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때로 무자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차별하죠." <P.155>

 

유비쿼터스 시대, 사람들이 사는 새로운 공간 '사이버네틱 스페이스'.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가상 공간이 물리적인 세계로 흘러와 그 두 공간이 혼재하는 새로운 공간이 태어났다.

어디엘 가나 센서들과 렌즈들, 홀로그램과 각종 터미널, 인터페이스들이 존재하고 사람의 몸으로부터 거리의 블록, 가로등과 상가의 유리창까지 물리적인 세계와 네트워크를 소통해주는 장치들로 넘쳐나는 영화같은 현실.

이 곳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2년의 시간이 흘러 그녀의 부재에 조금은 익숙해질 무렵 술에서 깨어 불현듯 일을 다시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된 그는 기획취재, 연재물, 인터뷰 기사등으로 이루어진 남성잡지 <Live in it!>의 인터뷰어로 일하게 되고, 첫번째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끝낸 그는 소위 사이버 구루라고 네트에서 가르침을 전파하는, 하층 네트워크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 '부흥사 K'의 인터뷰 하게 된다. 인터뷰를 베일에 싸인 그에 대해 알아볼 양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아내의 이름으로 보내진 메시지를 읽게 된다. "여보, 나야."

그제서야 불현듯 아내가 떠나기 며칠전 낯선 여자와 이야길 나눴던 걸 기억해낸다. 그녀의 손에 든 아내 '이후'의 메모리 팩. 바이앤바이닷컴에서 나왔다 말하는 그녀는 아내의 자료를 영구히 남을 기억으로 만들어 언제든지 아내와의 소중했던 시간을 회고할 수 있게 하겠다 말했다.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왜 하필 이런 방식으로 연락을 취해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끌리듯 메일에 첨부된 접속 방법에 따라 복잡한 경로를 거쳐 그곳을 방문하게 된 그는 그곳에서 아내의 아바타를 만나게 되는데 . . .

 

1억원 고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욘더>

(참고로 1회 수상작은 유광수의 진시황 프로젝트, 2회 수상작 없음, 3회 이선영의 천년의 침묵, 4회 수상작이 김장환의 굿바이, 욘더)

 

이 책에는 우리가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될만한 많은 일들이 현실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그런 삶. 우리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호기심이 일어 유심히 읽게 되더라.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선택을 강요받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테크놀로지의 사회가 신물이 나고 혐오스럽다말하며 네트워크의 혜택을 거부하고 예전에 생산된 제품과 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 '로우테크 히피'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런 그들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조금 더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바이앤바이'를 찾는다. 아내이자 친구이며 딸이기도 한 실감나는 아바타들. 프로그램일 뿐이다 생각하려하지만 쉽지 만은 않는 상황이 우습기도하지만 진짜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듯 싶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애가 타더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기 힘들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영화 '인셉션'과 비슷한 면이 많구나 싶은!!

이런저런 상황이나 설명들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그 안에 든 진짜 보물은 단 한가지, '사랑'이다. 그 한가지를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 모험가가 주인공 '김 홀'.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지만 그 곳에서 진짜 그녀가 원했던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이후는 여전히 그가 만들어낸 '기억의 감옥'속에 들어앉아있겠지. 나의 천국의 다른 사람에게도 천국일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네 삶과 닮은 것 같아 참 씁쓸하구나.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상상이 만들어낸 걸작. 이 책을 읽기 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없다. <상상력> 이거 하나면 된다는 !!!

 

"그래요. 그리고 솔직히 난 여길 천국이라 여기지도 않아요. 여기엔 그런 특별함이 없어요.

당신도 머지않아 여기가 그런 곳이라고 의식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아마 그래야만 여기가 당신에게도 천국이 될 테니까"

 

그녀가 묘한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문득 그 말이 옳다고 느꼈다. 천국이라면 모든 것이 진실로 평범해야 한다고.

진정한 안락함과 평안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상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가 특별하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것을 의미하니까.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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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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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맞아요. 이 창문이에요.

이 창문으로 이따금 여자의 그림자가 보인대요.

아무도 없는 집인데.

지금 밖에서 누군가가 저를 보고 화들짝 놀랐을지도 모르죠.

호호호, 결국은 그렇게 된 거 아닐까요? 관리 회사 사람이나 안내인을 다른 무언가라고 착각한 거예요.

어차피 인간은 자기가 뭔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보지 않으니까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보죠.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p.153>

 

어서 오세요, 나의 아름다운 유령의 집으로

환상을 주조하는 작가 온다 리쿠의 무시무시하고 매혹적인 고스트 스토리.

