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모든 일에는 반드시 이유라는 것이 있다. 세상일 전부에 분명히 이유가 있어.

내 다리가 잘린 것도, 그때 그 녀석을 제대로 찾지도 않고 도망쳤기 때문이야. 제일 먼저 도망쳤기 때문이지.

뭐든지 결국은 말이다 . . .

결국은 자기한테 되돌아오는 법이야 " <p.189>

 

2011년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의 달과 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위터 그늘에 미리 설치해둔 블랙홀(수제 통발)을 확인해 소라게가 잡히면 라이터로 소라를 지져서 게를 꺼내는 놀이에 푹 빠진 신이치와 하루야.

불로 껍데기에 열을 가하면 놀란 소라게가 속에서 기어 나오는데 쏜살같이 도망치는 소라게를 잡아 바다에 내던져줬던 아이들이 돈을 갖고 싶다는 소원 이후 우연찮게 바닷가 물웅덩이에서 500엔을 발견한 후 소라게를 신으로 모시는 의식을 진행하고 놀이에 불과했던 소원 빌기가 점차 누군가를 이 세상에서 없애 달라는 잔혹한 소원으로 변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미스터리하게 담고 있다.

그렇게 변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마냥 철없고 순수해 보이기만 하는 아이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 ?

 

달과 게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초등학생답게 순수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고민을 철저하게 숨기려 애쓰는 세 아이의 미묘한 심리는 물론 사로고 한쪽 다리를 잃고 그 기억을 끊임없이 되새김질 하는 할아버지 '쇼조'와 아들의 일에 무관심한 엄마 '스미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생긴 스트레스를 아들을 학대하는 것으로 푸는 하루야의 부모님 등 아이들과 어른들의 세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드러나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나른하고 조용히 그리고 무심히 그리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초등학생이 나오는 이야기는 시시하다며 좀 더 어른스럽고 사건(?) 스러운 이야기가 등장해야만 내 시선을 잡았을텐데 조카가 태어나고서부턴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런류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한지 ~ 이 세상엔 왜 이렇게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많은 것인지 안타까운 맘에 숨쉬기가 힘들 정도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고민과 아픔을 전혀 몰랐으면 좋겠고 마냥 천진난만했으면 좋겠다. 아픔이 있어도 그것을 밟고 일어설 정도로 강인한 아이들(?)에게만 시련이란 시련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랄까 ㅠ-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신이치', 10년전 신이치의 할아버지 '쇼조'가 몰았던 배의 사고로 엄마를 잃은 '나루미', 그리고 부모의 학대에 고스란히 방치된 소년 '하루야'. 두 소년과 한 소녀라는 조합과 아동학대와 가족붕괴등의 불우한 환경이라는 설정이 본의 아니게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를 떠올리게 했는데 두 작품 모두 닮은 듯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오늘 나오는 게는 먹으면 안 된다.

- 게요?

- 달밤의 게는 글렀어. 먹어도 전혀 맛이 없단다.

- 어째서요?

- 옛날부터 그런 말이 있었지.

- 달빛이 말이다. 위에서 내리비쳐서 . . . 바다 속에 게의 그림자가 생기거든.

   자신의 그림자가 너무 추해서 . . . 게는 무서운 나머지 몸을 움츠리지 . . . 그러니까 달밤의 게는 말이야 . . . <p.390~391>

 

책 초반엔 왜 소라게가 아니고 달과 게라는 제목이 붙은건지 누가, 왜 엄마의 남자가 사라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게 됐는지 의아할 뿐이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알 수 없는 실체가 드러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더라.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달밤의 게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계속 생각했는데, 소라게는 우짠지 신기한 것 같지 않나? 껍데기는 언제쯤부터 필요한 거겠노?

얼라 때는 전부 껍데기 같은 건 안 갖고 있다 아이가. 그래서 전부 이래 쌩쌩 헤엄쳐 다니는 거겠지?

껍데기를 짊어지믄 어느 정도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대신에 전혀 헤엄 몬 친다 아이가. 어느쪽이 좋겠노?" <p.352>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등에 짊어진 아이들. 그래서 훨훨 날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 아이들.

