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약인가요?"
"네, 불로불사의 묘약."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하자 나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니즈키 스스로도 사실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 . .
"만일 이 세상에 실제로 그런 게 있더라도 드셔서는 안 돼요."
나쓰가 진지한 얼굴로 응했다.
"왜요?"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요." <p.208>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 공모전 제1회 골든 엘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염마 이야기>
한국, 일본, 미국, 중국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우연히 손바닥에 신귀 문신을 새기게 된 후 불로불사의 삶을 살게 된 문신사 '염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신사로서 최고의 문신 기술을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명칭 '호쇼' 그 명예로운 이름을 받은 자답게 호쇼 바이코는 어떤 그림을 새겨도 일류로 통한다.
문신을 원하는 의뢰인의 속마음은 제각각이어도 바이코에게 의뢰가 끊기는 일은 없었는데 올해, 왕권을 업고 막부를 지지하는 사바쿠파와 막부를 무너뜨리려는 도바쿠파의 경쟁이 극에달해 험악한 싸움이 끊이질 않아서 그런지 고작 두명의 손님밖에 못받은 그는 시센구미에 쫓겨 큰 상처를 입고 자신의 집앞에 쓰러진 사내를 도와주게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아마네'라 불리우는 그는 좀체 구경하기 힘든, 호쇼 바이코가 가장 좋아하는 피부를 갖고 있었고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더해져 결국 그는 쓰러진 사내의 손에 문신-그 중에서도 불사의 신귀 새김을 하게 된다. 오로지 살고 싶다고 원했기 때문에 불사를 손에 넣었듯 죽어 나자빠지기를 진심으로 원해야만 신귀를 빼낼 수 있는 현실.
죽음에 대해 털끝만큼도 망설임 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 아마네 역시 어찌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면서 호쇼 바이코에게 문신 기술을 배우고, 스승으로부터 파문당한 제자, 허리에 야차를 새기고 제 손으로 제 몸에 삼일월, 불사의 문신을 그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 . .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 ?
늙지도 죽지도 않으면서 영원히 행복해질 수도 없는 그의 일생을 슬프면서도 따뜻하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려냈는데 문신 속 신귀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인간답게 살고자한 강직함,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 없이 갈등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간적이면서도 강하게 그려진 것 같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불로불사의 인간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한평생 그의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던 노부마사와 나쓰, 고양이 검둥이가 없었다면 너무나도 쓸쓸하고 덧없는 삶이었을 듯 !!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 것 같다~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했던 그가 나쓰의 존재로 인해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변해가는 것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장면 모두가 '살아있는'사람이기에 가능한 감정이기에 더 안타까웠던 듯 ~
하지만 그의 인생에 내려진 벌(?)같은 것을 짊어지고서 열심히 노력해 한없이 강해진 남자 '염마'. 그런 그이기에 누이를 죽은 야차와 재회하고서도 죽음으로 복수하지 않을 수 있었겠지.
1800년대 중반, 막부 말기에서 시작해서 다이쇼 시대, 쇼와 시대를 거쳐 전쟁 말기인 1945년까지 일본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늙지 않는 외모때문에 한곳에 오래머물지 못하고 터전을 옮겨야하는 염마 덕분에 교토, 에도(도쿄), 요코하마, 나가사키 등 여러 무대를 역동적으로 거치는데 시대소설로서의 재미는 물론, 판타지 소설로서의 재미, 로드무비 형식도 갖추고 있어 이야기가 지루할 틈이 없더라.
책을 읽는 내내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불로불사의 삶을 사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설 내용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것들을 훨씬 뛰어넘는 재미를 갖추고 있는 듯. 갠적으로 일본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염마이야기>는 문신사와 문신과 신귀라는 독특한 소재에 살인사건과 로맨스를 정말 '감칠맛'나게 잘 써내려간 것 같아 만족스럽다.
불로불사의 삶을 살게된 문신사 '염마'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 100여 년에 걸쳐 진실한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냉큼 읽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