 

언덕위의 집. 의외로 단단하게 지어진 유령의 집.

오랫동안 비워진 상태임에도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은, 지나간 누군가의 숨결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집.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도 유령도 아닌 이 집이 아닐까 싶다. 유령의 집이란 섬뜩한 표현과 상관없이 단지 오래된 집일 뿐인, 인간과 유령을 모두 껴안아주는 이 집.

흔들의자에 앉아서 여자가 바치는 아이들 고기를 먹던 노인, 아이들을 토막내 병조림을 만들고, 맑은 오후 파이를 굽다 말고 서로를 죽인 요리사 자매의 사건은 물론 혼자 사는 노인 집만 골라 들어가 무자비한 방법으로 연달하 살해한 소년, 같은 반 아이들 세명이 연달아 자살한 사건, 토끼굴에 발이 걸려 죽은 모자 등등 집이 들려주는 괴이한 이야기에 마음이 싸늘해진다.

하지만 유령의 집이라 부르며 무서워하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집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고 안식처라 말하는 사람, 유령의 도움으로 집을 수리하는 목수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대조 되어 재밌긴 하더라.

깡마른 여자 어린이들, 아기를 안은 긴 드레스를 입은 여자, 덩치 큰 두 여자, 휠체어 탄 노인, 딱 바라진 남자 등등 한두 명도 아니고 많아도 너무 많다고 혀를 내두르는 목수.

그들 각자에게 지정된 공간이 있을 정도로 한 집에 사는 대가족(?)같은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사람은 뭐든 적응하게 마련인가 봐요. 아무것도 없고 아무 할 일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나름대로 뭔가 즐길거리를 찾아 내니까요.

여기에 찾아온 사람들 중에 불평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어요. 다들 차분하고 느긋하게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죠 - 요 부분이 유령들을 두고 한 얘기인 듯 ㅎㅎ

영화 '헬로우 고스트'처럼 서로 잘 지내보는 것도 괜찮을 듯 !!!

 

감자님이 선물해주셔서 읽게 된 온다 리쿠 신간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번 잡기 시작하면 다 읽을때까지 책을 놓을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퇴근후 이런저런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주려나 ~ 싶어 큰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 읽고 난 느낌은 글쎄 ~

대체적으로 권선징악, 인과응보. 뭔가 딱딱 끝이 보이는 결말, 그것이 아니라면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의미가 될만한 그런 결말을 사랑하는데 이 책의 결말이나 감정은 굉장히 두루뭉술한 듯~ 좋다고 말할수도 없고, 싫다고 말라고 할 수도 없는 ;;; 다 읽고나서 리뷰는 어떻게 써야하지 ?? 고민했을정도.

 


상쾌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그렇다. 산 사람들의 세상은 흉악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무리 비참한 일이나 광기도 모두 산 사람들의 짓이다.

거기에 비해 죽은 사람들은 얼마나 평온한가. 과거에 살며 레이스 커튼 그늘이나 계단 어둑한 곳에서 숨죽이며 서성거리고 있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는 결코 아무 일도 얼어나지 않는다. <p.30>

 

말해 주었잖니, 이 할아비는 알고 있다고. '기어 다니는 것' 따위는 없어. 이 세상에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아.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거야.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마음, 무언가를 혐오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멋대로 만들어낸 망상이라니까. <p.139>

 

두렵지 않았느냐고?

음, 나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살아. 세상에는 무서운 게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 제일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인간이야.

우리 아버지도 늘 그러셨어. 살아 있는 인간은 나쁜 짓을 해도 죽은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고. 죽은 인간이 오히려 더 착하다고 하셨어. <p.165>


무섭고 흉악한 것은 유령이 아닌 사람이라 말하는 부분들. 이 부분을 강조한 미스터리 소설이 꽤나 되서 특별히 감동이랄 것도 없는데 자꾸만 읽고 또 읽어보게 된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짓는 것으로 이성, 언어, 사회생활을 꼽을 수 있는데 요즘들어 이 모든것을 갖춘 사람이 동물보다 더 못할때가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는 매일 이렇게, 사람과 동물을 구분짓는 것. 그것의 경계선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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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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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음을 아는 것이다. <p.303>

 