세 아이들이 서로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일들이 반전이 되어 이야기의 흡입력을 높이는데 미치오 슈스케 다운 치밀한 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날이 발전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이기에 다음 작품도 너무나 기대된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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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3 : 레베카, 결혼 반지를 끼다 - 합본 개정판 쇼퍼홀릭 시리즈 3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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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생은 열린 공간이어야 해, 베키. 자기가 선택한 방향이라면 어디든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구." <p.488>

 

 

첫장, 은행에서 레베카 블룸우드양에게 보낸 편지 내용부터 심상치 않다 ㅋ

루크와의 공동계좌를 개설한 것 까지는 좋은데 거래명세서에 프라다, 뉴욕 → 휘발유값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청을 했던 듯한 내용들이 이어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그럼 그렇지 ~ 아 !! 내가 쇼퍼홀릭을 읽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진하게 드는 것이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이랄까 ?

 

수지와 타르퀸의 결혼식장에서 '루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게 된 레베카. 지금 당장 웨딩드레스를 보러 다닐 수 있고, 왕관처럼 빛나는 티아라도 당장 써볼 수 있고, <브라이드> 잡지도 당장 읽을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급하게 결혼을 진행시키는 그녀는 엄마의 진두지휘하에 고향집 정원에서 친구, 친척들이 모두 참석한 소박하지만 행복한 결혼식을 꿈꾼다. 하지만 루크의 생모 '엘리노어 셔먼'은 웨딩플래너를 대동하고 나타나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호텔 결혼식을 권유하는데 ~

뉴욕에서 결혼할 수 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러 나갔다가 조각이 새겨진 천장, 온통 금칠이 된 실내, 반짝거리는 샹들리에, 전날 스위트룸에 묵으며 스파를 이용할 수 있고, 당일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전문가를 부를 수도 있고, 하객들은 복도를 따라 들어오는 동안 칵테일이 제공되며, 캐비어 바, 석화 바, 지중해식 테이블 세팅, 초밥 등등의 오르되브르 메뉴. 일곱대의 하프, 뉴욕 필 현악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꽃길을 따라 행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웨딩 케이크등, 한마디로 원하는 공간은 모두 원하는 테마에 맞춰 장식해줄 수 있다는 웨딩플래너 '로빈'의 설명에 눈이 휘등그레지는 레베카. 평생에 딱 한번 있는 일이라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와는 다르기에 근사한 곳에서의 결혼식을 꿈꾸는 그녀. 하지만 부모님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일축하는데 . . . 미련을 버리지 못한 레베카가 서둘러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결혼식은 부모님이 준비하는 고향 <옥스샷>과 웨딩플래너가 준비하는 뉴욕 <플라자 호텔> 동시에 준비. 마지막까지 두 가지 결혼식을 모두 포기하지 못하는 그녀는 과연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을까?

 

살짝 촌스럽지만 부모님의 사랑이 듬뿍 담긴 선물같은 결혼식 vs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려한 호텔 결혼식

 

여자다 다 그럴거라는 편견을 심어줄 것 같아 겁나는 쇼퍼홀릭 시리즈.

이번 이야기에서는 우리의 철없는 주인공, 삶 자체가 모두 허영심 덩어리 일 것만 같은데도 너무도 사랑스러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레베카 블룸우드'양이 드디어 결혼 반지를 끼게 된다. 쇼핑의 유혹에 빠지고, 맨해튼을 접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수지의 결혼식에서 청혼을 받게 된 그녀. 다방면에서 화려한 경력을(?) 뽐낸 그녀인 만큼 루크와의 결혼을 어떤식으로 진행할 지 넘 기대됐었는데 역시나 ~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전편에 비해 훨씬 화려해진 모습으로 두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더라.

 

여자이기게 한번뿐인 그 날을 위한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할 수 밖에 없는데 ~ 옥스샷에서 하기로 맘 먹었으면서도 뉴욕 플라자 호텔의 화려한 결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천달러 케이크에 반하고, 샴페인에 취하고 알리샤를 깔아뭉개는 재미에 푹 빠진 그녀의 모습은 전편들 만만치않게 위태위태 했던 것 같다.

크나크 금액을 배상하게 될 상황에 놓이지만 루크의 도움(?)으로 그 위기에서 벗어났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레베카. 정녕 루크나 생모 '엘리노어 셔먼'을 위한 계획이 맞을까? 100% 그녀 자신을 위한 계획 같아 이기적이다 싶지만 그녀이기에 용서가 된다 ㅎ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참 부러운 내용이 아닐 수 없는데 그렇다고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이 슬프거나 불행하진 않다.

