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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그래, 맞아."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그림자가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네가 누군가의 그림자를 뺏어올 때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비춰줄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찾도록 해.
그들에게 숨겨져 있던 추억의 한 부분, 그걸 찾아달라는 거야.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야."
"우리라니?"
"그림자들." <p.103>
6C반. 또래 아이들보다 10센치나 작은 나는 반에서 제일 작다는 이유로 칠판 지우는 일이며, 분필 정리하는 일등 소소한 일은 물론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맨 앞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야 하는 굴욕을 당하기 일쑤인데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는 아니지만 매력적인 아이 '엘리자베스'를 사이에 두고 마르케스와 격돌중인 하루하루가 버겁기만 하다.
발에 걸려 넘어지기는 약과, 탈의실 사물함안에 갇히기도 하지만 제일 큰 슬픔은 짝사랑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벌로 낙엽치우기를 하고 돌아오니 아빠가 집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빠를 볼 수 없게 된 나는 엄마의 슬픔을 모른척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엄마의 잘못이라고 하고 또 어른 사람은 아빠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아빠가 너무 불행한 나머지 집을 떠날 수 밖에 없게 만든 못난 아들일 뿐이라는 자책에 시달리는데~
그러면서 드러나는 그림자 훔치는 능력.
그림자를 어떻게 훔칠 수 있냐는 바보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그림자들이 나에게 들려주는 '주인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진실과 드러내지 못하는 속내'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너무너무 신기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오더라. 그림자를 통해 알게 된 이브아저씨의 숨겨진 상처랄까 사연은 정말 맘 아팠다는 ~
아저씨를 위해 엄마에게 손으로 쓴 편지를 부탁하는 나. 내가 뱃속에 있다 생각하고 엄마가 느꼈던 것들을 나에게 전하고, 또 내가 그걸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쓰는 편지.
나에게 바라는 점들, 또 내가 커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엄마의 조언들을 쓴 편지는 이브 아저씨의 인생을 확 달라지게 만들지만 결국 내 인생까지 변하게 만드는 그런 마법의 편지가 되는데, 내가 나중에 행복해지는 것이 엄마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소원이며, 내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직업이 내가 좋아하고 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엄마가 나에게 갖고 있는 모든 희망을 이루는 것이라는 문장은 정말 최고 !!
이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은 곧 사람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해야하는게 맞을 듯. 그런 능력이 나에게 있다면 어떨까 ?
책 속 소년처럼 행복해지기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으려나 ?
평범하게 살고 싶다며 애써 무시하다 더 불행해 지거나 모르는 일이라는듯 조용히 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생각하면 할수록 소년과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에 부끄러움이 . . .
과거에 남겨놓고 오는 작은 일들이 있다. 시간의 먼지 속에 박혀버린 삶의 순간들이 있다. 그걸 모르는 척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사소했던 그 일들이 하나씩 모여 사슬을 이루고, 그 사슬은 곧 당신을 과거로 이어준다. <p.263>
낮 1,2권 이후 간만에 읽게 되는 마르크 레비의 소설.
그림자 도둑은 그림자를 훔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년의 판타스틱 성장기를 담고 있는데 이야기는 크게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다룬 1부와 의대생이 되고 난 다음의 삶을 그린 2부로 나뉘어있다. 굉장히 동화적이고 순수한 것이 매력인 어린시절이라면 그림자를 훔치는 능력을 이용해 나는 물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데 그 능력을 쓰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성인의 모습이랄까. 그 모든것이 하나가 되어 들려주는 하모니에 결국 눈물 훌쩍 훌쩍.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먼저 읽으신분들의 평이 넘 좋아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어 들었는데 안읽었으면 후회했을 듯 !!
지루함없이 순식간에 뚝딱 해치우고나서 왜 이렇게 빨리 끝나는거야 ~ 하는 아쉬움에 허우적대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눈에 훤하네요.
마르크 레비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행복한 프랑스 책방도 추천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