모던 클래식 039. 패니 플래그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에벌린 카우치. 시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매주 남편 에드와 함께 로즈 테라스 요양원을 찾게 되는데 두 사람을 피해 건물 뒤편의 방문객 휴게소에 앉아 조용하고 편안하게 막대 사탕을 먹고 있다 어떤 노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자신을 스레드굿 부인이라 말하며 휘슬스톱 출신이라 말하는 노부인이 들려주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그 후 요양원을 찾게 되는 매주 일요일이면 에벌린이 방문객 휴게소에 들어서는 순간 노부인의 이야기를 드는것이 일과가 되고 만다. 그녀가 들려주는 놀라운 이야기들은 수백수만 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을때마다 울고 웃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푹 빠져들면서 요양소에 갈 날만 기다리게 되고,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갖게 되는 에벌린. 스레드굿 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넘 좋았지만 에벌린이 안된다, 못한다 생각했던 고정관념의 틀을 부수고 성장해가는 모습도 감동이더라.

 

이지, 루스가 운영하는 휘슬스톱 카페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도 너무 좋았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는 '이지'의 당찬 생각과 행동이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들이 기차에 떨어져 한쪽 팔을 잃자 '팔' 장례식을 치뤄주고, 팔을 잃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그것이 결코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며 교육시키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더라는~

그런 이지가 있었기에 스텀프 역시 팔 때문에 못하는 일이 없고 세상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아이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팬시(코끼리)가 보고 싶어 앓아 누운 아이를 위해 코끼리를 데려온 에피소드 역시 이지의 거침없으면서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보여주는 듯~

 

스레드굿 부인의 이야기, 윔스 통신, 휘슬스톱 카페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듯 진행되는데 에벌린이 스레드굿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했던 모든 것이 뒤이어 조금씩 밝혀질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일더라. 이런 구성이 극의 재미를 더 끌어올렸던게 아니었나 싶다. 

 

<페미니스타>가 뽑은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36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기록, 영화 <플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원작 소설이라는 설명 없이도 너무 유명한 책인데 그 중에서도 세상의 모든 상처 받은 이들을 유명하는 휘슬스톱 카페의 온기와 풋토마토 튀김의 달콤한 내음, 편견으로 가득찬 차가운 세상을 거침없이 살아간 두 여자의 놀랍고도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이야기라는 요 부분이 너무 호기심을 끌어 읽게 됐다. 편견으로 가득찬 세상을 거침없이 살아간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인지 결혼후 여자들의 우정은 변한다는 말이 너무 많다. 남자들의 우정은 평생가는데 여자들의 우정은 결혼전까지라는 말이 나올정도인데 ;;; 

우리보다 더 힘든 세상을 살았던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많이 배우고, 많이 갖았다고 전부가 아니란 말은 이럴때 사용해야 하는 것 같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울지는 모르겠으니 정신적으로는 노노노 ~ 우리들이 얼마나 가엾은 시간을 사는 사람인지 알 수 있더라는 ~

 

서로 마음이 잘 맞고, 즐길 줄 알고, 위해줄 줄 알며,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 .

이런저런 찬사가 요란한 광고는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정말 재밌고, 유쾌하며, 여자라서 다행이구나 싶은 느낌을 주었다고나 할까.

추운겨울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읽기 딱 좋은 그런 내용이더라는 ~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행복하고 그리운 시절.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 속 사랑과 지혜가 가득했던 두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냉큼 집어들기를 ~

아낌없이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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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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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죽은 사람이 무서운 적은 없다. 내가 두려운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다. <P.40>

 

퍼트리샤 콘웰이 창조한 법학 스릴러 스카페타 시리즈 vol.1 법의관

개인적으로 랜덤 하우스의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퍼트리샤 콘웰의 소설은 '데드맨 플라이' 이후 간만에 읽어보는 듯 ~

<다빈치 코드>보다 재미 있고, <CSI>보다 리얼하다라는 멘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싸인 덕분에 '법의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듯 싶다.

실제 1990년에 발표된 퍼트리샤 콘웰의 첫 작품인 이 책도 그런 광고 아닌 광고(?)를 보고서 호기심에 읽게 됐으니 ㅎㅎ

 

마흔의 나이에 법의국장이 된 스카페타 박사.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연쇄교살 사건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네 번째 사건 소식을 듣고 달려나간 그녀는 낯선 사람의 변태적인 쾌락때문에 모든 꿈이 물거품됐을 '로리 피터슨'의 사건 현장을 보고 마음이 편치가 않다.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이 범인은 천이나 전선등을 이용해 피해자의 목을 한번 감고 등 뒤로 내려 손목을 다시 감은 후 발목에서 단단히 매듭을 지어놓는 악마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살인을 한다. 무릎을 구부리고 있으면 목에 걸린 올가미도 느슨해지지만 고통때문에 혹은 위에서 내리누르는 범인의 몸무게 때문에 다리를 펴게 되면 몸에 걸린 아가미는 교수대의 밧줄처럼 죄어 드는 방식으로 질식해 사망하게 이르게 하는 잔인한 방법을 사용한 것.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목이 졸려 숨진 첫번째 피해자는 통통한 체격의 빨간 머리, 두번째는 가녀린 몸의 갈색 머리를 가진 여자, 세번째 피해자는 흑인에 매우 날씬한 여자로 그들의 직업도 모두 다르다.