돈이 많다면야 원하는 것 다 구입해가며 풍족하고 화려한 결혼식을 준비할 수는 있지만 하루를 위한 투자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할 앞으로의 인생에 투자하고프달까 ~

너무도 드라마틱한 그녀의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해야겠다는 ㅎ

 

결혼, 아무생각없이 결혼이란것을 준비할때는 재밌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다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지더라 ;;

왜 난 행복하지 않지 ? 왜 이렇게 피곤하기만 하지? 속상하고 안타까웠는데 쇼퍼홀릭 - 레베카, 결혼반지를 끼다를 읽다보니 오호~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부분이 나오는게 아닌가. 그 글귀를 읽고선 내 맘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는 ~

 

"결혼식 준비는 잘 돼가니?

"어, 그런대로" 나는 명랑하게 말한다.

"지금은 그냥 목록만 많아. 할 일, 해야할 일, 결정을 내려야 할 사소한 일들 말야." <P.374>

 

할일, 해야할 일, 결정을 내려야 할 사소한 일들. 말이 사소하지 모두 내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일인지라 허투로 할 수가 없어 머리를 쥐어짜듯 고민 또 고민을 하다 보니 그런 듯 ;;;

나처럼 그 어떤것에도 무심한 사람도 이정도니 결혼 자체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정말 장난 아닐 듯 ~

결혼 하신 분들,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대단하십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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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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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침묵소녀 : 위험하다는 건, 엄청난 위험 부담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이 남자를 얻지 못하면 전 바다거품이 되어 버릴 거예요.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회색곰남 : 바다거품 ?

개구락지 : 진정 사랑은 가치가 있지

뉴욕야수 : 나도 말 좀 해도 됨?

개구락지 : 너도 말못하게 할 수 잇는 사람이 잇어?

뉴욕야수 : 모든 남자들은 다 머저리임. 님은 그럴 가치도 없는 남자를 위해서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있는 건지도 모름. 아무도 바다거품이 될 정도의 가치는 없음.

침묵소녀 : 님은 그 사람을 알지도 못하잖아요! <p.85>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

 

9학년에 재학중인 카일은 방송국 유명 앵커인 아버지를 비롯 부유한 경제력과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로 친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에 익숙할 뿐 아니라 어릴때부터 특별한 존재는 사람들이 알아서 주목한다, 어떤 것 하나 감명받지 않은 척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일명 차가운 도시 남자(차도남)다.

약자들을 깔아뭉기는 것을 즐기면서 자신이 항상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픈 욕심이 많은 카일. 외모만으론 용감하고, 강인하고, 영리한 자질 같은 건 발견하기 힘들다는 켄드라의 말에 그렇게 영리하면 살을 빼고, 성형수술을 하고, 피부관리, 치아미백을 해가면서라도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가꿔야 한다 말하는 카일. 그의 그런 생각엔 뉴스 앵커인 아버지가 사람들이 못생긴 인간을 볼 필요가 없어야 한다는 말씀이 크게 작용한 것 같지만 자신의 미적 감각을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시키는 건 큰 잘못인 듯 ~

그의 마음 속이 흉측하다며 잘난 외모를 잃게 되면 그걸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영리하지도, 강하지도 않을게 분명하다 꾸짖는 소릴 듣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상처를 받은 그는 그녀를 톡톡히 망신시키고픈 마음에 자신의 파트너로서 댄스파티에 같이 가자며 말한다. 켄드라에게 망신을 준 후 왕자가 되어 학교 최고의 퀸카 슬로언과 즐건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우는데 그런 그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듯 켄드라는 자신에게 보복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다며 아름답지 않다는 게, 겉모습이 속마음만큼 흉측하다는 게 어떤건지 알게 해주겠다 말한다. 외모 때문에 특별 취급을 받고, 평생 그 외모를 좀 더 불운한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구는데 이용한 그에게 저주를 내리는 켄드라.

