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하루
안나 가발다 지음,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나 가발다 소설과의 두번째 만남.

아름다운 하루는 햇빛이 가득한 날, 시골로 떠나는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책속 주인공처럼 4남매는 아니지만 만만치않은 가족틈에서 자라서인지 더더욱 공감하기 쉬웠던 것 같다.

160여페이지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보다 훨씬 얇은데도 그 경쾌함만은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30대에 접어든 시몽, 롤라, 가랑스 삼남매는 격식을 차린 일가친척이 모두 모인 지루한 사촌의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막내 벵상이 있는 시골의 외딴 성을 찾아가 어린 시절에서 잠시 빌려온 한때를 보낸다.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해 공공장소에 갔다오면 늘 소독을 하는 올케 카린. 그런 이유로 지하철은 물론 기차도 탐탁치 않아하고 아이들에게도 공원 벤치에 앉거나 계단 손잡이를 잡으면 안된다 가르치는 그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인 그녀. 그래서인지 어딘가 호흡이 맞지 않고 외계인처럼 황당하게 느껴지는 올케 카린을 그 결혼식장에 남겨둔 채 남매들은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하는데 ~ (미안해요 카린. 내가 당신이었더라도 정말 기분 나빴을 거예요 ;;;)

겉치레 일색인 집안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골 결혼식과 집시 캠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네 사람은 강가로 소풍을 나가 추억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며 행복을 만끽한다.

언니 롤라의 이상한 모자(검은색 굵은 능직 비단으로 만든 넓은 리본을 두른 챙이 넓은 모자) 가랑스의 결혼식 의상이 아닌 가장무도회 같은 의상은 물론, 늘 진중했던 오빠 시몽이 아내를 따돌리고 점잖은 결혼식장을 빠져나오는 장면, 롤라와 가랑스가 자매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막내 벵상이 낡고 거대한 고성의 후계자 행세를 하는 장면등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부모님의 이혼, 언니 롤라의 이혼등 상처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형제자매의 그 끈끈한정이 너무나 부럽더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것, 그리고 우리 넷이 느끼고 있는 이것은 약간의 여분일 뿐.

잠깐 붙잡아 놓은 것, 잠시 동안의 여유, 한순간 허락받은 은혜. 다른 이들에게 훔쳐온 몇 시간 . . .

이렇게 일상에서 빠져나와 우리만의 벽을 쌓을 수 있는 에너지를 얼마 동안이나 낼 수 있을까 ? 삶은 우리에게 이런 순간들을 얼마나 더 허락해 줄까?

몇 번이나 더 운명에게 맞설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더 이런 시간들을 챙길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 서로를 잃을 것이며 우리를 이어주는 이 인연은 어떻게 끝날까 ?

몇 해가 더 지나면 우리도 늙어 있겠지. 그게  몇 년 후일까?

그리고 난 알고 있었다. 우리 넷 다 그런 예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린 다 똑같으니까.

멋쩍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린 그것을 알고 있었다. <p.135~136>

 

안나 가발다의 소설에는 깨알같은 리스트가 나오는데 . . .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에서 시아버지 '삐에르'의 연인이 그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리스트. 

(나 역시 그녀만큼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것들이 아닐수없다.) 

 

아름다운 하루에선 동생 벵상이 누나를 위해 아이팟에 담은 노래들이 깨알같은 리스트로 나오는데 요 부분만 읽어도 감동이라는 ~

(오빠 시몽, 언니 롤라, 동생 벵상, 무릎 위 멍멍이 허깨비,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이 모든 음악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가랑스)

우는 그녀를 보고서 오빠는 그렇게 슬프냐 묻는데 그녀는 너무나 행복해서 그런다 말한다.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대뜸 강펀치를 날리는 안나 가발다. 그녀의 이런 점이 너무나 좋다는.

다른 책을 읽을때에도 이런 깨알같은 리스트를 만날 수 있으려나 ~ 기대되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