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아무리 희안한 사건도 알고 보면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였지요. <p.62>

일본 추리문학의 대부 에도가와 란포와 미스터리 애호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소설로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하는 현실 세계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 <백골귀>가 서로 교차하는 형식을 띠고 있는데 당대 내노라하는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와 탐정소설에 무척 관심이 많은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가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같은 캐릭터로 등장해 사건을 풀어가는 기발한 설정의 장편소설이다.


실제로 발생하는 범죄사건에 무관심을 보이는 나. 현실의 애처러운 고뇌만 엿보일 뿐 창작욕은 전혀 복돋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사람인데 작년 묘한 계기로 실제로 일어난 작은 사건에 연루되는가 싶더니 깊숙이 말려드는 처지에 놓였다며 괴이한 죽음, 추리경쟁의 묘미, 심야의 대모험, 범인의 지혜, 특이한 동기, 절망적인 결말 등 하나하나가 무척 흥미진진했던 사건을 기억해두려고 펜을 들었다 말한다. 일년전 이맘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창작에 대한 절망으로 기슈지방의 시라하마의 삼단벽을 찾아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던 란포는 한 청년의 저지로 자살 의욕을 잃고 만다. 산에서 내려와 하마카제소라는 시골 여관에 투숙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종업원으로부터 월애병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과도 만나지만 곧 그가 월애병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음날 생명의 은인이 하기와라의 시 내용을 모방한 방법으로 삼단벽 소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지만 타인의 자살 시도를 막았던 사람이 자살할 리가 없다고 판단한 란포는 절친인 하기와라와 탐정이 되어 청년의 죽음을 파헤치게 된다.

 

"우리는 너무 고루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네. 그래서 표면적인 것만 보고 당연한 듯이 결론을 내린 거야.

그러니 진실을 볼 수 없는게 당연하지. 모든 고정관념을 떨어내고 갓난아기 같은 순수한 눈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네.

이 사건도 전후좌우에서 다양한 각도로 바라봐야만 비로소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지.

본질만 파악하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네. 모든 의혹이 절로 풀리게 돼 있지.

왜냐하면 속임수는 사건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고 월애병이나 지붕 밑의 산책은 그걸 숨기기 위한 연출에 불과한 거니까." <p.219>

 

극중극, 액자형 소설은 언제나 재밌는데 액자형 소설의 최고봉은 역시나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가 아닐까. 서술트릭의 완결판이지 싶은 ㅎㅎ

도착의 론도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어떤 액자형 소설을 읽어도 무난하게 읽히지 않을까 ~

살인 위원회를 읽고 난 다음에 곧장 시체를 사는 남자를 읽었더니 다소 평범한 듯 싶은 내용에 아쉬워지려는 찰나 소설속 백골귀와 현실의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줘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역시나 책이든 사건이든 고정관념을 떨쳐내고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눈으로 즐기는 것이 최고인 듯 ~

 

어떤 이야기는 그 자체가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또 어떤 이야기는 말하는 방식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작품은 서론이나 미사여구 없이도 만족을 주는가 하면 어떤 것은 수사법으로 치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얼굴과 손의 모습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바꿈으로써 내용도 없고 별볼일 없는 작품이 재치 있고 흥미있는 글로 변모하는 것이다.

- 세르반테스 -


 

2010년에 부지런히 출간된 우타노 쇼고의 소설들.

<여왕님과 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시체를 사는 남자>까지 읽었는데 아직도 <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 <해피엔드에 안녕을> 요 두권의 책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

2011년에도 <밀실살인게임 2.0>, <세계의 끝, 혹은종말의 시작>이 출간 예정이던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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