학교 선생님, 프리랜서 작가, 안내원, 이번에는 의사 . . . 겉으로 봐서는 네명의 피해자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전혀 없는데 보이지 않는 그들의 무엇이 범죄 대상이 되게 한 것일까 ?

모든 사건현장에서 정액이 발견됐다길래 금방 범인을 잡을 수 있을줄 알았는데 혈청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비분비형(혈액 속의 항원이 침이나 정액, 땀과 같은 다른 체액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오직 혈액샘플만이 중요!!)이라 무용지물이라니 . . . 이런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첨 안 듯 ~

점점 더 끔찍해지고 점점 더 잔인해지고 있는 범죄. 사건해결을 위해 이리저리 발바닥에 땀나도록 돌아다닐수록 사건은 그녀를 옥죄어온다.

정보유출, 컴퓨터 해킹사건, 라벨이 잘못 붙은 슬라이드. . . 거기에 연인이자 동료인 빌에 대한 의심까지. . .

자신의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그녀는 이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

 

스카페타 박사, 너무나도 능력있는 사람이지만 조카 루시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자신이 잘못한 일에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말 인간적인 캐릭터.

법의학을 바탕으로 한 스카페타 박사의 과학수사와 형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마리노의 탐문 수사, 남과 여를 떠나 현대적이고 고전적인 사건 해결 방법을 비교하며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개성있는 외모, 금발, 미인형의 얼굴로 남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스카페타 박사. 남성들의 끈끈한 연대 속에서 혼자 고립될 수록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고, 성공만이 복수라며 최선을 다한 그녀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한 것 같다. 스카페타 시리즈와 함께 성장하는 그녀.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하여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ㅎ

 

내 자신이자, 아내같고, 딸 같고, 연인같은 사랑스런 여자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루시의 환경이랄까.

수많은 비평가들로부터 통찰력 넘치며, 깊이 있고, 감정이 풍부하다는 찬사를 받는 도로시(스카페타 여동생)의 아동서적. 책에는 혼신의 힘을 쏟아부으며 왜 딸 '루시'에게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주지 않는 것일까 ? 너무 한 곳을 향해 바라보며 달리다보면 주위 풍경에 대해선 관심을 잃게 되는것일까 ? 그것이 자식일지라도 ?

엄마의 연인들이 루시에게 들려주는 쓸데없는 지식들에 대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자식은 부모의 행동을 닮기 마련이라는데 참 걱정된다는 ~

자녀 교육의 열매는 자녀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모습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여자로서 언젠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될테니 그동안 부모로서의 자질을 많이 배워야겠다는!!

너무나도 똑똑하고 착한 '루시'. 다른 책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_+ 스카페타 박사 만큼이나 기대되는 캐릭이라는 ~

 

스카페타 시리즈 vol.1 법의관

시리즈 순서는  법의관, 소설가의 죽음, 하트잭, 사형수의 지문, 시체농장, 카인의 아들, 악마의 경전, 죽음의 닥터, 카인의 딸, 흑색수배, 마지막 경비구역, 데드맨 플라이, 흔적, 약탈자 (틀렸거나, 새로이 나온게 있다면 가르쳐주세요)

법의학 스릴러의 최고봉이란 찬사답게 사건에 대한 묘사,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 내가 스카페타 박사 옆에서 사건을 지켜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했는데 이야기 전체적인 흡입력이랄까~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책을 한번 집어들면 내려놓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진행 부분은 좀 아쉽다는~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급물살을 타긴 하지만 ~ 뭐든 결말로 치달을땐 극의 흐름이 빨라지지 않던가

제프리 디버처럼 초반부터 굉장힌 흡입력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범함이 좀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스카페타 시리즈는 다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건 사실.

피터슨의 고백처럼 나 역시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에 푹 빠진 것 같다~

 

- 당신이 부인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알고 싶을 뿐이오.

