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맞아요. 이 창문이에요.

이 창문으로 이따금 여자의 그림자가 보인대요.

아무도 없는 집인데.

지금 밖에서 누군가가 저를 보고 화들짝 놀랐을지도 모르죠.

호호호, 결국은 그렇게 된 거 아닐까요? 관리 회사 사람이나 안내인을 다른 무언가라고 착각한 거예요.

어차피 인간은 자기가 뭔가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보지 않으니까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보죠.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p.153>

 

어서 오세요, 나의 아름다운 유령의 집으로

환상을 주조하는 작가 온다 리쿠의 무시무시하고 매혹적인 고스트 스토리.

 

언덕위의 집. 의외로 단단하게 지어진 유령의 집.

오랫동안 비워진 상태임에도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있었던 것 같은, 지나간 누군가의 숨결이 남아 있는 것 같은 집.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도 유령도 아닌 이 집이 아닐까 싶다. 유령의 집이란 섬뜩한 표현과 상관없이 단지 오래된 집일 뿐인, 인간과 유령을 모두 껴안아주는 이 집.

흔들의자에 앉아서 여자가 바치는 아이들 고기를 먹던 노인, 아이들을 토막내 병조림을 만들고, 맑은 오후 파이를 굽다 말고 서로를 죽인 요리사 자매의 사건은 물론 혼자 사는 노인 집만 골라 들어가 무자비한 방법으로 연달하 살해한 소년, 같은 반 아이들 세명이 연달아 자살한 사건, 토끼굴에 발이 걸려 죽은 모자 등등 집이 들려주는 괴이한 이야기에 마음이 싸늘해진다.

하지만 유령의 집이라 부르며 무서워하고 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집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고 안식처라 말하는 사람, 유령의 도움으로 집을 수리하는 목수들의 이야기가 묘하게 대조 되어 재밌긴 하더라.

깡마른 여자 어린이들, 아기를 안은 긴 드레스를 입은 여자, 덩치 큰 두 여자, 휠체어 탄 노인, 딱 바라진 남자 등등 한두 명도 아니고 많아도 너무 많다고 혀를 내두르는 목수.

그들 각자에게 지정된 공간이 있을 정도로 한 집에 사는 대가족(?)같은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사람은 뭐든 적응하게 마련인가 봐요. 아무것도 없고 아무 할 일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나름대로 뭔가 즐길거리를 찾아 내니까요.

여기에 찾아온 사람들 중에 불평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어요. 다들 차분하고 느긋하게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죠 - 요 부분이 유령들을 두고 한 얘기인 듯 ㅎㅎ

영화 '헬로우 고스트'처럼 서로 잘 지내보는 것도 괜찮을 듯 !!!

 

감자님이 선물해주셔서 읽게 된 온다 리쿠 신간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번 잡기 시작하면 다 읽을때까지 책을 놓을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퇴근후 이런저런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주려나 ~ 싶어 큰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 읽고 난 느낌은 글쎄 ~

대체적으로 권선징악, 인과응보. 뭔가 딱딱 끝이 보이는 결말, 그것이 아니라면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의미가 될만한 그런 결말을 사랑하는데 이 책의 결말이나 감정은 굉장히 두루뭉술한 듯~ 좋다고 말할수도 없고, 싫다고 말라고 할 수도 없는 ;;; 다 읽고나서 리뷰는 어떻게 써야하지 ?? 고민했을정도.

 


상쾌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그렇다. 산 사람들의 세상은 흉악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무리 비참한 일이나 광기도 모두 산 사람들의 짓이다.

거기에 비해 죽은 사람들은 얼마나 평온한가. 과거에 살며 레이스 커튼 그늘이나 계단 어둑한 곳에서 숨죽이며 서성거리고 있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는 결코 아무 일도 얼어나지 않는다. <p.30>

 

말해 주었잖니, 이 할아비는 알고 있다고. '기어 다니는 것' 따위는 없어. 이 세상에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아.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거야.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마음, 무언가를 혐오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멋대로 만들어낸 망상이라니까. <p.139>

 

두렵지 않았느냐고?

음, 나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살아. 세상에는 무서운 게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 제일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인간이야.

우리 아버지도 늘 그러셨어. 살아 있는 인간은 나쁜 짓을 해도 죽은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고. 죽은 인간이 오히려 더 착하다고 하셨어. <p.165>


무섭고 흉악한 것은 유령이 아닌 사람이라 말하는 부분들. 이 부분을 강조한 미스터리 소설이 꽤나 되서 특별히 감동이랄 것도 없는데 자꾸만 읽고 또 읽어보게 된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짓는 것으로 이성, 언어, 사회생활을 꼽을 수 있는데 요즘들어 이 모든것을 갖춘 사람이 동물보다 더 못할때가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는 매일 이렇게, 사람과 동물을 구분짓는 것. 그것의 경계선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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