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 책을 쓰는 사람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
임승수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즐겨 읽는 많은 사람들도 책이라는 것이 독자에게 주는 의미는 숱하게 체험했어도 그것이 작가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상투적인 정의에서부터 책이 '도끼'라는 다소 의아스럽고 도발적인 정의에 이르기까지 숱한 은유들이 넘쳐나는데 그 어느것도 그 본질을 정공법으로 알려주지는 못한다. 독자 측면의 효용론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별 수 없다. 그런데 사회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임승수는 이에 대해 책은 '원고지 1,000장'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대략 300쪽 내외인 단행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량을 의미한다. 책에 대해 작가가 내릴 수 있는 정의로는 가장 정직하다 할 수 있다. 그의 책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는 이처럼 책의 본질을 에두르는 법 없이 알려주는 책이다.

 

앞서 말한 책에 대한 저자의 정의에서 보듯이, 이 책은 '책'의 실체에 집중한다. 글을 쓰는 사람을 겨냥한 책이지만 숱하게 찾아볼 수 있는 글쓰기 교본류와는 그 성격이 명백히 다르다. 글을 쓰는 것 외에도 글의 기획, 출판, 홍보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책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글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글이 책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과정에 더 주목하게 된다. 글이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것을 실어 나르는 책은 아무나 낼 수 없다는 일종의 오해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들려주는 '책을 낸다는 것'에 대한 진솔하고도 직설적인 의미는 보다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는 학창시절 A4용지 한 장도 채우기 힘들었던 글치 공학도인 저자가 사회 과학 분야에서 가장 잘팔리는 작가 중 하나가 되기까지의 체험이 진솔하게 녹아 있다. 삶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또 책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자신의 체험과 느낌을 거의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책을 내기 위해 출판사에 보낸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의 원문을 공개하는가 하면, 책이 나온 뒤에 이름난 커뮤니티에 직접 홍보글을 올리던 구차한 과거마저 솔직하게 고백한다. 심지어는 책 한권에서 파생되는 수익까지 정확하게 계산하여 밝힌다. 이 책이 공연히 바람만 잡고 부추기는 여타의 글과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또한 저자의 이야기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작가들의 체험도 싣고 있다. 저자는 직접 여행작가, 여성학자, 역사학자, 장르 문학가, 동화 작가, 번역가 등 각기 다른 분야의 다양한 작가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목소리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자기 책을 갖기까지 살아온 삶을 보여주며 '삶'이 '책'이 되는 과정의 공통분모를 탐색한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는 구체적 수치를 활용한 명쾌하고 설득력있는 화법으로 잠재적 저자에게 강한 동기를 심어준다. 그러나 이 책은 책을 내는 것이 소원인 일부 독자들을 위한 단순한 지침서 그 이상이다. 인터넷을 비롯해 개인이 글을 공개할 수 있는 매체들이 넘쳐나는 와중에도, 책만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의 과정은 한 편의 글이 독자와 만나기 위해 거쳐가는 고된 여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은 분명 인터넷에 무수히 실린 다른 글들과 달라야한다. 책은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진정성있고 정련된 완성품이다. 힘들게 탄생하는 만큼 남다른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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