 

- 저도 대답을 드릴 수가 없군요. 마치 수수께끼 같아서요.

한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끌린다는 것. . . . 그건 마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눈을 뜨는 것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왜 그랬는지는 . . .아 . . . 모르겠습니다. <P.73>

 

책 중간에 살인마 '잭 더 리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데 얼마전에 읽은 비채, 살인자의 연금술(캐럴 맥클리어리)이 생각나 뿌듯하더라는.

프롬헬, 그림자 화가, 헬 블레이드 등등 범죄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 최악의 살인마로 남은 19세기 실존인물 '잭 더 리퍼'에 관련된 소설도 무진장 많으니 한번 찾아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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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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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 맞아."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그림자가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네가 누군가의 그림자를 뺏어올 때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비춰줄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찾도록 해.

그들에게 숨겨져 있던 추억의 한 부분, 그걸 찾아달라는 거야.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야."

"우리라니?"

"그림자들." <p.103>

 

6C반. 또래 아이들보다 10센치나 작은 나는 반에서 제일 작다는 이유로 칠판 지우는 일이며, 분필 정리하는 일등 소소한 일은 물론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맨 앞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야 하는 굴욕을 당하기 일쑤인데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는 아니지만 매력적인 아이 '엘리자베스'를 사이에 두고 마르케스와 격돌중인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하다.

발에 걸려 넘어지기는 약과, 탈의실 사물함안에 갇히기도 하지만 제일 큰 슬픔은 짝사랑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벌로 낙엽치우기를 하고 돌아오니 아빠가 집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빠를 볼 수 없게 된 나는 엄마의 슬픔을 모른척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엄마의 잘못이라고 하고 또 어른 사람은 아빠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아빠가 너무 불행한 나머지 집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만든 못난 아들일 뿐이라는 자책에 시달리는데~

 

그러면서 드러나는 그림자 훔치는 능력.

그림자를 어떻게 훔칠 수 있냐는 바보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그림자들이 나에게 들려주는 '주인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진실과 드러내지 못하는 속내'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너무너무 신기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오더라. 그림자를 통해 알게 된 이브아저씨의 숨겨진 상처랄까 사연은 정말 맘 아팠다는 ~

아저씨를 위해 엄마에게 손으로 쓴 편지를 부탁하는 나. 내가 뱃속에 있다 생각하고 엄마가 느꼈던 것들을 나에게 전하고, 또 내가 그걸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쓰는 편지.

나에게 바라는 점들, 또 내가 커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엄마의 조언들을 쓴 편지는 이브 아저씨의 인생을 확 달라지게 만들지만 결국 내 인생까지 변하게 만드는 그런 마법의 편지가 되는데, 내가 나중에 행복해지는 것이 엄마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소원이며, 내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직업이 내가 좋아하고 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엄마가 나에게 갖고 있는 모든 희망을 이루는 것이라는 문장은 정말 최고 !!

이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은 곧 사람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해야하는게 맞을 듯. 그런 능력이 나에게 있다면 어떨까 ?

책 속 소년처럼 행복해지기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으려나 ?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애써 무시하다 더 불행해 지거나 모르는 일이라는듯 조용히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생각하면 할수록 소년과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에 부끄러움이 . . .

 

과거에 남겨놓고 오는 작은 일들이 있다. 시간의 먼지 속에 박혀버린 삶의 순간들이 있다. 그걸 모르는 척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소했던 그 일들이 하나씩 모여 사슬을 이루고, 그 사슬은 곧 당신을 과거로 이어준다. <p.263>

 

낮 1,2권 이후 간만에 읽게 되는 마르크 레비의 소설.

그림자 도둑은 그림자를 훔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년의 판타스틱 성장기를 담고 있는데 이야기는 크게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다룬 1부와 의대생이 되고 난 다음의 삶을 그린 2부로 나뉘어있다. 굉장히 동화적이고 순수한 것이 매력인 어린시절이라면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을 이용해 나는 물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그 능력을 쓰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성인의 모습이랄까. 그 모든것이 하나가 되어 들려주는 하모니에 결국 눈물 훌쩍 훌쩍.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먼저 읽으신분들의 평이 넘 좋아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어 들었는데 안읽었으면 후회했을 듯 !!

지루함없이 순식간에 뚝딱 해치우고나서 왜 이렇게 빨리 끝나는거야 ~ 하는 아쉬움에 허우적대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눈에 훤하네요.

마르크 레비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행복한 프랑스 책방도 추천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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