송곳니가 입술 밖으로 길게 나오고, 손은 구부러져 발톰이 튀어 나왔고, 온몸에 털이 돋은 괴물로 변신 시킨후 2년안에 끔찍한 외모 안에 숨은 좋은점, 사랑할만한 구석을 발견한 사람을 찾아 사랑하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키스를 한다면 마법이 풀리고 다시 잘생긴 모습으로 돌아갈거란 말을 한다. 이걸 계기로 그녀가 말하고자하는 교훈을 제대로 깨닫게 되면 주문을 풀 수도 있지만 아니면 영원히 그 형벌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그의 운명. 그는 2년내 자신의 야수같은 외모속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고 사랑해줄 운명의 상대를 만나 켄드라의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몰라도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선명하게 떠오르더라. 너무 좋았던 ~~~

책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긴 했지만 자잘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났는데 좀 더 영화적인 스토리, 영상과 재미를 위해 바뀐것이라 어쩔 수 없는 듯. 변해서 좋은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데 온몸에 털을 뒤집어 쓴 야수의 카일 보다는 영화속 독특한 문신으로 무장한 카일이 더 멋지고, '뉴욕야수'라는 닉네임에 맞는 듯 싶어 이 부분은 바뀐게 좋더라 ~

야수로 변하자마자 아버지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그. 켄드라의 말처럼 그의 행복은 전부 잘생긴 외모와 아버지의 지위, 돈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이 밝혀져 통쾌하면서도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에게서도 외면당하는 카일의 신세가 너무 불쌍해 안타까웠던 ㅠ-ㅠ 

영화속 영상은 대체적으로 화려했는데 책은 그의 내면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가볍고 유치하고 뻔하다라며 싫어할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외모와 경제력을 보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카일처럼 대놓고 상대방의 외모를 놀리고 무시하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우린 모두 카일과 닮은 구석이 많은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해피엔딩을 내심 기대했는지도 +_+

저주에서 풀려나길 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달아 가는 그. 그의 성장 과정이 눈부시기만 하다.

현대판 미녀와 야수인지라 내용도 어렵지 않으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를 얘기해주는 '비스틀리'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라 생각하고 주말, 따스한 햇살 아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잔 마시면서 분위기잡고 읽기 좋을 듯 ~

온몸을 간지럽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이쁜 사랑하고프단 기분에 이쁘게 단장하고 밖으로 나가게 될지도 모를일 ㅎㅎ 

 

"아름다운 것은 가격이 얼마든 귀한 거예요. 인생에서 귀한 걸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은 절대 행복해질 수가 없죠. 전 도련님이 행복해지길 바라요."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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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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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인가요?"

"네, 불로불사의 묘약."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하자 나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니즈키 스스로도 사실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 . .

"만일 이 세상에 실제로 그런 게 있더라도 드셔서는 안 돼요."

나쓰가 진지한 얼굴로 응했다.

"왜요?"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요." <p.208>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 공모전 제1회 골든 엘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염마 이야기>

한국, 일본, 미국, 중국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우연히 손바닥에 신귀 문신을 새기게 된 후 불로불사의 삶을 살게 된 문신사 '염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신사로서 최고의 문신 기술을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명칭 '호쇼' 그 명예로운 이름을 받은 자답게 호쇼 바이코는 어떤 그림을 새겨도 일류로 통한다.

문신을 원하는 의뢰인의 속마음은 제각각이어도 바이코에게 의뢰가 끊기는 일은 없었는데 올해, 왕권을 업고 막부를 지지하는 사바쿠파와 막부를 무너뜨리려는 도바쿠파의 경쟁이 극에달해 험악한 싸움이 끊이질 않아서 그런지 고작 두명의 손님밖에 못받은 그는 시센구미에 쫓겨 큰 상처를 입고 자신의 집앞에 쓰러진 사내를 도와주게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아마네'라 불리우는 그는 좀체 구경하기 힘든, 호쇼 바이코가 가장 좋아하는 피부를 갖고 있었고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해져 결국 그는 쓰러진 사내의 손에 문신-그 중에서도 불사의 신귀 새김을 하게 된다. 오로지 살고 싶다고 원했기 때문에 불사를 손에 넣었듯 죽어 나자빠지기를 진심으로 원해야만 신귀를 빼낼 수 있는 현실.

죽음에 대해 털끝만큼도 망설임 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 아마네 역시 어찌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면서 호쇼 바이코에게 문신 기술을 배우고, 스승으로부터 파문당한 제자, 허리에 야차를 새기고 제 손으로 제 몸에 삼일월, 불사의 문신을 그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 . .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 ?

