나 가발다. 그녀의 이런 점이 너무나 좋다는.

다른 책을 읽을때에도 이런 깨알같은 리스트를 만날 수 있으려나 ~ 기대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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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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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아무것도 고백하지 못하고 나는 걷기만 했다.

나의 여행은 시를 넘어서지 못하고, 시는 침묵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러나 국경을 넘는 건, 꿈의 거리를 지나 죽은 내 육체를 묻고 다시 봄을 지나 겨울로 가는 건

내가 그려 넣은 내 여행의 지도 <자장가 #04 / P.271>

 

사진ㅣ이석주, 글 ㅣ강성은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말기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2010년 4월,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사진작가 故 이석주의 유고 사진 에세이집이다.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된 작가 블로그는 여기 http://blog.naver.com/soar0108

 

여행자들의 로망, 홋카이도와 아키타의 아름답고도 적막한 설국 풍경을 눈을 만나다, 사랑, 상실, 너 혼자 올 수 있니, 자장가등의 다섯 가지 테마에 담았는데

역시나 눈의 고장답게 사진은 온통 눈.눈.눈이다. 죽음을 앞 둔 사람이 홀로 홋카이도와 아키타 여행을 다녀오다니 ~

생의 마지막 여행으로 선택한 그곳. 무엇이 그를 그토록 사로잡은것일까. 이 책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글쎄 ~

창문밖에도 책속 사진에도 내 마음속에도 한없이 눈이 내리고 있어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건강한 신체로 잘 먹고 잘 자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그의 마음을 다 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김경주 시인의 서문만 읽어도 저릿저릿 해오는 이야기들.

그의 사진속에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는 그곳에서 사람을 담으면 너무나 그리울 것 같아서 사람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왠지 그 마음만은 이해할 수 있겠더라.

쓸쓸한 사진은 더 쓸쓸하게, 따뜻한 사진은 더 따뜻하게 보이는 마법같은 책 <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님의 글과 사진으로 이루어졌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 이것 또한 어쩔수없는 일. 그 아쉬움을 블로그 포스팅으로 대신해야겠다.

 

되르테 쉬퍼의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읽을때도 그랬지만 삶이 죽음으로 가는 과정일지라도 죽음은, 그 단어 만으로도 너무  쓸쓸하고 슬픈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보고픈 사람, 마지막으로 가고픈 곳, 마지막으로 나누고픈 얘기,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 . . .

마지막 . . .마지막이란 건 대체 어떤 느낌인걸까 ???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득한 풍경은 내가 내 발자국과 이별하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오래된 풍경은 불 켜진 창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악수하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슬픈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랬는데 ~

어찌하면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

노력해서 될 수만 있다면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많은 공부와 기도가 있어야 할 듯 !!! 

 

 

사랑

#17

 

축제의 밤

사람들은 황홀한 눈으로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온몸이 꽁꽁 얼었지만 자리를 떠날 줄 모릅니다

밤과 눈과 불꽃놀이

꿈의 어떤 장면처럼

당신을 생각하는 


 

 

상실

#20

 

촛불처럼 고요하게 사라지는 방법은 없나요

문장처럼 지워지는 방법은 없나요

계절처럼 미련 없이 달아나는 방법은 없나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언덕을 오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번개가 치는 스산한 언덕을 겨우 오르는 그들은 납으로 만든 외투를 입고 무거운 몸으로 느리게 쉬지 않고 언덕을 오른다.

이곳은 연옥이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에게 묻는다. 저들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런 형벌을 받고 있는가.

그들은 사치하고 무엇이든 허비하고 낭비한 자들이다.

 

이 생에서 허비한 것들의 대가를 치르려면 나는 이 우주를 짊어지고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비오는, 눈 내리는 언덕을, 발이 푹푹 빠져들어가는 저 어두운 우주의 허공을 혼자서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사라진 곳에서 시간을 그리워하며 그대가 사라진 곳에서 그대를 그리워하며.

나는 무엇이 나를 그토록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살아가게 했나, 진정 무엇을 가졌나 골몰하며 가끔 뒤돌아볼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왔는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끝내 알지 못하리.

다음 생에서는 또 무엇을 허비하게 될 것인가.

 

상실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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