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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ㅣ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정보 자체가 아닐지 모른다.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오히려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들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고 여기저기서 주워섬긴 정보들의 뭉치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기 쉬운 탓이다. 심지어 그것들은 제대로 여과되지 않아 하나의 현상에 대한 상충된 정보로 혼란을 주기도 하고, 인과나 과정을 무시한 채 단편적으로만 존재해 정보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하루에 15시간을 공부하지만 삶과 동떨어진 지식을 제각각 억지로 주워 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을 살아가는 바쁜 사람들의 소화 능력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무궁한 정보는 실제로는 일정한 체계 속에서 생성된다. 이 정보들의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시간을 들여 깊이 공부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 또한 한두 영역 정도만 가능한 일이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체계를 스스로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현대인에게는 정보 자체보다 지식들의 층위를 바로 잡고 그 체계를 세워주는 역할을 담당해줄 누군가가 더욱 필요하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런 책이다. 책 속에 담긴 지식이나 정보의 가치보다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가져다 주는 쾌감이 더 크다.
제목의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어감이 주는 오해처럼 이 책이 교양의 다이제스트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일종의 교양의 벼락치기같은 종류의 서적은 소화 안 된 정보 위에 또 다른 정보를 얹어 두서없이 뒤섞어 버리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편적인 지식들을 일정한 체계로 정렬하는 데 집중한다. 인문 교양의 각 분야를 일정한 흐름에 따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각각의 분야에서만 무수한 개념들이 분화되어 나오는 인문학의 영역들을 인간 사회라는 현실에 기반한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개별적인 영역은 인과의 틀속에서 계기적인 연속체로 재정의된다. 저자는 역사 영역으로 포문을 연다. 역사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원동력은 경제체제로 설명된다. 그리하여 책은 자연히 다음 단계인 경제 영역으로 넘어간다. 경제체제에 의해 추동된 계급적 개념은 또다시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 성향을 결정하는 단서가 된다. 이러한 정치 영역은 사회 속에서 개인의 생존 방식을 결정짓는 사회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영역에 대한 주체적 판단력을 고양하기 위한 윤리 영역이 책의 마지막 장에 자리한다.
각 영역들이 무의미하게 나열되지 않고 이야기처럼 하나로 흘러가는 동안, 머릿속을 떠돌던 산발적인 정보들은 자리를 잡아간다. 막연했던 것들이 명료해지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이 크다. 제목에서 이 책의 목적이 '지적 대화를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지적 대화를 위한 공부에 동기를 부여해 주는 측면이 더 크다. 공부를 위한 수단으로서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 '넓고 얕은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각의 인문학 영역에 입문하기 위한 스캐폴딩으로서의 활용도는 그만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