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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때로 무자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차별하죠." <P.155>
유비쿼터스 시대, 사람들이 사는 새로운 공간 '사이버네틱 스페이스'.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가상 공간이 물리적인 세계로 흘러와 그 두 공간이 혼재하는 새로운 공간이 태어났다.
어디엘 가나 센서들과 렌즈들, 홀로그램과 각종 터미널, 인터페이스들이 존재하고 사람의 몸으로부터 거리의 블록, 가로등과 상가의 유리창까지 물리적인 세계와 네트워크를 소통해주는 장치들로 넘쳐나는 영화같은 현실.
이 곳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2년의 시간이 흘러 그녀의 부재에 조금은 익숙해질 무렵 술에서 깨어 불현듯 일을 다시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된 그는 기획취재, 연재물, 인터뷰 기사등으로 이루어진 남성잡지 <Live in it!>의 인터뷰어로 일하게 되고, 첫번째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끝낸 그는 소위 사이버 구루라고 네트에서 가르침을 전파하는, 하층 네트워크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 '부흥사 K'의 인터뷰 하게 된다. 인터뷰를 베일에 싸인 그에 대해 알아볼 양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했다 아내의 이름으로 보내진 메시지를 읽게 된다. "여보, 나야."
그제서야 불현듯 아내가 떠나기 며칠전 낯선 여자와 이야길 나눴던 걸 기억해낸다. 그녀의 손에 든 아내 '이후'의 메모리 팩. 바이앤바이닷컴에서 나왔다 말하는 그녀는 아내의 자료를 영구히 남을 기억으로 만들어 언제든지 아내와의 소중했던 시간을 회고할 수 있게 하겠다 말했다.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왜 하필 이런 방식으로 연락을 취해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끌리듯 메일에 첨부된 접속 방법에 따라 복잡한 경로를 거쳐 그곳을 방문하게 된 그는 그곳에서 아내의 아바타를 만나게 되는데 . . .
1억원 고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굿바이, 욘더>
(참고로 1회 수상작은 유광수의 진시황 프로젝트, 2회 수상작 없음, 3회 이선영의 천년의 침묵, 4회 수상작이 김장환의 굿바이, 욘더)
이 책에는 우리가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될만한 많은 일들이 현실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그런 삶. 우리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호기심이 일어 유심히 읽게 되더라.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선택을 강요받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테크놀로지의 사회가 신물이 나고 혐오스럽다말하며 네트워크의 혜택을 거부하고 예전에 생산된 제품과 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 '로우테크 히피'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런 그들도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조금 더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바이앤바이'를 찾는다. 아내이자 친구이며 딸이기도 한 실감나는 아바타들. 프로그램일 뿐이다 생각하려하지만 쉽지 만은 않는 상황이 우습기도하지만 진짜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듯 싶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애가 타더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기 힘들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영화 '인셉션'과 비슷한 면이 많구나 싶은!!
이런저런 상황이나 설명들이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지만 그 안에 든 진짜 보물은 단 한가지, '사랑'이다. 그 한가지를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 모험가가 주인공 '김 홀'.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지만 그 곳에서 진짜 그녀가 원했던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이후는 여전히 그가 만들어낸 '기억의 감옥'속에 들어앉아있겠지. 나의 천국의 다른 사람에게도 천국일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네 삶과 닮은 것 같아 참 씁쓸하구나.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상상이 만들어낸 걸작. 이 책을 읽기 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없다. <상상력> 이거 하나면 된다는 !!!
"그래요. 그리고 솔직히 난 여길 천국이라 여기지도 않아요. 여기엔 그런 특별함이 없어요.
당신도 머지않아 여기가 그런 곳이라고 의식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아마 그래야만 여기가 당신에게도 천국이 될 테니까"
그녀가 묘한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문득 그 말이 옳다고 느꼈다. 천국이라면 모든 것이 진실로 평범해야 한다고.
진정한 안락함과 평안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상 속에 녹아 있어야 한다.
어느 하나가 특별하다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것을 의미하니까. <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