 

늙지도 죽지도 않으면서 영원히 행복해질 수도 없는 그의 일생을 슬프면서도 따뜻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냈는데 문신 속 신귀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살고자한 강직함,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 없이 갈등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간적이면서도 강하게 그려진 것 같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불로불사의 인간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한평생 그의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던 노부마사와 나쓰, 고양이 검둥이가 없었다면 너무나도 쓸쓸하고 덧없는 삶이었을 듯 !!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 것 같다~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했던 그가 나쓰의 존재로 인해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변해가는 것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장면 모두가 '살아있는'사람이기에 가능한 감정이기에 더 안타까웠던 듯 ~

하지만 그의 인생에 내려진 벌(?)같은 것을 짊어지고서 열심히 노력해 한없이 강해진 남자 '염마'. 그런 그이기에 누이를 죽은 야차와 재회하고서도 죽음으로 복수하지 않을 수 있었겠지.

 

1800년대 중반, 막부 말기에서 시작해서 다이쇼 시대, 쇼와 시대를 거쳐 전쟁 말기인 1945년까지 일본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늙지 않는 외모때문에 한곳에 오래머물지 못하고 터전을 옮겨야하는 염마 덕분에 교토, 에도(도쿄), 요코하마, 나가사키 등 여러 무대를 역동적으로 거치는데 시대소설로서의 재미는 물론, 판타지 소설로서의 재미, 로드무비 형식도 갖추고 있어 이야기가 지루할 틈이 없더라.

 

책을 읽는 내내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불로불사의 삶을 사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설 내용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것들을 훨씬 뛰어넘는 재미를 갖추고 있는 듯. 갠적으로 일본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염마이야기>는 문신사와 문신과 신귀라는 독특한 소재에 살인사건과 로맨스를 정말 '감칠맛'나게 잘 써내려간 것 같아 만족스럽다.

 

불로불사의 삶을 살게된 문신사 '염마'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 100여 년에 걸쳐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냉큼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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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김미월 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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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소설집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젊은 여성 작가 7인이 그려내는 비 혹은 그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장은진 -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김숨 - 대기자들

김미월 - 여름 팬터마임

윤이형 - 엘로

김이설 - 키즈스타플레이타운

황정은 - 낙하하다

한유주 - 멸종의 기원

 

 

장은진 -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앨리스의 생활방식으로 유명한 그녀의 이야기

이혼후 집으로 돌아와 2층 다락방과 지붕에서만 지내는 남자가 고층 아파트에서 하늘하늘 떨어지는 티슈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보통 사람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삶의 방법이 필요한 법이라는 ~ 쉽게 생각하고, 비난하고, 감싸지 않고 또 이해하지 않음으로써 상처 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놓은 것 같아 좋았던~

마음먹기 따라 얼마든지 가벼울 수도 상쾌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 그의 앞날이 티슈처럼 가볍고 쓸모있기를 !!

 

티슈는 가볍지만 아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물건이었다.

화장을 지우거나 고칠 때, 눈물을 닦을 때, 사랑을 끝낸 후 분비물을 닦을 때, 물건에 쌓인 먼지를 닦을 때,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할 때, 식사를 마치고 입술을 정리할 때, 그리고 여성들이 손수건 대용으로 가방 속에 소지하는 것. 어쩌면 그것은 매일 밥을 먹듯 매일 쓰는 물건임에도,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 그 무감각할 만큼의 허무한 가벼움 때문에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급하게 쓸 일이 있을 때만 존재 가치를 한번씩 떠올리게 되는 그것은 그래서 진정 슬픈 물건인지도 몰랐다.

사람들의 사연 어디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엑스트라 역을 맡았지만 막이 내리면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비운의 그것처럼, 용도가 끝나면 쉽게 버려지듯 쉽게 잊혀지는 물건. <p.25>

 

김숨 - 대기자들

 

썩은 사랑니를 발치하기 위해 예약을 해놓고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세 번째가 되어서야 치과를 찾은 그.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의 대기자가 저마다 의자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가능한 한 자신의 순서가 네번째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써보지만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진료 시작할 생각은 않고 대기실은 대기자로 넘쳐난다.

그냥 가버리기엔 지나치게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하는데 그는 무사히 사랑니 발치에 성공할 수 있을까 ?

