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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위원회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0
그렉 허위츠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로저 킨델같은 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지 않을 때면 극심한 무려감에 시달립니다. 아시겠지만 저 역시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을 겪었거든요.
제 아들이 살해되고 살인범이 풀려났을 때 전 끔찍한 절망감에 빠졌지요.
그때부터 전 이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와 사례 조사를 수없이 했지요.
사람들에게 법의 허점에 관해 들려준 후 법의 효력과 정당성이 손상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답니다. 불행하게도 손쉬운 해결책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법이 제 역학을 못할 때 이 사회를 지탱해주는 뼈대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과 법원이 실현하려는 정의라는 것을 우리가 더이상 신뢰하지 못할 때 과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 <p.141>
모중석 스릴러클럽 020번째 작품, 그렉 허위츠의 살인 위원회.
연방 부집행관인 주인공 '팀 랙클리'는 딸아이의 일곱살 생일파티날, 집에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개울에서 딸 지니가 강간당한 후 토막 살해된 채로 발견됐으며 현재 추가 조사를 위해 아이의 시체가 검시대에 놓여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슬픔, 엄청난 상실감은 책을 다 읽을때까지 쭈욱 ~
연방 부집한관인 팀과 보안관인 아내 드레이는 피해자의 부모라 공정성, 객관성이 떨어지고 편견을 지닐수 있다는 이유로 사건에 끼질 못하고 딸이 겪었을 잔인한 범행의 실체가 드러나기만을 기다린다. 주위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체포된 용의자 '킨델'.
(딸을 그렇게 만든 범인을 잡는 과정이 힘겹게 그려질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곧장 잡혀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 -)
팀은 킨델을 자기 손으로 처단하려는 욕구를 가까스로 삭힌 채 공범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법정으로 넘기는데 공정한 범의 심판을 받을거라 기대했지만 공판 도중 그가 청각장애인이란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사건은 또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청각장애인인 그가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 점을 들며 유유히 풀려난 것. 희망이었던 딸을 잃고, 삶의 닻줄 같은 직업도 잃고, 아내와의 사이마저 삐걱대는 팀.
그때 그에게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 . .
사법 시스템에 환멸을 느낀 팀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사회악을 처단하기 위한 '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사회 심리학자이면서 문화 비평가인 '윌리엄 라이너'교수, 그의 조수이자 제자인 '제나 애넌버그', 보스턴 경찰국 강력반, 은퇴한 경찰 '프랭클린 듀몬', 트로이트 기동부대 소속 쌍둥이형제 '로버트'와 폭발물처리 '미첼 매스터슨',FBI전직 도청요원 '에디 데이비스', 레인저 부대 출신의 '티모니 랙클리'와 함께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던 일곱가지 사건. 온갖 사악한 범죄에도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나, 야간수사권이없다는 이유로, 일사부재리원칙에 의해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래서 나역시 위원회가 그들을 처단하는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꼈는데 점점 방향을 잃고 변질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나조차 당혹스럽더라. 그것은 라이너와 제나의 죽음에서 극을 달했고 그러면서 드러나는 위원회의 본모습에 경악 !!!!!
그제서야 법 테두리 밖에서 사회악을 처단하는 이것 또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복수한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정의라는 것은 그게 뭐든 간에 우리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
그것을 나 또한 팀처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나 할까 ~
모든것을 바르게 돌려놓기위해 고군분투하는 팀. 생각이 바른 사람이라 그런지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해결하려하는 속도도 빠르더라.
"아무튼 그건 좋아요. 그렇지만 아저씨 역시 연구를 좀 더하는 게 낫겠어요. 속죄라는 것 말이에요.
왜냐하면 아저씨가 나를 직접 본 뒤에 '이런, 이 녀석은 내가 확실히 생각하던 것만큼 나쁜 놈은 아니군. 나와 별로 다르지 않잖아.'하고 생각하셨다면
아저씨는 조금도 배운게 없는거나 마찬가지예요. 속죄라는 건 완성할 수 있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죠.
그리고 전 속죄라는 게 뭔지 몰라요. 단지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렇게 해온 거라고요." <P.687>
사랑하는 딸을 잃은 슬픔, 범인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는 부모. 한번 상처받은 사람들이 법이라는 것에 의해 두번 상처입고 고통받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디테일한 그려져 맘이 아파 읽기 힘들었던 소설 <살인위원회>
예전같았으면 덤덤하게 읽어내려갔을지도 모르는데 ~ 책을 읽는 내내 사랑스런 조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었다는 ~
다 읽고나서 설경구 류승범 주연의 영화 <용서는 없다>가 생각나더라. 너무나도 유명한 그 대사.
죽는거보다 어려운게 뭔지 아세요. 용서하는 거예요. 용서하는데는 너무 오랜 고통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지니의 죽음에 팀이 너무나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상황. 팀과 드레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려나 ???
승자도 패자도 없는 듯한 이야기에 밑도 끝도 없는 슬픔이 밀려와 맘이 묵직해지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