이야기를 읽는 내내 불안불안. 그녀 대신 내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짜증나더라. 작가의 의도가 그거라면 100% 성공한 듯 !!

 

"나는 다섯 번째 입니다.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 <p.80>

 

김미월 - 여름 팬터마임

 

커다란 행복도 없고 커다란 불행도 없이, 작은 것들에 만족하거나 실망하면서, 그저 예측할 수 있는 일들만을 겪으며 고요히 늙어가는 것이 삶이라 오래전부터 믿어왔던 그녀는 과거를 후회하지도 미래를 꿈꾸지도 않은채 살아지는 대로 살면 그만이다 생각했는데 대학 선배의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서 묘한 감상에 사로잡힌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삶이 아닌 것 같은 의구심.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함. 하지만 어짜피 되돌릴 수는 없을 거라는 체념.

세살 어린 선배 신부가 진짜 시집도 낸 시인이라며 너도 빨리 등단 하라는 남자친구의 얘길 듣고서 뜬금없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거라 생각하는 그녀.

그러면서 학창시절 짝사랑한 남학생 때문에 대규모 백일장에 참가해 시를 써서 장원을 차지한 사건을 얘기해보지만 진짜 재밌고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소설 쓰면 잘 쓰겠다 말하는 남친.

그녀는 그 이야기를 소설로 옮기는 작업을 하려나 ?

 

윤이형 - 엘로

 

아내이자 아들이자 애인, 유일한 친구였던 고양이 흰둥이의 티끌만한 엘로를 치료해주고자 마법의 문장을 속삭였다 죽어버리자 충격을 받은 그는 그렇게 보름을 버틴 후 집을 나서게 된다. 나흡 자누얀의 <다그치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말고>를 읽고 그와 얘기라도 나눌 양 찾아가보지만 그곳엔 그의 딸 아자레 자누얀만 있을뿐이다. 나흡 자누얀이 돌아가시기 전 썼다는 '의심에서 벗어나려는 마법사가 해야할 세가지'를 읽고 행동해보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는데 ~

짧지만 완성도 높은 판타지 소설을 읽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무엇보다 내리지 못하는 빗방울 언덕에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탱글탱글 맺혀 있는 빗방울에 대한 묘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는 ~

 

라 샬라 라봉봉 모하임 (너에게 행운이 있기를.) <p.109>

 

김이설 - 키즈스타플레이타운

 

키즈스타플레이타운 안주인인 그녀. 아이들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사장인 남편의 미소와 친절도 여전해 가게는 성황을 이루지만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자신의 몸엔 손끝하나 대지 않으면서 선한 눈웃음을 무기로 아이들을 탐하는 남편,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즐기기 위해, 화장품과 새 옷으로 나를 감추기 위해, 그걸 가능하게 하는 돈을 주는 남편과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이 건재하기 위해서 함묵하는 그녀.

남편의 행동은 그녀가 모두 잊었다 착각했을뿐인 숨기고 싶은 기억을 꺼내게 하는데 . . .

 

황정은 - 낙하하다

 

삼년째 떨어지고 있다는 사람의 이야기.

나도 모르게 계속 '세계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은 하나 존재하고 유일하다.' 라는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

 

한유주 - 멸종의 기원

 

폐암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받은 두 권의 책과 날씨표시상자, 그리고 불행하라는 말씀.

행복한지 불행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불행했으나 그러므로 동시에 행복하기도 한 이 사람을 어찌하면 좋을런지 . . .

그런 그에게 할아버지는 '너는 죽어가고 있다. 그러니 죽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어차피 언제고 죽을 거란 말이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말이 정답인 듯!!

 

 

비라고 하면 떠오르기 쉬운 쓸쓸함, 허전함, 우울함 등등의 이미지로 가볍게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무심한 생각과 다르게 꽤나 다양한 시선으로 일곱가지 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읽는 그대로 이해하기 쉬운 글이 있는가하면 난해해서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지 싶은 이야기도 있다.

인간의 마음도 이 세상도 계산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법인데 그네들이 들려주는 비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면 어떠랴 ~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으니 신기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

 

책 말미에 보니 테마 소설집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에 이어 2011년 상반기중에 두 번째 테마 소설집.

이번에는 눈(snow)을 주제로한 이야기가 나올거라는데 너무 기대된다.

나 역시 첫눈을 기다리는 그 마음으로 기다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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